惠氷傳



二十八話



옷이 얼어 다리를 뒤척일 때마다 버석버석 소리가 났다. 포승줄에 묶인 손에서는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유랑이 지어 입혀준 관복은 더러워지고,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있어 등허리가 아팠다. 

처량하게 앉아있는 한림의 행색을 본 대중정이 끌끌 혀를 찼다. 


"그러게 걸리기 싫으면 조심했어야지."

"……."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겠으니 고개만 숙일 따름이었다.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어제, 동 트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의 일이었다. 

유랑을 비롯한 비복들이 막 잠에서 깰 무렵, 번거롭게 배웅을 받고 싶지 않아 일찍 말을 타고 나가려던 때였다. 


"한림."


조용히 부르는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혜빙이었다. 

모포를 돌돌 싸매 껴입고 나와서는, 잔뜩 코가 빨개진 상태로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저를 불렀다. 얼른 말에서 내려 혜빙에게 제가 입고 있던 외투를 더 둘러주었다. 


"날이 많이 찬데 왜 나와 계셨습니까? 어서 들어가세요."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한림과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틈이나 주십니까?"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혜빙이 결연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리 되면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입술을 깨문 혜빙은, 품 안에서 책 하나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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