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없이 헤어질 수 있을까


누구나 헤어질 때는 미련이 남는다.


연애도 아니고 결혼한 사이라면 더욱 더. 그럼에도 이혼을 한다면 특히, 둘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그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일은 힘들 거 같다. 어떤 식으로든 자녀의 일로 엮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어떤 이는 정말로 ‘청산’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절연을 하는 경우가 있다.


루카스 필름의 매각 대금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스타워즈 감독 조지 루카스가 그런 사례일 것이다.


이 감독의 이혼 사정을 평소라면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설령 유명인이라고 해도 사생활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조지 루카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계기는 영화 <스타워즈>의 성공담을 다룬 다큐에서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정작 조지 루카스가 나오지는 않지만 첫 째 부인인 마시아 루카스가 출연한다. 물론 전 부인이라는 자격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녀는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의 자격으로 출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조지 루카스가 루카스 필름을 디즈니에 매각한 이야기이다. 2012년 당시 매각 대금이 무려 4조가 넘는 계약이었다.


10 여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들어도 천문학적 액수다.


그 금액이 어디에 쓰였을까.


매각 대금의 반이 위자료로 첫 번째 부인이었던 마시아 루카스에게 지급되었다. 그런데 이 얘기를 전하는 인터뷰 속 마시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둘의 결혼 기간은 1969 년에서 1983 년까지다. 그러니까 이혼을 1983 년에 했는데 재산분할 금액이 2012년에 지급됐다는 소리다. 무려 3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다. 이게 무슨 얘기일까. 다름 아니라 이혼 당시 재산 분할 약정 때문이었다.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루카스 필름의 매각 대금이 이혼계약에 포함되었던 것이다.


평범한 이라면 이런 재산분할에 전 부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상대가 욕심이 많은 거 아닌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마시아가 인터뷰에서 심지어 눈물까지 보였던 이유는 조지 루카스의 절교 방식 때문이었다.


완전한 결별


그녀는 사실 이혼 계약 당시 재산 분할 내용을 까먹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심지어 계약에 서명을 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돈이 들어온 것이다.


정작 당사자 조지 루카스에게 한 통의 전화도 없이 말이다. 그러면서 이혼 이후 그 긴 시간 동안 둘은 딱 한번 만났다고 전한다. 바로 첫 째 딸의 결혼식에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예식 당일조차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전한다. 평범한 아메리칸 스타일은 아닌 셈이다.


인터뷰에서 마시아는 말한다. 그만큼 자신을 향한 루카스의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그 긴 시간이 흘러 딸의 결혼식장에서 말 한마디를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재미난 사실은 이혼 당시 재산분할 계약 조건을 당시 여성측 변호사는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혹시라도 루카스가 자신의 회사를 일부러 파산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상대는 전혀 재산분할을 받지 못할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루카스와 마시아는 언제 실현될지 모를 계약에 서명하고 헤어졌다. 아마도 둘이 헤어질 때 돈의 문제보다 다른 문제가 더 큰 쟁점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수십년이 흘렀고 계약은 이행되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에서 조지 루카스의 성격이 보인다. 바로 사람과 헤어지는 방식이다.


금전적 관계를 포함해 어떤 관계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약속을 지킨 것을 보면 그 의지가 대단하다.


마시아가 눈물을 보일 정도로 서운했던 감정은 바로 완전한 결별이라는 소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떤 관계는 복원되지 않는다


나는 저 다큐에서 오직 이 대목만이 기억에 남았다.


조지 루카스라는 사람의 성격을 엿볼 만한 에피소드였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수십년이 흘러도 약속을 지키면서까지 절연을 상기시킨 루카스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설령 둘 사이에 딸이 있었다 할지라도 각자의 삶을 사는 처지에 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미련을 남긴다. 좋든 싫든 감정이 쌓인다. 그러나 루카스는 그러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깨끗하게 헤어지는 사람도 드문 세상인 것 같다. 그 관계가 금전적이건 감정적이건 간에.


많은 이들이 질척거리지 않은가.


하지만 복원되지 않은 관계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각자의 길을 간다면 우연이라도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설령 상대가 서운하다고 할지라도. 당사자였던 전 부인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은 증언하기를 이혼이라는 사건으로 조지 루카스는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런 증언을 모아보면 나는 루카스의 선택이 이해가 간다. 우연이라도 보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말이다. 아마도 수십년 동안 금전적 관계 단 하나만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매각이 됐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관계도 청산이 됐다.  


그렇게 인연은 끝났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전부인의 눈물에 동정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쓸모없는 감정을 탓할 것인가.

쓰고 싶은 것과 읽고 싶은 것 사이 어딘가에서 쓰는 글쓴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교양서 한 권을 썼다. 문의 cogitoy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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