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만 사는 행성이 있다

그곳에는 웃음 소리가 밀물로 쓰여 있다

밟아도 꺼지지 않는 구름이 폭 피어나는 들판과

바다꽃이 어깨를 부딪는 곳에는 꼭 들러야 한다


오직 두 사람만 사는 행성이 있다

나는 그 행성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그곳의 지도를 그리느라 25평 되는 바닥을 다 썼다

당신이 이 별의 이름을 정확히 망각하는 날이 오기 전에

세모나게 네모나게 동그랗게 때로는 분홍 이파리처럼

그렇게 수십 수백 지점을 표시해 놓을 것이다


오직 두 사람만 사는 행성을 그린 지도가 있다

그 위에서 우리는 더위를 핑계로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737일 하고도 19시간을 더 돌아도 끝나지 않는 하루를 살며

부서지기는 해도 결코 녹슬지 않는 파도의 춤사위를 바라보거나

밤이 지나가는 사이 남몰래 별을 찍어다 수채화를 그린 다음

덧칠한 은하수가 마르는 동안 그림에 제목을 붙일 수도 있겠다


종이 위로 흐드러져도 미련하지 않았던 꽃송이들에게

그들의 이름을 딱 한 장만 더 빌려도 되겠냐고 물어보자

머뭇거리는 허락의 말을 가만히, 가만히 기다렸다가는

오직 두 사람만 사는 행성으로 날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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