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누나야. 오늘은 5월 25일, 너에게 인터넷 편지를 쓸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최근 세상 소식을 전하고 나서 곧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겠다고 했는데, 학교 축제도 있고 손목도 좀 아프고 여러 일이 있어 어쩌다보니 마지막이 됐어. 더 자주 인터넷 편지를 쓰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훈련소 수료식 날 외출 때의 너를 보기 위해 진주로 같이 따라 가기로 했으니 용서해주길 바라.


전화로 네가 세상 최근 소식이 궁금하다기에 어떤 소식을 또 전해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됐다. 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도 여기가 최근 세상이 아니라 과거의 세상인건지, 새로운 소식들을 쓸 만한 게 없었거든. 그래서 군대를 좀 아는 다른 친구들한테 뭘 쓰면 좋겠냐고 했더니 글쎄, 미역국 레시피, 고전문학 원문, 거짓 연예계 소식을 써주라고 하는 거 있지. 그 때문에 나는 인터넷 편지에 쓸 최근 소식은 구하지도 못했고 그냥 내가 아는 최근 얘기를 쓰기로 했다.


그런데 다행히 그 결심을 하고, 이 편지를 쓰기 조금 전에 네가 관심 있어할 만한 얘기를 들어서 그걸 쓰려고 한다. 지난 5월 21일은, 소만으로 여름의 문턱을 넘긴 24절기의 8번째 절기였다고 해. 작은 소에 만물이 쑥쑥 커서 가득 찬다는 뜻에서 찰 만을 써서 '소만'이다. 씀바퀴 잎으로 나물을 해먹고 보리가 누렇게 익는 시기라는데, 여름의 시작이라고 하면서도 바람이 차가워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그말을 듣고 나니 정말 여름이 오는 것만 같다. 사계절은 늘 그렇게 추웠다가 뜨거웠다가 하며 마음대로 왔다가는 거니까. 계속 더우면 그건 여름이 벌써 와서 있는 거지, 여름의 시작이 아니잖냐.


그리고 여름이 오니까 네가 생각난다. 항상 네 생일로 여름을 시작하고 네가 더 이상 물가에 놀러 가지 않을 때 여름이 끝났는데. 이제 누가 나에게 여름의 시작과 끝을 알려줄지... 그래도 언제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니, 훈련소 생활이 이번주면 끝나듯, 네가 없는 여름도 금방 끝나겠지, 그렇게 여겨본다.


그럼 이제 그만 이번 주 진주에서 다시 보자. 그땐 얼굴을 오랜만에 보겠구나. 미리 훈련소 수료 축하해. 수고했어. 

글짓는 코끼리. 무지개빛 세상을 꿈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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