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3.

오늘은 좀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지...?

일단, 아침부터 심플리 피아노를 했다. 내가 아니라 나윤이가. 지난 번에 했던 게 생각난듯 갑자기 아빠 핸드폰으로 보면서 피아노 치는 거 하고 싶다길래 켜줬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지 조금 하다가 “아빠가 해 나는 아빠가 하는 거 볼게” 하더니 보지 않고 가버렸다... 

오랜만에 지하철 타고 출근했다. 뭘 들었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간만에 이어폰 들으니까 음질이 되게 좋게 들리네, 하고 생각했던 기억은 나는데.

기타 헤드머신에 줄감개 고정하는 너트가 풀려서 스패너 사려고 검색하는데 좀처럼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성음 크래프트에서 만든 전용 스패너가 있긴 한데 비싸고 배송료를 내야하고, 그냥 10mm 스패너는 싼데 납작하지 않고 통통해서 잘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이소 들렀는데 공구 코너가 아예 없어서 마트 갔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결국 쿠팡에서 주문했다. 얇게 만들어서 크기별로 다 같이 해서 싸게 파는 게 있더라고.

작업실에서 오랜만에 심플리 기타 했다. 레전드 1에 있는 브라이언 아담스 ‘summer of 69’이랑 ‘아이 오브 타이거’랑 ‘redemption song’ 마스터했다. 그걸 마스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키보드는 USB 통해서 핸드폰이랑 직접 연결하면 틀린 부분이 바로 체크가 되는데 기타는 핸드폰 마이크로 수신을 하니 적당히 비슷하기만 해도 그냥 넘어가는 게 문제다. 특히 왼손 제대로 못 잡아서 소리가 엄청 작게 나는데도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일렉기타에 앰프 연결해서 했는데 선이 문제인지 내부 배선이 문제인지 앰프 문제인지 소리가 잘 나지 않았다. 선을 바꿔서 하니 좀 낫긴 한데 그래도 앰프 출력이 여전히 너무 낮았다. 뭐가 문제일까? 거의 10년 가까이 방치해서 삭은 걸까? 내일은 오랜만에 컴퓨터에 연결해서 하는... 그게 뭐지... 기타히어로? 기타프릭? 아무튼 그걸 해봐야겠다.

통기타로 바꿔서 치는데 처음엔 손이 안 아픈 줄이라고 해서 바꿨더니 진짜 안 아프네 했는데, 좀 치다보니 익숙한 고통이 몰려왔다. 무슨 줄 살까 검색하다가 본 블로그에서 누가 그러긴 했다. 손이 안 아픈 줄이라고 해봤자 5분만에 아프냐 10분만에 아프냐 차이라고. 정말 그랬다. 그래도 꾹 참고 오래 쳤다. 한 한 시간?

심플리 기타랑 학원에서 배우는 거랑 다른 게 완벽하게 숙지하지 않아도 일단 진도를 빼고 본다는 거다. 그래서 어버버 하면서 따라가다보면 완벽하게 숙지는 못해도 진도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안 됐던 부분이 저절로 되기도 하며 그럭저럭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쫓아가게 되는데. 이런 방식의 장점은 지루하지 않다는 것. 그게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문득 예전에 기타를 배우려고 시도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군대 가기 전에 창천동에 있는 집에서 한 번 배웠고. 그리고 회사 다닐 땐가? 연희지하차도 근처에 있는 집에서 또 한 번 배웠고. 처음엔 가르쳐주는 사람이 의욕도 없고 좀 양아치였던 게... 크로매틱 시켜놓고 보다가 그게 아니지 필이 없잖아 이것 봐봐 하면서 갑자기 기타를 뺏어들고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기타 솔로를 치질 않나 좀 하다 보면 갑자기 어머님이 문 열고 밥 먹으라고 하질 않나(나보고 혼자 연습하고 있으라고 하고 자기만 먹고 옴)... 그래서 그냥 한 달 만에 관뒀던 거 같다.

두 번째로 배운 곳은 머리 긴 선생님이 하는 곳이었는데 나름 성실히 잘 가르쳐주셨던 것 같다. 근데 노래가 너무 나랑 안 맞아서 역시 두어 달 다니다 그만뒀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브레킹 더 로’ 연습하던 기억이 나네. 라시도 라시도 라시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었으면 좀 나았을까? 그랬을지도. 의미없는 가정이다.

어쨌든 그때도 없던 굳은살이 생겼다. 그만큼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고, 아마 나이를 먹어서 살이 잘 굳어지고 회복력도 약해진 것 같다. 그래도 굳은살이 생기니 기분은 좋다.

그리고 택배 두 개가 왔다. 먼저 키보드. 빨간 키보드는 예뻤고, 소리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진짜 피아노처럼 해머 방식보다는 이렇게 스프링 건반이 더 맞는 것 같다. 신스팝을 좋아해서? 슈어 마이크에 들어있던 5핀-라이트닝 케이블로 아이폰에 연결했는데 실패했다. 그래도 소리가 더 분명해서 그런지 집에 있는 디지털피아노 소리보다 더 인식은 잘 하는 것 같다. 컴퓨터하고는 아직 연결 안 해봤다. 심플리 피아노는 아직 너무 기초라 좀 지루했다. 모르지 또 계속하면 어떨지. 어렸을 때 체르니 배우느라 못 배운 코드 연주하는 법이나 좀 배우면 좋겠다.

다음은 템포텍 소나타 MHD 꼬다리 DAC. 처음에 상자가 안 열려서 좀 고생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뜯어버리고 말았을텐데 요즘엔 그렇게 안 하게 된다. 혹시라도 되팔 수도 있어서? 그전에 검색하다 본 것처럼 하이비 뮤직 어플 다운 받고 MQA 바우처로 활성하시키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어플에 그런 메뉴가 없어서 바우처 종이를 다시 보니 iOS는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연결해서 타이달 틀었더니 저절로 되는 것 같았다. 보라색. 비교를 위해 스포티파이로 틀어보니 녹색이 나왔다. 제일 낮은 품질의 PCM. 그래서 옵션 들어가서 무조건 고품질로 바꿨는데도 마찬가지였어. 정말 스포티파이 음질이 나쁜가? 이놈들...

그런데 MQA라는 게 정말 얼마나 음질이 좋은 걸까? 그냥 들으면 뭐 좋은 것 같긴 했다. 확실히 스포티파이보다는 타이달 MQA 재생이 음실이 훨씬, 정말 훨씬 좋았다. 그렇다면 오디오캐스트로 듣는 타이달이랑은 얼마나 다를지? 비교를 위해 아이폰13으로 오디오캐스트 인앱 타이달로 ‘이지 온 미’ 틀고 DAC로 직결된 아이폰X 타이달로 ‘이지 온 미’ 틀었다. 타이달 어플로 먼저 틀고 오디오캐스트 인앱을 틀면 다른 기기에서 사용중이라고 하며 재생이 안 되는데, 오디오캐스트 인앱으로 먼저 틀고 타이달 어플을 나중에 틀면 둘 다 들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잘 모르겠다...

일단 출력은 차이가 났다. 오디오캐스트가 오히려 더 컸다. 그만큼 더 듣기 좋은 것 같기도 했는데, 좀 음이 거칠다고 해야 하나? 소리가 전체적으로 앞으로 나온듯한 느낌이 든다면 MQA는 출력은 약간 작긴 하지만 대신 소리가 단정하고 오히려 반주와 노래 사이의 공간이 더 생긴 듯한 느낌? 그러니까 프리앰프의 셀렉터를 반복해서 움직이며 비교 청취한 끝에 겨우겨우 추측해낸 차이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고 있다 보니 어느덧 윤재민 작가와의 약속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로온 기어들을 집에 두고 나왔다. 윤재민 작가의 집은 과연 뮤지션 집 같았다. 일단 넓은 미디 책상 위에 맥북과 모니터가 있었고,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마이크 프리앰프, 아래에는 건반과 양 옆으로는 포칼 모니터 스피커가 있었다. 그리고 클래식 기타 한 대, 펜더 어쿠스틱 기타 한 대, 베이스 기타 한 대, 커다란 펜더85 앰프 한 개,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디제잉 컨트롤러, 그리고 드럼은 아니고 그걸 뭐라고 하지? 고무판 같은 거 하나 칠 수 있는 거랑 하드 케이스 속에 있는 펜더 스트라토 캐스터(쟈니 그린우드 커스텀)까지... 느낌이 왔다. 아 이 양반도 나랑 비슷한 과구나... 그러니까 일단 갖고 싶어하는... 차이가 있다면 나보다 내것보다 훨씬 좋고 또 훨씬 더 잘 다룬다는 것...

일렉 기타 소리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왜 우리집 건 그런 소리가 나지 않는 건지... 뭐 기타의 차이도 있고 앰프의 차이도 있고 실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리고 스피커. 한 80만원짜리라고 했는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스테이징이 달랐다. ‘이지 온 미’랑 ‘원 모어 세컨드’ 같은 거 들어봤는데 확실히 악기의 위치가 분리되어 다 다르게 들렸다. 비싼 스피커는 그런 게 다르구나 새삼 생각이 들었다. 나오기 전에 MQA로 들으면서 아 정말 좋다 진짜 내 귀는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생각했었는데...

새롭게 신기한 노래도 많이 들었다. 특히 DIJON 라이브 그리고 balming tiger? 장석훈? dijon 라이브는 그 에너지가, 바밍 타이거는 느낌이랑 뮤직비디오 같은 것들이 너무 놀랍고 좋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한국 사람들 같지 않은 그런 느낌. 화제의 넷플릭스 카녜 웨스트 다큐멘터리도 봤다. 통상적인 음악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2002년부터 카녜를 알아본 감독이 쫓아다니면서 담아온 것들만을 가지고 그 위에 내레이션을 더해 만든 다큐멘터리라 그런지 확실히 재미있었다. [보이후드] 같은 성장 드라마라고 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물론 다르지만... 정말 성공하겠다고 간절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마! 끌어당김의 법칙 모르나!

윤재민 작가가 펫 숍 보이스 [액추얼리]랑 데프 레파트 [히스테리아] 엘피 줬다. 펫 숍 보이스는 나도 몇 번 중고로 살까 말까 망설였던 오아시스 라이센스였다. 인서트 가사지도 들어 있는. 


23.02.23.

8시에 목이 말라서 깼다가 다시 쓰러졌다. 숙취가 좀 있었다. 실은 많이. 나윤이 어린이집 보내고 콩나물국밥 먹고 1200번 탔다. <클래식의 발견> 이어서 읽는데 계속 좋았다. 존 마우체리가 지휘하는 음악을 듣고 싶어졌지만 듣지는 않았다. 헤드폰이 작업실에 있어서. 첼리비다케 에디션 2집 브루크너 3-9번 세트가 알라딘에 재입고 되었다길래 주문했다. 이제 그만 사야지. 진짜로…

작업실 가서 간밤의 흔적들을 정리하고 바렌보임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앨범 중에서 1&2번 들었다. 그걸 들었다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음악 틀어놓고 책 읽다가 강보원이 어제 두고 간 가방 찾으러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했다.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서, 정확히 말하면 소설을 못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머릿속에서 뭔가가 정리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정리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강보원 돌아가고 음악은 더 듣지 않았다. 일을 하느라, 정확히 말하면 일할 준비를 하느라… 하루종일 준비만 하다가 허비 니콜스 [블루 노트 녹음 전집] 들으며 집에 왔다. 그제야 술이 깨는 것 같았다.


22.02.24.

작업실 오자마자 키보드 컴퓨터에 연결했다. 매직스에서 베가스랑 같이 산(왜 샀지? 기억이 잘...) 뮤직메이커 연결했더니 잘 됐다. (밤에 이어서 쓰는데 잠깐만, 잘 됐나? 저녁에 에이블톤 깔고 뭐가 잘 안 돼서 뮤직메이커 켜봤을 때는 잘 안 됐는데?)

유튜브에서 ‘STILL D.R.E.’ 전주 치는 법 검색해서 좀 쳤다. 약간 고양이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그 상태로 심플리 피아노 한참 하다가 졸려서 커피도 마실겸 거실 와서 음악 들었다. 어제 걸어놓았던 [액추얼리] 마저 듣다가 오디오캐스트로 ‘이지 온 미’랑 어제 윤재민 작가 집에서 들었던 에이펙스 트윈 ‘알베르토 발삼’ 들었는데 확실히 악기가 펼쳐지는 느낌, 스테이징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달랐다. 

다시 심플리 피아노 하다가 왼손 낮은 음이 인식이 잘 안 돼서 짜증나서 끄고 쿠팡에서 아이폰용 애플 정품 카메라 젠더 구입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품 말고 호환 되는 걸로 사도 됐을 것 같은데 새벽배송 되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 키보드를 작업실 방-거실 오가면서 쓸 수 있게 9V 2A 아답터도 같이 샀다. 그리고 앰프에 일렉기타 연결해서 심플리 기타 하는데 또 특정 음이 인식 안 돼서 그만두고 컴퓨터에 연결해서 진짜 오랜만에 락스미스 했다. 전에는 해볼까 하고 좀 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하고 그만뒀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래도 제법 많이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전에는 이 프로그램을 아예 다룰 줄을 몰랐구나, 나는 정말 이걸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구나... 통기타랑 전자기타는 소리를 내는 방식이 진짜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심플리 기타 다시 켜고 통기타 쳤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혀서 손끝이 울퉁불퉁 해졌는데 원래 이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열심히 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해야지 뭐.

저녁에 윤재민 작가가 에이블톤 라이브 11 라이트 시리얼 코드 카톡으로 보내줘서 설치했다. 그러면서 아날로그 랩도 같이 깔았다. 첨에 에이블톤 라이브에서 플러그인 안 되고, 아날로그 랩에서 미디 키보드가 먹히지 않아서 애먹었는데, 윤재민 작가가 친절하게 도와줘서 잘 해결했다.

아날로그 랩에서 이런저런 악기 불러와서 건반 치는데, 재밌었다. 피아노를 칠 줄도 모르고(물론 알지만 악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치니까) 음악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지만 대충 왼손으론 코드 비슷하게 잡고 오른손으로는 이것저것 누르는데, 다양한 악기소리가 나오니까 그럴듯하고 뭔가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랬다.

그런 한편 마음속 한구석이 영 찝찝하기도 했는데, 내가 이제 와서 피아노를 배우고 미디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워서 뭘 하겠다는 건지, 그냥 이건 일종의 회피이거나 시간 때우기에 불과한 게 아닌지, 이걸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이걸 해야 하는 이유가 무언지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와, 나 정말 미친 신자유주의의 영혼이구나. 늘 환금성을 생각하는 뼛속까지 자본주의적인 마인드. 그러면 안 된다. 그럴 필요 없고,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정말로.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에이블톤 라이브를 배울 것이다. 그렇게 배운 걸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쓸 거고 가능하다면 나윤이와 지은이에게 연주해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뿐이다.

스포티파이에 좋아요 표시해둔 노래 들으면서 집에 왔다. 좋아요 표시한 게 기억나기는커녕 영 처음 듣는 것 같은 노래도 많았지만 모두 다시 들어도 좋아요 눌렀을만큼 좋았다.


23.02.24.

다시 일찍 들어가야 하는 금요일. 나윤이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도서관 들렀다가 비엔나 커피하우스 왔다. 깜박 잊고 헤드폰 갖고 오지 않아서 비상용 이어폰으로 내셔널 신곡 들었다. 제목은 ‘뉴 오더 티셔츠’. 그리고 실제로 공홈에서 뉴오더와 콜라보한 티셔츠를 팔았다… 노래는 예상 외로 차분하고 성찰적이었다. 초반 이후 가벼운 비트가 둠칫둠칫 깔리긴 하지만. 그런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아이폰 기본 이어버드 소리가 이렇게 좋았나? 이게 단순히 자주 들어서 익숙해져 있는 헤드폰의 소리와 다르기 때문인지 블루투스와 유선 연결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기본 이어버드의 성능이 좋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지은이랑 통화하다가 어머님이 다음주에 일찍 들어가신다고 오늘은 일 더 하다 와도 된다고 해서 뒤늦게 작업실 갔다. 스포티파이 새 위클리 추천곡 들으면서 가는데 이번주 컨셉은 재즈였다.

작업실에서는 음악 듣지 않고 일만 했다. 진도는 많이 나가지 않았다. 실은 전혀. 참고도서 읽고 전에 했던 부분 조금 고친 게 다다. 그런데도 일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상호대차 찾아가라고 와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 009-씨잼-이센스로 이어지는 데일리믹스 듣다가 오늘 베송된 <칠흑 같은 아침>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스웨이드 들었다. ‘so young’(표지에 브렛 앤더슨 사진이 “so young so gone”이라…) 듣고 라이브 앨범에서 이것저것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드디어 [블론드]가 온다는 것 같았는데 과연 무사히 왔을까? 두근두근.


22.02.25.

아침 출근길에서 에이블톤 용 미디 건반 검색하다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하는 자각과 함께 피아노 코드와 재즈 피아노 독학 교재를 검색했다. 둘 중 하나는 분명했다. 미친듯이 음악을 하고 싶거나, 미친듯이 뭔가를 사고 싶거나...

그런데 진짜 연주를 하고 싶고 잘하고 싶어.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배운 체르니는 악보를 보고 정확히 치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건 통기타 잡고 아무렇게나 코드를 치는 것처럼 피아노도 그렇게 치는 거다. 코드 반주. 즉흥 연주. 뭐 그런거.

쿠팡에서 카메라 아답터 로켓와우-새벽배송으로 샀는데 안와서 확인하니 그냥 새벽배송으로 바뀌어 있었다. 너무 졸렸지만 꾹 참고 심플리 피아노 시작했다. 자꾸 왼손 낮은음자리를 인식 못해서 짜증났다. 그러다 핸드폰에 DAC 꽂고 헤드폰 연결해서 하니까 잘 되었다. 심플리 피아노 소리와 키보드 소리가 합쳐져서 인식이 잘 안 되었던 모양이다. DAC도 이렇게 써먹는 걸 보면 사 놓으면 다 쓸모가 있다... 생각해보면 애플 정품 젠더도 있고 라이트닝 이어폰도 가방에 있으니 DAC은 꼭 없어도 되는 것이었긴 하지만...

코드 반주를 하려면 먼저 필수 코스 3까지 떼야 했다. 지금은 코스 2에 겨우 들어온 상태. 두 시간 넘게 해서 2 다 하고 3에 1/3까지 했다. 너무 재밌어... 왜 이렇게 재밌지? 다른 할 일들이 많아서?

심플리 피아노 끝내고 심플리 기타 하는데도 너무 재밌어서 내가 어렸을 때 지금보다 시간과 체력과 의욕이 많았을 때 이런 게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모르지. 시간도 체력도 의욕도 떨어진 지금이라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건지도. 오히려 의욕은 지금이 더 있는 것도 같다. 그때는 의욕-에너지 자체는 많았지만 그게 세상 만사를 향해 있어서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 체력도 넘치니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면서 공연히 시간만 보냈었던듯.

그리고 그렇게 보낸 시간이 쌓여서 비로소 지금 더 재밌는 걸 수도 있고. 어렸을 때 피아노 배운 거랑 20대 이후로 기타 쳐보겠다며 깔짝깔짝 거리던 시간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악보도 읽을 수 있고 대충 코드도 잡을 수 있고. 그런 기초(중의 기초이긴 하지만) 없이 바로 이런 걸 시작했으면 오히려 제대로 못 따라갔을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모든 것이 필요하다!

한참 하고 있는데 쿠팡 왔다. 거실 테이블에 놓을 피아노 아답터랑 아이폰 카메라 아답터. 피아노 아답터는 로켓배송 되는 걸로 사느라 다양한 규격에 맞춰서 꼬다리를 바꿀 수 있고  가격이 좀 비싼 거였는데, 이걸 안 사고 다른 걸 샀으면 하마터면 안 맞을 뻔했다. 처음에 온 그대로는 안 맞아서 다른 꼬다리로 바꾸니까 잘 됐다. 그리고 아이폰 카메라 아답터는 안 됐다. 뭐지? 하고 이것저것 끼워봤는데 되는 게 없었고 혹시나 해서 아이폰엑스에 연결했는데 거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패드에만 되나? 충전포트 달린 걸 샀어야 했나? 아무리 그래도 애플 정품인데 이래도 되나? usb 악세사리를 인식/사용할 수 없습니다 같은 안내라도 나와야 하는 거아닌가? 어쨌든 굳이 없어도 헤드폰 끼면 되니까 그냥 반품했다. 그러고 보니 알리에서 주문한 usb b-라이트닝은 왜 안 오지? 그것도 안 될 것 같긴 하지만...

심플리 피아노 한 두 시간 하고 심플리 기타 하는데 진짜 좀 신기한 게 이걸 어떻게 하지? 모르겠다 일단 그냥 해보자 하면 그럭저럭 흉내는 낼 수 있게 된다는 거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기도 하고. 손가락에 굳은 살이 갈라져서 그런가 예전하고는 또 다른 아픔이 느껴졌는데 그냥 꾹 참고 했다.

일기랑 같은 내용 그냥 복붙했다. 사실 일요일 밤에 쓰는 거라 많이 까먹었어. 뭔가 쓰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아무튼 집에 오니 며칠 전에 주문한 기타 스탠드랑 발받침대랑 헤드머신 스패너랑 일렉기타 코드 와 있었다. 코드는 괜히 샀나? 안 사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스탠드랑 발받침대에 나윤이가 너무 큰 관심을 보여서 좀 뿌듯했다. 처음 택배 상자 봤을 때부터 관심을 보이더니 직접 기타를 세우고 발받침대를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서 놀더니 기타 자리도 정해주고(신발장 뒤쪽, 나도 거기에 놓으려고 생각했는데!) 아빠 엄마가 기타 치면 발받침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귀여워.

근데 진짜 집에서 악기 소리가 나는 건 좋은 것 같아. 처음엔 자기가 하겠다고 방해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던 나윤이도 조금씩 엄마 아빠가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친다는 사실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괜히 오다가다 기타 한 번 건드려보거나 자기가 치겠다고 기타를 들고 오기도 하고.

밤에 새로 산 기타 약음기 끼고 지은이랑 번갈아가면서 코드 연습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실리콘 덩어리가 줄을 잡아서 소리를 안 나게 하는 것. 음은 그대로인데 소리만 줄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소리를 제대로 안 나오게 하는 거였다. 이럴 거면 그냥 가제수건 같은 걸 끼워놔도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샀으니 써야지. 3번 줄이 잘 안 잡히긴 하지만 그래도 소음 걱정 없으니 좋다.


23.02.25.

아침에 어린이집 신학기 오리엔테이션 갔다가 엄마한테 갔다. 조용히 가다가 슬쩍 뉴진스 노래 틀었는데 틀자마자 나윤이가 “나 캐치티니핑 노래 듣고 싶은데!” 해서 한 곡만 듣겠다고 하고 ‘디토’랑 ‘OMG’ 듣고 캐치티니핑 노래 틀었다. 엄마 집에서 점심 먹고 나윤이 티비 보고 싶다고 해서 틀어주고 옆에 앉아서 핸드폰 켰는데, 당근 마켓에 키워드 알림 설정 해둔 ‘카세트 데크’가 떠서 들어갔더니 티악 W-600R 더블 데크가 1만원에 올라 왔다. 헉. 그런데 예약 중… 어쩔 수 없지. 근데 진짜 당근마켓 너무 신기한 게, 무언가를 사고 싶어져서 검색하면 이런저런 매물이 있어서 음 제법 많네, 더 좋은 조건이 올라올 수도 있으니 기다려볼까, 하면 새로운 물건은 올라오지 않고 그나마 있던 물건들도 하나둘 팔려서 결국엔 물건이 씨가 마르게 된다는 거다. 그때 그걸 살 걸 후회해도 이미 늦다. 카세트 데크가 딱 그렇다. 빈티지 앰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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