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친 메두사가 베스가운을 대충 걸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새로 구한 집은 욕실이 쓸데없이 넓어. 메두사가 투덜거렸다. 곧바로 머리를 말리고 싶지만 화장대까지 거리가 멀다.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며 메두사는 생각에 빠졌다. 그냥 잘까. 그럼 머리카락 끝이 상할텐데. 머리카락을 돌돌 말고 있을 때 누군가 욕실문을 두드렸다.

"응?"
"메두사님. 접니다."

오르카가 등을 돌리고 서있는지 반투명한 유리너머로 검은 머리칼이 찰랑거렸다. 문을 열어보니 오르카가 자신을 잠깐 보더니 살짝 웃었다. 웃어? 메두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르카를 바라봤다. 오르카는 물이 떨어지는 머리칼을 수건으로 살짝 닦아주더니 손을 살짝 잡고 에스코트한다. 얘가? 평소와 다른 모양새에 메두사는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조용히 따랐다.

오르카는 메두사를 화장대 앞에 앉히고 드라이기를 켜 손수 머리카락을 말려준다. 다정스럽게 머리를 만져주는 손길에 메두사는 살짝 웃으며 눈을 감았다. 고슬고슬한 머리를 살리고 너무 뜨겁지 않게 거리를 조절한다. 너무 잘하는데? 누구한테 해준거야. 메두사가 장난스럽게 말하니 오르카가 정색한다. 오로지 메두사님뿐입니다. 너 보스닮았다. 그러지마십시오. 미안~. 오르카와 메두사의 웃음소리가 작게 울렸다.

"아, 참. 메두사님."
"왜 자꾸 불러."
"사랑해요. 저를 구해주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계속 사랑합니다. 미리 말했어야하는데 죄송해요."

갑작스런 고백. 사실 오르카의 마음은 몰랐던 건 아니다. 그냥 구해준 사람이니. 학교 선생님을 좋아했던 그 감정이겠거니 싶었지. 이렇게 애절하게 말할줄은 몰랐다. 다 됐습니다. 거울을 보니 완벽하게 세팅된 자신이 보였다. 메두사는 살짝 웃으며 거울에 비칠 오르카를 바라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뒤를 돌아보자 아무도 없이 혼자. 나 혼자.



두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옆엔 칸나가 등을 돌리고 자고 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거실쪽을 바라보자 보스가 보이고 그리고…. 없구나. 메두사는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눈에서 눈물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손을 쥐어봐도 잡히는 건 공기뿐. 오르카, 오르카…. 그제야 한없이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1. 버뮤다 삼각지역 - 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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