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개 산책 VS 모르는 게 상책

ⓒ Cherry




1. 모르는 개 산책


―아이고, 아가씨! 그렇게 큰 개랑 산책을 나왔으면 목줄을 잘 잡고 있어야지. 애들이 무서워하잖아.




아니... 제가 키우는 개 아닌데요... 김여주는 억울함을 피력하려 했지만 김여주에게 충고를 던진 아주머니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음. 진짜 황당하네. 중얼거리면서 슬쩍 곁눈질하니 강아지는 여전히 김여주의 발밑을 빙빙 돌며 낑낑거리고 있었음. 김여주는 그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을 뿐인데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강아지가 계속 김여주 주변을 맴돌아대는 탓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전부 강아지 주인이 김여주인 줄 아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였음ㅋㅋㅋ

진짜 얘를 뭘 어째야 하지. 바닥에 목줄 질질 끌고 있는 걸 보면 누가 잃어버린 거 같은데. 결국 자신의 발치에서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강아지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한 김여주는 강아지를 쓰다듬어줌. 행복하게 자신의 손길을 받는 강아지가 귀여워서 김여주도 덩달아 행복해지긴 함ㅋㅋ 일단 신나고 보자...! 그렇게 한창 쓰다듬어주다가 강아지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에 ‘제노’라는 이름과 함께 보호자로 추정되는 누군가의 연락처가 적혀 있는 걸 발견한 김여주였음. 와, 다행이다. 김여주가 바로 핸드폰 집어 들어서 연락처를 입력하는데 번호가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임. 하지만 산책로에서 우연히 만난 길 잃은 강아지 주인이 나와 아는 사이일 리가 있겠음? 그래서 김여주는 별 생각 없이 문자를 남김.


>010-1997-0214

저... 여기 시티아파트 앞 산책로인데
강아지가 혼자 있어서요.
강아지 주인 분 맞으시죠???


네ㅔㅁ
네 맞아요


근데 문자 보내자마자 누가 봐도 다급해 보이는 답장이 날아오는 거. 강아지를 애타게 찾고 있으셨나보넹... 김여주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답장 날려줌.


>010-1997-0214

제가 데리고 있으니까 천천히 오세요!

네 바로 갈게요

입구 쪽으로 가 있을 테니까
그쪽으로 오시면 될 거 같아요




연락을 끝낸 김여주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며 헥헥거리고 있는 강아지 목줄을 잡음. 제노야, 우리 산책 하자~ 괜히 그렇게 말도 한 번 걸어봤는데 강아지가 진짜 대답하는 것처럼 멍! 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 김여주였음ㅋㅋ 내가 살다살다 모르는 개 산책을 다 시켜주네 싶어서 황당하다가도 슬쩍 바라본 강아지 기분이 너무 좋아 보여서 덩달아 신난 김여주.


한편, 제노를 잃어버리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느라 땀이 비 오듯 나고 있는 누군가.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때마침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려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이게 무슨 일인가. 이제 다시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이름 두 글자가 떠 있는 거 아니겠음? 홀린 듯 걷다가, 이내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하는 남자. 김여주를 다시 만날 생각에 그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어댔음.




2. 모르는 게 상책


자신의 미래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산책로 입구 앞에서 강아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김여주. 아구, 귀여워라. 김여주가 한 마디 하기만 하면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멍! 하고 대답하는 제노 때문에 김여주는 천재 강아지가 따로 없다며 온갖 주접을 떨어대던 참이었음. 이런 강아지랑 살면 무슨 기분일까. 김여주는 얼굴도 모르는 강아지 주인을 시기 질투하며(?) 오늘 저녁은 가볍게 집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나 포장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음.

그렇게 한참 강아지랑 놀아주던 김여주는 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익숙한 인영을 보며 심장이 철렁하는 것을 느낌. 과장 하나도 안 보태고 순간 눈앞이 아찔하고, 머리가 핑그르르 도는 기분이었음. 평생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눈앞에 서 있었으니까.




―저, 정재현?

―...여주야.




눈이 마주치자마자 저도 모르게 금단의 세 글자를 입 밖으로 내뱉는 김여주였음. 정재현, 그러니까 김여주의 전 남자친구이자 첫 남자친구. 여기서 잠시 둘의 사연을 짚고 넘어가자면, 김여주와 정재현은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음. 정재현이 먼저 김여주한테 반했고, 김여주 역시도 자기한테만 다정하게 구는 정재현이 퍽 마음에 들어서 자연스레 둘은 사귀게 됨. 여기서 중요한 건 둘이 왜 헤어지게 됐느냐인데, 사실 안 좋은 이유로 헤어진 건 아니었음. 오히려 정재현이 김여주를 너무 배려해서 헤어지게 됐다고나 할까.

모든 대학생들의 연애가 으레 그렇듯 이 둘에게도 정재현의 입대가 헤어짐의 원인이 되었는데, 정재현은 차마 김여주한테 그 긴 시간 동안 자기를 기다려달라고 말하기가 너무 미안했던 거임. 물론 정재현으로서는 자기가 먼저 김여주를 놓는다는 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기다리는 입장이 더 힘들 거란 걸 알아서 어쩔 수가 없었음. 정재현은 군대에 다녀오고 김여주한테 다시 고백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는데 막상 학교로 돌아오니 김여주는 이미 졸업하고 없었고, 그렇게 둘은 다시 만날 일 없는 사이가 돼버린 거임. 김여주는 자기가 그렇게 정재현한테 믿음을 못 주는 여자친구였나 싶어서 괜히 속상하고 그래서 이후로 정재현 연락처도 싹 다 지워버렸지만 정재현은 계속 미련 가지고 있던 거. 그런데 차마 다시 연락할 용기는 없고.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 알게 모르게 김여주를 계속 품고 살았던 정재현에게 오늘 이렇게 기적처럼 김여주와 재회할 기회가 주어진 거지.




―어, 그... 오랜만이네.

―그러게. 잘 지냈어?

―응, 그냥 뭐... 너는?

―난 잘 못 지냈어.

―아...

―너 보고 싶었거든.




정재현이 김여주를 다시 만나서 기쁜 것과는 별개로 김여주는 이 상황이 불편하기만 했음. 우연히 주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해서 산책을 시켜준 것뿐인데 그 강아지 주인이 전남친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경우냐고. 아무리 좋은 기억이 더 많다고 해도 정재현과 헤어졌던 기억은 김여주에게 있어서 꽤 상처였기 때문에 김여주는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그저 피하고 싶었음. 게다가 여전히 다정한 어투로, 덤덤하게 보고 싶었다고 제 마음을 솔직히 전하는 정재현을 보자니 김여주는 자꾸 옛날 생각이 나서 미칠 것 같은 거야.




―아, 그 강아지... 앞으로 안 놓치게 조심하고.

―응. 고마워.




얼른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김여주가 목줄 손잡이를 정재현한테 넘기려는데 강아지가 계속 김여주 곁에서 힘주고 버티면서 낑낑거리는 게 아니겠음? 김여주는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정재현은 이때다 싶어서 입을 열었음.




―강아지 찾아준 거 고마워서 내가 밥 사고 싶은데. 혹시 시간 괜찮아?

―…….

―그, 제노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거 같고... 나도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서.




자신을 애절하게 쳐다보는 정재현과 강아지의 눈빛에 김여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정재현과의 저녁 약속을 수락해야 했음. 차라리 모르는 게 상책이었겠다는 뒤늦은 후회를 해보면서.




3. 개막장 드라마의 서막


김여주는 괜찮다는데도 구태여 자기를 레스토랑까지 끌고 온 정재현의 실행력에 약간 패닉을 느꼈음. 이 비싼 걸 미안해서 어떻게 받아 먹냐고. 아니, 애초에 이 불편한 분위기에서 식사는 또 어떻게 하고. 울 것 같은 김여주에게 설상가상으로 들이닥친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천재 강아지인 줄로만 알았던 제노가 사실은...




―어, 여기 반려견 출입 금지네.

―…….

―제노야. 너 이제 사람으로 변해야 될 거 같아.




사람이었다는(ㅋ) 거였음. 정재현이 뭐가 문제냐는 듯 덤덤하게 사람으로 변해야 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황당해죽겠는데 그 말을 듣고 뿅, 하고 어느새 훤칠한 사람으로 변해있는 강아지... 아니, 제노가 더 황당하고 어이없는 김여주였음. 어쩐지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 것처럼 대답하더라... 천재 강아지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었던 거냐고. 김여주는 왠지 부부사기단에게 당한 기분이 들어서 허탈해졌음ㅋㅋㅋㅋㅋㅋ

레스토랑에 들어가자마자 자연스럽게 김여주 옆자리를 꿰차고 앉은 제노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정재현은 머쓱하게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김여주의 맞은편에 앉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음식을 시키는데 여전히 김여주의 음식 취향을 꿰고 있는 탓에 김여주는 살짝 놀랐음. 그러나 그것보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이 정적을 어떻게 견딜지가 더 신경 쓰이는 김여주였음ㅋㅋㅋ 전남친과 강아지인줄로만 알았던 건장한 남정네... 눈을 어디로 돌리든 숨이 턱턱 막힐 수밖에. 게다가 김여주를 바라보는 정재현과 제노 눈빛에서 애절함이 뚝뚝 떨어지는 게 복붙한 수준으로 똑같았거든. 김여주는 이 부담감을 용케 버티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대견할 지경이었음.




―여주? 여주 누나 맞아? 아까 강아지일 때 이름 들었던 거 같은데.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아, 네! 김여주예요.

―...왜 존댓말 해? 아까는 친근하게 말 걸어 줬으면서.




그거야 그때는 네가 깜찍한 강아지의 모습이었으니까요... 김여주는 속으로 말을 삼키며 멋쩍은 웃음만 날렸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서운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제노에게서 아까 전 강아지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아 김여주는 저도 모르게 제노의 머리를 쓰다듬음.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방실방실 웃는 제노. 그제야 김여주는 갑자기 사람이 되어버린 강아지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받아들일 수 있었음. 그리고 이 일련의 상황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던 정재현은 속에서 열불이 뻗쳤지. 질투 나서 미쳐버리겠는데 차마 자기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환장하겠는 거임. 정재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제노를 열심히 째려보는 것뿐이었음. 그것마저도 그동안 같이 살아온 정이 있어서 밉지 않게 째려보는 게 다였고ㅋㅋ




―여주 누나.

―응.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그새 제노한테 적응된 김여주는 제노가 부르면 꼬박꼬박 반말로 대답해줌ㅋㅋㅋㅋㅋ 그게 또 좋아서 헤실헤실 웃는 제노와 여전히 속으로는 질투하며 기회를 노리는 정재현. 그러다 문제는 제노가 폭탄 발언을 던지면서 시작되었음.




―나 가질래?

―...머?!

―아까 나 귀엽다구, 나 같은 강아지랑 살면 엄청 좋을 거 같다구 그랬잖아. 그니까 나랑 진짜로 살자!




제노의 말에 김여주는 진짜 완전 기겁함. 정재현, 니네 집 강아지 좀 말려봐아악...! 대충 그런 의미를 담아서 정재현 쳐다보는데 제노 말 듣고 정재현도 완전 핀트 나가서 이미 눈이 반쯤 뒤집혀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제노. 너 형 여자친구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물론 그 여자친구라는 게 전 여자친구이긴 하지만.




―...여주 누나가 언제부터 형 여자친구였어?

―6년 전부터.

―헉...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구라를 늘어놓는 정재현 때문에 김여주는 아무 말도 못하고 턱이 빠지도록 입만 벌리고 있었음. 그러거나 말거나 김여주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기 싸움 오지게 시작하는 정재현이랑 제노ㅋㅋ




―근데 6년이면 엄청 오래된 거니까 이제 그만 만나도 되지 않을까? 형이 맨날 그랬잖아. 사람은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구. 그니까 나한테 양보해줘.

―사람은 양보하는 물건이 아니야.

―그래? 그럼 헤어져줘.

―내가 왜.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져.




아니... 그니까... 누가 보면 너랑 내가 아직도 사귀고 있는 줄 알겠다고요... 김여주 어이없어서 그냥 조용히 자리 박차고 나가버림. 근데 정재현이랑 제노 계속 기 싸움 하느라 그거 눈치 못 챌 듯ㅋㅋㅋㅋㅋㅋ




―너 자꾸 형한테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좋아하는 거 생기면 꼭 말해줘야 한다고 가르쳐준 건 형이거든?

―참나... 여주야. 그냥 니가 둘 중에 하나 골, 뭐야. 어디 갔어?




뒤늦게 그거 알아차리고 헐레벌떡 레스토랑 나가려고 했지만 이제 막 조리 다 된 음식 내오는 점원한테 딱 붙잡힌 정재현과 제노. 결국 둘이 스테이크 썰면서 이게 대체 뭐냐고 서로 꼽 존나 주다가 끝남. 김여주는 두 남자 속 타는 것도 모르고 원래 계획대로 집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포장해갔다는 엔딩ㅋㅋㅋ






처음 아이디어 잡을 때는 좋아보였는데 막상 다 쓰고 나니까 맘에 안 들어요...ㅠㅠ 그래도 일단 썼으니까 업데이트는 해봅니다。。。

모르는 개 산책 = 진짜로 모르는 사이였던 강아지 수인 제노 산책시켜주는 거ㅋㅋ 제노는 여주 냄새 맡고 재현이에게서 도망쳐서 여주한테 달려갔다는 비하인드(…)

모르는 게 상책 = (여주 입장에서) 주인 잃은 강아지가 실은 사람이었고 심지어는 그 주인이 자기 전남친이라는 이 거대하고 말도 안 되는 사실을 알게 된 걸 괴로워한다는... 그런 의미

어쨌든 떡볶이 엔딩 때렸으니 여주는 행복할 겁니다... 물론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일어날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X

다음편은 없습니다...!!! 이건 도저히 담편 이야기가 생각 안 나요ㅜㅜ 마무리도 겨우 지었음...😢


+) 혹시 제가 사용하면 안 되는 사진이나 움짤 사용했으면 메시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외에도 글 관련 문의는 메시지로 남겨주세요! 소재 신청도 받습니다! 근데 이제 언제 쓸지는 미지수인 그런,,, (먼 산)


글쓰는 중임 진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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