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포함 2235자)

"근 반 년 동안 계속 제 흉내를 내며 기물을 파손하고 민간인을 공격했거든요. 그 영상이 인터넷에 나도니 저는 상부에 불려가서 알리바이 대고, 그런 신드롬 없다고 증명하고, 장난 아니었어요."



이오타 하지메는 그리 말하며 의자 등받이에 푹 기댔다.

"지부장님, 부르셨어요?"

"자, 이오타 군. 이거 읽어 봐."

그는 지부장이 건네는 서류를 받아 그의 직인이 찍힌 표지를 넘겼다.

"이건... 복제체 관련 자료네요?"

"지금까지의 정보를 모두 추렸어. ... 나가서 읽으렴."

미나미모토 아스야라는 이름표가 붙은 그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지부장실에서 나와 자료를 훑었다.

8개월 전부터 꾸준하게 관측되었으나 근 3개월간 관측되는 것은 블랙독과 우로보로스 크로스인 한 명으로 추정됨.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지 혼자 활동하는 지 알 수 없으나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때가 아니면 추적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특정 조직에 소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음.

...... ...... ......

복제체의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1년 남짓의 생조차도 불확실하다니 기가 막혔다. 도대체 어느 조직이 그와 그의 정보를 이렇게나 덮어두고 있는 건지. 그는 제 가방에 서류를 넣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날은 일을 하는 내내 제 복제체만을 생각했다. 이름은 뭔지, 어째서 혼자밖에 안 남은 건지, 자신과는 얼마나 닮았는지... 이오타 하지메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자신의 복제체가 계속해서 워딩 없이 신드롬을 휘두르고 다니는 이유만은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나아가 UGN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

"...나를 부르고 있는 거구나."

그래, 복제체는 온 몸으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온 몸으로, 그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그래서 이오타 하지메는 그 날 근무가 끝나자마자 다시 지부장을 찾아갔다.

"이오타 군? 퇴근 안 하나?"

"물론 해야죠, 지부장님! 그런데 퇴근보다 더 급한 일이 있어서요."

"퇴근보다 더 급한 일?" 

"그러니까... 이 복제체를 만날 방법은 없을까요?"

지부장은 안경 너머로 크게 뜬 눈을 꿈뻑였다.

"만나서 뭐 하려고 그래?"

"아니, 뭐... 특별한 걸 하려는 건 아니고요. 그냥,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어쩐지 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흐음......"

지부장이 영 미덥지 못하다는 얼굴로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어떻게 안 될까요...?"

이오타 하지메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지부장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지부장은 의자를 옆으로 돌려 다리를 꼬고 앉았다.

"거점이 확실하지 않아서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워.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

그리 말한 지부장은 잠깐 고민하는 듯 입술을 달싹이더니, 한 마디를 덧붙인다.

"확실한 게 생기면 그 때 만나도 늦지 않아. 지금은 그 녀석의 제대로 된 힘이나 소속된 조직 따위 아무것도 모르잖나. 언제 너에 대한 정보가 퍼져서 이 쪽으로 쳐들어올지 몰라 스타일도 바꾸고 이름표도 바꿔 달고 있는데, 참 겁도 없다 싶어?"

"확실해지면 만나게 해주시는 거죠?"

"널 사칭하면서 범죄나 저지르고 다니는 녀석이 어디가 예쁘다고 그렇게나 보고싶어하는지 원... 알겠어, 확실해졌을 때 싫다고 하지나 말어?"

이오타 하지메는 방긋 웃으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그는 다시 지부장실의 문을 열었다.

"지부장님! 부르셨다고요!"

"그래, 복제체가 있는 곳과 그 쪽의 전력을 확인했어. 이름은 오시마 세타, 현재 X시에서의 임무에 참여 중인 FH의 셀 중 하나인 요르문간드에 소속되어 X시에 체류 중이더군. 마침 그 쪽 임무에 참여 중인 지부장 중에서 아는 사람이 있으니 너를 잠시 맡아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더니 고맙게도 그래주겠다고 했어."

"오......! 저 그럼 지금부터 짐 쌀까요?"

이오타 하지메의 눈이 반짝이자 지부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됐다.

"빼지 말라고는 했지만 완전 신났군... 잘 들어, 이오타 군. 히이라기 지부장이 너를 어느 정도는 보호해 주겠지만 일단 그 도시에는 셀이 3개나 있다는 걸 잊지 마. 오시마 세타를 회유해서 데려오는 게 1순위지만, 죽을 것 같으면 도망치는 게 0순위야. 알겠어?"

"네, 지부장님!"


"...해서 오게 된 거예요."

그리 말한 뒤 이오타 하지메는 갑자기 허둥대며 상반신을 가볍게 든다.

"아, 이거 저 혼자 너무 많이 떠들지 않았나요? 어쩐지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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