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보: 직접 촬영했습니다.


  

  헤지고 솜이 삐져나온 쿠션에 노란 손수건을 덧대서 수선했어. 개나리를 따다 기운 것처럼 쿠션에는 노랑이 묻었지. 고친 녀석은 심장의 모양을 하고 웃더라. 그래, 낡아도 너무 낡은 하트 쿠션이었어. 심장에 눌러앉은 네가 염증처럼 노랗게 피어나는. 덕지덕지 묻어난 네가 고름처럼 누렇게 맺히는.

  너한테 받았던 손수건인데. 급히 떠나면서도 나더러 외롭지 말라고 분신을 건넸니. 수그러든 온기가 천조각으로 미소를 지었어. 이제 너덜너덜한 하트에 달라붙어 마를 일 없는 진물로 남겠지. 쿠션의 결점을 가린 천은 또다른 결점이 되고. 아픈 추억의 이름이 되고.

 

  걸핏하면 쿠션을 껴안는 버릇이 생겼어. 네가 했던 말들을 모아다 하트에 채워 넣고 꿰맸거든. 힘껏 끌어안을 때면 솜처럼 수북수북 쌓인 말마디가 흘러나왔지. 쿠션에 주름이 늘수록 마음속 얕은 곳부터 구김살도 깊어졌어.

  죽어버린 꽃도 꽃이라 부른다면 눈감은 너도 언젠가 꽃으로 다시 피어날까. 숨결이 싹을 틔웠던 자리는 공백. 점점 커져만 가는 미완성의 공백이야. 하루하루 비어가. 머리맡 까만 불청객이 겨울 바람처럼 너를 데려가. 네가 자리하던 기억마저 옅어져.

 

  두 사람의 노랑이 묻은 쿠션을 끌어안아. 냄새나는 염증에 굳이 얼굴을 묻고 잠드는 이유 따윈 묻지 말아줘.

-2020.6.15 ~ 2021.1.14.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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