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했던 햇살은 다시는 볼 수가 없어. 밖의 부드러운 땅, 상쾌하다고만 할 수 없는 공기, 위로 쭉 뻗어있는 나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구름, 피어오르는 새싹들 모든게 다 그리웠다.

그저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나가고 싶다."

목이 기계적으로 내는 음성은 조금은 먹먹하고, 조금은 아릿했다.


"크라피카. 탈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텐데."

낮게 지하실을 울리는 그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남자는 네게 굴복하라 명했다. 하찮은 자존심 세워봐야 남는 건 시궁창 뿐이라는 듯.






소녀는 아무리 복수심에 불타더라도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온갖 고된 수련을 했다고 해도 소녀는 여렸다.

남자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끈적한 욕망과 집착을 눈 아래에 가라앉히고 조용히 타일렀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지하실에 가두고, 보물같이 귀히 여겼다.
그런데도 왜, 만족할 줄 모르고.

클로로는 기어오르는 크라피카에게 옅은 불쾌를 느꼈으나, 어찌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랑인가.

그게 무엇이든, 그는 가지면 되었다.

조금은 아릿하고, 불쾌하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 기묘한 감정은,


사랑일까.



"클로로........"

창백한 볼에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수정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정결한 빛깔이었다. 그 빛에 다시 홀리는 느낌이기도 했다. 부르는 목소리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는 그 음절이 자신의 이름이라서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그는 가지고 싶은 것은 모두 가져야하며, 가지지 못할 것을 욕망하는 도적인데.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핥아 마셨다. 소녀의 눈물은 다른사람과 같게도 짰다.


짠 맛이 더욱 깊게 새겨졌다.


"네가 내 옆에서 영원히 있을 수 있을까."

정신이 망가져 가고 있다는 건 동족의 원수인 그가 와도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였다.
자신은 그래도 소녀를 놓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그에겐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흐으-"

자신의 눈에 띄게 된 작은 소녀를 애도하며.


전혀 놓아줄 생각은 없지만.

그는 조금 웃었다.




고운 머릿결을 빗었다. 어두운 방에서 보는 햇살 찬연한 금발은 빛바랜 회백색일까.

"사랑해."

묵묵히 앉아 있는 크라피카의 동공은 정신을 놓아버린 듯 풀려있었다.


그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크라피카."

그래도 묵묵 부답이었다.

"밖에 다녀오지."

밖이라는 소리에 몸을 살짝 움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녀를 안은 채로 집안을 박차고 나가 구비되어 있던 승용차를 타고 질주했다.


얕은 분노가 오른다.




황량한 벌판에 도착했고, 그는 그녀를 안아 내렸다.



"네가 그리도 원한 밖이다. 되었나?"

크라피카는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는 움직임이 없었다.


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공간을 내리눌렀다.


마치 종언을 고하듯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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