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하던 디오의 솔로 앨범이 나왔다. 8곡이 담긴 미니 앨범. 마지막 두 트랙은 원곡 (영어, 스페인어 ver.)이니 실질적으론 6곡이라고 봐야겠지만. 한 곡, 한 곡 소중히 들은 이 솔로 앨범에 대한 소감은 다음 글에 적는 것으로 하고, 먼저 그가 쓴 '글'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I'm Fine>의 가사에 디오가 참여했다는 정보를 듣고 나서 <괜찮아도 괜찮아>의 이야기를 안 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곡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괜찮아도 괜찮아>와 <I'm Fine>은 비교적 단출한 악기 구성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곡들이다. <I'm Fine>은 인트로부터 허밍과 리버브가 걸린 기타 소리로 시작하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끌어내며, 2절 중반부터는 또 하나의 기타가 추가되면서 조금 더 풍성한 구조로 변화하지만 단순한 느낌을 잃지 않은 채 끝이 난다.

그에 반해 <괜찮아도 괜찮아>는 그야말로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디오의 목소리만으로 한 곡 전체를 즐길 수 있는데, 특히 곡의 리듬 섹션이 듬성듬성 비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인트로와 1절 후렴, 2절 후렴 이후로 등장하는 타악기 소리는 기타의 몸통을 두드려서 나는 소리인 바디 으로 채워져 있다. 매우 흥미로운 선택인데, 마치 겨울날 모닥불 앞에 둘러 앉아 즉흥적으로 시작한 버스킹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친밀하고 가깝다.

어쨌든 두 곡 다 디오의 목소리와 그가 쓴 가사를 즐기기 쉬운 곡이라는 것만 담아두면 될 것 같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가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괜찮아도 괜찮아 : 자기 구원



개인적 감상으로 <괜찮아도 괜찮아>가 가리키는 이야기 (가사)의 화살표는 대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 화살표는 자기 자신, 즉 디오가 아닌 도경수를 향하고 있다.

디오는 참 신기한 아이돌이다. 팬들의 요청을 거부해도 태도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아이돌이며, 되려 그 모습을 많은 팬들이 좋아하고 귀여워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디오라는 사람에 대한 팬들의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신뢰 관계를 견고히 쌓기 전까지는 오해 받기도 쉽고, 꼬투리 잡히기도 쉬웠다.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하는 아이돌들 속에 숫기 없고 단호히 거절하는 디오의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건 분명 도경수라는 사람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다. 그렇다고 그 신뢰관계를 쌓는 사이에 어려움이 없었을 리 없다. 

나는 나로서 있을 뿐인데 주변에서 '이럼 안 되지, 저럼 안 되지'하며 왈가왈부 떠들어댄다. 그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감정들은 내 것 같기도 하지만, 내 것이 아니기도 하다. 그것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자신을 위로할 주문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괜찮아도 괜찮은 걸까? 응. 괜찮아도 괜찮아. 어지러울 만큼 많은 의견들 사이에 중심을 잡아 온 지난 날들을 떠올리며 디오는 <괜찮아도 괜찮아>의 가사를 써 내려 갔다.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태도를 필요 이상 꾸미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한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수많은 연예인들이 이 곡을 추천하고, 커버하지 않았을까. (대충 찾아본 것만 해도 열 댓명은 족히 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돌보기 위해 쓴 곡이 많은 사람들을 치유했다. 말 그대로 공감되니까.



I'm Fine : 타자 구원



<I'm Fine>에서 디오는 <괜찮아도 괜찮아>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걸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구원해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가사에서 특히 그러한 성향이 두드러진다.


혹시 아니라 해도
늦기 전에 나와 같이 해볼까 하나씩
혼자 고민하지 않게
더는 후회하지 않게
작은 소원까지도 하나하나 둘이  


연예인과 팬들이 만나는 모든 상황에서 (V앱, 인스타 라이브 같은 다대일 소통이나, 팬싸인회 같은 일대일 소통) 연예인과 팬들이 서로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상대방의 안위이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친밀한 관계의 사람과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둘이 오랜만에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아마도 '어떻게 지냈어? 잘 지냈어?' 같은 상대방의 안위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처음 만난 사이에 '어떻게 지냈어? 잘 지냈어?'라고 묻는 건 이상하다.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령 당신이 당신의 최애 뫄뫄를 단 한 번도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애의 입에서 '여러분 잘 지냈어요? 어떻게 지내셨어요?'같은 말이 나오는 순간, 당신과 최애는 이미 서로 간의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팬들의 일방적인 내적 친밀감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를 담아 해석한다면 (실제로는 어떤지 몰라도) 이 곡을 팬송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괜찮아도 괜찮아>가 팬송이라는 정보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정확한 출처가 나오질 않는다... 내가 잘못 본건가?)




How are you?
너는 잘 지내는지
바라던 하루인지
내게 했듯 넌 너에게도 물어봐줘 

난 잘 지내고 있었다고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말해주길 진심으로 바랄게
I’m fine, I’m fine, I’m fine
그 한마디면 나 역시 I’m fine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영어 교육을 받으면서 잊을 수 없는 문구 중 하나가 'How are you? / I'm Fine thank you'일 것이다. 이 문구를 통째로 외워버린 탓에 'I'm Fine'의 가치가 다소 낮아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 굉장한 말이다.

일단 누군가 당신의 요즘을 궁금해 했다는 것만으로도 꽤 대단한데, 그 대답으로 '잘 지내'를 되돌릴 수 있다는 건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안심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괜찮아도 괜찮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매일, 지치지 않고 당신의 안위를 물어봐 줄 곡을 디오가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향해 괜찮냐고 물어보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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