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호리병의 비밀

호안이 민첩하게 몸을 날려 순식간에 문 앞에 이르러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려고 귀를 더 가까이 바깥쪽에 기울였을 때.

그 방의 안쪽에서 다시 아주 희미한 인기척이 다시 들려왔다.

마치 무언가가 호안이 머무는 방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의심쩍은 얼굴로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아주 작은 파랑새 한 마리가 호안의 어깨에 날라와 앉았다.  새가 얼마나 작던지 벌새보다 더 작아보였다.   나비나 벌처럼 그렇게 가볍고 작아보이는 그 새가 호안의 어깨에 앉자마자 호안의 방안에 그 새가 지닌 색깔과 똑같은 빛들이 천장에서부터 안개처럼 재빠르게 내려오기 시작했다.  호안이 "엇" 소리도 내기전에 안개는 호안의 얼굴을 지나 방바닥까지 내려가며 호안을 잠재웠다.  

마법력으로 봉인된 호안의 방에서 무엇이든 들어오면 해술없이 나가기란 퍽 어려울텐데,  

파란 연기속에서 잠이 들어버린 호안은 자꾸 몸이 줄어들더니 마침내 파랑새보다 작은 몸집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작아진 호안을 부리로 살짝 들어올려 등위에 태운 파랑새는 들어왔던 틈새를 찾아 다시 나가는데 신기하게도 그 틈새는 호안의 몸짓을 따라 차랑한 빛을 내며 흔들거리던 백호족의 가장 큰 몸짓의 백호 콧수염을 갈아 만든 백색 마법가루가 들어 있던 호리병안에 존재했다.  호리병안에 들어갈 만큼 작아질 도리가 없던 호안은 호리병의 비밀을 알면서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더구나 백색의 마법가루는 마력때문에 함부로 닿으면 오히려 화상을 입기도 했던 터라 일부러 호리병을 시험하지도 않던 중이었다.

호안이 입고 있던 연습용 무복의 허리춤에 달려 있던 초록색의 작은 호리병안으로 들어간 파랑새는 그 호리병을 통해 호안이 머물된 방밖으로 쉽게 빠져나왔다. 


https://youtu.be/rIyGR8hdr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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