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하행.

서브웨이마스터를 하고 있어.


음? 좋아하는 거?

으음~ 포켓몬, 더블 배틀, 열차, 단 거...


뭐,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있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건

내 쌍둥이 형, 상행이야.


물론 상행도 나와 같은 서브웨이마스터!

같은 서브웨이마스터지만 난 상행을 동경해.


상행은 엄청 엄~청 강해!

포켓몬 승부에서 거의 진 적이 없지.


항상 전력으로 서로를 성장시켜 주는

그것이 나와 상행의 관계.


상행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내 마음이 두근두근해져!



" 하행, 뭐 하고 계십니까?

오늘 업무도 끝났으니, 얼른 퇴근할 준비 합시다. "


" 알았어, 상행!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상행이 너무 좋아.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 함께였고,

앞으로도 쭉 상행과 함께 살고 싶어.


만약 우리 둘 중 하나에게

큰 일이 생기더라도 말이야.






...


삐비비비비빅- 삐비비비비빅-

삐비빕- 삑-


타악-



" 우으응... 잘 잤다아~!

상행, 오늘도 좋은 아침~ 어...? "


...


" 상행? "



이상하다? 상행이 안 보여.


벌써 일어나서 먼저 씻고 있나?

하지만 욕실은 조용한데?


혹시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나?

하지만 아무런 냄새도 풍겨오고 있지 않는걸?



" 상행~ 어디 있는 거야~?

왜 아무 대답이 없어~? 상해앵~? "



... 쮜이익...



" 응?! "



너도 방금 그 소리 들었어?

아까 상행의 이불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게다가 이불 한가운데가

왠지 살짝 튀어나와 있는 것 같아.

분명... 저기에 뭔가가 있어!



" 꿀꺽... "



조금 긴장한 채로

이불을 슬쩍 걷어 올렸더니...



... 쮜이~?


" 으아악! 쥐다!!! "



나는 깜짝 놀라서 옆에 있던 빈 상자를

거꾸로 뒤집어서 그 쥐 위에 턱 엎어버렸어.


그렇게 상자 안에 쥐를 가두었지만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서

멀리 떨어져서 후하후하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아니 글쎄 방금 가둔 쥐가 말이지...



쮜이이이이이이이이익---!!!

쮜야아아아아아아악---!!!



아니, 무슨 쥐 소리가 이렇게 커?!

마치 상행이 종종 승부 중에

잔뜩 흥분해서 내지르는 슈퍼브라보 같잖아?!


응...? 어라...?

그러고보니 왜 저 쥐가

상행의 이불 밑에서 나온 걸까?


그리고 아까 언듯 봤을 때,

그 쥐, 검은색이었던 것 같았어.

마치 상행의 코트색처럼 말이야.



" 에이, 설마... "



나는 설마 하면서도 제대로 확인해 보려고

다시 그쪽으로 조심조심 다가가

쥐를 가둔 상자를 슬쩍 들어올렸어.



파밧-


" !!! "


쮜이이...



안에 있던 쥐는 쏜살같이 틈 사이로

뛰쳐나와서 내 품에 안겼어.

그리고 왠지 잔뜩 삐진 듯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지 뭐야!


자세히 보니... 이 아이,

쥐가 아니라 햄스터구나!


동글동글하고 까만 털의 몸,

등 위에 나 있는 등줄기 하나,

짧똥한 꼬리,

그리고 핑크색 코와 발...


아무래도 정글리안 햄스터라고 불리는

종류인 것 같아.


... 있잖아, 사실 나도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고 믿기 싫기도 했지만...

역시 이 햄스터가 내 쌍둥이 형,

상행인 것 같아.


상행의 이불 밑에서 발견된 것도 그렇지만

더 결정적인 증거가 있거든.

그건 바로 이 아이의 얼굴 양 옆에 달려있는

칼날 모양의 털이야.


예전에 엄마한테 들었는데

그 칼날머리는 우리가 태어날때부터 있었데.

그리고 우리가 자라면서도 계속 붙어 있었고.

그런데 우리의 상징과도 같던

그 칼날머리가 이 햄스터에게 달려 있다는 건...


나는 그 아이를 손에 들어올려서

나와 시선을 맞추고 말했어.



" 있잖아... 너, 정말로 상행이야? "


... 쮜이-!



세상에! 이 아이,

분명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러면 정말로 상행이

하루아침에 햄스터가 되어버렸다고?!

이를 어쩜 좋아!!!






쮜직- 쮜이이-


" 쉬잇~ 상햄. 조용히 해. "


쮜이...



상행이 갑자기 햄스터가 되어서

정신 없는 아침이긴 했지만...


어쨌든 기어스테이션에 출근은 해야 하고

그렇다고 집에 햄스터 용품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상햄을 혼자 집에 놔둘 수도 없어서

일단 내 사무 가방에 넣어서 데리고 왔어.


당연히 나 혼자만 출근한 걸 이상하게 여긴

기어스테이션 직원들이 상행은 어디 있냐고 물었어.

나는 상행이 아파서 집에서 쉬고 있다고

거짓말 할 수 밖에 없었지.


겨우 직원들을 속이고 사무실까지

무사히 상햄을 데리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직원들에게

상햄의 모습을 들켰다가는

당장에 쫓겨날지도 몰라.

그래서 최대한 가방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일러두기는 했는데...


역시 오후쯤 되니까 상햄도 많이 답답한가봐.

평소의 상행답지 않게 자꾸만 칭얼거리네...

그런데 어느 순간 상햄이 조용해져서

걱정이 된 나는 조용히 가방을 열어보았어.



헥 헥 헥 헥 헥...



글쎄 상햄이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고 있는거 아니겠어?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웠어ㅠㅠ



" 아이구 세상에... 상햄 많이 덥구나?

나야 지금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지만

너는 가방 안에 있으니 바람도 안 닿고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으니 더 덥겠네...

미안해 상햄, 이제 곧 퇴근 시간이니까

조금만 더 참아줘. "


쮜이-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손풍기라도 챙겨올걸 그랬어.

물론 마음 같아서는 가방 밖에 꺼내서

상햄에게도 에어컨 바람을 쐬어주고 싶지만...


아무리 나랑 상행 둘만 쓰는 전용 사무실이라도

직원들이 내게 서류 결재를 부탁하기 위해서

계속 들락날락거리고 있고

배틀서브웨이의 도전자를 맞이할 때는

나도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데

내가 없을 때 직원들이 상햄을 발견한다면...


으으... 상상도 하기 싫어!


하지만 이제 퇴근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상햄이 그때까지 잘 버텨주길 바래야지...






엄청 길게 느껴졌던 하루가 끝나고

마침내 나랑 상햄은 같이 집에 돌아왔어.


물론 오는 길에 상햄을 위해서

햄스터 용품들을 사오는 것도 잊지 않았지.


일단 상햄이 지낼 리빙박스에,

톱밥, 은신처, 쳇바퀴, 밥그릇, 물그릇...

그 외에도 이것저것 사니까

10만원은 훌쩍 넘더라고?!


으으... 이 돈이면 신상 열차모형을

하나 더 살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상햄을 위한 거니까

전혀 아깝지는 않아!


아무튼 내가 이걸 다 들고 올 수는 없어서

바로 우리 집으로 보내달라고 배송 서비스를 신청했어.

샤워하고 나오니 집 앞 마당에 벌써 와 있더라.


나는 얼른 상햄의 집을 멋지게 세팅하고

지금까지 좁은 종이박스 안에 있던

상햄을 꺼내서 그곳으로 옮겨 줬어.


상햄은 새로운 집에 들어가자마자

킁킁 냄새를 맡으면서 탐색을 했어.


나는 턱을 괴고 상햄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동그란 뒷태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서 물었어.



" 상햄~ 새집은 마음에 들어? "


쮜직- 찍-!



다행이다, 마음에 드나 봐!


탐색을 다 마친 상햄이 배가 고팠는지

작은 두 손으로 배를 문질문질거렸어.

그러고 보니 용품들만 사고 정작 사료는 안 샀잖아?!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원래 사람이었던

상햄에게 진짜 햄스터 사료를 먹이는 것도

조금 그렇긴 한데...

그러면 뭘 줘야 하는 거지?



" 일단... 우리 샐러드 재료로 사놨던

닭가슴살이랑 채소를 좀 썰어서 줄까? "



다행히 상햄은 내가 준 것들을

맛있게 받아먹었어.



후아암~...



배가 부른 상햄은 피곤했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쫙 하더니

은신처로 꼬물꼬물 들어가서

몸을 말고 쿨쿨 잠들었어.



" 귀여워... "



솔직히 사람 모습이었을 때도

가끔씩 상행이 엄청엄청

귀엽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햄스터가 되니까

몇 만 배는 더 귀여워 진 것 같아!


흐음... 그런데 상행이 어쩌다가

햄스터가 되어버린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제 밤에 간식으로 먹었던

견과 모듬 중에 유독 황금색으로 빛나는

해바라기씨가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왠지 찝찝해서 그것만 빼놓고

다른 평범한 해바라기씨를 먹었는데,

혹시 상행이 그걸 먹은 걸까?


만약 그걸 먹어서 햄스터가 된 거라면...

어떻게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주지?


으으... 머리 아파...

일단은 고민해봤자 답도 없으니까,

상행이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내가 잘 보살펴 줘야지.


오늘 하루 고생했어, 상햄.

잘 자,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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