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수선하여
정신없이 방으로 들어와 술을 밀어 넣었다.
술기운이 올라와 천장을 보며
팔 다리를 널브러뜨렸다.
살며시 뜬 눈 앞에 놓인 죽단화 한잎에 눈시울이 불거졌다.
애써 외면하려 칼을 휘둘러 망가트렸지만
기여이 모습을 드러내는 구나.
잊어야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네가 떠올라서 그랬다보다.
먼 훗날 회포를 풀며
정오보다 따듯한 너의 품에 안겨 잠들 수 있는 날이 올까
설령 그 날이 오지 않는다 하여도
네 생각으로 가득찬 봄 내음이 오는 날엔
항상 너를 그린다.
내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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