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연재를 마치고(22. 5.) 당시에 썼던 후기예요. 기록용으로 남겨 봅니다.

연재를 다 달린 독자님들께 말하는 후기라서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어요.

(출간 후 첨언은 다른 색으로 표기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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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네요.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장장 2년 반에 걸친 대장정이...ㅠㅠ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_ _) 덕분에 포기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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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사실 이것은 재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탤런트(TALENT)는 이중적인 의미의 제목이었죠.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까마득한 2016년 11월 즈음이었는데… 제가 이때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가이드버스 설정을 처음 접하고 1권 반 정도 써 보다가 센티넬 단어의 저작권 문제로 접었기 때문에…ㅎ (지금은 해결이 되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그래서 가볍게 머리를 비우려고 쓰기 시작했던 코믹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권으로 끝날 줄 알았음;)

(그래서 다음 작은 꼭 2-4권 사이로 짧게!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긴 이야기를 써 본 게 처음이라 이야기 분량이 얼마가 나올지 몰랐던 게 컸거든요. 하지만 앤솔에서 글자 수를 계산하며 써 봤기 때문에 다음 작부터는 분량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연기를 지지리도 못하는 애가 연기 천재와 영화에서 만나서 오해로 얽히면 재밌겠다는 생각이었죠. 내용도 가벼운 개그물이었어요.
 (애초에 심각하게 쓸 생각이 요만큼도 없었음. 그래서 캐릭터 성격도 좀 과장되게 나갔었고...ㅎㅎ 정말로 시트콤스러운 개그물을 의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제목을 ‘탤런트(TALENT)’로 정하면서 길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에 의미가 부여되면서 재능talent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되었거든요.

게다가 연기를 못하는 애가 연기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연기판에서 구르는 걸 현실적으로 풀어 내다 보면 이야기 끝까지 개그로만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만약 현대물이 아니라 시대물이었다면 이경이가 좀 더 사랑받는 아방수로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나중에 시대물로도 아방수를 한번 써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튼 그러다 보니 (결국 본성을 거스르지 못하고) 이야기가 자꾸 무거워지기 시작했는데… 이게 현실 이야기가 끼어 드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게다가 초짜다 보니 요령까지 없어서 길어질 수밖에 없는 설정을 마구 남발하기 시작했고요. (둘 다 남자가 처음 + 몸만으로 시작한 관계 + 잘 모르는 연예계 배경 등등) 
(그리고 또 지금, 잘 모르는 현대 배경물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1권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글이 7권까지 불어났습니다. (쓰면서 쳐낸 분량도 1권이 넘어요….) 연재 기간 2년 반…. 그사이에 나온 앤솔로지가 무려 4개…; 
(그 과정에서 있었던 환장할 만한 일들이 또 여러 개... 후...;;)

원래 아방수 계열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쓰면서 좀 힘들었습니다. 자칫하면 욕 먹기 딱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더군다나 현대물이라니.) 아직 어리니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썼고 또 초반에는 욕을 좀 먹을 거란 생각도 했었는데 생각보다 이경이 입장을 많이 고려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바로 주연 실드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봄.) 
(그러나 그것은 무료 연재의 힘이었음을 출간 후에야 알게 되었다지요...ㅠㅠ)

최우진은 그냥 전형적인 성격 나쁜 공 캐릭터를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못됐어도 공이면 귀여운 매력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아니한가…를 생각하며 공으로서의 최저한도(음주운전 안 하기, 세금 잘 내기, 수 안 때리기 등)를 지키며 최대한 뻔뻔하게 만들어 보았는데요, 초반에는 다들 화내셨지만 후반으로 가니 좋아해 주셔서 매우 기뻤습니다.ㅎㅎ 
(역시 무료 연재의 힘...ㅠㅠ)

그리고 쓰기 시작할 적에는 아이돌(특히 남돌)에게도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연예계 쪽을 잘 몰랐어요. 쓰면서 인터넷과 유튜브, 서적 등을 뒤지며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조사하면서도 내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를 건드렸을까 매우 후회하며 근근이 썼습니다. (그러다 도중에 뜬금없이 덕통사고를 당해서 제대로 입덕하고 매일 소속사를 욕하고 있다는…. 하, 인생 정말 알 수 없어요…ㅎ)

영화 촬영 장면 나올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쓰면서도 업계 관계자가 혹시라도 보면 얼마나 알못인 게 티가 날까 마구 괴로워하며 썼으니까요ㅎㅎㅎ 그러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왠지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안심(이라 쓰고 포기라 읽음)하고 썼습니다. 업계 관계자라면 설마 벨에서까지 굳이 업계물을 보고 있진 않겠지 위안삼으면서요. 
(쓰면서 되게 힘들었던 구간이 있었는데 - 실제로 좀 헤맸음. - 출간 후 리뷰를 보며 아, 이게 역시 티가 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영화 내용도 비꼴 의도로 만들긴 했는데, 개그를 섞어서 쓴다고 했는데도 이게 진행 상 장면이 심각해지니까 쓰면서 좀 힘들더라고요.... 사실 윤 감독의 취향이나 그가 만드는 영화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계열입니다.)

그리고 지태현은 원래 내정된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연하인 아이돌이라면 이런 성격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조연으로 추가했던 경우인데, 스스로 생명력을 지녀서 좀 날뛰다 상황상 꽤 오래 나오게 된 캐릭터예요. (영화까지 찍을 수는 없어서 도중에 퇴장했지만ㅎ 저도 많이 귀여워했어요.)

배정우도 원래 본격적으로 나올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게임을 통한 수미상관 구조(ㅎ)를 위해 분량을 확보한 경우였습니다. 1화에서 최우진이 깨지 못한 게임을 이경이 깨부수는 것으로 앞뒤를 맞추고 싶었거든요. 
(몇 분이나 알아차리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꿈을 위해 서울로 간 친구란 설정은 원래 있었습니다. (찾아보시면 중간에서 잠깐 언급이.)

그리고 마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싫어할 법한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넣어 만든 여캐입니다. 약간은 캐릭터 실험이기도 했어요. 벨에서 여캐를 다루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서 한번 해 보고 싶었거든요. 여캐를 드러내는 방식에 대한 시도이기도 했고요. 누군가는 욕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는? 그런 반드시 옳지만은 않은 여캐를 의도했고 다행히 어느 정도는 생각대로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꽤 맘에 드는 캐릭터예요. 
(사실 반드시 옳지만은 않은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이게 장르 소설에서 허용이 되는 부분인가에 대해 요즘 좀 고민 중입니다. 물론 제 역량 부족의 문제일 수도 있지요.)

아, 그리고 본편에서 제대로 풀리지 않은 윤 감독의 과거가 있는데, 여자 친구였던 여배우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훔친 것 때문에 소송당하고 유학으로 도망갔지만 돈과 집안의 힘으로 결국 흐지부지되었다는 게 뒷얘기입니다. (여배우는 일정 금액을 보상받고 결혼하고 이민 감.) 초기부터 있던 설정이었는데 본편에 나오기엔 너무 현실적이고 피폐한 느낌이 짙어서 분위기 상 그냥 뺐지요. 
(그외에도 너무 피폐해질 것 같아서 뺀 사건들이 좀 있습니다. 나는 대체 벨에서 뭘 쓰려고 했던 건가...ㅎㅎㅎ)

그리고 윤 감독은 첫 작의 성공에 힘입어 자신의 취향을 백퍼 반영한 예술적인 두 번째 작품을 만들었지만 쫄딱 망하고 정신을 차린 뒤 적당히 타협한 세 번째 작품으로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하게 됩니다. 뭐 그 성격에 그 배경에 그 능력에 알아서 앞가림 잘하고 살겠죠. 이후로도 간간히 사고는 칩니다만.

이경의 유튜버 엔딩은 제목이 정해졌을 때 이미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이걸 처음 생각했을 당시는 유튜버가 그리 대세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오, 신박하다! 싶었는데 문제는 제가 쓰는 게 너무 느려 가지고…ㅇ<-<) 초반에 얘 왜 유튜버 안 하냐고 해 주셨던 독자님들이 있었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이제야 말해 봅니다…ㅎ

원래는 연재분에서 본문만 삭제하고 나중에 외전이나 등등을 공지로 올릴 겸 남겨 둘 생각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연재했던 날짜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냥 습작을 하려고 합니다. 2019년부터 연재된 작품으로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텍본 얘기가 있으니 3일만 열어 둘게요.)
 (출간하면 공지로 알려 달라고 한 분이 계셨는데... 저도 좀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사정상 나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을 위해 자료를 남겨 둬야 했어요. 제발 좀 양심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네요.)

기타 소식은 트위터(gult0_)를 참고해 주세요.

연재 기간만도 2년 반이 되다 보니 그사이 변해 버린 것들 - 시대에 안 맞는 내용 등등 - 이 꽤 됩니다. 교정하려고 앞을 다시 보는데 눈물이…ㅠㅠ 첫 작이다 보니 어설픈 것도 눈에 띄고 모자란 것도 많이 보여서…(울컥) 그래도 쓰는 동안은 최선을 다했어요. 
(사실은 이 부분들을 후기 만화로 그릴까 싶기도 했었는데, 과연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쓰면서도 현실(진실)과 이야기(거짓) 사이의 줄타기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어디까지 드러낼 것인지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상상이 과하면 자칫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너무 현실적으로 가면 대중 소설로의 매력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아직 휘청거리며 그 사이의 균형점을 계속 가늠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젠 좀 더 이야기 쪽에 비중을 두는 법을 연구해야겠지요. 글이란 보아 주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어요.)

완결까지 쓸 수 있게 읽어 주고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쓰면서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계속 의심해 보게 되는데, 댓글과 조회수, 추천을 보며 그래도 꾸준히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고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제 연재 속도를 생각하면 더 대단하지요….)

사실 어떤 분이 어떤 댓글을 쓰셨는지 다 기억해요. 자주 남기시는 분은 아이디도 기억납니다. 정말 꼼꼼하게 읽어 주셨구나 싶거나 흠뻑 빠져서 읽은 게 느껴질 때는 작가 입장에서 정말 기쁘고요. 정주행하며 회마다 댓글 달아 주신 분이나 1화부터 주기적으로 추천을 주욱 다 눌러 주신 분 -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 도 기억합니다. (제 작품의 선작과 추천 수는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기록을 보면 바로 티가 난답니다ㅎㅎ) 
(후반에 헤매는 거 지적해 주셨던 독자님도...ㅇㅇ 덕분에 방향 키를 다시 잡았습니다.)

그리고 도중에 왜 아직도 공이 후회를 안 하냐고 화내시던, 후회공 키워드를 열심히 찾아다니시던 독자분. 과연 마지막까지 탈주 안 하고 읽으셨을지 가끔 궁금했어요. (이 후기를 과연 보고 계실까요.ㅎㅎ)
 (그걸 후회의 영역에 포함시켜 주실지도 궁금하지만....)

사건사고도 많고 해서 중간중간 되게 힘들었는데 덕분에 많이 힘이 났습니다. 180화나 되는 대장정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연재를 읽어 주신 독자님들이 없었으면 진짜로 끝까지 못 썼을 거 같아요.)

외전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이건 쓰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일단 출간은 7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만 다른 사정으로 조금 밀릴 수도 있습니다.) 
(외전은...ㅠㅠ 원래 8개쯤 됐는데 지금 성적으론 출간이 암울한 상황이라 불분명해졌고, 만약 쓴다면 포타에 올리게 될 것 같아요. + 지금은 다음 작을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재미 있고 누군가에게는 또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그리고 누구든 방황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제가 어렸을 때는 그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여러분들께는 제가 대신 해 드릴 테니 다들 좀 덜 힘드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런데 의도와 달리 스트레스받는 분이 더 많으신 듯해서... 그, 참. 죄송한 마음...ㅠㅠ)


다들 정말로 감사합니다.(_ _)


덧) 아마 다음 작품은 네임버스물이 될 것 같아요! 
(이것도 미뤄졌습니다. 얘는 더 마이너할 수 있는 작품이라ㅎㅎㅎㅎ 일단 공부 삼아 좀 더 대중적인 내용으로 3작 정도 써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1차 BL 씁니다. <탤런트> 출간. <맥밀런가(家)의 수상한 지참금> 출간. (앤솔로지) 니가 시리즈 : <니가 사람이냐?(인외)> 중 '너는 말했다' / <니가 선물이냐?(크리스마스)> 중 '천사가 내리는 밤' / <니가 만두 줬냐?(감금)> 중 '프릭 쇼(Freak Show)' / <니가 그놈이냐?(공포,추리,미스터리)> 중 '마지막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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