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이 나오고 불편할 수 있는 대화가 있습니다. 분량주의 ㅠ_ㅠ 

*후반부는 적날하진않지만 약한 묘사가 있어 걸었습니다.







1.
꼴깍꼴깍
이것은 여주가 마시는 소리다.
"우엑! 으으."
이것은 여주가 치를 떠는 소리다.
언제 먹어도 적응이 안 되는 맛 이였다. 다 먹은 팩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빨리 물을 마시거나 물로 입안을 헹궈서 남은 맛을 없애고 싶었다.

"노인도 아니고 그런 걸 마셔?"
"남이사. 뭘 마시던 말 던 무슨 상관?"
"아아~ 상관은 없는데 냄새 나잖아."
"무슨 소리야. 이게 무슨 냄새가 나?"
"아니면 조용히 마시던가. 헛구역질 소리 다 내놓곤"
"야."
"왜?"
"너 진짜 존나 짜증난다."

으쓱.  앞에 서있는 남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얄미운 표정으로 여주를 내려 보았다. 방금 마신 양배추즙을 게워서 남자에게 올리고 싶었다. 위가 안 좋아서 마시게 되었는데 맛이 정말 쓰레기 맛이라 기분이 좋지않았고 이렇게 시비가 걸려 더 짜증이 났다. 그리고 위가 아프게 된 원인의 절반도 역시 앞에 있는 남자였다.






"테루시마 유우지"



"응~ 고마워~"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테루시마를 지나쳐 교실의 뒷 문으로 향했다. 화장실로 가서 빨리 입을 헹구고 싶었다. 하지만 속이 부글부글 거려 한 대만 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한 걸음 한 걸음 땔 때 마다 했다.

빡-!
"아오! 짱나는 새끼!"

여주는 뒤 돌아 서 있던 테루시마의 엉덩를 발로 차버리고 그대로 교실에서 뛰쳐나왔다.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 남자애가 있는 건 처음 이였다. 아니 그래 그건 그때야 그렇지 보통 이렇게 머리 크고 나서는 안그러잖아? 어? 어?!?!
화장실로 곧장 뛰어가는데 뒤에서 팔이 팍 잡혔다.

"찼냐?"

발로 차이고 바로 따라 나온 모양이였다. 한 쪽 눈썹을 찡그리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씩씩거렸다.

"어. 찼는데? 아팠냐?"
"아오. 진짜 내가 손을 델 수도 없고! 아오!"
하며 테루시마는 괜히 애꿎은 벽을 발로 콱콱 밟았다.
"그러게 왜 시비를 걸어. 나도 좃같은거 마셔서 기분이 좃같은데, 좃같은 애가 시비를 거니까 기분이 좃같아서 좃같은 애 발로 차버렸잖아."
"하~ 진짜 여자애가 좃이 뭐냐 좃이?"
"하~ 억울하면 너도 보지보지 거려."
"아오!!! 아오! 됐다!!"

테루시마는 시뻘개 지더니 휙 돌아서 돌아갔다.

그와는 고등학교 때 처음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지나가면서 본 적은 있었지만 접점은 없었다.  2학년이 되면서 같은 반이 되었고 사이가 틀어진 계기는 정말 사소했다. 왜 그냥 흔한 자존심 내세우기가 과열되고 그러다 보니 지기 싫어서 내가 맞니, 니가 맞니 하다가 정말 감정의 골이 생긴 경우였다. 왜 그렇게 지기 싫은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안맞는 사람, 이유 없이 싫은 사람, 처음부터 별로 였던 사람에 테루시마가 속한 거 뿐 이였다. 아마 테루시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서로 보기만 해도 으르렁 거리지 않는가?

학교에 가는게 너무 싫었다. 불편한 공기 덩어리가 있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고욕이였고, 그와 말이라도 섞게 되는 날은 정말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냥 전부 불편했다. 빨리 3학년이 되어서 반이 갈라졌음 좋겠다. 졸업을 해서 영영 안 봤으면 좋겠다. 그게 여주의 바람 이었다.

체육시간이였다. 마침 기말 고사 기간이 걸려 자습을 주셨고 남자애들 몇 명은 축구를 하러 나갔었다. 여주는 당연히 교실에 남아서 자습을 하고 있었다. 감독하는 눈이 없어 그런지 자습 분위기는 금방 해이해졌고 어수선해 집중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 여주는 끝까지 쥐고 있으려던 펜을 놓고 기지개를 폈다. 기지개를 피자 뒷자리에 있던 친구가 팔을 잡아 당겼다.

"여주야. 여주야."
"응?"
"운동장 좀 봐봐."

손을 내리고 창밖을 보니 노랑머리 싹퉁 바가지가 여주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아 재수없어.

"뭘 보란 거야?"
"테루시마. 너 쳐다 보던거 같던데?"
"아~ 아닌듯? 이제 안 보는데?"
"너넨 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아?"
"그냥..."

물과 기름이야. 여주는 말을 삼켰다. 절대 섞일 수 없는 사이였다. 이제 이 기말이 끝나면 금방이다. 곧 3학년이 될 것이다. 너무 지쳤다. 내신도 신경써야하고 대학도 정해야 되는 중요한 시기에 이런 하찮은 감정싸움에 기운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 이제 그냥 무시하자.

교실에서 여주의 목소리가 나오는 일은 거의 줄었다. 여주가 무시를하니 테루시마가 먼저 시비를 거는 일도, 둘이서 싸우게 되는 일도 없어졌다. 이제 위염은 나아질 법 도 했는데 가끔씩 통증이 찾아왔다. 같은 공간에 있는거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았다. 윗배가 쿡쿡 쑤시며 아파오는 날에는 그냥 조용히 책상 위로 엎드렸다. 여주는 그렇게 그냥 참았다.

봄방학이 지나고 3학년이 되었다. 여주는 다른 반이 된 것을 확인하고 살짝 울었다. 기뻐서. 고등학교 3년 생활 중 제일 게으르고 시간이 많은 학년이 고3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수업도 거의 없고 대부분이 자습이었다. 나름 목표를 하는 과가 있어 성적은 맞춰야 했기에 죽을 정도는 아니였지만 열심히 했다. 그리고 위염은 없어졌다. 양배추즙도 먹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3학년 생활은 나름 즐거웠다. 이게 학교생활이지 싶었다. 졸업 할 때도 살짝 울었다. 홀가분함과 기쁨으로 이제 더는 마주치지 않을 생각에 해방감까지 들었었다.






8년전에,


"너는 하나도 안 변했냐. 김여주?"
"테루시마 유우지."

23살에 했던 첫 반창회, 안갔다. 마주칠까봐. 25살에 했던 동창회? 안갔다. 총무에게 물어보니 온다고 했다. 3번째 지금, 반장이 안나오면 안된다고 얼굴이라도 비추라고 했다. 혹시 오는지 물었다. 안나온다고 걔도 계속 안나왔다고 이야길 했었다. 그래서 나갔다. 잠깐 얼굴 비추려고. 1차가 마무리 되고 슬쩍 빠져나온 골목의 끝. 잊어버린거 같은 얼굴이 보자마자 왜 한눈에 알아보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애들 00주점 갔어. 가려면 저 골목에서 꺾어."
"왜 나왔냐?"
"나오든 말든 뭔 상관이야."
"내가 안 나왔다고 해서 나왔냐?"
"...그렇다면?"
"그래?"


왼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 테루시마의 입술 사이로 보이는 은색 피어싱이 반짝거렸다. 그래 난 저 피어싱도 싫어했었다. 날티나고 양아치 같았었다. 여전히 하고 있다니 참 너도 여전히 날티나고 양아치 같다.

"난 전해줬다. 00주점. 간다."
"안 반가워?"
"허? 뭐?"
"난 무지 반가운데?"

자켓의 단추를 풀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삐딱하게 서서 내려다 보는 재수 없는 테루시마를 위 아래로 훑었다.

"음? 우리가 반가울 사인가?"
"아직도 내가 싫어?"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앙금이야. 앙금은 녹는게 아니라 가라 앉는거지. 다시 흔들면 어떻게 되겠어? 흐려지겠지? 그럼 다시 진행형이 되는거야. 그러니까 내버려둬."

여주는 손을 휘휘 젓고는 다시 가려던 길로 돌아섰다. 막차를 타고 가려 했는데 기분이 좋지않았다. 그냥 택시를 타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쥐고 있던 폰에 진동이 울렸다. 여주는 음량버튼을 눌러 진동을 껐다. 빠르게 도로변으로 나가 손을 뻗어 택시를 불러 세웠다.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별로 취하지도 않았는데 먹었던 것을 다 게워냈다.



아침에 일어나 전화기를 보니 친구한테서 부재중 3통 그리고 모르는 번호로 1통이 있었다. 설마했지만 혹시나 해서 차단을 했다. 세월이 흘러 아무리 흐려졌다해도 버릇처럼 남아있었다. 친구들에게는 어제 피곤해 그냥 자버렸다고 문자를 넣었다. 어제는 운이 안 좋았던 것 뿐이다. 이제 다시 마주칠 일도 없을 것이다. 접점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일상은 평소와 다를게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힘들지만 평범하고, 또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지내고 있었다.

"안녕?"
방금 전 까진 말이다.

"뭔데?"
"너 왜 내 전화 안 받냐?"
"너 전화번호 모르는데?"
"그럼 모르는 번호로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모르는 번호는 안 받아서."

여주는 테루시마의 옆으로 지나쳐 나갔다. 여긴 여주의 직장 앞 이였다. 소란스럽게 해서 굳이 입장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여기가 네가 일하는 데야?"

여주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잘됐다. 나 여기 근처에 살거든."

여주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자주 만날 수 있겠다?"

테루시마는 왼쪽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었다. 여주는 몸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이게 열이 받아서 오르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자주 만나? 나한테 왜 그러는데?"
"왜 그러긴? 그 앙금을 걸러보고 싶어서 그러지."
"그러니까 그걸 왜 하냐고!"
"그러게? 왜 그러고 싶은지 모르겠네?"

이거 신종 괴롭힘의 패턴인가 잠시 생각했다. 쟤는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아니 나랑 이제 와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화해라면 그 때 과거에 했어야 했다. 이미 그 골든타임은 놓쳤다.

"테루시마 유우지. 나랑 이야기 좀 할까?"
"그럴려고 온 거야."

여주는 회사 건물 앞에서 이러고 있을 수 없어 주변의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로 들어가자 테루시마는 뭐 마실래? 하며 산뜻하게 웃었다. 모르고 보면 그렇게 보였겠지. 그런데 여주 눈에는 그게 곱게 보일리가 없었다. 마주앉은 둘은 말이 없었다. 여주는 팔짱을 끼고 노려보고 있었고 테루시마는 다리를 꼬고 앉아 꼬아 올린 다리를 가볍게 흔들며 여주의 시선을 즐기는 듯 했다.

"야. 너 눈빛이 너무 사나워. 잡아먹힐 거 같아."
"장난이 하고 싶냐?"
"장난아니고 진심인데?"

여주는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해? 등 뒤에 두었던 가방을 들었다. 쇼파와 테이블 사이를 나가려고 하자 테루시마가 흔들던 다리의 무릎을 세우더니 테이블을 드르륵 소리가 나게 밀었다. 그 덕에 빠져나가려던 여주의 허벅지를 쳤고 여주는 자연스럽게 쇼파 위로 앉혀졌다.

"어디가? 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

10년 만에 제 2라운드가 시작 되는 느낌이였다.

"그래 좋아.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데? 들어줄게."
"보고 싶었어."
"그리고?"
"만나고 싶었어."
"또?"
"연락하고 싶었어."
"그래서?"

생각하던 대로였다.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걸 보니 이 시간도 낭비였고, 의미도 없었던 것 같다. 여주는 건성으로 대꾸를 했다. 갖다 준 음료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까부터 속이 거북했다.

"들어준다며?"
"듣고 있잖아?"
"근데 눈도 안 마주쳐?"
"말 같은 소릴 해야지"
"내가 하면 다 거짓말이고, 장난이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린가?"
"아직까지는?"

"내가 아직도 싫어? 그 앙금은 아직도 싫대?"
"싫다기보단 반사 같은거야. 아 파블로프의 개? 같은거 조건반사"
"그럼 다른 조건을 넣으면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거네?"
"나한테 왜그래?"

"나는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우리 처음 부터 다시 시작할래?"
"뭔 말이야?"
"리셋하자고. 우리가 만난건 18 살이 아니라 28살인걸로."
"말이 되는 소릴해."
"왜 안돼? 다시 인간관계를 쌓고 싶단 건데,"
"너랑? 나랑? 왜? 어디 아파?"
"계속 그렇게 쳐내기만 할 거냐?"
"조건반사랬지? 안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돼. 그냥 서로 없었던 10년처럼 계속 그렇게 지내자."

여주는 쇼파를 확실히 뒤로 밀어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음료값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왔다. 테루시마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여주의 머그잔을 바라보았다.

카페를 나오자 배가 쿡쿡 쑤시기 시작했다. 신경성 위염이 도진 것 같았다. 조금 더 걷다가 배를 감싸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위염이 아닌가. 좀 많이 아픈데? 윗배가 아니라 옆구린가? 아 왜이렇게 아프지...

"야! 너 왜그래!"
마침 카페에서 나오던 테루시마가 급하게 다가와 여주의 어깨를 감싸 품에 넣고는 살짝 흔들었다.

"야.. 나.. 배가 너무 아파.."
"너 뭐 또 그 위염이야?"
"아니. 아닌 거 같아, 아. 아. 이거 진짜 너무 아프다."
"일단 안되겠다. 병원 가야겠다. 너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 알겠어?"

테루시마는 여주를 가로수 옆에 있는 벤치에 앉히고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한 골목으로 뛰어들어갔다. 여주는 배를 감싸고 상체를 숙였다. 상체를 들면 배가 너무 당겨와 아팠다. 허리를 필 수가 없었다.
빠아앙-!
검정색 승용차가 여주의 근처 도로변으로 다가왔다. 비상등을 켜더니 운전자석에서 테루시마가 나왔다.
"너 일어날 수 있겠냐? 걸을 수 있어?"
"아니.. 못 걷겠어..허릴 못 피겠어..."
"하씨. 안는다?"

테루시마는 공처럼 말린 여주를 그대로 안아 올렸다. 그리고 걷는 반동에도 아플까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걸었다.. 조수석에 태울까 잠시 고민힌더니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여주를 태우고 벨트를 잡았다 다시 놓았다. 빠르게 운전석으로 가 타더니 스무스하게 발진했다. 테루시마는 병원으로 가는 동안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혀의 있는 피어싱을 물었다, 굴렸다, 당겼다 하기만 했다.

"급성충수염이네요. 보호자분 이쪽에서 인적사항 써주시겠어요?"
"쟤 제 보호자 아니에요."
"너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소릴하냐? 아픈거 아니지 어?"
"아파."

그 뒤로는 기억이 없었다. 응급실이였는데 눈을 뜨니 일반병실이였다. 주변을 들러보니 여기 1인실 인 것 같았다. 1인실 비싼데. 보험 적용도 안되는데. 왜 1인실이야. 하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다가 어!!!! 회사!!!!

"악!!!"

여주는 상체를 일으키려다가 통증을 느끼고 그대로 누웠다. 아 맞다 나 배 쨌지? 또 쨀 뻔.. 어떻게 하지. 연락해야되는데... 상관 없나? 입원계 내면...그래도 지금은 무단결근이지 그럼 안되는데. 또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어났어?"
"니가 왜 있어?"
"그러게."

조금 피곤해보이는 테루시마가 들어왔다.

"잘 자더라? 수술끝나고 와서 잠시 깼다가 바로 푹 자더라."
"그랬나? 아 맞다. 내 전화기 좀 꺼내줘. 가방에"
"뭐하게?"
"회사에 전화는 해야 될 거 아냐? 엄마한테도 전화하고."
"아아. 알았어, 잠시만."
"너는 일하러 안가?"
"자. 전화기"
"엄마 부를 거니까 가도 돼. 아 그리고 고맙다. 진짜."
"그렇게 입 닦을거야?"
"그럼 뭘 더 해야 되는데?"
"일단 어머니 부른다니까 갈게. 있다가 저녁에 다시 올게. 그 때 마저 이야기 해 여주야~^^"
"야! 평소대로 불러! 소름끼치게!"
"있다가 보자 여주야~^^"

테루시마는 상큼하게 웃더니 미련도 없듯이 나가버렸다. 여주는 기가찼다. 그리고 기분이 이상했다. 성 때고 이름만 부르는건 누구든 저를 그렇게 불러왔다. 그런데 묘하게 새로운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화가 별로 나지 않는 점이 가장 이상했다.
분명 내가 마취가 덜 풀렸거나, 아님 너무 아프거나, 잠이 덜 깨서 정신이 몽롱해 그런거라고 애써 생각했다. 만약 아니라면 좀 고마운 상황이 생겼기 때문일 거라고 한 번 더 애써 생각했다.




"야, 너 벌써 퇴원해도 돼? 3일밖에 안지났잖아. 일주일은 있어야 되는거 아니야?"
"괜찮거든요. 멀쩡하거든요? 방귀도 뿡! 빵! 잘 뀌거든요?"
"아씨."

테루시마는 3일 내내 여주를 찾아왔다. 대화다운 대화가 있었던건 아니지만 그냥 여주를 바라보다 갔다. 재회를 했던 처음 만큼은 거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편했다. 오늘도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퇴원한단 소릴 듣고와서는 병실을 정돈하는 여주의 뒤를 쫒아 다니면서 말을 걸었다.

"테루시마 유우지. 뭐 좋아하냐?"
"왜? 나한테 관심이 좀 생기냐?"
"헛소리."
"그럼 왜 묻는데?"
"밥 사주게. 고마운건 고마운거니까."
"그래? 그럼 밥 말고 술 사줘. 너 다 나으면. 그리고 차단 풀어라."

수납창구에 도착하자 테루시마는 휘적휘적 가버렸다. 차단 한 건 어떻게 알았대.

"315호인데 수납하려고요."
"잠시만요. 음. 수납되셨는데요?"
"네?"

여주는 테루시마가 나간 자릴 바라보았다. 저한테 왜 이러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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