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물) 늑대수인의 진실




* 실제와 무관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W. 재재








Q. 늑대는 평생동안 한 반려만 바라본다는데 진짜인가요? 늑대수인 기르고 싶어서요ㅠㅠ 빠른 답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늑대수인과 함께 살고있는 사람입니다. 저희 집에 있는 늑대수인과 함께 산지 N년째 인데요 지켜봐온 결과 한 반려만 바라보는거.. 사실입니다.





태형은 자판을 두드리다 턱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침대에서 킁킁거리며 온 몸을 부빗거리는 늑대모습의 정국을 바라보았다. 아, 털 엄청 붙겠네. 맨날 붙어있는데도 정국은 태형의 냄새를 맡으며 좋아했다. 뭐.. 안정이 된다나 뭐라나. 태형은 정국을 바라보다 다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뒷말을 잇기 시작했다.



- 한 반려만 바라보는게 로맨틱해보이나요?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 일상을 알려드릴테니 직접 판단해보세요.







Rrrrr


"여보세요?"


[태형..]


"정국이? 왜?"


[태형 어디야.]


"나 오늘 교수님이랑 대학원 애들이랑 같이 밥 먹고 간다고 했잖아."


[아니, 어디냐고]


"학교 앞 술집이야."


[태형 맨날 가는데?]


"응, 조금만 기다려. 곧 ㄱ.."





뚝 끊긴 전화에 태형은 휴대폰을 째려보았다. 컸다고 휴대폰 사줬더니 통화예절이 영 별로네. 늑대는 독립성이 강하다 해서 조금 혼자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국의 행동은 영락없는 강아지였다. 조금만 늦어져도 토라지고, 늦는다 미리 말해도 참을 수 있는 한계치가 짧았다. 다른 친구들 만나라고 수인학교도 보내줬더니 수업만 끝나면 칼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 왕따인가 싶어서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정국이는 인기가 아주 많아요.]


"네? 근데 왜 친구랑 안놀고..."


[친구들은 정국이한테 다가가는데 정국이가 냉대하더라고요.]


"아..."


[늑대들 특징이 보통 그러니까 걱정 안하셔도 돼요~ 자신의 무리 말고는 신뢰를 주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나 말고는 아무랑도 가깝게 안지낸다..? 하긴 정국이 얼굴에 인기가 없을리가 없는데 친구가 없는거면 정국이 문제지.. 하아...


태형은 시무룩했던 정국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세요? 집에.. 정국이가 혼자 있어서.. 아, 그 선배님이 키운다는 수인? 응응. 늑대 수인이라고 안했어요? 늑대수인인데... 아직 아기에요? 아니 다 컸지.. 그럼 좀 혼자 있어도 되죠~ 얼른 앉아요 선배님. 오랜만에 함께 모이는 자리였기에 후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형을 잡아 다시 앉혔다. 그래, 태형이 네가 있어야 더 재밌지! 교수님까지 거드니 태형은 영락없이 붙잡혀 있어야 했다. 아, 정국이 엄청 삐질텐데..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때 술집의 자동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몇분이세요? 신분증 확인할게요. 직원들의 말에도 남성은 묵묵부담으로 일관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태형은 조금씩 조금씩 술을 마시며 빨간 얼굴을 하고 웃고 있었다. 남성은 그런 태형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태형의 앞에 선 남성은 태형의 손목을 잡고 일으켰다.





"으, 누구.. 정국이..?"


"여기서 뭐해. 전화도 안받고."


"가려고 했는데에.. 근데 왜 화를내애.. 무섭잖아아ㅠㅠ"


"하아.. 일단 가자."





태형의 시무룩한 표정에 움찔 반응한 것도 잠시, 정국은 태형의 팔을 잡고 가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정국은 화가난듯 발걸음이 거칠었다. 태형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겨우 정국의 발걸음에 맞춰 끌려가듯 걸어가고 있었다. 정국아아- 나 넘어지겠어. 그제서야 정국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왜 화가 났어. 응? 내가 너무 늦었어? 미안해애애 먹다보니 늦어져서..





"왜 웃고있어."


"응?"


"술만 마시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고 헤롱헤롱.. 하.."


"그건 기분이 좋으니까.. 미안해,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ㅅ.."


"다른 사람도 태형 귀여운 모습 보면 반하잖아."


"...?"


"하.. 진짜.. 왜 이렇게 귀엽냐고."





????? 태형의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찼다. 제가 지금 술에 취에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건지, 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무.. 뭐라고 정국아? 태형. 응..? 술은 내 앞에서만 마셔.


그러니까 전정국은 내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서 화가난게 아니라..





"술 마시고 다른 사람 앞에서 귀엽게 웃고 매달려서 애교부리지 말고, 내 앞에서만 해. 남자들은 나 빼고 다...."


"나빼고 다?"


"늑.. 위험하니까."


"..? 늑?"


"....."


"네가.. 늑대잖아..?"


"....."


"정국아?"


"이런건 그냥 넘어가! 말 습관이란게 있는거지."





그러니까 전정국은 외롭게 둬서 토라진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한테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게 싫었던거다. 질투.. 인거지? 정국의 질투를 깨달은 태형은 조금씩 실실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알았어, 다른 사람들이랑 술 마실 때는 진짜 적당히 먹을게. 아니, 다른 사람이랑 마시지 마. 그래도 사회생활하는데 어떻게 안마시니. ..... 다른 사람한테 치댈정도로 안마실게. 만약 마셔도 취하기 전에 미리 연락할게. 취할거 같으니 데리러 오라고.





"약속."


"...풉."





태형은 자신의 앞으로 내밀어진 정국의 새끼손가락을 바라보았다. 태형이 이를 바라보며 웃자 정국은 심통이 잔뜩 난 표정으로 태형을 노려보았다. 웃지말고 빨리 약속. 알았어, 자. 새끼 손가락을 걸고 엄지까지 꾹 찍자 정국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어? 웃었다! 아, 됐어. 정국아 이 주인님은 너밖에 없다~ 그러니 너무 질투하지 마. 내 사랑 받는 사람은 너 뿐이니까. 아, 사람이 아니라 수인. 히-





"나도."


"응?"


"나도 태형뿐이야."


"알지 그럼~"


"난 친구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진짜 태형뿐이야."


"...친구는 좀 만들어. 수인학교에서 인기 좋다며."


"태형이 아닌 애들이랑 왜. 난 태형이면 돼."


"....."





태형이 짐짓 굳어가는 표정으로 정국을 바라보자 정국은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으며 태형의 앞에 뒤돌아 앉았다. 업혀. 응? 업혀 취했잖아. 괜찮아, 너랑 찬바람 맞으면서 대화하니까 다 깼어. 그래도 업혀. 괜찮다니까? ..... 아, 알았어. 태형은 정국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만 바라보는 저 깊은 눈망울을 바라보면 이길 수가 없었다. 정국또한 태형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태형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감정이 폭풍처럼 지나가니까. 그럼 누가 이기는가? 그런건 없었다. 어느 때는 태형의 고집이 어느 때는 정국의 고집이 이겼다. 태형이 정국에게서 술자리 약속을 따냈지만 결국 정국에게 업힌 것 처럼.








정국의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다른 수인들과 싸워서 이가 나갔다나. 태형은 사색이 되어 수인학교를 찾아갔지만 정국의 모습은 멀쩡했다. 분명.. 이가 나갔다고..? 그.. 정국이가 이가 나간게 아니라, 정국이가 다른 아이의 이를 나가게 했습니다. 네??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닌데.."





학교폭력 현장에서 너무나도 뻔한 가해자 부모의 말. 우리애는 그런 애가 아닌데.. 원래는 착한앤데.. 무슨 일이 있었겠죠. 저 애가 우리 애 성질을 돋궜겠죠! 그런 드라마를 보면서 저저,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 사과를 먼저 해야지 하면서 욕을 했는데 지금 제 입 밖으로 나간 말이 그 말이었다.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닌데.. 하지만 이 말은 진심이었다. 정국이는 이유없이 남을 두들겨 팰 인물은 아니었다.





"정국아, 정말 네가 그런거야?"


"아니, 딱 보면 몰라요? 저 늑대새끼가 우리집 귀한 고양이를..!"


"... 죄송해요. 하지만 늑대새끼란 말은 좀.."


"허, 아주 잘나셨네. 이래서 중종들은 따로 분리 시켜야 한다니까."





태형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시 잡았다. 정국은 입을 뗄 생각이 없어보였기에 태형은 일단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절대 이유없이 그럴 아이는 아닌데.. 절대 늑대여서 공격한건 아니에요. 제가 다시 제대로 교육 시키겠습니다. 제가 학생이라 명함이 없어서.. 일단 번호 받아가세요. 병원 가보시고 저한테 청구하세요. 아이도 어머님도 많이 놀랐을텐데, 정말 죄송해요. 돈으로는 해결이 다 안되겠지만 그래도.. 비싼 검사 다 받으시고 마음 추스리세요. 학생이 이리 말하니까 일단 넘어가는거야. 주의 제대로 주고! 네..





태형 덕분에 무사히 나온 정국과 태형은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태형은 묵묵히 걸어가는 정국을 잠시 바라보다 말을 걸었다. 점심은 먹었어? 안먹었으면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말 없는 정국에 태형은 한숨을 내뱉었다. 나랑 말 안할거야?





"태형."


"응?"


"태형은 담배냄새 싫어하잖아."


"그.. 렇지?"





뜬금없는 말에 태형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정국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태형을 바라보았다. 내가 담배피면 키스 안해줄거지? 당연하지. 근데, 담배는 왜? 너 담배피워?! 태형은 커다란 눈을 더욱 커다랗게 뜨며 정국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국의 몸 이곳저곳에 코를 대며 킁킁대기를 한참 정국은 태형을 떼어내고는 볼을 붙잡았다. 쪽- 절대 안피워. 태형이랑 이렇게 하려고. 그럼 그건 왜 물어본거야.





"...그 고양이가.."


"?"


"같이 담배 피우자고 자꾸 질척대서 싫다고 했더니.."


"했더니..?"


"무리를 끌고와서 자꾸 우리 무리에 들어와라 어째라 기분 잡치게 굴잖아."


"허-"


"몇달째 계속 귀찮게 굴어서 잠깐 상대해줄까 하다가도.. 태형은 담배냄새 싫어하니까."


"그래서 결국 참다참다 팬거야?"


"...그건 내가 잘못했어. 자꾸 담배냄새나는 몸을 내 몸에 비비잖아."


"뭐?!"


"태형이 싫어하는건 나도 싫어. 내 몸에서 담배 냄새 날까봐 운동장도 엄청 빨리 뛰어다녔어. 냄새 날아가라고."





아니, 아니. 그래서 팬거야??? 태형의 불같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약간의 짜증 정도는 늘 보던 것이지만 극도로 화나는 일은 별로 본 적이 없었다. 정국은 태형의 말에서 태형이 극도로 화가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정국은 점점 빨개지는 태형의 얼굴을 확인하며 머뭇머뭇 말을 이었다. 화.. 화났어 태형..? 나도 여기 옷에서 태형냄새가 자꾸 사라져서.. 나도 모르게 주먹이.. 아, 미안해. 진짜 잘못했어. 이제 안그럴게 응? 그 고양이한테도 사과할게...





"그 고양이한테 네가 왜 사과해!"


"응..?"


"어디 감히 내꺼에 몸을 비벼?!"


"어..?"


"기분 더러웠지 정국아. 가자. 바로 집가서 씻고 내 냄새 배게 안고있어."





태형은 정국의 손을 가로채 빠르게 집으로 걸었다. 아니, 거의 뛰었다. 태형은 집이 가까워 차를 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차타고 왔으면 3분인데 10분이나 걸어야 하네! 신경질적인 태형의 발걸음 뒤에 정국은 기분좋은 웃음을 지으며 따라갔다. 태형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서? 아니, 정국은 적어도 태형에게 있어선 단순한 수인이었다. 정국은 단지 태형과 껴안고 있을 그 시간의 행복을 미리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우움- 정.. 웁.."





쪼옥- 쪽- 질척거리는 소리가 태형의 방에서 이어졌다. 정국은 늘 그렇듯 태형의 허리에서 손을 놓지 않았고, 태형도 오늘이 날이라는 듯 정국의 목을 감싸안은채 놓지 않았다. 태형이 정국의 목덜미를 간질이며 입천장을 혀로 쓸어올리자 정국의 머리에서 귀가 튀어나왔다. 크릉- 슬쩍 정국의 상태를 본 태형이 다시 눈을 감았다. 오늘도 잠 자긴 글렀구나.








- 판단이 되셨나요? 한 반려만 바라보는 늑대수인.. 좋은점도 많지만 걱정스러운 부분도 아주 많답니다. 애인을 만드는건 불가능하고, 질문자님의 허리도 걱정하셔야 할거에요. 제 허리는 포기한지 오래랍니다.

여러가지 고민해보시고 신중히 결정해주세요:) 제 답변이 질문자님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The End
















드디어 더페럴의 마지막입니다..!

연재속도가 중간부터 너무 느려져서 2년이라는 시간동안 연재가 되었네요;;


더페럴을 연재하면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무거운 글도 아니어서 쓰기에 편했고,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참 기뻤습니다^ㅁ^


그동안 더 페럴 차일드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작 대한의 영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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