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랑 음악 하다가 만난 여주.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 장르도 비슷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도 많아서 매일 연락 주고 받다가 자연스레 눈 맞아서 사귀게 됨. 하지만 학교 내에서는 완전 비밀. 일단 씨씨인 게 들키기 싫어서도 제일 컸고 주위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 하는 것도 싫어서. 


합주 끝나고 늦은 밤에 애인이랑 단 둘이 꽁냥 거리면서 데이트 중인데 과에서 제일 친한 준희에게 영상통화가 온다. 옆에 꼭 붙어 있던 애인한테 야, 카메라에 안 잡히게 저기로 가봐. 하고 후면 카메라 뒷쪽으로 보내버림. 그리고 바로 전화 받았는데 여주 마이크가 꺼져 있었는지 준희가 야! 네 목소리 안 들려! 마이크 좀 켜봐! 소리지름. 어어 알았어. 하면서 무음 해제를 하려다가 에그머니나. 카메라 전환을 눌러버림.


야! 너 왜! 이 시간에!









1.


한 학년 위에 선배. 사실 처음에는 첫인상이 별로였음. 드럼 전공인데 애들이 뭐 부탁만 하면 거절하고 아싸처럼 혼자 다니기 바쁘고. 그래서 왜 저렇게 싸가지없지? 하면서 여주가 싫어함. 하지만 실력도 좋고 잘생겨서 애들이 대놓고 욕한적은 없음. 하지만 여주는 그 선배가 너무 싫었음. 그러던 어느 날 진짜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재즈바에 여주가 방문을 함. 여기서 잼 하는 사람이 얼마 없다고 해서 피아노 전공인 여주는 신나게 거기 모여있는 고인물들이랑 잼 하려고 딱 갔는데, 그 싸가지 드럼이 있는 거임. 알고 보니까 여주가 다니기 전부터 여길 알았고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 복학해서 이제야 다시 여길 온 거였음. 여주가 친해지고 싶어 하는 그 고인물들하고도 엄청 친한 사이 같더라고. 아, 그러니까 선배도 재즈 좋아해? 어 나돈데.


그 날부터 여주랑 걔랑 많이 친해짐. 싸가지 없는 줄 알았는데 썩 그런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낯을 좀 많이 가리더라고. 학교에서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처럼 지내다가 재즈바에서 만나면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내기 시작함. 그러다가 술먹고 눈 맞아서 키스하다가 선배. 우리 사귀는 게 낫겠다. 우리 존나 잘 맞을 것 같아. 이야기 함. 그 날도 어김 없이 합주 끝나고 조용히 으슥한 곳에서 만나서 따로 차 타고 그 재즈바로 갔지. 여긴 진짜 여주네 학교 사람들이 올 만한 곳이 아니었거든. 비밀 데이트 장소로 딱이였어.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상한 카메라 전환으로 인해 들켜 버리게 생겼지. 야 너 오늘 집에 간다며! 거기는 어디고 그 선배는 또 뭐야!


화면이 전환 되고 준희가 본 선배는





...카메라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서운해...


나랑 같이 재즈바에 가서 드럼 스틱 내려놓고 한껏 서운해 하는 티 내는 재현 선배.









2.



사실 여주랑 얘는 학교에서 만난 사이는 아니고 같은 실용음악학원 출신이야. 그냥 친구 사이였지. 물론 그때도 좋아하는 음악이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는다는 건 알았는데 주위에 그런 친구들이 많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어. 물론 걔는 먼저 여주를 좋아하고 있었대. 그런데 학교도 같이 가게 된 거야. 여주랑 얘랑 간 학교가 진짜 경쟁률이 엄청 세서 들어가기 힘들고 실력 개 좋은 애들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라서 그 학원에서는 얘랑 여주만 가게 됐어. 단 둘이서 타지에 있는 학교를 가니까 당연히 의지하게 되겠지.


얘는 베이스 전공인데 뭐만 하면 여주만 찾아. 어 나 피아노 여주 쓰기로 했는데. 어, 미안 나 여주 합주 도와줘야해서. 그러면 사람들은 여주를 시기질투 하겠지. 그래서 여주가 그게 싫어서 얘랑 조금 거리를 둬. 얘는 그게 너무 서운하고 속상해서 그냥 대놓고 고백하기로 마음 먹었어. 여주가 언제까지 자기를 피하나 보자, 생각 했는데 꽤 오랫동안 아는 척을 안 하는 거야. 게다가 합주를 하는데 베이스를 다른 애를 쓰잖아? 얘는 서운해 속상해 슬퍼 마음아파. 그래서 여주한테 찾아가서 냅다 고백하지. 나 너 좋아해서 그랬어. 나 다른 피아노랑 합주 못 하겠어. 너랑만 할래. 여주 순간 가슴이 찌릿 떨려와. 오랫동안 봐왔던 애라서 그런가 연애도 꽤 친구처럼 하기 시작해.


근데 안 그래도 얘가 자꾸 여주만 찾아서 사람들이 의심 하는데 사귄다고 못 박으면 이래저래 말 나올 것 같아서 비밀연애 하기로 했어. 그래서 합주 끝나고 여주 연습 하겠다고 연습실 가는데 얘가 쫄래쫄래 쫓아온 거야. 야 방해하지 말고 진짜 가만히 있어라. 하니까 엉. 나 여기서 뭐 먹고 있을게. 대답해. 그렇게 방심하다가 준희한테 들킨 거지. 준희가 고래고래 소리질러. 야! 걔가 네 연습실에 왜 있는데!


그래서 준희가 본 그 동기는





....어엉..뭐지.


연습실에서 지가 집에서 깎아온 배 먹다가 봉변 당한 이제노








3.




딱 클래식으로 학교에서 만난 사이. 여주는 n수생이고 걔는 편입생이야. 과에 동갑이 있기는 있는데 선배거나 아니면 정신머리 이상한 남자애들이거나, 그래서 여주는 하는 수 없이 나이가 어린 동기들하고 다니게 되는게 그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야. 그러다 편입을 하게 된 걔를 발견해. 여주는 동갑이라고 하니까 괜스레 반가워서 말을 걸고 하는데 걔는 그냥 간단하게 고개만 끄덕여. 여주는 민망해가지고 그 이후로 만나면 그냥 눈인사 정도 하는데, 이후에는 다른 동기들하고 더 친해져서 그 편입생한테 인사도 안하기 시작했어. 그런데 다음 학기에 그 편입생이랑 같은 합주 수업을 듣게 된 거야. 뜬금없는 물리학과 이런데에서 왔다고 하는데 기타는 기깔나게 잘 치는 거야.


여주 바로 걔한테 반해. 그런데 플러팅 하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부끄러워서 눈도 못 마주치고 더 피하기 시작해. 근데 걔는 사실 낯을 너무 많이 가리는 타입이라 말을 걸지 못했을 뿐인데 이제 여주한테 마음을 열려고 하던 찰나에 여주가 자기를 피하니까 용기내서 먼저 인사를 해. 저기, 하면서 번호를 달래. 여주는 나 얘랑 친해질 수 있겠구나 싶지. 그렇게 번호 교환 하고 연락 하는데 생각보다 좋아하는 장르도 잘 맞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많이 겹치는 거야. 여주는 아 나 얘랑 운명인가봐. 하고 먼저 고백해. 그런데 얘도 같은 마음이었대. 전 학교도 그렇고 이 학교에서도 그렇고 먼저 말 걸어주고 자기에게 호감 보여주는 사람이 처음이래.


그 편입생은 이 학교에 친한 사람이 없는데 모두가 친해지고 싶어해. 약간 하하버스.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거 싫어하는 걸 알아서 여주가 먼저 비밀연애 하자고 해. 걔는 그냥 알겠다고 해. 그러다 선배 중 동갑이라서 친해진 준희가 영상통화를 건 거야. 그 시각 여주랑 걔는 여주 집에서 신나게 붙어 먹다가 샤워하고 걔가 쳐주는 기타 감상하고 있었지. 여주가 조용히 하라고 기타 그만 치라고 하는데도 말도 안 듣는 거야. 그러다 갑작스레 화면이 전환 되고 김여주! 너 저 편입생이랑 뭐해? 이 시간에?





사실은 숨길 마음도 없어서 대놓고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고 있던 편입생 이마크









4.



여주네 학교 과대. 빠릿빠릿하고 모두의 워너비인 보컬 전공 걔. 흐트러진 모습도 보인 적도 없고 실기도 항상 에이플. 교수님들한테 예쁨 받아서 코러스나 좋은 무대 있으면 항상 가서 서고 옴. 걔한테 고백하는 애들도 수두룩 했고 호감을 가진 애들도 수두룩 했는데 항상 방긋 웃으면서 미안. 나 여자친구 있어서. 하고 차버려. 그런데 그 여자친구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한 번도 커플링을 끼고 다닌 적도 없고 카톡 프로필도 없고 배경화면도 그냥 그렇고. 그래서 아 쟤 그냥 사귀기 싫어서 거짓말 치나봐. 하지만.


신입생 환영회때 눈 맞아서 이미 김여주랑 사귀고 있지. 얘랑은 그냥 눈 마주치자마자 팟칭 하고 삘이 왔어. 얘도 여주도. 그래서 그 날 바로 번호 교환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갔지. 말해 뭐해 역시 인간은 감각의 동물이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잘 맞는 거야.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귀기 시작했는데 얘가 인기가 너무 많아서 여주가 빡쳐. 아니 왜 자꾸 고백해? 너 애들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고 다니냐? 그러면 얘는 항상 미안행. 그러니까 우리 사귀는 거 그냥 알리자니까? 하면서 뽀뽀해줘. 그런데 여주가 고등학생 때 같은 반 애랑 사귀다가 좀 안 좋게 헤어진 기억이 있어서 동네방네 소문내기가 싫은 거야. 그리고 사실 여주 지금 반수 준비 중이라 다른 학교 갈 예정이거든.


그래서 그때까지만 그냥 참자. 여주가 화를 참아. 얘는 그런 여주가 귀여워 죽겠어. 그 날은 연주수업이 끝나고 다 같이 뒷풀이를 하고 거하게 술에 취한 애들은 취해서 2차 가고 그냥 집에 갈 애들은 조용히 집에 가는 자리였어. 얘는 과대라는 핑계로 취한 척 하는 여주를 챙겨서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해. 동기들은 아무 의심 안 하고 그래 가라! 하고 보내지. 그렇게 여주 집에 가서 씻고 자려는데 딱 준희한테 영상통화가 온 거야. 집에 잘 갔는지 걱정 돼서. 그런데 딱 화면이 전환 되고. 어? 야. 과대...미친. 여자친구? 너야? 너냐고!



주야, 내 악보 너한테 있나?


딱 봐도 지금 막 씻고 나온 것 같은 얼굴로 당연하게 여주 가방 뒤지고 있는 김도영









소소하고 미지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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