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그는 방파제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눈이 시릴 만큼 바닷바람은 세차게 우리를 다그쳤지만 낡은 신발처럼 우리는 끝까지 스스로를 두둔할 채비를 마쳤다.

 

 너무 추워. 눈물이 나.

 흰 목의 위태로운 목젖이 허망해 나는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낮게 나는 저 새의 이름을 무엇일까.

 … 어디 갔다 온거야?

 난 항상 네 옆에 있었어.

 왜 입김이 나지 않아?

 여긴 바다라서 그래.


 나의 풀어진 신발끈을 묶어주러 그게 한쪽 무릎을 굽혔을 때, 구름에 가려진 해가 슬쩍 그의 마르고 쓸쓸한 등을 헤집었다. 학대를 막아섰던 저 작은 등의 흉터는 성장할수록 커져만 갔다. 그는 이 흉터가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가 역겨웠다. 돌이킬 수 없다며 정직하게 구는 다정했던 그를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닮고 싶었다.


 여긴 이렇게 막힌 것이 없이 사방에 훤하지만 훔쳐보는 이의 눈길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용기내어 그와 팔짱을 꼈다. 그의 머리칼 끝에서 겨울의 내음이 풍겼다. 시선을 올리면 그 때처럼 여전히 긴 속눈썹을 드리우며 웃는다. 내게 시선을 떼지 않던 그는 물웅덩이에 운동화가 젖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점점 뒷편에 찌걱이는 발걸음만 길게 이어지고…  유난히도 베개가 축축했던 그 날.  한껏 웅크린 몸을 처절히 손바닥으로 짚고 일어섰을 때, 검붉은 피의 끝에 서 있던 맹목적인 그가 뼈가 시릴정도로 버거웠다.


 골목 끝 낮은 돌담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남자의 음영에, 나는 그의 손목을 붙들었다

… 저 남자 누구야?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다급한 나는 손가락으로 정확히 가르켰다. 

저 가시덩굴 앞에 서 있는 남자 말이야.

그에게서 아무런 대꾸가 없다. 새벽, 기척없이 어루만지다 사라진 손을 기억한다. 그제서야 나는 깊은 토막잠에 빠졌다. 나는 숨을 막고 눈을 깊게 감았다 뜬다. 그의 손의 온도가 또렷하고, 저 앞의 모르는 이는 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 휘파람을 분다. 순간 이상한 약 냄새가 풍긴다.


 언제 해가 졌지? 그가 대답했다. 우린 방금 노을을 내내 보고 왔잖아. 

 거짓말 하지마. 그는 꽁꽁 얼은 내 몸을 어깨로 감싸며 답했다. 그래, 네가 그렇지 않다면 사실이 아닌거야. 나의 손은 그의 턱에 난 마른 버짐에 닿는다. 뭐 묻었어? 그가 손길을 피하며 부끄러운듯이 


 나의 소년은 웃었다.







-

그래도 써지긴 하네,,, 신기할 따름


됴른을 향합니다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