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 시점

지현이가 술집을 나가고 나는 그대로 필름이 끊겼다. 눈을 떠보니 그냥 집에 와있을 뿐. 나는 핸드폰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가방으로 거의 기어갔다. 가방을 뒤지다 보니 참 여러 가지 물건이 나왔다. 

"이건 또 언제 넣어담..?"

지현이 지갑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연락을 위해 핸드폰을 찾아 가방에 손을 넣었는데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엥..?"

술김에 그런 건가 싶어 한 번 더 만져보니 더 이상했다. 미끈거리고... 매끈하고... 뜨겁고.... 

"쉭"

"쉭?"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손에 잡히는 이상한 물체를 있는 힘껏 잡아 올렸다.

"으아아아아아아!!!"

잡아 올린 물체는 다름 아닌 뱀. 갑자기 튀어나온 뱀에 놀라 바닥으로 거의 내팽개쳤다. 뱀도 놀란 듯 몸을 폈다가 꾸물꾸물 움직였다. 던지고 나서 보니 좀 미안했지만 놀랬다.

".....미안.."

뱀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벽 쪽으로 붙었다. 잔뜩 경계하는 모습에 나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사진을 찍었다. "근데 너 참 이쁘다.."

사진을 찍고 나서 보니 뱀이 참 작고 예뻤다. 아, 일단 지현이한테 문자를 해야겠다. 지갑을 가지고 있어서 내일 가겠다는 문자와 함께 망설이다 뱀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슬쩍 뱀에게 다가가 손을 흔들었다. 방법은 몰라도 인사는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안녕...?"

"...."

뱀은 고개를 들어 올리며 흔들고 있는 나의 손에 머리를 톡 가져다 댔다. 와... 이런 걸 심쿵이라 하는구나... 상대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닌 무려 뱀이었지만 내 눈에 너무 예뻤다.

"너 진짜 사랑스럽다."

 "나나 사랑스러워?!?"

"어...?"

나는 그대로 굳었고 내 앞에 있는 뱀... 아니 나나라는 소년은 계속해서 나나 사랑스러워? 를 연발했다. 나는 그대로 전화기를 들어 지현에게 전화를 했다. 

[야, 내가 지금 술에 취해서 헛것 보는 거 아니지?]

"헛것?? 지금 나나 보고 헛것이라고 했어??!!"

나는 내 앞에서 화내는 나나를 제지했다. 어떻게? 무릎을 꿇고 입에다가 손가락을 대고 말이다..

[어, 나도 보인다. 저거 뭐냐...?]

내가 하는 행동을 똑같이 보고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입에다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따라 하는 나나에 나의 답변은 뇌를 거치지 않고 막 나왔다.

[몰라.. 집에 와보니 가방 안에 들어있었어.]

[넌 대단하다. 나 같으면 소리 질렀을텐데.]

[아니.. 나도 처음에는 놀랐는데 예쁘게 생겨서..]

"나나 예뻐?!!"


나는 박수를 치는 나나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맞장구 쳐주었다. 하지만 내 반응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나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다시 뱀으로 변했다. 

[이거 내일 너네 집에 들고 가면 안되냐..?]

와 이번에 진짜 기절할 뻔 했다. 진짜로.

[어. 절대. 네 몸만 와. 우리 집에 작은 생명체 있어.]

[무슨 소리야?]

[아, 와보면 알아. 아침에 봐~]

[야..!]

이 망할 친구년, 내 말 끝나기도 전에 끊어버리네. 몰라, 내일 데리고 간다. 

"아 깜짝.."

뱀이 내 곁으로 오더니 내 발목을 휘감았다. 나는 전혀 소름이 돋거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신비로웠다.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뱀이 움직이는대로 냅뒀다. 뱀은 기분이 좋은 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 너같은 아이는 처음 봐.."

"쉬익"

"으응... 진짜 처음 봐..."

"자는거야?"

"아니?"

"나나랑 놀자."

"음... 나 궁금한 거 있어."

"뭔데??"

"너는 왜 사람이었다가 뱀이었다가 그래?"

"..."

내 말에 나나는 아무 말 없이 잠시 날 응시했다. 너무 노골적인 질문이었나 싶어서 괜히 미안했다.

"몰라. 제노도 그래."

"제노가 누구야?"

"나나 친구야."

더욱 알 수 없는 대답을 들어버렸다. 제노는 또 누구인건가.

"그럼 나나는 몇 살이야?"

"모르겠어."

"음... 나나는 어디서 태어났어."

"그것도 모르겠어. 근데 엄청 컸어."

"응?"

"사람도 많고 막 기계도 많았어."

외계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현실성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미 뱀이 사람으로 변한 게 더 현실성이 없다는 생각은 뒷전이었다.)

"그럼 그곳으로 가야지."

"싫어."

나나의 동공이 얇아지면서 날카로워졌다. 마치 뱀눈처럼 말이다.

"그곳은 나나랑 제노를 아프게했어. 절대로 안 돌아가."

자신을 아프게 했다면서 무엇을 어떻게 아프게 했는지 나나는 설명했다. 뾰족한 거에도 찔리고 통에 들어가고 눈 아픈 빛도 보고 물에도 들어가고.. 나나의 말로 유추해보자면 결론은 하나였다. 나나와 제노라는 아이는 실험체였다. 졸지에 실험체를 주워서 괜한 봉변을 당하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이 들었다. 

"표정 안 좋아졌어."

나나는 내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촉감은 영락 없이 사람인데.. 나는 내 앞에서 나를 보고 있는 나나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론.

"내일 나나, 잠깐 어디 가자."

"어디?"

"내 친구 집."

"친구 좋아."

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일단 지현이에게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현이는 센터로 봉사도 많이 갔으니까 혹시나 알고 있는게 있을까 싶었다. 내 머리 속으로 모든 계획을 세우고 시계를 보니 아직 4시였다. 훅 밀려오는 피로감에 나는 나나에게 말했다.

"너는 안 자?"

나의 말에 나나는 고개를 저었다.

"자야지 안 피곤하고 덜 힘들어."

그래도 나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뱀으로 변해 다시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가방을 들어 따뜻한 곳에 두었다. 그리고 나도 대충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일어나서 빨리 지현이한테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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