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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먹고 하시죠.”

“그럴까요? 아, 원래 노래 좀 하는 애들인데 오늘따라 영….”



프로듀서의 말에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매니저를 본 용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돌아섰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던 녹음 현장인데, 굳이 와서 봐주시면 안 되냐는 연락부터가 귀찮던 참이었다. 바쁜 시간 쪼개서 온 녹음실에서 겨우 듣는다는 게 찢어지는 목소리와 시원스러운 삑사리라니. 줬던 노래를 도로 뺏어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더더욱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몇 마디 되지도 않는 제 파트에서 시원시원하게 삑사리를 내놓고도 부끄럼 없이 헤헤거리며 웃는 낯짝들 때문이었다.


“누나! 크흠. 뭐 좋아해요? 저희가 살게요! 노래 너무 좋은 것 같은데, 미리 축하하는 기념으로.”



잠깐만. 저 짧은 파트 몇 번 불렀다고 목이 쉬었다고? 꽤 신선한데. 속으로 감탄한 용선이 혀를 내두르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누나?”

“아, 아직 안 친하니까 작곡가님이라고 해야 하죠? 근데 전 친해졌으면 좋겠는데. 어떠세요?”

“그럼 노래 좀 잘해봐요, 내가 노래 준 거 후회 안 하게.”



마음 같아서는 ‘다음번엔 내가 너한테 곡 안 줄 거라서 친해지진 못하겠다.’ 하고 끝내고 싶었지만 어쨌든 곡 팔아서 먹고 사는 처지라 다른 수가 없었다.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웃으며 가시 박힌 대답을 건넨 용선이 끝에는 작은 한숨을 붙였다. 이제 와서 먼저 간다고 할 수도 없고. 들고 있던 생수도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아쉬운 대로 생수병을 쓰레기통에 툭 던져넣은 용선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담뱃갑을 바지 주머니에 밀어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녹음실 문이 닫히기도 전에 따라 나오는 발소리가 영 달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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