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무거운 연애

W.레이첼











진영은 최근에 헤어진 여자친구가 아직도 저를 쫓아다닌다는 얘기를 전화로 두시간째 뱉고 있었다. 대휘는 감기는 눈을 부릅 뜨며 적잖이 리액션을 해주고 있었다. 대휘는 세상에서 남의 연애 얘기 듣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었다. 이대휘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 제대로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아는 이발사가 이리도 답답했을까. 주변 사람들 그 어느 누구도 대휘가 몇 년째 연애를 못한 연애고자라는 걸 알지 못했다. 대휘는 저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던 때가 한 두번이 아녔다. 


나! 연애! 못해봤다고! 그러니까 니들!연애는! 니들이 알아서 좀! 하라고! 


왜 연애를 못했냐고? 어디가서 와꾸로 밀리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이상한 것도 아닌데? 이유는 대휘 자체에게서 찾아볼 순 없었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강의건이었다. 아니 이제는 강다니엘이겠지.


대휘는 저를 좋아한다 하면 진짜 싫은 스타일이 아니고서야 어떤 사람이든 만났다. 여자든 남자든, 사실 남자에게 고백 받는 빈도수가 더 높았지만. 아무튼 대학에 입학하기 무섭게 사람들은 저를 가만두지 않았다. 귀엽다, 예쁘다에서 부터 꼴린다까지 별별 문장으로 고백을 받아봤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은 잡지 못하는 대휘는 제게 고백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났다. 만남은 순조로웠다. 딱 키스 전까지 말이다. 


입술만 맞댈라 하면, 주둥아리를 쭈욱 내뺄라 치면! 어김없이 백프로 의건과의 일이 떠올랐다. 못하겠어여.. 울먹이며 꺼내는 말에 상대는 열이면 열 대휘를 떠났다. 


하긴 나같아도 그러겠다. 대휘는 자조하며 말했다. 


강의건이 뭐라고 도대체 그 기억이 뭐라고! 이런게 트라우마인가. 정신과라도 가야하나. 병원 앞에서 발을 돌린게 수어번. 대휘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이런 어줍잖은 결론을 내리면서. 하지만 시간은 만병통치약이 아녔다. 


이제 이십대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내일 모레면 계란 한 판인데. 그 안에 제대로된 연애라도 한 번 해봐야 속이 후련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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