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이렇게까지 깊은 구렁에 빠졌을까.



처음엔 그저, 우리의 색다른 관계성에 재미를 느낀 것이겠지. 경찰과 조폭. 이렇게까지 맞물리지 않는 조합도 없으니, 그리고 그토록 증오하던 경찰과의 우정? 웃기지도 않잖아.


너와 처음 몸을 섞은 날. 난 정말 술에 취했던 걸까. 난 이미 그때 너에게 진탕 취해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 뜨거운 숨결을, 젖은 눈동자를, 우리가 서로 교환했던 열을 지금도 느낄 수 있는데.


서현진. 제발 한 번만 더 그 끝없이 깊은 검은 눈동자 속에 내가 빠져들 수 있도록 나를 품어달라고, 나를 비춰달라고. 마음 속으로 빌고 빌고 빌고 또 빌어도. 끝내 넌 나에게서 시선을 맞추는 일은 없더라.


─ 승현아. 우리, 이제 그만하자.


아아. 네 입에서 가장 듣지 않았으면 했던 말이었는데. 아직 넌 내 안에서 이렇게나 선명하게 살아 숨 쉬는데도. 정작 눈 앞에, 내 품 안의 너는 이다지도 힘겨운 숨을 내뱉는 구나. 나의 유일한 사랑, 세상이라는 네가 바람에 흩날려 사라져가는데, 난 이렇게나 무력하다. 

그럼에도 그것이 네가 원하는 행복이라면. 


" 그래, 서현진. 내 여서 멈춰 설란다. "


감히 널 잡을 용기도 없는 나는 너의 옅은 황갈색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네 한 손을 집어 들어 손바닥에 입을 맞춘다. 입을 떼며 가늘게 떨리는 숨이 새어 나왔다.

그래, 멈춰 서겠지. 나의 길이 사라졌는 걸. 단지 이 곳에 서서 너와 같은 하늘을 볼 수만 있다면. 사랑한다, 서현진. 그 말을 목구멍 너머로 집어 삼키며, 그저 이젠, 너를 평생 내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가겠지. 네가 이별을 고한 이 곳에서 앞으로도 널 사랑할 것이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이 정도 고집은 넘어가줄 수 있잖아?


잘 가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앞으로도 너라는 이 깊은 구렁 속에 빠진 채 잠들 테니까.


이것이 내 이별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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