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에이스 코미나토 료스케 드림




소꿉친구 인 더 트랩 上




"나 고등학교는 도쿄로 가."


중학교 3학년 겨울, 어느 고등학교에 가야 할까 고민하며 책자를 뒤지던 늘빛은 맞은 편에 앉은 소꿉친구에게서 난데없이 떨어진 선고에 잠깐 할 말을 잃었다.


"도쿄?"

"응. 도쿄의 세이도. 야구부에 들어갈 거야."

"…정말로?"


늘빛은 입을 반쯤 벌린 채 소꿉친구의 뽀얀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늘 웃는 얼굴로 자신을 놀리거나 괴롭히거나 속이곤 하는 료스케였지만, 이런 얼굴을 할 때는 언제나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다.


"도쿄…."


도쿄라니 왕복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멀진 않아도 절대 가깝진 않다. 게다가 명문 야구부이니 훈련도 힘들 테고 집에 올 시간도 거의 없을 거고….


"그럼 거의 못 보겠네…."


약간 울적한 목소리가 나왔다. 성격이 썩 좋진 않은 소꿉친구였지만 네 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의 공백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해졌다.


"외로울 것 같아?"

"…아니."


공연한 반항심으로 괜히 고개를 저었지만 료스케는 이미 진심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흐응. 안 외롭다구?"


료스케의 뽀얀 얼굴에 늘빛이 속으로 '대마왕 표정'이라고 부르는 그늘진 미소가 떠올랐다. 괴롭히기 발동이 걸리기 직전의 표정이다! 늘빛은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그보다는 료스케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는 것이 빨랐다.


"료스ㅋ―"


채 이름이 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것은 그 음성을 삼키듯이 입술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


입술이 닿았던 시간은 짧았다. 늘빛은 언제 닿았냐는 듯이 떨어져 나간 료스케의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 지금…."


늘빛이 언제나 부러워했던 티 하나 없는 얼굴은 이 순간에도 평온하기 그지 없어서 잠깐 백일몽이라도 꾼 걸까 싶어질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한 걸 알았던 걸까. 료스케의 손가락이 늘빛의 아랫입술을 살짝 훑고 지나갔다.


"3년 동안 조금만 외로워해. 매일매일 울지 않는 것쯤은 관대하게 이해해줄 테니까."


그렇게 의미도 모를 말을 던지더니, 붙잡을 새도 없이 휙 뒤돌아섰다. 분홍색의 동그란 뒤통수가 점점 멀어진다.


그제야 늘빛은 몇 초 동안 움직이지 못했던 눈꺼풀을 천천히 깜빡이고, 멈췄던 숨을 들이쉬고, 그리고 작동 오류를 일으켰던 사고회로를 재부팅했다.


"…………내, 내내내 첫 키스?!?!?!!"



뒤늦게 늘빛의 손에 들려있던 고등학교 안내 책자가 우수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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