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부엉이둥지에서 발매되었던 회지의 유료 발행입니다.

(판형 104*210, 42P)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직장 상사로, 사귀는 두 사람의 짧은 에피소드입니다. 집에서 실수했더니 회사에서 구박받는 보쿠토의 아카아시 뒷담! 

※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이 주된 내용으로 통신어체 + 자음 등이 난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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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쓴 폰트 뭔가요.”

보쿠토는 움찔하며 차장이 가리키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모니터 위에는 PPT 몇 장이 떠 있었다. 그가 이틀 내리 붙잡고 한 작품이었다. 걸작이야, 보쿠토는 때를 잊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가 차장의 서늘한 눈치에 다시 몸을 움츠렸다.

“아, 그, 그게. 뭐였지…….”
“그리고 컬러톤이 너무 쨍한 빛이지 않나요.”
“에에.”
“이 폰트 말고 다른 폰트 쓰시고, 템플릿 전체적인 색깔 바꿔오세요. 좀 보기 편한 색으로. 내용은 나쁘지 않지만 텍스트가 좀 많은 편이니까 그것도 줄이고.”
“하지만 이거 슬라이드 진짜 많……. 네에…….”

보쿠토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뒤통수로 차장의 눈길이 꽂히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 책상 앞에서 모니터에 파일을 띄워본다. 두자리수의 슬라이드가 그를 열렬하게 환호했다.

결국 보쿠토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었다.



제목 : 회사에서 남친이 짜증냄
글쓴이 : 유채남편
내용 :

남친이 상사인데 집에서 실수한 걸로 회사에서 짜증내 ppt 슬라이드 다 고치라고 함


보쿠토는 재빠르게 타다다닥 입력하고는 작성 완료 버튼을 눌렀다. 익명의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웹사이트였고, 연인이자 직장 상사인 아카아시가 그를 못살게 굴 때면 줄곧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이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대부분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딘가에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제법 위안이 되었다.

보쿠토는 그렇게 글을 올려놓고, 아카아시가 말한 대로 프리젠테이션 파일의 템플릿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실상 무의미한 작업이었고 그러니 그의 말과 생각이 옳았다. 아카아시는 그저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창 전투적으로 작업을 하고서 다시 웹사이트를 열었더니 웬걸, 댓글이 달려 있다. 보쿠토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게시글을 다시 열었다.

└ 네로 : 집에서 뭔 실수를 했는데?

“윽…….”

하필이면 제일 대답하기 찔리는 부분을 묻는다. 그냥 무시할까? 보쿠토는 잠깐 고민하다 그 아래에 답글을 달았다.

└ 유채남편 : 그게 밤에. 하자고.
 └ 네로 : [산딸기]? 자꾸 하자는 거 님이 거절해서 그럼?
  └ 유채남편 : 아니 남친이 쉬자는데 내가 계속 하자고 해서…….
   └ 네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유채남편 : 참을걸…

보쿠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카아시는 웬만해서는 보쿠토를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매사에 칼 같아보여도 분명 보쿠에게는 무른 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 아카아시가 안 된다고 하면, 그 때는 말을 들어야했는데 어제 그만 열이 오른 탓에 고집을 부리고 말았던 것이다.

└ 안경닦이k : 지난번에 남친 컵 깨고 까인 거랑 동일인물인가
└ 네로 : 그건 또 뭔 얘기야
 └ 안경닦이k : 여기 댓글 달 필요 없단 뜻임
  └ 네로 : ???
   └ 안경닦이k : 유채남편 쟤 편들어줘도 남친 욕하면 난리남
    └ 네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유채남편 : 아니거든??
└ 유채남편 : 나도 지금 여기 남친 까러 왔거든
└ 유채남편 : 그리고 컵은
└ 유채남편 : 컵은 내가 그때
└ 유채남편 : 내가 깨긴 깬 거니까
 └ 네로 : 알았으니까 진정해…….

전투적으로 댓글을 입력하던 보쿠토는 순간 뒤쪽에 그림자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곤 후다닥 인터넷 창을 내렸다. 아카아시가 그의 뒤를 슥 훑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다행이 딴짓하고 있던 걸 들키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한참이나 클릭과 클릭을 연타해가며 대략 프리젠테이션 파일 수정을 마무리 지은 보쿠토는 꽤 오래전인, 아카아시가 아끼던 컵을 깼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커뮤니티 내에 그 게시글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웠다.

‘아, 조금 이것저것 시끄럽긴 했었나?’

보쿠토는 무신경하게 생각하며 그 때의 일을 회상했다. 아침 출근하기 전, 바쁘게 커피를 마시는 아카아시에게 입맞춤을 조르다가 커피는 커피대로 쏟고 컵도 그대로 깨버렸었다. 옷도 엉망이 되어 갈아입어야 했고 쏟은 커피와 깨진 잔까지 치우느라 지각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나마 아카아시가 보쿠토를 먼저 보내줘서 보쿠토만은 지각을 면했었다. 하지만 그 날을 돌이켜보면 보쿠토는 차라리 자신만 지각을 할 걸 그랬다고 땅을 치곤 했다.

‘그 날 진짜로 지옥같았다…….’

아카아시가 눈을 이렇게 날카롭게 만들고서는, 숨소리만 잘못 내어도 질책을 했었다. 보쿠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맛보다 그 때의 게시글을 찾아내곤 얼른 다시 눌렀다. 수백개의 댓글이 주르르 달려 있는 글이었다.

제목 : 남친이 같은 회사 차장인데
글쓴이 : 유채남편
내용 :

아침에 내가 컵 깼다고 회사에서 일로 꼬투리잡고 화냄ㅡㅡ

└ 유채남편 : 숨만 셔도 갈아 마실거같다
└ 안경닦이k : 무슨 컵을 어떻게 깼길래..
 └ 유채남편 : 아 뭐.. 고딩 때부터 쓰던 컵이긴 했는데
 └ 유채남편 : 그래도 그렇지 자기 남친보다 컵이 소중함?
 └ 유채남편 : 어떻게 그렇게 뭐라할 수 있음 진짜
└ 우동에유부 : 뭐? 니 남친이 화낸다며 근데 왜 걔가 널 남친이라고 해
└ 우동에유부 : 니들 게이냐?
 └ 유채남편 : ㅇㅇ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 유채남편 : 진짜 숨만 셔도 짜증낸다고
└ 안경닦이k : 짜증 심하게 내나..
 └ 유채남편 : 장난 아냐 진짜
└ 우동에유부 : 그래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데
└ 우동에유부 : 집안일 직장까지 가져오고 그러는 건 좀..
└ 우동에유부 : 니 남친 별론 듯
 └ 유채남편 : 너 니가 뭔데 내 남친 욕해
  └ 우동에유부 : 아니..
  └ 우동에유부 : 아니 지금 니가 니 남친 까달라고 가져왔잖아
   └ 유채남편 : 아니거든?
   └ 유채남편 : 걔가 고딩 때부터 아끼던 컵 깨졌는데 사람이 짜증날수도 있지
└ 안경닦이k : 뭐 컵 깨면 다칠까봐 걱정해서 그랬나봄
└ 유채남편 : 그래 내 남친 완전 최고니까
└ 유채남편 : 근데 그건 아닌 듯 그냥 진짜로 짜증냈다고…
└ 우동에유부 : [살구] 난 여기 나갈란다

보쿠토는 닉네임 ‘우동에유부’을 입 끝으로 욕하며 툴툴거렸다. 사실 그 컵은 보쿠토가 고등학교 때 아카아시에게 선물해준 컵이었다. 그걸 얼마나 아끼는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괜히 마음이 간지럽고 뿌듯하기도 했다. 그게 깨져서 화를 내니까 오히려 더 기쁜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그에게 혼이 날 때마다 시무룩해지고 말았기는 했으나.

옛날 글을 살펴보다 다시 방금 전 올렸던 글로 돌아온 보쿠토는 새 댓글이 달려있는 걸 보곤 눈을 반짝이고 게시글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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