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숨결이 뒤섞이는 와중 둘은, 몸은 겹쳐 그대로 침대에 풀썩 누웠어. 고개를 틀 때마다 우영의 입술 새로 작게 신음이 터져 나와, 태오는 아래가 터질 것 같았지.


몇 잔이긴 해도 술을 먹어서인지, 아니면 우영이 취해서 적극적으로 나와서인지, 반응이 빨리 올라오고 있었어.


우영이 태오의 반응을 느꼈나봐. 하체를 비틀며 허벅지를 비비적거려왔어.


드디어 오늘인가? 사실, 경주에서 역사를 썼던 이후로 끝까지 가지 못하고 있었거든. 그때 엉엉 울던 우영의 모습이 태오에게 적잖이 충격을 주었나봐.


그 아픔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감도 오지 않았지. 그래서 저도 모르게 계속 브레이크가 걸렸던 것 같아.


우습게도 정작 그 아픔을 몸소 체험했던 우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태오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셈인 거지.


예전처럼 맞대고 비비거나, 우영의 허벅지 사이에 거시기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었어. 당연히 기분은 좋았지. 특히 허벅지 사이에 끼워 넣고 허리를 흔들 땐, 진짜로 하는 것과 같은 느낌도 들었어.


그래도 말이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어.


그걸 몰랐다면 모를까, 좁은 그곳에 넣어보긴 했으니 그때의 그 압박감을 허벅지가 대신 할 수 있을 리가 없었거든.


태오는 머릿속이 바빠졌어. 콘돔이 있던가, 젤은 있던가. 경주에서 사용하고 남은 걸 우영의 원룸 어딘가에 놔둔 것 같은데, 젤이 어느 정도 남았더라.


그땐 처음이라 모든 것이 다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단 생각도 들었지. 그때보다 더 공을 들여 풀어준다면, 우영이 조금은 덜 아프지 않을까. 게다가 술에 취하면 감각이 둔감해지니까, 그 또한 통각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태오는 슬쩍 손을 아래로 뻗어 우영의 바지 위를 더듬었지.


 

“흐응..”



우영이 허벅지를 움찔 떨며, 작게 콧소리를 냈어. 태오는 왜 때문인지 자신감이 솟았지. 이거 된다, 오늘 딱 되는 삘이다!


태오는 일부러 우영의 바지 속으로 진입하지 않은 채 우영의 바지 위를 배회하며 애를 태웠어. 입술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입술은 우영의 목덜미를 훑었어.


목에 쪼가리(*키스마크) 남기면 우영에게 또 얻어맞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입술로 가볍게 물었다 놓으며 혀끝으로만 훑었어.


전에 한번 진하게 남겼다가, 주먹으로 태오의 머리통을 쿵-내리친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조심해야 했어.


이제 조금 있으면 여름이라 더워서 목이 올라오는 옷을 입지 못할 테니, 이번엔 머리통 한 대로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렇게 이성은 말리고 있었지만, 본능은 달랐지.


태오는 옷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도 빨아 당기고 자근 거리기 위해, 스스스 고개를 밀고 내려왔어. 우영의 티셔츠를 머리통으로 밀어 올리며 그 속으로 파고들었지.


우영은 간지러운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키들거렸어. 간지러운 것도 그렇지만, 제 티셔츠 속을 밀고 들어온 태오의 머리통으로 인해 불쑥 솟아오른 배가 웃겨서기도 했지.



“이러니까 꼭 임신한 배 같다.”


 

우영은 별 뜻 없이 말을 뱉어낸 것 같았지만, 태오는 그 말에 또 희망을 키우고 있었어. 지금 욕정에 눈이 뒤집혀서 모든 말들이 다 그쪽으로 연결되고 있었거든.


태오는 머리를 쑥 밀어 티셔츠의 목부분으로 얼굴을 쑥 내밀며, 입술이 거의 붙을 듯 가까운 우영의 얼굴을 내려다봤어.


 

“야!! 티 다 늘게지겠다! (*늘어나겠다)”

“내가 티샤츠 100장 사주께.”


 

태오의 말에도 윗입술을 실룩이고 있는 우영의 도톰한 입술에, 태오는 쪽쪽 입을 맞추고는 다시 떼어내고는 입을 열었어.


말을 뱉을 때마다 은은한 담배냄새가 우영의 코끝에 와 닿았지.


 

“임신할래?”

“미칫나? 아니믄 취했나?”



우영은 어느 정도 술이 깨고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태오는 조급해졌지. 우영은 술이 좀 빨리 깨는 편이거든. 조만간 한겸을 뛰어넘는 말술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야.


 

“혹시 아나? 니가 특이 체질이라가꼬 임신이 될지.”


 

태오의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우영의 미간이 구겨지고 있었어. 태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어.


우영은 눈치가 남달리 빨랐으니까, 태오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감이 왔지. 왜 그날 이후로 넣으려고 시도 하지 않는지도 알 것 같았어.


그런데, 그렇게 겁을 내더니 왜 갑자기 스위치가 켜진 건지는 감이 오질 않았지.


우영은 사실 그날 이후에 내심 기대하고 있기도 했거든. 그땐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이 다 어설플 수밖에 없었어. 둘 다 쌩초보자인데, 생각처럼 모든 게 다 술술 풀릴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태오라면 그날의 실수를 금방 다시 만회하려 들 줄 알았는데, 저가 울었던 걸로 태오의 마음에 큰 돌이라도 얹어졌었나봐.


그때 느꼈던 통각의 기억이 되살아나 겁이 나기도 했고, 다시 한 번 해보자고 먼저 덮쳐버릴까 싶기도 한,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던 우영은 이제나 저제나 하며 미루고 있기도 했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니 말대로 내가 특이체질이라서 임신을 한다고 해도, 둘 다 쥐뿔도 없는데 애를 낳아 우찌 키울래? 낳기만 하면 애가 저절로 알아서 큰다카드나?”


 

이게 아인데...아직 술이 들 깼나. 태오에게 말려들고 있단 자각이 있었지만 뭐, 말려들어도 상관이 없나, 싶기도 했어.


태오가 뱉어낸 엉뚱한 말로, 엉뚱한 상상도 됐거든.


진짜 특이체질이라 임신이 된다면 어떨까, 싶은. 두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겠지? 아니, 이건 두 집안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힐 일이지. 해외토픽감이니까.


그러다 문득, 평생 저를 닮은 아이도 태오를 닮은 아이도 태어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시무룩해지기도 했어.


그러다가 또 긍정회로가 돌아가며, 세상은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으니 기다려보면 남자도 임신 가능해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은 희망도 들었지.


아직 술이 덜 깬 우영은 감정이 널뛰고 있었어. 그렇게 감정이 널뛰는 와중에도 태오와 헤어지는 선택지는 절대 없었지. 그야 어떤 경우에도 태오와는 헤어질 일이 없을 거라고, 이미 못 박듯 단정 짓고 있었으니까.


 

“그 므시라고, 내가 다 하께.”


 

태오가 그게 뭐 별 거라는 식으로 툭 뱉어내곤 씨익 웃었지. 우영도 덩달아 배시시 웃어버렸어.


 

“하고 싶음, 그냥 하고 싶다카믄 되지. 깡통 굴리기는.”

“아니이, 내는 니랑 이러고만 있어도 좋은데...내 아들내미는 욕심이 좀 과하네.”


 

태오는 붙이고 있는 아랫도리를 슬쩍 비비적거렸어.


 

“니 아들내미도 서가꼬, 깝깝할 거 같은데.”

“일단 쫌 비키 봐라.”


 

우영이 태오의 머리통을 티셔츠 안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지. 태오의 입술이 댓 발 나오고 있었어.


오늘 딱 삘이 왔는데, 아니었나. 어쩔 수 없는 실망감이 치고 올랐거든.


 

“...싫나?”

“할라믄 준비를 해야 할 거 아이가!”


 

댓 발 튀어나왔던 주둥이를 쏙 집어넣으며, 태오가 피시실 웃었지. 태오는 빠르게 우영의 티셔츠를 빠져나왔어.


태오가 빠져나가자, 그새 늘어난 티셔츠가 후줄근하게 풀썩 꺼졌어.


티셔츠 100장 안 사주기만 해봐라!


우영은 후줄근해져버린 티셔츠를 내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섰어. 아직 남은 취기로 인해 미미한 어지럼증이 있긴 했지만,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었지.


휘적휘적 걸음을 옮긴 우영은 티브이를 받치고 있는 3단 서랍장의 맨 밑의 서랍을 열었어. 그리고 꺼내들었지. [관장약]이라고 적힌 상자를.


후우- 낮은 한숨이 절로 새나왔어. 혹시 몰라서 버리지 않고 두길 잘한 것 같긴 한데, 진짜 잘한 건가 싶기도 하고. 마음이 살짝 복잡해졌어.


응꼬가 아픈 거보다, 관장하는 게 더 싫은 것도 같고 그랬거든.


서랍 속에 고이 누워있는 남은 젤과 콘돔 박스도 꺼낸 우영은, 그것들을 침대 위로 툭 던져놓았어. 그때 젤을 아낌없이 써댄 바람에 조금 밖에 남아있지 않기는 했지만.


샤워를 하면서 기억 언저리 어딘가 쯤에 짱 박혀 있을, 인터넷 검색 내용을 떠올려 뒤를 조금 풀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거든. 생각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의 각오라고나 할까.


이번에는 기필코! 완벽한 성공을 하고야 만다!


우영은 비장한 마음을 품으며 씩씩하게 욕실로 향했어. 


흡사 전장에 나가는 장군에 빙의라도 한 것 같은 우영의 뒷모습을 보며, 태오는 웃음을 애써 참고 있었지.


우영이 욕실 안으로 사라지자, 태오는 젤 통을 들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양을 보며 대충 계산을 했어.


요만큼은 풀어줄 때 쓰고, 요만큼은 내 거에 바르고, 요만큼은 혹시 하는 중에 마르거나 아파하면 쓰면 되겠다, 뭐 이런 쓸데없는 계산.


콘돔 박스도 열어서 콘돔이 몇 개나 남아있는지 확인했지. 사실 확인할 필요도 없긴 했어. 한 박스에 10개가 들어있는 거였는데, 경주에서 두 개를 썼으니 8개가 남아있을 것이 뻔했거든.


태오는 우영을 기다리며, 그거라도 하고 있어야 조금 진정이 될 것 같아서였지.


역시나 콘돔은 8개가 그대로 남아있었어. 이제 뭐하지. 티브이라도 볼까, 우영의 전공 책이라도 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리를 달달 떨던 태오는, 그냥 담배나 한 대 펴야겠다, 싶어 베란다로 나갔어.


우영이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태오는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가 땀만 씻어내고 후다닥 밖으로 나왔어.


우영은 지쳤는지, 아니면 취기가 아직 남은 건지. 덜 말린 건어물처럼 침대에 널브러져있었지.


찬물에 샤워를 했음에도 어쩐지 더워서 훌렁 다 벗고 나오고 싶었지만, 나름 예의를 지키느라 빤쓰를 걸치고 나온 태오는 아랫도리가 팽팽해진 탓에 갑갑했어.


아직 뭘 하지도 않았는데, 생각만으로 이렇게 서 버리면 저번처럼 넣자마자 싸버릴 것 같아 일단 한발 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세우며,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침대로 향했어.


우영이 슬쩍 눈을 굴려 태오를 보더니 푸흡, 웃음을 터트렸지.


 

“웃음이 나오제?”

“니 그래 걸으니까, 꼭 고래 잡은 거 같다 아이가.”


 

태오는 침대 위로 기어오르며, 웃느라 벌어져 있는 우영의 입술에 입을 맞췄어. 시원한 페퍼민트의 치약향이 섞였지. 같은 샴푸, 같은 비누향도 한데 뒤섞였어.


 

“더븐데 옷은 말라고 다 챙겨 입고 나왔노.”

“벌써부터 10년 이상 산 부부 같은 거는 싫어가꼬.”



우영의 대답에 태오는 피시실 웃음이 터졌지. 어쩜 이렇게 하는 말마다 귀여울 수가 있는 걸까. 아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어.



 


몽상가 夢想家 꿈을 꾸는 낭만주의자

몽상가msg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