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 PERPECT! Finally, I finished!!! "


" 꺄악- 깜짝이야! "


" 아니, 라벤 박사님! 사람이 옆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그렇게 크게 소리치시면 어떡해요?

윤슬이가 놀라서 차를 다 엎었잖아요!

윤슬아, 괜찮아? 손 안 뎄어? "


" 응, 괜찮아 영빈 오빠.

그나저나 박사님, 며칠 전부터 만지고 계시던 그 기계, 대체 뭔가요? 그리고 아까 완성하셨다고...? "


" Oops... I'm sorry to surprise you, 영빈 군, 윤슬 양.

자... 그 왜 제가 예전부터 쭉 만들고 있었던 포켓몬 전송장치 있잖습니까?

그걸 이리저리 개조해서 무려 사람을! 단순히 장소 뿐만이 아니라 시간도 아득한 곳을 초월하여 전송할 수 있는 기계로 탈바꿈 시켰답니다! "


" 와... 정말요? 그게 정말로 가능하다면 저희가 살던 현대에서도 탐낼만한 엄청난 기술인데... 박사님 대단해요! "


" 야, 윤슬아, 순진한것도 정도가 있지!

현실적으로 어느정도 말이 되는 소리라야지 그걸 그렇게 단번에...

뭐, 뭐야... 두 사람 왜 그렇게들 절 빤히 쳐다보세요...?

... 아, 앗...! "



순간 영빈은 미래에서 한참 전의 과거인 히스이 시대로 떨어진 자신과 자신의 여동생 윤슬이를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 흠흠... 뭐, 그래서 그걸 어디에 쓰시려구요?

저희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딱히 저희 시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혹시 박사님이 직접 시간 여행을 하셔서 미래의 포켓몬들을 조사하시려 한다거나, 뭐 그런건가요?

아직 이 히스이 땅에 있는 포켓몬들도 몇몇은 심하게 무서워 하시면서 미래에 있는 본 적도 없는 포켓몬들을 제대로 조사하실 수 있겠어요? "


" 오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비록 박사님이 직접 조사하러 나가시진 못하지만 우리가 가져온 자료들을 꼼꼼히 분석해서 이렇게 훌륭한 포켓몬 도감을 만들어 내시고, 모든 도감이 완성된 지금도 계속해서 더 상세한 내용 추가를 하시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


" Oh, 저는 괜찮습니다, 윤슬 양. 영빈 군이 한 말도 사실이니까 그렇게 화내시지 않아도 전 괜찮아요!

아무튼 이건 영빈 군과 윤슬 양을 미래로 돌려보낼 용도도, 제가 직접 갈 용도도 아니랍니다! "


" 엥? 그러면 뭐하러 굳이 번거롭게 개조를 하신거에요? "


" 하아... 오빠, 눈치 좀 챙겨봐...

우리 말고도 미래에서 온, 우리랑은 달리 꼭 자기자리로 되돌아가셔야 할 분이 있잖아? "



라벤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서야 영빈도 자신의 여동생 윤슬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를 깨닫고는 손으로 제 이마를 탁 쳤다.



" 상행 님께서 동생분을 또다시 잃은지도 벌써 3년째...

다행히 그 아픔을 잘 이겨내시고 지금도 잘 지내고 계시지만... 여전히 상처는 남아있을 거예요.

게다가 주혜 님께 듣기로는 그 후로 본인 스스로도 예전에 살던 곳에서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돌아오고 계신다 하시니...

기억이 없었을때도 다시 만난 동생분과 함께 지낸 일주일동안 그렇게나 행복해하셨는데, 예전에 매일매일 그분과 함께 살아왔던 나날들을 떠올리실 때마다 얼마나 괴로울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


" 맞아요, 박사님. 저도 상행 님이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은 그때 처음 봤었어요.

상행 님과 정도 참 많이 들었지만... 역시 그분은 꼭 하나지방에 돌아가셔서 하행 님과 함께 하셔야만 해요. "



분위기가 침울해지려하자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영빈이 입을 뗐다.



" 자자, 왜들 이래요?!

어쨌든 이제라도 박사님의 노력 덕분에 상행 형을 드디어 돌려보낼 수 있게 됐다는 거잖아요?!

정말 잘 됐네요! 그럼 제가 훈련장에 가서 상행 형을 불러올게요! 본인한테 직접 설명을 드려야 하잖아요! "


" Oh, 그렇죠! 제가 잠시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영빈 군! "


" 앗, 오빠! 나도 같이 가! "








" ... 정말인가요, 라벤 박사님...? 정말로, 돌아갈 수, 있는건가요...?


" 물론이지요! 다만 준비하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겁니다.

아무래도 시공을 뛰어넘는 일이다보니,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


" 아, 괜찮습니다. 오히려 잘 됐군요.

준비하는 동안 저는 이곳에서 신세진 분들께 작별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


" 그리고 또 한가지... 돌아가시려는 장소를 정확히 입력해야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데...

그곳의 기억은 정말로 확실히 떠오르신게 맞습니까, 상행 씨? "


" Of course!
I'm 100 percent sure! "


" 아이코, 역시 상행 님 목청 크신건 알아주셔야 한다니까요!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이제 곧 이별이라니...

솔직히 저는 상행 님께서 계속 이곳에 남아 아직 포켓몬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모로 힘써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겠죠...?

상행 님만큼 포켓몬과 친해지는데 일가견이 있는 분은 제 고향인 가라르지방에서도 보기 힘들었는데 말이에요. "



아쉬워하는 라벤 박사에게 상행은 그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가볍게 토닥여주며 말했다.



" 과찬이라고 생각하지만요, 라벤 박사님.

하지만 이제는 저보다 훨씬 더 뛰어난 분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바로, 여기에요. "



상행은 자신을 훈련장에서 라벤 박사의 연구실까지 데리고 온 영빈과 윤슬을 돌아보며 말했다.


두 남매는 상행의 갑작스런 칭찬에 부끄러워서 손을 내저으며 말을 더듬었다.



" 그, 그렇지 않아요, 상행 형! 저희는 그저 조사를 위해서 포켓몬들을 잡았다가 놓아주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인걸요! "


" 마, 맞아요! 하지만 상행 님은 그 많은 일필도의 포켓몬들을 하루종일 먹이고, 훈련시키고, 놀아주고...

그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구요! "



상행은 안절부절 못하는 귀여운 두 남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가 각자의 손을 잡아 한 곳으로 모으고는 말했다.



" 영빈 군, 윤슬 양.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있어주셔서, 저는 이 광활한 히스이 대지에 저만 홀로 떨어져 고독하게 지내야 한다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힘을 내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답니다!

비록 한 번 크게 방황하긴 했지만 그때도 주혜 님과 다른 캡틴분들, 그리고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이 있어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제 시대로 돌아가기 전까지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분들이 참 많군요! 앞으로 많이 바빠지겠어요! "



그러던 상행은 문득, 무엇인가를 떠올리고는 라벤 박사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



" 아, 음, 그것만이라면 아마 지금 바로 보내드릴 수 있을겁니다! 아주 작고 가벼우니까요! "


" 그럼 지금 바로 쓸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


" Of course!!! "








" 자, 오늘도 다들 수고했어!

모두들 조심히 들어가! 그럼 내일 봐! "


" 수고하셨습니다, 마스터! "



하루의 모든 일과를 끝내고 기어 스테이션의 직원들을 먼저 모두 퇴근시킨 하행은, 마지막 보고서 작성을 위해 서브웨이 마스터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 불을 켜고 자신의 책상으로 가니, 왠 편지가 놓여 있었다.


투박한 질감의 종이에 쓰인 그 편지를 보자마자, 하행의 얼굴에 밝은 빛이 돌았다.


하행은 당장 그 편지봉투를 뜯어서 내용물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하행의 옆에는 푸른 고리의 블래키가 가만히 그의 주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 응! 알았어, 상행!

그런데 그 큰 구조물에 달랑 한 개(a)만 달아서 그게 보이겠어?

크게크게 해서 한 백개는 달아놔야지! "








" 그럼, 여러분!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지금까지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



라벤 박사의 기계가 작동할 준비를 마쳤고, 상행 역시 오랫동안 정든 히스이지방에서 만난 모든 이들과 작별할, 그리고 그리웠던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하나지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전송기계가 있는 라벤 박사의 좁은 연구실에는, 도저히 상행을 배웅하기위해 온 모든 사람들이 전부 들어갈 수는 없었기에 그들은 은하단 본부 건물 밖에 복작복작 모여서 상행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꽤 많아서 한동안 축복마을은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상행 역시,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의 전파력은 어쩔 수가 없었나보다.


곧, 그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떼서 건물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옮겼다.


연구실 안에는 금강, 진주, 은하단의 몇몇 사람들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이라고 해도 다 모이니 꽤 많은 수였지만.


전송기계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던 라벤 박사가 들어온 상행을 보고 말했다.



" 오, 상행 님! 이제 막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자, 그럼 마음의 준비는 되셨나요? "


" (후우...) 네! 다 되었습니다, 라벤 박사님! "


" 그럼, 이제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



상행은 뒤를 돌아 히스이지방에서 사는 동안 그와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 중, 첫번째로 인사를 건넨 사람은 역시...



" 주혜 님. 그동안 정말로,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주혜 님께서 저를 진주단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히스이에 온 바로 그날 차가운 동토에서 얼어 죽었을거예요!

게다가 부족한 저를 믿고 포푸니크의 캡틴 자리까지 맡겨 주셨을 때는, 정말 기뻤답니다!

이곳에서도, 제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증명이 된 셈이었으니까요! "


" 상행 씨...! 저야말로, 그동안 두령으로서 방황하던 저를 상행 씨께서 바로잡아주셔서 제가 더 고마운걸요!

포푸니크는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상행 씨 만큼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서 새로운 캡틴으로 임명할테니까요! "

지난 13년동안, 상행 씨께서 쌓아올린 모든것들, 결코 헛되지 않게 제가 쭉 이어나갈게요! "



상행은 자신이 오랫동안 몸을 담아온 진주단의 두령, 주혜와 이별의 포옹을 했다.


진주단의 동료 캡틴들 역시, 3년전 그 어느날 그랬던 것처럼 주변으로 둥그렇게 둘러모여서 함께 끌어안고 이별을 아쉬워 하면서도 상행이 그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 이봐! 너희들끼리만 그렇게 모여있지 말고 우리랑도 가벼운 인사 정도는 나누게 해달라고! "



약간 토라진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금강단의 동백.


그는 자신의 차례를 오래 기다리느라 잔뜩 심통이 나서 입술을 삐죽 내밀고 팔짱을 끼고선 툴툴거리고 있었다.


금강의 두령, 찬석이 좀 진득하게 기다려보라며 그의 등짝을 세게 때렸지만 그도 상행에게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었기에.


상행은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짐작하고 동백에게 다가가 그의 두 손을 모아 꼭 잡고 말했다.



" 동백 님. 저 대신 일필도의 포켓몬들을 돌봐주겠다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축복마을의 다른 분들도 도와주시겠다고는 했지만 그 많은 포켓몬들의 총 책임자가 되는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우시니 다들 꺼려하셨는데 동백 님께서 기꺼이 그 일을 맡아주신다 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



동백은 자기가 그것을 언급하여 은근히 자신을 뽐내려고 했으나 오히려 먼저 한 점 거짓없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상행의 행동에 일단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미리 연습해둔 자기자랑을 늘어놓으려 했으나,



" 어어...음! 그래, 그렇지?!

역시 이 동백 님은 사려깊고 배려심이 깊,어? 안 그래?

그... 그러니까 그곳에 가서도 종종 천관산 쪽을 향해 매일 아침 큰절을 오, 올리라고! 알겠어?! "



누가봐도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동백의 흔치않은 모습. 주변에 있던 모두가 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었다.


물론 온 얼굴이 새빨개져서 이익... 웃지들 말라고!!! 하며 두 주먹을 꽉 쥐고 한 손을 높이 들어올려 빙빙 돌리며 화를 내는 동백만 빼고.



" 자, 상행님, 이제 정말로 가셔야 할 때입니다!

이 타이밍이 끝나면 재작동하는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릴테니 얼른 이 발판 위로 올라가주세요! "


" 아아... 네, 박사님! 그럼, 여러분, 이제 진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부족한 저를 지금껏 보살펴주시고 이곳에서의 좋은 추억을 쌓도록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모두들, 안녕히! "


" 상행 씨(님)!!!

무사히 원래의 시대로 돌아가시길!

그곳에서 동생분과 행복하게 지내시길!!

안녕, 저희도 고마웠어요!!! "



상행은 라벤 박사의 전송기계 위로 두 발을 올렸고, 박사는 마침내 전송 버튼을 꾹- 눌렀다.


상행의 몸이 빛나더니 곧 슈욱- 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 위에서 흔적도 없이 그 모습이 사라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두는 놀라서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상행이 사고 없이 무사히 그의 시간대와 장소로 돌아가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빌었다.








오... 세상에... 뇌문 유원지다...! 확실해!


조금 변하긴 했지만 하행과 내가 어릴적 가장 좋아해서 여기 오기만 하면 수십번은 타곤했던 어린이용 롤러코스터와 카밀레 님과 에몽가가 좋아하시던 하늘자전거도 그대로 있네.


그리고 그렇게 각자 신나게 놀다가 지금처럼 해가 질 무렵쯤에 광장에 모여서 마지막으로 두 가족이 대관람차를 타고 이 유원지의 전경을 감상했었지.


자... 바로 그 대관람차를 마주하러 가야 하는데...

하아... 심장이 마구 떨려...


물론 나는 그가 나를 기다려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혹시... 혹시나... 아주 만약에라도...


아니야... 괜찮아.

괜찮을거야.


자, 가자.


그를, 만나러!








상행은 뇌문 유원지의 대관람차의 정면이 바로 보이는 중앙 광장으로 가기위해 유원지 내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같은 버스 안에 타고있는 사람들이 어째선지 자꾸만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었기에 상행은 최대한 구석진 자리에 가 앉아서 몸을 잔뜩 쪼그려 앉았다.



혹, 실종된 서브웨이 마스터인 나를 알아보고 그러는걸까?

역시, 다 너덜너덜해졌지만 하행과 둘이서만 세트로 맞춘 옷이니, 못 알아볼리가 없겠지?

그런데, 왜 아무도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지 않는거지?

한 명쯤은 그럴 사람이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나 정작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면 그 사람에게 무슨말을 해야할지 도저히 모를 것 같았기에 상행은 버스가 출발할때까지 자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다.



부르릉---



마침내 버스가 출발하고, 버스기사는 안에 탄 승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버스 내에 노래 하나를 틀었다.


구석 자리에 앉아있던 상행은 그 노래의 전주를 가만히 듣다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도저히 진정시킬 수 없어서 버스기사 바로 뒷자리로 옮겨 앉았다.


그러고는 버스기사에게 안내용 마이크를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기사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아무 말 없이 그에게 마이크를 슥 넘겨주었다.


상행은 감사 인사를 하고는 마이크 테스트를 한 뒤에 버스 라디오에서 막 첫 소절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그 곡에 자신만의 가사를 덧붙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는 당신에게로 돌아가는 중이랍니다, 저의 오랜 여정을 마치고요.


이제는 제가 있어야만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아주 잘 알고 있죠.


그대 곧 제가 당신 곁에 갈 것이라는 저의 편지를 받으셨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 주셔야 할지를 알겠지요,


만약 아직도 저를 원하신다면요.


만약 아직도 저를 원하신다면요...




유원지의 대관람차에 파란 리본 하나를 달아주세요.


벌써 3년이 흘렀는데, 그대 아직도 저를 원하나요?


만약 제가 대관람차의 파란 리본을 보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저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을게요.


그대로 지나쳐 갈게요.


당신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벌이라 생각할게요.


만약 대관람차의 파란 리본을 보지 못한다면요...




버스기사님, 저 대신에 봐 주시겠어요?


차마 제 눈으로는 못 볼 것 같거든요.


저는 죄인과도 같은 몸,


저를 풀어줄 열쇠는 그가 가지고 있어요.


그저 파란 리본만 있으면 되는데 말이죠,


제가 자유의 몸이 되려면요.


부디 그렇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어요.




유원지의 대관람차에 파란 리본 하나를 달아주세요.


벌써 3년이 흘렀는데, 그대 아직도 저를 원하나요?


만약 제가 대관람차의 파란 리본을 보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저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을게요.


그대로 지나쳐 갈게요.


당신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벌이라 생각할게요.


만약 대관람차의 파란 리본을 보지 못한다면요...








드디어, 버스가 목적지인 중앙 광장에 가까워졌고, 상행은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이 진정될 줄을 모르고, 오히려 점점 심해져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가 되어서, 그는 한 손으로 왼쪽 가슴을 콱 움켜쥐었다.



헉... 허억... 하아...


후우... ... ...



자꾸만 나쁜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이후로도 벌써 3년이 흘렀는데, 그가 과연 아직도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까...?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지쳐서, 이제는 완전히 나를 지워버린 것은 아닐까...?

하행이라면... 그 이전에도 10년이나 나를 찾아준 내 동생이라면...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 ... ... ... ... ... ...








갑자기, 눈을 감고있는 상행의 귀에,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의 커다란 환호소리가 들렸다.


상행은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감은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눈 앞에 보이는, 믿을 수 없는 광경...!








중앙광장 저 뒤로 보이는 대관람차에는,


수백 개의 파란 리본이 바람에 따라 하늘하늘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광장의 정중앙에는...


너무도...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그가...!




상행은 버스가 멈추자마자 다급히 뛰어내렸다.




말은 필요 없었다.


그저, 그에게로 달려갔다.


상행을 기다리고 있던 하행 역시,

그의 형에게로 두 팔을 벌리며 뛰어왔다.







" 하행!!! "


" 상행!!! "



두 형제의 목소리가 동시에 그 넓디넓은 중앙광장을 가득 메우며 울려 퍼졌다.


마침내, 오랜 세월을 떨어져 있어야 했던 두 서브웨이 마스터, 상행과 하행은 다시 하나가 되어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 상행... 어서 와...!

정말 잘 돌아왔어...!

정말로 보고 싶었어...!

상행 형...! "


" 하행... 다녀왔어요...!

저를 이토록 오래 기다려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저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 하행...! "



노을지는 하늘에 뇌문유원지의 화려한 인공조명들이 수놓여 마치 꿈속에서나 볼 법한 영롱한 보랏빛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금,

상행이 타고 온 버스에 함께 타고있던 승객들과 버스기사,

하행이 상행을 성대히 맞이하기 위해 데리고 온 기어스테이션의 모든 직원들,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있는,

기쁨의 눈물을 한가득 쏟으며 꼭 부둥켜 안은 두 쌍둥이의 모습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하나지방의 모든 사람들이 오래도록 염원해 왔던,

단 하나의 그 장면.


바로 지금, 생생히 펼쳐지고 있었다!



어느덧 광장에 한가득 모여 우레같은 박수를 치며 함께 기뻐하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 뒤로,

천천히 돌아가는 대관람차에 붙어있던 수백의 파란 리본들 중 하나가 바람에 떨어져나와 광장 쪽으로 날아오다가,


하행도 모르는 새에 그의 허릿춤에 달아놓은 몬스터볼들 중 가장 투박한 것에서 튀어나와

자신의 주인들(masters)을 올려다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블래키의 목에,


사라락 휘감겨 매듭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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