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오브 히어로즈 썰 및 아주 짧은 글 백업용 포스트.

현재 시점으로 하드 스토리 엔딩까지 스포일러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포스트에 추가 및 수정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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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가 비오는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비, 싫어하십니까? 라고 묻는 조슈아 보고 싶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보통은 좋아하느냐고 묻지 않나? 생각하며 로드가 의외라는 듯이 물으면 “싫은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눈을 못 떼는 것처럼 보여서요.” 눈을 뗀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차라리 본다. 익숙해질 때까지 본다. 그런 느낌이라고 대답한다.

그건 그대의 이야기인가? 로드는 되물으려다 입밖으로는 내지 않고 낮게 웃기만 한다. 거기서 대화는 끝났다. 로드랑 조슈아는 이런 분위기였음 좋겠다. 서로 길게 대화는 이어지지 않지만, 내뱉는 말들이 묘하게 핵심을 찌르고 서로의 속내를 휘젓다 그대로 소멸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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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가 본 여러 시간선 중 하나는 자이라가 발터에게 키워진 세계도 있었으면 좋겠다. 자이라는 어떤 세계서든 강인하고 굳건했으며 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다만 베른하르트의 성을 받은 사르디나의 인간인 자이라는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할 만큼 끓어오르는 분노가 내면에 없었고, 대신 바다 끝 수평선 너머를 똑바로 바라보는 올곧은 시선을 가졌다. 로드가 아는 자이라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웃을 줄 알았고, 그 얼굴은 바다처럼 청명한 푸른빛을 띠는 것 같았다. 로드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불꽃 같은 성정을 좋아했지만, 그 파란 웃음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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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조슈로 그런거 보고 싶다

아주 가끔씩 단둘이만 티타임 가지는데 입성 얼마 안된 시절 조슈아 첨엔 뭔가 따로 할말 있거나 경고 의민줄 알고 바짝 긴장했었는데 딱히 대화도 별로 안하고 한시간쯤 진짜 차만 마시는것임. 날 좋으면 밖에서 바람 쐬며 마시기도 하고 비오면 안에서 비내리는 모습 보며 멍때리기. 심지어 어쩔땐 졸기도 함. 첨엔 이거 뭐하는건가 싶었는데 차츰 익숙해지면서 조슈아 본인한테도 휴식이 되어버림. 그야 딱히 말도 안시키고 차만 마시면서 합법적으로(?) 일 안할 수 있으니까. 

한참 뒤에 로드에게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 말 없이 휴식이 될 수 있으니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제일 편한 사람들 아닌가, 그대나 나나."

조슈아는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말마따나 입밖으로 꺼내는 타입이 아니었으므로 가만히 차를 홀짝이기로 함.

시나브로 이 조용한 티타임을 기다리게 된 조슈아는 나중에 시내서 좋은 홍차라도 발견하면 로드 좋아하시려나 하는 생각부터 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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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가 아발론의 수장이 되기 전 온갖 음해와 정치 모략을 뚫고 왕좌에 오르는 과정 보고 싶다. 어린 시절도 평범하지 못하게 자랐으며 혹독한 정치 생존을 배워왔다든가.

비열한 시도에는 더 교활한 수법으로, 배신하고 뒤통수를 친다면 뼈저리게 후회할 만큼 잔혹한 보복으로 답하던 때가 로드에게도 있었다. 권위가 무너지고 우습게 보이는 것이 제일 두려운 일이었던 적이 있었다. 군주는 너무 어렸으며, 풋내기였고, 그런 애송이가 차지하기엔 왕좌는 너무 탐스러웠다. 

어린 아발론의 예비 군주는 마땅한 자격이 있어야 했다. 열몇 번의 독살 시도에도 눈 깜짝 안할 만큼 담대함과 독함을 품어야 했고, 자신에 대한 노골적인 멸시와 무시를 찍어누를 본보기를 보여야 했다. 그는 확실하고 명료하며 분명한 승리가 절실히 필요했다. 압도적인 위압을, 절대적인 승리를, 누구에게도 얕보이지 않을 권위를. 

그러나 그것을 우선순위로 두었을 때 돌아온 결과는 진실로 바란 것과 거리가 멀었다. 어린 군주는 자신이 틀렸음을 배웠다. 경험했다. 타국의 군주들에게 이상론을 말하는 것은 그런 경험의 이야기이다...라는 설정

독살 시도 중 대부분 홍차였음 좋겠네. 조슈아랑 티타임 가질 때 0.5초 멈칫했다가 아무렇지 않은 미소를 띠며 찻잔 들어올리는 로드. 

로드 평소에 딱히 포커페이스에 능숙하지 않은 느낌이지만 작정하고 마음 먹으면 태연한 얼굴 연기쯤은 해낼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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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사귀는 사람도 없고 (제대로 된) 연애경험도 없지만 과거 약혼자는 서넛 정도 있었으면.

티타임 중 연애담 쪽으로 화제가 흘러가는데 당연히 로드가 연애 경험 없을 거라는 전제로 이야기 나누다가 약혼자는 있었는데, 하는 폭탄발언으로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티테이블.

로드가 열넷, 상대는 열여섯 정도의 높은 작위 가문의 자제. 아직 나이가 어려 정식 즉위 전이라 실제로 결정권을 갖고 공적인 일을 움직이는 건 다른 정치가들이었는데, 차기 로드의 결혼은 아주 중차대한 일로 정치사 중의 하나였음. 발언권이 부족했던 로드는 크게 비합리적이지 않는 한 따르기로 함.

- 상대는 좋은 사람이었어? (왠지 프라우가 스스럼없이 물어볼 듯)
- 높은 가문의 자제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수하고 상냥한 사람이었지.
- 오, 사이 좋았겠네?
- 음. 좋은 편이었지.
- 그런데 결혼은 안한 거잖아? 왜?
- 나한테 독살 시도를 했거든.

갑분싸

그 가문은 오랫동안 왕실에 충성하며 섬기는 척하면서 반역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수단으로 결혼의 연을 맺는 척 로드의 암살을 꾀했다. 약혼자는 그렇게 준비된 자로, 아주 어릴 때부터 이것을 위해 교육받았다. 다행히 로드는 살아났고 당연히도 반역자들은 멸문을 당했다. 전 약혼자를 포함해.

로드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찾았다. 최소한 전 약혼자만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기껏해야 당시 로드보다 두살 위일 뿐인 아이인데. 본인을 포함해 온 가문의 목숨과 책임이 달려있었겠지. 하지만 당시 로드의 발언권은 너무도 약했기에 간단히 무시당했다.

그 후로도 약혼자는 세 명 더 있었다. 둘은 암살기도를 하다 잡혔고 하나는 '사고사'로 요절했다. 그때마다 로드는 자신의 안위보다 상대를 살리고자 했다. 하지만 로드의 힘은 너무 빈약했다. 당시부터 최측근이었던 루인은, 반드시 당신을 왕좌에 앉히겠노라 맹세했고, 로드 역시 맹세한다. 자신의 힘으로 이곳을 바꾸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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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조 애들 비 싫어한다는 가정으로.. 프라우도 비오는 날만 되면 평소보다 텐션이 낮아지는데 그게 아주 미묘해서 알아차린 사람이 없을 것 같음. 사람들 앞에선 평소와 다름없다가 혼자 있게 되면 장난기 넘치는 웃음도 쾌활함도 온데간데 없이 목석처럼 땅에 꽂힌 듯 창밖만 보는데 우연히 그 모습을 본 로드랑 눈이 딱 마주쳤지만 몇 초의 시간 동안 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어 보이는 텅 빈 눈빛으로 로드를 쳐다보는 프라우. 로드가 말문이 막혀 가만히 바라보자 금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로드! 어디 다녀와? 하고 팟 웃어보이기 시작함. 방금 전의 모습은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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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람이 제일 먼저 영입된 첫 번째 기사일 것이다 이건 양보 못함(?

그리고 두 번째부터는 솔직히 누가 먼저건 상관없는데 느낌적으로 요한일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빈민가에서 요한의 재능을 알아본 로드가 관심을 갖지만 그때 요한 양아치였음 좋겠고 어찌어찌 프람과 대련하는 자리를 마련함.

그때 민첩한 몸놀림이긴 해도 쭉 정식 훈련받던 프람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을 리 만무하고 처발리던 요한이 궁지에 몰렸을 때 지금의 엑실리온 버스터를 처음 쓰게 된 거였음 좋겠다. 분명 무기는 두개뿐인데 무수한 칼이 내리꽂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빠르고 위력적인 기술.

프람이 처음으로 멈칫하게끔 만든 기술이었고 신나고 흥분한 프람을 진정시키고 대련을 마무리 짓는 로드.. 요한이 그것을 마지막으로 전력을 다했고 쓰러졌기 때문에. 로드는 자기 눈이 틀리지 않았음에 만족하고 요한을 기사로 맞아들인다는 스토리.

그때 그때 좋아하는 것을 막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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