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워커 장군의 룸메이트는 뻔뻔하게도 요구 사항이 많았다.


 "싫습니다."

 "싫다는 표현은 안 된다는 건 아니라는 뜻이지요?"


아나킨은 오비완을 흘겨보며 혀를 찼다. 협상가라더니 확실히 말 꼬투리 잡는 솜씨는 우수하다. 저런 식으로 물고 늘어지면 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그 요구 사항이라는 것이...


 "계속 한 침대에서 잘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뭐 어때서요."

 "어때서라니요, 장군. 저를 바닥에서 재운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장군의 평판이 나빠지지 않겠습니까?"

 "내가 바닥에서 잔다고 하면 될 일 아니요."

 "그리 될 일이 아닙니다."


단호한 부정에 아나킨은 떫은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 케노비는 마치 아이에게 이르는 듯한 말투로 조곤조곤 설득을 시작했다.


 "생각해보세요, 장군. 한 막사에 사람은 둘이고 침대는 하나면 소문이 어찌 나겠습니까?"

 "소문을 그리 신경 쓰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아나킨이 어깨를 으쓱이며 빈정거림에도 오비완은 굴하지 않았다. 정말 신경 쓰기 때문이다.


 "당연하지요. 외교 일에 소문과 평판이 얼마나 중한데요. 장군께서도 나름 화제의 중심에 서 계시니 행동을 조심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이상한 말이 퍼지기 전에 빨리 침대 좀 하나 더 들여놓으세요."

 "뭐 소문이 얼마나 이상하게 난다고..."

 "장군처럼 젊고 아름다운 청년은 본디 이상한 소문에 휩쓸리기 쉬운 법입니다. 게다가 지금 제 처지와, "

 "뭐라고 했습니까?"


아나킨은 말을 썩둑 끊더니 몸을 앞으로 숙이며 물었다. 오비완은 눈썹을 쓱 치켜올리며 말을 되풀이하였다.


 "지금 제 처지요?"

 "그거 말고 전에."

 "소문에 휩쓸리기 쉽다?"

 "아니, 그 전."

 "침대 좀 빨리 들이라고?"

 "그거 바로 다음 말입니다."

 "장군처럼 젊고 아름다운... "


잘생긴 얼굴이 활짝 펴 더욱 환하게 빛나는 꼴을 보며 오비완은 말을 흐렸다. 젊은 전사는 상대의 표정을 티끌만치도 마음에 두지 않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하하, 이 몸이 잘나긴 했지.


 "... 장군 혹시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음... 곧 스물셋 됩니다."


눈을 내리 깔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에 기분이 묘하게 더러워진 아나킨은 다시 삐딱한 상태로 돌아와 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어떤데요."

 

마스터 케노비는 가물가물한 듯 인상을 찌푸리다 애매하게 답했다.


 "서른 일곱... 여덟인가... "

 "... 응?"

 "그쯤일 겁니다. 서른여덟?"


생각보다... 많네요... 어르신?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 수록 발견하는 모순에 스카이워커 장군은 멍하니 셈을 했다. 그러니까 나랑 대충 열다섯... 어쩌면 열여섯 정도... 아냐, 딱 좋은 것 같아.
 의식 저편에서 뭐가...?라고 묻는 또 다른 스카이워커를 무시하며 아나킨은 중얼거렸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야... "

 "말씀은 고맙지만 어쨌든 이 나이 정도면 침대에서 여럿 함께 자는 것도 일이니 빨리 침대 좀 들여 주세요."

 "여럿? 여럿이서?"


침대에서 여럿이랑 밤을 보낸단 말이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제다이 마스터의 성생활에 아나킨은 눈을 부릅떴다.


 "꼭 정확한 표현을 선호하신다면야... 둘 말입니다."

 

그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부일처제, 일부일처제. 여럿이라니 그건 안되지. 짐짓 관대한 척, 아나킨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요구 사항을 받아들였다.


 "정 그렇다면야 하나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연로하신 몸이 피로하시다니."

 "배려 감사합니다, 장군. 그럼 침대는 언제쯤 오나요."

 "아, 몰라요!"


참지 못하고 신경질을 내자 오비완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나킨은 그 모습에 입을 꾹 다물고 제 손끝만 노려보았다. 내가 어린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늙은 거야. 난 어린 게 아니라 젊은 거다. 나는 성숙하다. 아나킨, 짜증 내지 말자.

그래, 아무리 실력이 좋아 장군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해도 그것이 아나킨을 향한 비웃음과 모욕을 전부 막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뭐 뻔하지 않은가. 노예 출신이 어쩌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쩌고.
 당연하지. 맨날 나가 싸우며 흙먼지와 적의 피를 한가득  뒤집어쓰고 들어오는데. 아예 죽고 나면 거꾸로 매달아 피를 싹 빼 달라고 하든지 해야지 원. 아나킨은 도축된 짐승처럼 고리에 매달린 자신을 떠올리다 흥 소리를 내고는 턱을 괬다.

어쨌든 그들이 부족하고 나는 잘났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외더라도 젊은 장군은 이따금씩 분한 마음을 삭일 수가 없었다. 더럽고 치졸한 새끼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의자에 편하게 둘러앉아 오늘은 누구를 내보내 죽일까 수다나 떠는 개자식들.
 고작 그런 놈들 때문에 주눅 드는 제 자신이 싫다.

오늘도 또, 막 귀환한 저를 멀찍이 둘러싸고 앉은 사령부의 놈팽이들을 상대하느라 질린 참이다. 따지고 보면 다 저 제다이 때문인데(케노비 데려온 사람: 아나킨 스카이워커) 원인 제공자 본인은 막사에서 편하게 뒹굴거리기나 하고 밖에 나가 산보나 하며 놀 생각이나 하고... 누구는 매일매일 목숨 걸고 뙤약볕에 나가 싸우는데 말이야. 역시 안 되겠어. 짜증 나잖아.


 "앞으로는 외출 금지입니다."

 "이유라도 알 수 있을까요."


침착한 반응에 더 심통이 난 스카이워커 장군은 눈을 세모꼴로 뜨며 말을 툭툭 내뱉었다.


 "소문 신경 쓰신다면서요."

 "그랬지요."

 "내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더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상상을 하며 아나킨은 조금씩 올라가는 입꼬리를 잡아 내렸다. 오비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의자에 편히 기대며 허락 없이 빌려 입은 옷소매를 만지작거렸다.


 "평범하게 배급품 아닌가요, 장군?"

 "아닌데요."

 "맞는 것 같은데... "

 "아니라고요."

 "뭐 그렇다 해도 이름이 박혀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 옷인지 어떻게 알아보겠습니까."

 "그냥 보면 알아요, 하여튼."

 "... 그러면 다른 옷이라도 주신다면 참 감사하겠습니다."


아나킨은 문득 어릴 적 술집에서 들었던 동화 하나가 떠올랐다. 술집과 동화라니 뭐 아무래도 좀 이상한 감이 있지만.
 어쨌든, 간단히 줄이자면 목욕하는 트윌렉의 옷과 우주선을 훔친 헛 족의 누군가가 애 셋을 낳아주기 전까지는 물건을 돌려주지 않겠다 하자 결국 그 트윌렉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평생 옆에 잡혀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는데, 당연한 것이 헛과 트윌렉은 생식할 수 없으니까. 애 하나도 만들 수 없는데 셋을 언제 만들겠어?

당시의 아나킨은 역시 제 물건 두고 딴짓하기는 이 험난한 우주에선 자살 행위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다 자라서 또 두고 보니 조금 감상이 달라졌다.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고 싶다면 일단 옷을 빼앗으라는 거지.

그래서 그는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싫습니다."

 "싫다는 표현은, "

 "싫다는 겁니다."

 "왜인지 이유, "

 "싫어요."


말문이 막혀 저를 가만히 쳐다보는 오비완은, 보기에 제법 통쾌하여 아나킨은 계속 히죽히죽 웃었다.








유치하기 그지없군. 저런 덜 자란 어린애를 매일 전장에 내보내 굴린다니 정말 말세다. 사춘기도 덜 지난 것 같은데? 정말로? 아니, 외출 금지라니 참 재밌는 발상과 표현이다.

해 뜨면 나가 싸우는 것이 일과인데도 아직까지도 철없이 떼쓰기고 심통부리기를 좋아하고, 또 그러고도 여태 잘 살아남아있는 순수한 영혼의 젊은 장군. 그리고 그에 상반되게 하루하루를 카페인과 한숨으로 연명해 살아가는 제 처지에 허탈해져 오비완은 머그샷을 찍는 범죄자처럼 세상에는 고난과 비통함만이 있고 즐거움이란 하나도 없는 눈으로 저 어딘가를 응시했다. 머리도 나쁘지 않고 몸도 나쁘지 않은데 나는 왜 둘 다 고생하는 거지? 마치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인생 같아. 이게 포스의 뜻인가?

그래봤자 어쩌겠는가. 감정 기복 심한 스물둘 사춘기 청년에게 맞춰서 또 잘 머리를 굴려 봐야지. 협상가로 구르기를 십몇년,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힘을 내자. 적어도 스카이워커 장군은 귀엽게 굴기라도 하니까. 지금도 봐. 싸우고 들어와서 기분 나빠져있다가 또 친구랑 몇 마디 하니 즐거워지고, 그러다 뭔가 수가 틀려서 삐지더니 다시 장난치면서 실실 웃는 게 완전 어린애 아닌가. 속내라곤 도통 알 수가 없는 늙은이들보다는 낫지.

적어도 새 침대는 얻어냈다. 오늘은 그걸로 기뻐하자. 뭔가 계획이 있었지만 오비완은 기력이 쇠해 자체적으로 휴가를 갖기로 했다. 누군가는 애쓰고 있을 테니 뭐, 수고하세요 다들.








그러나 오비완은 다시 심란해졌다. 오늘 밤도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한 침대에 눕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정 원한다면 간이 침대라도 구해다 달라고 하면 되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 또 내일 출전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재우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이유도 없는데 불편한 자리에서 잠들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왜 먹으면 먹을수록 구차해지는 걸까. 좀 더 젊었을 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냥 가능하면 편한 곳에 한 몸 누이고 싶은 것이 바람의 전부이다.

분명 잠은 쏟아지는데 낮에 화상을 입었던 부위가 화끈거리며 그를 못살게 굴었다. 패치도 붙였으니까 괜찮아져야하는데 말이지. 나이가 들면 박타의 효력도 반감되는 걸까? 그럴 리가.
 오비완은 쉽게 꿈나라로 떠나지 못하고 뒤척거렸다. 어떻게 누워도 허벅지가 쓰라려 불편하다. 침대가 성인 남성 둘이 마음 놓고 굴러다니기엔 확실히 좁았기 때문에 아나킨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힘겨운 일이었다. 아, 왜 누우니까 아플까. 낮에는 잘 참았는데.

결국 마스터 케노비는 침통한 낯으로 일어나 어둠 속에서 구급상자를 찾아 헤맸다. 침침한 눈으로 더듬더듬 수납함을 건드려대다 모서리에 화상 입은 부위를 정통으로 부딪힌 것은 정말, 원하지도 않은 결과였다.


 "......!"


아, 포스시여... 오비완은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바닥으로 한 줌 모래처럼 스러져 내렸다. 아...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은 그의 강철 같은 의지 덕분이었다. 어쩌면 그냥 소리도 못 낼 정도로 고통스러워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하여튼 이미 제다이 마스터의 눈앞엔 허옇게 불이 번쩍이고 있었다.
 침착하게 숨을 고르고 땅을 짚으며 일어나려는 참에 따듯하고 물컹한 무언가가 만져졌다. 오비완은 놀라 기절하는 대신 힉, 하고 딸꾹질을 시작했다. 


 "뭐 합니까?"

 "그냥, 윽."


마스터 케노비는 제 입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딸꾹질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더라.


 "이 밤에... 뭐예요?"

 "......"


오비완은 숨을 참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슬슬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눈이 의문을 가득 띤 얼굴 윤곽을 잡아냈다. 내게 시간을 줘... 

그러나 젊은 스카이워커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 정말. 뭐냐니까요. 이 밤에 사람 걱정시키지 마세요."

 "별 거 아닙, 힉."


희미한 윤곽과 더불어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오비완이 주저앉은 채로 땅에 떨어진 체면을 주섬주섬 주우며 딸꾹질을 멈춰보려 애쓰는 동안 아나킨은 벌떡 일어나 작은 등을 하나 켰다. 다시 그가 곁에 오기 전에, 오비완 역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으나 순간 비틀거리는 것을 타이밍 좋게도 포착했는지 장군은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정돈하며 집요하게 마스터 케노비를 훑어보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로 긴장해야 하나 의문이 든 오비완은 마침내 딸꾹질을 멈추곤 점잖은 척 헛기침을 했다. 아나킨은 대단히 심각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많이 아픕니까?"

 "아니... 괜찮습니다."

 "아플 것 같은데."

 "아파서 일어난 게 아니라, "

 "피나는데요."


정말이네. 하얀 잠옷 사이로 스며 나온 붉은 피를 발견한 오비완은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나킨은 이미 구급상자를 손에 들고 성큼 다가와 있었다.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피가 많이 나요."


아래에 시선을 고정하며 다가오는 스카이워커를 피해, 오비완은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다 의자 다리에 발이 걸려 푹신한 쿠션 위로 툭 앉아버렸다. 아나킨은 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어앉으며 구급상자를 착착 펼치곤 가위를 꺼내 붉게 젖은 천을 갈라버렸다.


 "뭐, 제가 하겠습니다!"

 "가만히 있으세요. 상처 찔립니다."

 "이런 것까지 관여하실 필요는... "


이런 일에는 제법 능숙한 것인지, 아나킨은 순식간에 상처 부위가 드러나게 옷을 오려내고 피를 한가득 먹은 박타 패치를 조심스럽게 떼어내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과한 관심에 언짢은 기색을 내보이려다 혼을 잡아 빼는 듯한 고통에 입술을 깨물며 말을 흐렸다.
 아나킨은 움츠러드는 다리를 벌려 누르고 잔뜩 힘이 들어간 근육을 살살 쓸었다.


 "힘 빼세요."

 "윽... "

 "화상이네요."


마침내 공기와 맞닿은 상처는 젖은 채로 흉하게 번들거리고 있어 오비완은 망연하게 끙끙거리다 눈을 감았다. 요 며칠간은 참 일이 안 풀린단 말이야.


 "게다가 찢어졌네. 아프지 않아요?"

 "뭐... 참을만합니다."

 "많이 아플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아플 텐데."


어두운 조명이 드리운 그 얼굴은 무표정했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는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오비완은 그새 땀이 난 이마를 훑으며 마지못해 긍정했다.


 "예. 아픕니다. 그러니 빨리 스프레이 주시겠어요."

 "안 돼요."

 "... 아프니까 빨리 주세요."

 

스카이워커는 씩 웃어 보이며 물통 같은 것을 흔들어 보였다.


 "소독부터 해야 되거든요."

 "제가 하겠습니다."

 "상처 꼴을 보니 화상은 어떻게 처치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사실이었다. 오비완은 결국 또 한숨을 푹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부탁합니다."

 "아플 거예요."


아나킨은 오비완의 허벅지 밑에 수건을 받치더니 상처 위로 물을 흘렸다. 아마 식염수겠지. 제다이 마스터는 뛰어난 인내심으로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고통을 참아내며 다 헤진 상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박타 하나면 대충 다 되는 거 아니었나. 
 실력이 좋아 정작 다칠만한 일이 없었고, 또 화상이라면 더욱 그랬기에 오비완은 그저 민망한 마음으로 젊은 전사가 처치하는 과정을 살폈다. 핏기가 가시도록 물을 흘리고 새로 꺼내 든 병에서는, 이런. 알싸한 향이 났다.


 "잘 참네요."


어쩐지 그 말 뒤에 이건 못 참을 걸, 그런 기색이 느껴져 오비완은 어두운 금발을 내려다보며 눈썹을 쓱 올렸다.


 "박타가 만능은 아닙니다."

 "... 윽."


상처를 닦아내다 말고 아나킨은 고개를 들어 오비완을 올려다보았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던 그는 다시 소독에 집중했다. 웃기게도, 오비완은 쓸데없이 소독 시간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로 환부를 지지는 듯한 통증에 허벅지를 바르르 떨 때쯤 돼서야 아나킨은 박타 스프레이를 꼼꼼히 뿌리고 커다란 패치를 꺼내 붙였다. 상처 위를 약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손길에도 심장이 덜컹거려 오비완은 그냥 고개를 돌렸다.


 "다 됐습니다."

 "... 고맙습니다."

 "내일 한 번 더 봐야겠네."


중얼거리는 소리에 오비완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눈을 비볐다. 설마 이걸 또 해야 되지는 않겠지. 잘 참는 것과 별개로 이런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문득, 그는 제 꼴을 자각했다. 정확히는 피에 잔뜩 젖은 채로 난도질된 옷을. 아나킨이 그에게 새 옷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오비완은 고맙다 인사하며 손을 뻗었지만 잘 개어진 옷은 그에게서 쑥 멀어졌다.


 "트윌렉과 헛 이야기, 압니까."

 "... 인신매매 이슈요?"


젊은 전사는 고개를 저으며 장난스럽게 웃더니 오비완의 품에 옷을 안겼다.


 "상처 물에 안 들어가게 적당히 씻으세요."


그리고, 씻고 돌아와 스카이워커 장군 옆에 누운 오비완은 정말 진력이 다 빠져 너무나도 쉽게 잠들었다. 트윌렉 이야기는 생각도 해볼 겨를이 없이. 그의 머릿속엔 고마움과 짜증, 찝찝한 민망함 뿐이었다.

어린애처럼 굴더니, 제법 의젓한 면도 있네. 하긴 그래. 상처날 일 많은 고단한 인생이었겠지.












제목 너무 길어서 화나네요 바꿔야겠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지었는지? 근데 또 딱히 적당한 게 생각이 안나고

저는 항상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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