여름


 나는 작고 높은 산길슭에 있는 작은 한 처마집에 살고 있다. 주소는 카나가와 구 카마쿠라 시다. 카마쿠라라고 말해도 산 쪽이므로 바다에서는 꽤나 떨어져있다.

 이전에는 선대와 살고 있었지만, 3년 정도 전에 선대가 돌아가셨기에 지금은 오래된 일본가옥에 혼자살림이다. 그래도 그렇게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은 언제나 주변에 사람의 기척을 느끼니까. 밤에는 고스트 타운과 같은 적막함에 안겨지는 이 주변도 아침이 되면 공기가 움직이소 여기저기서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씻었으면 일단은 주전자에 물을 넣어 뜨거운 물을 끓이는 갓이 아침의 일과다. 그 사이에 마루를 빗자루로 쓸고 물을 닦는다. 부엌, 툇마루, 거실, 계단과 순서대로 깨끗이 한다.

 이때, 반드시 도중에 뜨거운 물이 끓여지기 때문에 거기서 일단 청소하던 것을 쉬고, 찻잎을 넣었던 티포트에 가득 뜨거운 물을 따른다. 차를 달이는 동안 다시 걸레를 들고 마루를 닦는다. 

 세탁기를 돌리면서 겨우 부엌 의자에 허리를 대고 뜨거운 차를 한 모금 했다. 작은 찻잔에서 물건을 태워 연기를 낸 것 같은 향기로운 향이 떠오르고 있었다. 쿄반차를 맛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최근의 일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째서 선대가 일부러 마른잎을 달여 마신 것일까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에는 한여름에도 아침 제일 먼저 뜨거운 차를 마시지 않으면 몸이 눈을 뜨지 않는다.

 멀거니 하면서 쿄반차를 마시고 있으니 옆집 계단 통로에 있는 작은 창문이 천천히 열렸다. 왼쪽 편에 사는 바바라 부인이다. 외모는 어림잡아 100퍼센트 일본인이지만 어째서인지 모두에게서 그리 불리고 있다. 어쩌면 일찍이 외국에 살았던 적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폿포쨩~, 안녕."

 바람 위에서 서핑을 하는 것 같은 경쾌한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나도 바바라 부인의 흉내를 해 언제나보다는 조금 높은 목소리를 낸다.

 "오늘도 좋은 날씨네, 나중에 차라도 마시러 와줘. 나가자키에서 카스테라가 도착했거든."

 "감사합니다. 바바라 부인도, 좋은 일일을 보내시길 바래요."

 1층과 2층의 창문 너머에 아침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일과이다. 매회,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려서 어쩐지 풋 하고 웃고 싶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망설였다. 이상한 이야기, 옆집의 기침소리나 전화하는 목소리, 때로는 화장실소리까지도 죄다 들려온다. 마치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상대의 소리가 들려오게 되어버린다.

 최근이 되어서야 겨우 진정되어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바바라 부인과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의 일과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발동한다.

 나의 이름은 아메미야 하토코.

 이름을 붙여준 어른은 선대였다.

 유래는 물론이라고 해야할까, '츠루가오카하츠만구우(鶴岡八幡宮: 카나카와 구 카마쿠라 시 츠루가오카하츠만구우 신사)'의 하토(鳩)다. 8(八)의 글자가 두 날개의 비둘기가 다가가 붙는 형태로 되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분별심이 생겼을 적에는 모두에게 폿포쨩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렇다해도 아침부터 이 온기에는 질린다. 카마쿠라 온기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막 구워진 프랑스빵은 금방 물렁물렁하게 되어 곰팡이가 생기고 원래 모습이라면 단단한 터일 다시마조차 여기서는 허리가 빠진듯이 되어버린다.

 세탁물을 말리길 끝냈다면 곧바로 쓰레기를 내다버리러 간다.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쓰레기장은 지구(地区)의 중심을 흐르는 니카이도가와 다리 옆에 있다.

 타는 쓰레기 수집은 주에 2회다. 그 외, 종이와 천, 페트병과 정원수 진정제, 병과 깡통 종류를 내놓을 수 있는 날이 각각 주에 1회씩 있어, 토일요일 수집은 쉬게 된다. 타지 않는 쓰레기에 관해서는 월에 1회로 수집일이 잡혀있다. 처음에는 사소라게 분별하는 것이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쓰레기를 내놓기 끝내면, 란도셀을 등에 맨 초등학생들이 열을 만들어 집 앞을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여기서부터 걸어서 수 분이 지나면 초등학교가 있다. 츠바키 문구점에 찾아오는 손님의 대부분은 이 학교에 다니는 아동들이었다.

 나는 다시금 자신의 집을 응시했다.

 상반분이 유리로 되어있는 양쪽으로 열리는 오래된 문에는 왼쪽에 {츠바키}, 오른쪽에 {문구점}이 써져 있다. 문자 그대로 집 전체를 지키듯이 입구에 커다란 야생 동백꽃(야부츠바키) 나무가 자라 있다.

 문릐 옆에 못 박혀있는 나무 문패는 이미 까맣게 되어있으며 잘 보려 눈을 비비면 연하게지만 {아메미야}라고 문자가 쓰여있다. 의미없이 쓰여진 문자인데 필적이 절묘하다. 어느쪽도 선대가 써 남겼다.

 아메미야 가는 에도 시대에서 계속되어왔던 유서 깊은 대서가인 것이다.

 먼 옛날에는 우필(옛날에, 귀인 밑에서 서기의 일을 맡던 사람)이라고 불렸던 직업으로 싫어하는 내색없이 자신의 큰 분이나 영주님을 재신해 대필을 하는 것을 생업으로 해 온 것 같다. 당연하면서 능필ー글자를 잘 쓰는 것을 제1 조건으로 되어있고, 일찍이는 카마쿠라 막부에도 세 명의 우수한 우필이 존재했다.

 에도 시대에는 대궐 안 깊숙한 곳에도 영주님의 정실이나 옆방에 일하는 여자우필이 탄생했다고 그랬다. 그, 대궐 안 깊숙한 곳에 일하고 있던 우필의 한 명이 아메미야 가의 초대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아메미야 가는 대필을 가업으로 해 대대로 여성이 이어갔다. 그 10대 째가 선대로 그 뒤를 이은, 아니 정신을 차렸더니 잇도록 되어있는 것이 11대 째의 나라는 것이다.

 참고로 선대라고 말하는 것은 혈연관계에서 말하자면 나의 할머니가 된다. 하지만 할머니, 라고 가볍게 부를 수 있게 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선대는 대서가를 행해가면서 여자 손 하나로 나를 잘 자라게 해줬다.

 단지, 옛날과는 달리 지금 시대에 있어서의 대서가라고 말하자면 축의봉에 이름을 적거나 기념비에 새길 문장을 쓰거나 명명서(命名書)나 간판, 회사의 방침이나 타메가키(낙관 옆에 집필의 경위 따위를 적은 짧은 글) 같은 부류의 문자를 쓰는 것이 주요 업무 내용으로 되어있다.

 선대도 맡겨지면 노인 클럽의 게이볼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상장이나 일식집의 물품 목록, 근처 집 아들이 취직 활동에 사용할 이력서 등등 하여간에 글을 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냈다. 빠른 이야기, 글자에 관하는 해결사라는 이유이다. 표면쪽은 마을의 문구점에 변치 않는다.

1차 창작 위주로 하는 잡덕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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