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고는 회사원으로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함. 하루는 일이 많아 집에서 늦게까지 잔업을 했음. 다음날  피곤해서 지하철에 앉아서 한참 달게 자는데 누가 깨우길래 봤더니 자기가 어떤 녹색머리 남자 어깨에 기대서 자고 있었음.  

'아, 시발.. 미안합니다.' 

남자는 멋쩍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자기가 이번에 내릴 역이라서 곤란해서 깨웠노라고 말함. 그러고보니 바쿠고도 이번에 내려야하는 역이었음. 그래서 어색하게 내리고 헤어짐. 조금이라도 자서 그런지 바쿠고 좀 개운해짐. 다음날 출근하는데 어제 그 녹색머리 남자가 보임. 눈이 마주치자 당황했는지 잠깐 어쩔줄 모르다가 어색하게 웃음. 어젠 정신없어서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꽤 귀여웠음. 짙은 녹색 곱슬머리와 같은 녹색 눈동자는 크고 이뻤으며 주근깨가 박힌 볼은 아직 젖살이 조금 덜빠져 어려보였음. 무엇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겉으로 감정이 다 드러나는게 능구렁이 같은 회사사람들만 마주치던 바쿠고에겐 호감이었음. 평소라면 그냥 고개한번 까딱이고 말았을텐데 바쿠고는 그에게 말을 걸었음. 이름이 뭐에요? 상대는 방금 전보다 더 당황횄는지 눈을 굴리다가 작게 대답함. 

'미도리야 이즈쿠요...'

' 이즈쿠?데쿠?ㅋㅋㅋ' 

미도리야는 잠시 억울한듯 눈을 찌푸리고 쳐다보다 바쿠고가 역으로 당당하게 보니 눈을 피했음. 그래도 표정은 억울해보였음.   미도리야는 입을 조금 내밀고 그쪽은요? 하고 물음. 속으로 작게 웃으면서 바쿠고 카츠키 라고 답함. 미도리야는 조금 곱씹는듯 중얼거리다 눈쌀을 찌푸리고 말함. '그쪽은 이름도 멋있네요.' 바쿠고는 속으로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며 미도리야에게 계속 물음. '나이는?'  '22살이요.'  '흐응~' 바쿠고가 나이를 말하지 않자 미도리야는 바쿠고를 돌아보며 물음. '그쪽은 몇살이에요?' '그쪽? 이름 알려줬잖아. 벌써 까먹었냐, 데쿠?'   '안까먹었어요! 바, 바쿠고 씨..! 그리고 데쿠 아니라 미도리야 이즈쿠에요. 그리고 왜 갑자기 반말하세요?' 처음에 큰 눈을 땡그랗게 굴리는 게 초식동물 같더니 나름 할말은 따박따박하며 따졌음. 바쿠고는 그 모습이 퍽 귀여워서 좀더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듦. '몇살같냐?' 그 말에 미도리야가 혼자 작게 중얼거리며 바쿠고를 뚫어지게 봄. 음..나랑 많이 차이나 보이지는 않는데 20대 초반, 많아야 중반... 스물 셋?
그 큰눈에 자기가 담기는 것을 보니 왠지 얼굴에 열이 몰리는거 같아 바쿠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음. '스물 둘.' '나랑 동갑이시구나.그럼 나도 말 놔도 되요?' '그러던가' 얼굴이 환하게 펴진 미도리야가 이번엔 물어왔음. '회사다니나 봐?' '엉.너는?'  '난 a대 다니고 있어.'  어라? 바쿠고는 저번에 미도리야가 자기와 같은 역에서 내린걸 기억하고 있음. 'A대면 그보다 두정거장 전에서 내려야할텐데' 미도리야는 잠깐 당황했는지 눈을 또르르 굴리며 학교 가기전에 알바하는 곳에 들러서 그렇다고 말함. 조금 수상했지만 마침 역에 도착해서 미도리야와 바쿠고는 내려서 헤어짐. 그 후, 바쿠고와 미도리야는 거의 매일 지하철에서 마주치고 친해졌음. 지루했던 바쿠고의 출근길이 어느새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되었음.


하루는 지하철을 놓칠뻔해서 평소에 타던 구간이 아니라 끝 구간에 탔음. 그리고 본래 타던,미도리야와 만나던 구간으로 이동했음.  바로 전 구간 출입구 창문을 통해 미도리야를 보니 두리번 거리다 실망하는걸 보고 귀여워서 좀더 지켜보기로 했음. 내리기 전에 말걸며 알려주면 또 그 큰 눈으로 억울해하며 쳐다볼텐데 바쿠고는 그 표정을 썩 좋아했음. 자기와 만나지 않는 날의 미도리야는 어떻게 있을까. 미도리야는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차창을 바라봤음. 가끔 사람들한테 치이고, 자리가 앞에 났는데 앉지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다시 멍하니 차창을 바라봤음. 그게 뭐라고, 뭐가 재밌다고 자기는 이걸 계속 보고있는 걸까. 근데도 계속 그 선한 녹색 눈의 청년이 보고 싶었음. 미도리야는 A대역에 도착하자 내렸음. 그에 당연히 따라 내리려던 바쿠고는 의문을 가지고 멈춤. 바쿠고와 미도리야가 평소 내리던 역은 두정거장 남았음. 미도리야는 분명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교에 간댔는데.. 뭐...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안할수도 있지. 근데  미도리야와 한달 가까이 지하철에서 만나면서 단 한번도, 미도리야는 A역에서 내린적이 없었음. 그러고보니 아르바이트를 어디에서 한다는 것도 듣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자 바쿠고는 기분이 안좋아졌음. 

다음날 미도리야를 만났을때 '어제 A대역에서 내리던데' 하고 말하니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음. '어, 어제는 아르바이트 쉬는 날이라서...!' 바쿠고는 기분이 안좋아져서 '그래' 하고 침묵했음. 미도리야가 그 뒤에 조금 눈치를 보며 평소처럼 이것저것 말해왔지만 어.그래. 단답으로만 대답하자 미도랴도 말하는 것을 그만둠. 전차가 A대역에 도착하고 '안내리냐? 뭐, 오늘은 아르바이트 가야하나 보지?'  바쿠고가 비꼬자 미도리야는 울거같은 표정으로 쳐다봤음. 그 얼굴을 보자 바쿠고는 기분이 더 안좋아짐. 시발 속아서 기분 나쁜건 이쪽인데 왜 내가 나쁜놈이 된거 같을까. 순식간에 두정거장이 지나고 바쿠고는 역에 도착하자마자 내림. 미도리야가 뒤따라 내리면서 바쿠고를 불렀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가버림. 그날은 하루종일 운수가 나빴음. 자기의 실수도 아닌 다른 사람의 실수를 뒤집어 써 상사한테 깨지질않나 점심으로 나온 회사 급식은 엄청 맛이 없었고 퇴근길엔 예고없는 비가 왔음. 그런 최악의 하루였지만 가장 바쿠고를 신경쓰이게 한건 미도리야가 지었던 울거같은 표정이었음. 미도리야를 안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가 이유없이 거짓말을 했을리는 없을거 같았음. 내일... 만나면 물어볼까.


그러나 바쿠고의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일주일 넘게 미도리야를 지하철에서 볼 수없었음.  바쿠고는 미도리야와 자신이 만날수 있는 방법이 이곳 뿐이라는게 새삼 어이없었음. A대생이라는걸 빼면 바쿠고는 미도리야가 어디에 사는 줄도 몰랐음. 취미, 좋아하는 음식, 가수 올마이트의 팬이라는 정보를 빼곤 맨날 바쿠고에 대해서 물어왔으니까. 미도리야를 만나 같이 지하철을 탔던 한달. 그래봤자 하루 중 출근 길에 20분 남짓한 시간. 그게 뭐라고...미도리야를 못본지 이주일이 다될 무렵 바쿠고는 모아두었던 휴가를 써서 3일동안 휴가를 받음. 그리고 휴가 첫날, 바쿠고는 A대에 가서 하루종일 미도랴를 찾아 돌아다님. 첫째날은 수확없이 돌아갔으나 둘쨋날은  미도랴를 볼 수 있었음. 다만, 멀리서 바쿠고를 알아본 미도랴가 도망쳐서 잡지 못함. 다행히 미도랴를 아는 사람을 발견해 미도랴의 전공 건물까지 알아냄. 셋째날 전공 건물에 잠입해서 기다리던 바쿠고는 미도랴를 잡을 수 있었음. 벽쿵으로 미도랴를 자신의 팔 안에 가둔 바쿠고. 미도랴는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바쿠고의 시선을 피해 땅만 쳐다보며 말했음. 

'저,저기...바쿠고..좀 많이 가까운거 같은데...' 

'이렇게 안하면 너 도망갈거잖아' 

'....' 

'데쿠' 

'...응' 

'왜 거짓말 했냐'

미도랴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음. 당황한 표정을 감출려고 그랬는데 입술을 꾹 물고 눈을 감았지만 역시 그는 표정을 숨길수가 없는 사내였음. 미도랴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음

'...사실대로 말하면 기분 나빠할거 같아서'

'뭐가'

미도랴가 울듯한 눈으로 바쿠고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음

'내가 너 좋아해서..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리고 눈물을 떨구며 고개를 숙였음.

'너는 기억 못하는거 같지만 3개월 전에, 내가 지하철에서 치한으로 몰릴 때 네가 도와준 적이 있었어'

그러고보니 전에 대충 그런 비슷한 일이 있긴 했었음. 그날도 바쿠고는 피곤에 찌들어 출근하는데 어떤 여자 표정이 안좋았고 한 안경 쓴 중년이 다른데 보는척 하며 여자의 다리를 슬쩍 터치하고 있었음. 눈살을 찌푸리며 변태새끼를 어떻게 족칠까 생각하던 중에 지하철이 급정거를 하며 사람들이 좀 기울어졌음. 여자는 옆에있던 어벙한 남자의 손목을 잡더니, 변태새끼라며 말하기 시작했고, 어벙한 남자는 생긴대로 어버버하며 아니라고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음. 답답한 상황에 그놈이 아니라 이새끼라고 범인을 잡아서 말함. 자신은 아니라고, 무죄라고 주장하는 변태새끼의 안면을 가격하고 싶었지만 참고 그놈의 휴대폰을 빼앗아, 사진폴더를 보며 혀를 찼음. 네놈이 아니면 여기 왜 여자들 다리사진만 있는데? 변태새꺄. 여자는 그제서야 어벙한 남자를 놓고 변태새끼를 가방으로 패기 시작했음. 다음역에서 경찰에게 잡혀가며 여자와 어벙한 남자에게 감사인사를 받았지만 피곤함과 귀찮음에 하품이나 쩍 하며 넘겼던지라 그 사람들 얼굴도 기억하지 못했음. 근데 그때 그 어벙한 남자가 미도리야였던 것. 

'그때부터..좋아했어. 근데 남자가 남자 좋아한다고 하면 기분 나쁘잖아. 그리고 스토킹처럼 맨날 흘끔흘끔 보고, 지하철도 일부러 돌아가고.. 사실을 알면 네가 싫어할까봐 그래서 그랬어. 미안해.'

아- 바보같아. 등신. 머저리. 바쿠고는 미도랴의 주머니를 뒤적거림. 미도랴가 히익- 하며 놀라서 버둥거렸지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자기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를 누름. 자기 핸드폰에 번호가 찍히자 통화를 끊고 핸드폰을 미도랴에게 넘김.

'전화하면 받아라. 문자하면 제깍제깍 답장하고'

'....?'

'나는 남자사람새끼 번호같은 거 취급 안하거든'

미도랴의 표정이 점점 더 알수없다는 듯이 변해감

'내 번호는 왜..?'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고는 씨익 웃으며 말함.

'애인은 예외니까'





'아, 이제 애인이니까 성 말고 이름으로 불러, 데쿠'

'...나는 왜 계속 데쿠인데?'

'데쿠가 데쿠지, 뭐'

'...캇쨩'

'뭐?'

'그럼 나도 캇쨩이라고 부를래'

'아, 씹...맘대로 하던가'


미도리야는 왠지 바쿠고의 귀가 빨개진거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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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연애 시작했다는 깟떼꾸.... 캇데쿠 주세요 캇데쿠가 부족해요 허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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