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We Belong - Dove Cameron 들으며 읽으면 좋습니다.


 ‘*’ 부분 학교폭력 트리거 주의


 “연수 쌤, 연수 쌤. 내가 보낸 문자 못 봤어?”

 “무슨 문자요?”

 “아니, 글쎄.... 좀 이따 이사장님 오신대!”

 “...이사장님이요?”

 “아니아니, 전, 이사장님!”


 교무실로 돌아온 나는 내 두 귀를 의심할 만한 소리를 들었다. 잔뜩 긴장하고 흥분한 나은 선생님의 말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담은 채 내 귀에 들어왔다. 새로운 이사장님이 이미 부임했는데 전 이사장님이 학교에 온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선생님들도 그 일로 수군거리고 계신 것 같았다. 이상하긴 했지만 큰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종례를 하러 우리 반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의 표정은 꽤나 지쳐 있었다.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들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연히 애정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나는 간단하게 학급임원을 뽑을 계획, 주번 순서 등을 알려준 다음 아침에 나눠줬던 보고서를 걷었다. 31장의 보고서가 차곡차곡 쌓였다. 딱 한 장만 없었다.


 “아이고- 개인정보동의서 보니까 새 학기 진짜 시작이라는 걸 알겠구만.”


 나은 선생님은 개인정보동의서 한 뭉텅이를 들고 내 자리 옆에 서며 뻐근한 목을 한 바퀴 돌리셨다. 나는 출석부를 확인하며 인정의 의미를 담은 웃음을 보냈다. 확인받고 조사하고 동의 받아야 할 것이 한 무더기였다. 참 어떤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출석부를 정리했다.


 “뭐야. 첫날부터 무단지각에 무단조퇴야?”

 “아, 네.”

 “이번 학기 좀 힘들겠네, 연수 쌤. 이름이 뭐야?”

 “주애정 학생이요.”

 “주애정? 이름은 좋은데, love.”

 “그러네요. 진짜 love네.”


 생각해 보지 못한 의미였다. 그렇게 예쁘기도 한 이름을 가진 학생이 골칫덩어리 담당이라니, 어쩐지 서글펐다. 묵직한 출석부를 닫고, 쌓여있는 31장의 갱지들을 살짝 들춰봤을 때였다. 나은 선생님이 자리로 가신 지 3분도 안 돼서 다급한 표정으로 내게 다시 돌아오셨다.


 “왔대, 왔대. 전 이사장님 오셨대. 지금 1층이래.”


 1층 행정실 선생님께 받은 연락인가 보다. 안 그래도 붉은 나은 선생님의 뺨이 한층 더 불그스름해졌다. 나은 선생님의 레이더에 뭔가 흥미로운 일이 걸렸다는 의미였다.

 선생님들이 웅성거리자 내가 괜히 불안해졌다. 별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건 그냥 별일이 아니길 바라는 내 바람이었던 것 같다. 독선적이고 지배욕이 강한 나혜은 전 이사장. 그 뒤를 이어 갑자기 이사장 자리에 들어온 남다성. 설마, 아니야, 아닐 거야. 내가 알던 다성이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내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괜찮아? 미안해. 걸을 수 있겠어? 보건실 데려다 줄까?


 다성이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왜 몰랐지. 다친 아이, 그를 위에서 누르는 손, 감정 없는 표정. 내가 아닌 타인에게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사람.


 -드르륵


 굳은 표정의 전 이사장이 등장했을 때는 모든 생각의 이치가 들어맞은 후였다.


- - -


 *

 “야, 강연수. 담배 좀 사다주라.”


 오늘도 역시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박한영이 내 이마와 뺨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들었다. 점점 밀리는 몸이 학교 뒤편에 위치한 컨테이너 박스에 닿았다. 박한영의 뒤에서는 몇몇이 열심히 라이터 불을 켜고 있었다. 그러다 잘 안 되는지 욕을 지껄이며 연두색 라이터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한영아, 라이터 고장 났는데?”

 “연수야, 들었지. 라이터도 필요할 것 같다.”


 박한영은 가식적으로 눈썹을 안타깝게 꺾으며 내 턱을 가볍게 쳤다. 빵까지는 몰라도 담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얘네들이 법이라고 해도 사회의 진짜 법을 어기기는 싫었다.


 “교복 입고 못 가.”

 “시발, 그럼 사복을 입으면 되잖아.”

 “걸릴 거야.”

 “아니, 사복 입으면 몰라. 네 얼굴이 좀 삭았어?”

 “나 돈 없어.”

 “아니, 돈을 준다고, 이 개새끼야-! 니 돈 없는 거 우리가 제일 잘 알아. 우리 얼굴은 편의점에서 아니까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거잖아. 말귀 못 알아듣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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