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m Willows - Papa Money

프롬님 :)

호구 크러쉬

09




먹지 못하고 두고 온 육회 비빔밥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걸까. 여주는 테이블 한 상 가득 차려진 육회와 육사시미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대앞 육회 집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움이었다.

얼른 먹어. 여진이 여주에게 젓가락을 쥐여주며 말했다. 얼떨떨한 표정의 여주와 다르게, 여진은 턱까지 괴고 시선을 빤히 맞추고 있었다.



"육회 먹다가 김석진한테 끌려왔다며. 그래서 내가 여기로 오자고 했어. 나 잘했지?"

"아………."

"앗. 반말해서 좀 그런가. 나 스물여섯인데 윤기한테 하도 얘기를 많이 들어서, 동생 같고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기분 나빴으면,"

"아뇨! 괜찮아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돼요…."



저 김석진이라는 분은 대뜸 놨는걸요...^^ 여주가 속으로 답했다. 여주의 시선을 느낀 석진이 물을 마시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으이씨, 왜 저렇게 무섭게 쳐다보는 거냐고.



"그때 클럽에서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눴다. 난 이여진. 얜 김석진인데 민윤기랑 성격이 비슷해. 잠깐 겪어봐서 알지?"

"..."

"아니라고 말 못 하는 것 봐. 얘 너무 귀엽다. 그치, 석진아."

"별로."



, 그쪽도 하나도 안 귀엽거든요. 역시나 여주가 속으로만 말했다.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여진조차도 조금 무서울 정도였으니, 석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윤기가 전화로 화냈던 것 같은데.

근데 그래서 윤기가 잘해줘? 여진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냥, 여주가 우물쭈물하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아, 먹어, 먹어! 말 안 걸게! 여진이 다시 여주의 손에 젓가락을 쥐여주었다.



"윤기가 엄청 예뻐해 주지?"

"그게,"

"아, 미안. 나 왜 이렇게 자꾸 말을 거냐."

"그냥 지금 물어봐. 이따 민윤기 오면 너 얘한테 말도 못 걸듯."



윤기 친구면 스물하나일 텐데. 너라고 말을 놓는 석진의 모습에 여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심지어 여진은 그 호칭이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 근데 나도 윤기한테 오빠라고 안 하는구나…. 저들에게도 저들만의 사연이 있는 걸까. 여주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돌아온 여주가 고개를 돌렸다. 윤기가 개빡친 표정으로 석진과 여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반가움과 서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윤기를 올려다보니 윤기의 시선이 그제야 여주에게 닿았다. 여주야. 평소와 다름없는 다정한 목소리에 여주가 저도 모르게 윤기의 옷을 잡아당겼다.

나 너 없어서 너무 무서웠단 말이야. 너 친구들 너무 무서워.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많은 내용이 함축된 행동이었다.



"미안. 무서웠지."



없어서는 안 될 사람. 위기에 처하면 구하러 와줄 사람. 여주는 제 삶 깊숙이 윤기가 스며든 걸 그제야 깨달았다.








여주가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입안에 들어온 육회는 눈송이 녹듯 사르르 사라졌다. 미친, 너무 맛있다. 여주가 감동한 얼굴로 윤기를 쳐다봤다. 윤기는 여주의 접시에 산더미처럼 육사시미를 쌓아주었다. 여진이 젓가락질을 하려는 족족 낚아채오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아, 그만 좀 뺏어가! 남친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먹지도 못하겠네."

"남친이 왜 없냐. 듣는 약혼남 서럽게."

"따까리 주제에 또 깝친다."



여주는 육회를 입에 넣으며 상황 판단을 위해 눈만 굴렸다. 약혼남....????? 윤기가 여주에게 들릴만한 작은 목소리로 정략 약혼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략 약혼이라니. 여주가 입을 떡 벌렸다. 역시 재벌가 자제들의 세계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흘긋거리는 시야에 보이는 윤기도 저들과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오고 있을 텐데. 여주는 문득 궁금해졌다.



"윤기야. 너는 정략 약혼 같은 거 안 해?"





"그게 무슨 좆, 아니, 개 같은 소리야."



얼마나 당황하고 충격받았으면, 평소의 험한 말버릇이 나올뻔했다. 그런 윤기의 모습에 석진과 여진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여진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천하의 민윤기가 왜 쩔쩔매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아서였다.



"아니, 어머님이 나 찾으시는 것도 그렇고…. 나를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가 않아서……. 물 뿌리고 돈 던지면서 쫓아낸다는 것도 그렇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상함을 감지한 윤기가 물었다. 아! 그거 아까 저분이 장난친 건데, 여주가 말을 계속할수록 석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민윤기한테 말 안 하기로 약속해놓고. 석진이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냥 장난친 거야, 장난. 조크 몰라? 여주도 그냥 가볍게 넘어갔어, 그치?"

"눈물이 좀 차오르긴 했죠…."

"울렸다고? 저 새끼가?"



도와줘, 누나. 석진이 여진에게 말했다.



"넌 이럴 때만 누나라고 하더라. 야야, 민윤기. 너 김석진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다. 쌤쌤이라 쳐."

"이게 어떻게 같아."



같진 않더라도 고마움은 표해야 한다 이거지! 여진이 팔꿈치로 석진을 툭 밀며 소리쳤다. 석진도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가 굳은 얼굴로 여주를 쳐다봤다. 쟤 조져줄까? 아침 인사를 건네듯 가볍게 묻는 윤기의 말에 여주가 눈이 동그래진 채 고개를 도리 저었다.



"여주 때문에 산 줄 알아라."

"존나게 고맙네."



여주는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석진을 보고 놀라 딸꾹질을 했다. 하고 싶은 말 참은 게 몇 갠데, 처음 의견 표출한 거 가지구 저렇게 뭐라 하냐구. 내가 이렇게 서러워서 할 말 못 하고 살지! 여주는 남들에게 호구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했다.



"그래서 어떻게 알고 여주 데리러 간 건데?"

"우연히 너희 어머님 쪽 사람 만나서. 오히려 나한테 호여주라는 사람 어딨는지 물어보던데? 내가 또 한 눈치 하잖냐. 바로 총알처럼 튀어가서 여주 찾아왔지."

"..."

"너 나 아니었으면 지금 여기서 육회 먹는 게 아니라 본가에서 민가네 식구들이랑 십 첩 반상 먹었어."



…이건 살려준 게 맞는 것 같아 여주가 고개를 숙였다. 쟤 아니었어도 내가 찾았어. 쟤한테 고마워하지 마. 윤기가 퉁명스럽게 말하며 여주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여주가 자연스럽게 물을 받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윤기가 직접 물을 떠줬어. 여진이 중얼거렸다. 심지어 여주가 음식을 툭 떨어뜨리자마자 멀찍이 떨어진 휴지를 뽑아와 건네기도 했다. 정말 이건 촬영해서 어디다 보내도 될 정도로 기겁할만한 사건이었다. 왜 그렇게 윤기 어머님이 여주를 찾아댔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앗. 크루아상."



띠링 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여주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여주야, 크루아상 먹고 싶어? 여진이 물으니 여주가 방실 웃으며 대답했다. 이거 게임이에요! 여진은 여주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눈을 굴렸다. 농장에서 크루아상을 다 만들었다는 알림이었는데 여진이 그걸 알아들을 리 없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건 윤기의 핸드폰에서도 같은 알림음이 났다는 거였다. 너도 크루아상 만들었어? 여진의 물음에 윤기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 멜론 빵. 나 아직 여주보다 레벨이 낮아서 크루아상 못 만들어."



켁. 여진이 사레가 걸려 기침을 했다. 석진이 바로 물을 따라 건네주었다. 이건 뭐, 공포영화나 다름없었다. 민윤기의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었는데, 더 충격적인 건 이 낯선 모습이 호여주에게는 당연한 듯 보였다는 거였다.








윤기야, 근데 어머님은 왜 나를 찾으신 거야? 조수석에 얌전히 앉아있던 여주가 물었다. 윤기가 운전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빤히 쳐다보니 여주가 기겁하며 윤기 얼굴을 잡아 앞으로 돌렸다.



"운전할 때 앞만 봐야지!!"

"그런 설레는 말 하는데 어떻게 안 봐."

"…어느 부분이 설레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걸 왜 몰라. 사람 심장 조져놓고서는."



…그런 말 막 하지 마. 여주가 민망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매만지며 답했다. 윤기가 픽 웃으며 오른손을 뻗어 여주의 양손을 한 번에 잡았다. 여주가 손을 빼려 꼼지락댔다.



"왜."

"운전 한 손으로 하면 위험해."

"손잡고 가려고 왼손으로 운전하는 거 연습한 거란 말이야."

"..."

"그러니까 좀 잡자."



저렇게 말하는데 단호하게 뺄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결국 얌전해진 여주였다. 질문에 답 안 했다고 투덜대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목구멍을 튀어나올 듯 요동치는 심장과 귀를 둥둥 울리는 박동 소리 때문에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분명한 설렘이었다.



"내가 이렇게 누구 좋아하는 거 다들 처음 봐서 그래."

"..."

"우리 엄마도, 김석진이랑 이여진도."

"..."

"다 너 때문이라고."



평소 호구 소리를 수도 없이 들은 여주에겐 익숙한 상황이었다. 남들은 불리한 상황이 되면 언제나 여주 탓을 하곤 했다. 여주가 착하고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아서, 덮어씌우면 그들의 마음이 편해서 그랬던 걸까. 여주는 그런 상황이 가장 싫으면서도 또 혼자 속앓이만 해왔다.



"그러니까 네가 이해 좀 해주라. 좋아하게 만든 건 너잖아."



그러나 윤기의 말에는 하나도 화가 나지 않았다. 좋아하게 만든 원인을 모두 저에게 밀어버리는데도 웃음이 새어 나오려고 했다.








철수는 축제 때 아이패드 사건처럼 여주가 보이기만 하면 노려보기 바빴다. 그땐 영문도 몰랐다지만 이번엔 여주도 좀 억울했다. 머언저 괴롭힌 거언 님이라구요오-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호여주의 슈퍼카는 경영학과에서 무척이나 핫했다. 사람들은 남 일에 관심이 참 많았고, 그게 호구 별명을 가진 여주라면 더더욱 그랬다. 남자친구 무슨 일해, 돈 잘 벌어? 선배들까지 모여 여주를 괴롭혔다.



"몰라요…."

"모르긴 뭘 몰라. 다 알면서 안 알려주려고 그러네."

"..."

"너무 궁금하잖아~"



아씽. 여주가 입술을 삐죽였다. 동기였으면 달랐겠지만 선배니까 더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동기여도 말 못 함) 어쨌든... 윤기가 있을 정문으로 향하는데도 끈덕지게 들러붙는 선배 하나 때문에 여주가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아, 진짜 남자친구 아니에요, 걔!!!!!!"



결국 여주가 빽 소리를 질렀다. 아직 남자친구도 아닌데, 여주조차도 아직 이 감정이 간질거리고 조심스러운데. 남들은 여주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재촉하고 괴롭혔다. 왜 우리 둘이 지지고 볶겠다는데 자기들이 난리냐구….

처음 보는 여주의 버럭에 선배가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여주는 속이 후련했다. 채아가 봤으면 엄청 칭찬해 줬을 거다. 여주가 흥,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선배를 올려다봤다. 그러나 선배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있었다.




"…끝났어?"



운전석에 앉아 오매불망 여주만 기다리던 윤기는 저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보이자마자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옆에 웬 남자가 붙어서 쫑알대는 게 보여서 신경이 거슬려서 그러기도 했다.

아, 진짜 남자친구 아니에요, 걔!!!!!! 귀에 직빵으로 꽂히는 여주의 목소리에 윤기의 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아. 윤기는 허탈한 표정을 겨우 숨기고 여주에게 인사했다. 여주는 윤기가 그 말을 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거리가 꽤 되어서였다.



"윤기야, 쌀국수 좋아해?"



남자친구 아닌 건 나도 아는데, 그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이었을까 싶었다. 서운함이 들었지만, 조수석에 올라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재잘대는 여주에게 차마 그 감정을 내비칠 수 없었다. 이건 완벽한 을이었다. 그러나 그게 불만이지는 않았다.



"응. 좋아해."



윤기가 복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게 혹시 여주에게 부담이었을까, 아니면 주변인들이 여주를 가만두지 못하는 게 싫었을까. 온갖 경우의 수가 윤기를 괴롭혔다.



"윤기야.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여주가 목을 주욱 빼며 윤기의 얼굴을 살폈다. 가까워지는 여주의 얼굴에 윤기가 숨을 참으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이거 말하면 진짜 개 쪼잔한 새끼 되는 거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면서.

아니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윤기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여주는 윤기의 열연에 그의 혼란스러운 속마음을 읽지 못했다. 그런데도 윤기는 화가 안 났다. 감정의 크기가 다르니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발닦개는 김석진이 아니라 나였네. 윤기가 혼자 피식거렸다.



"우리 내일은 뭐 할까?"



집 앞에 도착한 여주가 자연스럽게 내일의 스케줄을 물었다. 여주에게 윤기를 매일 만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해졌다. 또 만나면 간질거리고 쿵쾅거리고, 윤기의 감정만큼은 아니지만, 여주는 그게 호감이라는 걸 알았다.



"뭐 하고 싶은데."

"오락실 가봤어?"

"드라마에서 봤어. 총 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맞아. 그거 하러 가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녕, 내일 봐! 여주가 손을 흔들며 건물로 들어가려 했다. 그대로 여주를 보내려던 윤기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팔을 붙잡았다.



"그냥 하는 말인데,"

"..."

"내가 이러는 거 싫으면 말해줘."

"…뭘?"

"내가 좋아하는 거."



싫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여주가 당황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했다. 아까 선배가 재촉하던 감정이 물밀려 오듯 차올랐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상처받은 듯한 윤기의 표정에 여주는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아까 들었어. 남자친구 아니라고 소리 지른 거."

"들었어..?"

"탓하려는 거 아니야. 그냥 지금처럼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난 좋은데. 혹시나 내가 너무 싫은데 억지로 만나고 있는 걸까 봐."

"..."

"그게 무서워졌어."



들어가. 윤기가 씁쓸하게 웃으며 여주의 등을 떠밀고 뒤를 돌았다. 머뭇거리던 여주가 윤기의 옷을 잡아당겼다.



"부끄러워서 그랬다고!"

"..."

"나는, 나는 아직 진행 중인데 옆에서 자꾸 막 그러니까,"



윤기가 멍한 얼굴로 여주를 쳐다봤다. 여주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쉽게 머리에 입력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

"사, 사귈, 사귈래?!"

"…………어?"



에이씨. 여주가 부끄러움에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그러니까 사실은, 너랑 노는 것도 재밌고, 친구들도 무섭긴 한데 좋은 사람들인 것 같고…. 한참을 혼자 웅얼대던 여주가 너무나도 조용한 윤기에게 이상함을 느끼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 윤기는 아까 사귀자고 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여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윤기야?"

"..."

"……저기요, 민윤기씨?"

"..."

"저기요오... 민윤기?"

"..."

"…오빠?"





"아. 너 진짜 나 돌아버리는 거 보려고 일부러 이러지."



그, 그, 그럴 리가…. 석진에게 하는 것만 봐도 또라이인 거 알 것 같은데. 굳이 잠재워진 본능을 깨우고 싶진 않은걸. 여주가 고개를 도리 저었다. 윤기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얼굴로 혼자 이상한 앓는 소리를 냈다. 아, 아. 아악. 윤기의 이상 행동에 여주가 겁을 먹기는 했지만 뒷걸음질 치지는 않았다. 적어도 본인에게 해코지를 할 사람은 아니란 걸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 같,"



악! 윤기에게 안겨버린 여주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여주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윤기가 코를 부비며 좋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응. 우리 사이 네가 짱 먹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전부 다."

"알았어…. 근데 좀 놔주면 안 될까. 나 숨 막혀."

"정전기 때문이야."

"...?"

"정전기 때문에 달라붙은 거라고. 내가 어떻게 안 돼."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린 여주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팔을 뻗어 제게 대롱대롱 매달린 윤기를 안아주었다. 지나가던 동네 주민이 쯧쯧, 혀를 찰 때까지.





* 하단은 소장용 결제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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