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아직 너의 시간에 살아 - 이수현







아네모네

19화









―결국 못 보고 가면 어쩌나 걱정 했는데, 동시에 내가 아는 강은수면 나 안보겠다 생각도 했어.

 

태욱에게서 음성메시지가 온 시각은 새벽 여섯 시였다.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댄 채로, 은수는 잠자코 침대 아래로 발을 내리고 앉아 있었다.

 

―은수야. 네가 날 계속 미워한다는 사실이 차라리 나한테는 면죄부 같기도 해. 나를 용서하지 못하겠다면, 은수야. 다 알게 된 뒤에도… 그러고 나서도 나는 네가 계속 나를 미워해주면 좋겠다.

“……”

―나는 오늘 다시 떠나. 내가 다시 서울에 오는 일은, 아마 없을 거야.

 

떠난다니… 다 알게 된다는 건 또 무슨 말이지. 은수가 일어나 침실 밖으로 나왔다. 거실의 시계가 아침 일곱 시가 넘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감히 바란다, 은수야. 잘 지내야 해.

 

새벽의 적막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음성이 끊긴 빈 수화기를 양 손으로 쥔 채, 은수는 이유 모를 초조함을 느꼈다. 초인종이 울린 건 그 때였다. 인터폰을 확인할 새도 없이, 잠옷 차림의 은수가 곧장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저와 마찬가지로 자던 차림에 겨우 후드만 걸치고 달려 나온 지나가 있었다. 지나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어서, 은수는 안으로 들이지도 못한 채 황망히 지나를 마주하고만 있었다.

 

“지나 씨. 왜 그래요?”

“아직, 못 보셨어요?”

 

그 말 뿐이었지만, 은수는 지나가 태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 사람… 무슨 일 있나요?”

“두 분. 만나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뇨. …오늘 떠난다고 했어요. 음성 메시지를 받았는데…”

 

 

지나가 고개를 푹 숙였고, 은수가 그런 지나의 어깨를 짚었다. 지나 씨. 왜 그래요. 응? 훌쩍이던 지나의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다. 대답 대신 지나가 제게 내미는 것을 받아든 은수가 한 시간쯤 전에 조간으로 뜬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했다. 태욱이 메시지를 보냈을 바로 그 시각. 기사를 훑어 내려가던 은수의 얼굴이 곧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교수님. 괜찮으세요?”

 

은수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지나가 곧장 몸을 낮춰 은수를 부축했지만, 은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릴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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