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은 유능했다. 왕이 자리를 비웠던 삼일동안 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갔으며 예민한 귀족들 문제도 그는 잘 처리해 두었다. 

"이제 됐으니까 그만 사부작거려."

"상처에는 약까지 꼭 발라줘야 한다고요."

"이미 흉터도 안남게 만들어놓고는 별 꼴이군."

"하하하! 경 스스로도 경이 고양이 같은 거 알죠?"

여성은 이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자라드가 깨어나고 여성은 비밀리에 의원을 불러 그가 마신 약을 알아내려 했지만 밝혀내지 못했다. 또 이 녹색 머리가 숲에서 자라드를 해치려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를 구했다. 그리고 지금 제 앞에 앉아서 없는 꼬리를 흔들어 대고 있는 게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왜 대답이 없나요 경? 제가 경을 고양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요?"

"제발 좀 닥쳐!"

여성은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이렇게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생명체는 이 대륙에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참 가시가 많네요. 힘든 일이 많았나 봐요?"

그제야 여성의 눈이 폴을 향했다. 

"뒷조사 해봐야 나오는 게 없었을 텐데."

그녀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폴은 기어이 여성의 멀쩡한 어깨에 약을 발라주고 나서야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저를 뭐로 보시고... 뒷조사는 안 했습니다. 과거는 늘 지긋지긋하니까."

그가 싱긋 웃었다. 그 얼굴을 본 여성은 입술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평소 짓는 그 재수 없고 능글맞은 얼굴이 아니었다. 통찰은 나이를 먹어가며 얻게 된 꽤 괜찮은 능력이었다. 그를 심문하기에 좋은 순간은 아닌듯 해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향했다. 그녀가 문을 잡아당겼을 때, 폴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그래서 고양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아악!"

여성은 재무실 문을 세게 닫았다. 문고리가 조금 덜렁거렸다.

-

자라드는 언제 쓰러졌었냐는 듯 평소처럼 서류를 펄럭이고 있었다. 청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자라드는 여성이 곁에 있음을 앎에도 눈을 서류에 고정했다.

"급한겁니까?"

자라드는 무심하게 답했다.

"조금. 할 말 있나?"

도울까 했던 여성은 그냥 나가려 몸을 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문을 향하는 여성의 등에 햇빛이 비쳤다. 자라드의 시선이 여성의 허리에 닿았다. 낯선 철검이 보였다. 그 검은 검집도 없이 대충 가죽 끈에 묶여 매여 있었다. 자라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검이 왜 아직 그 검이지?"

"예?"

"왜 아직 그 역겨운 왕국의 기사 나부랭이가 쓰는 검을 차고 있냔 말이다. 내 호위가. 방금 하려던 말이 그거였나?"

"아뇨."

자라드는 서류를 테이블 한 구석에 던져올렸다. 여전히 얼굴은 밝지 않았다.

"따라와."

여성은 조용히 뒤따랐다.






소설 [죽은 장작에게]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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