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태형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매일 정신없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 올라와 스스로 밥벌이를 한 후부터는 대체로 그런 편이었다. 프리랜서. 남들이 보면 한가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프리랜서가 한가롭고 여유 있게 살면 절대로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을 태형은 아주 뼈저리게 체감했다. 그리하여 오늘도 제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치웠다. 마지막 기사 전송을 끝마친 태형이 뻐근한 목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긴 한숨을 터뜨렸다. 

“하아, 선희야. 내 꿈이 뭔 줄 알아?”
“안물안궁인데.”

할 일이 쌓이고 바쁜 터라 선희는 듣고 싶지 않았다. 사실 매번 하는 이야기라 무슨 이야기를 할지 듣지 않아도 선희는 알고 있었다. 뭐 또 과일 이야기나 하겠지. 바쁘게 타자를 치며 칼같이 내리꽂는 단답에도 태형은 전혀 듣지 못한 척, 말을 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선희가 제 꿈이 뭔지 알고 모르고는 태형에게도 상관없었다. 단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지. 태형은 노트북 모니터를 덮으며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내 꿈은 말이야…. 일 걱정 없이 3박 4일 동안 좋아하는 과일만 먹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너 내가 좋아하는 과일 뭔지 알지? 귀만 열고 손으로는 하염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던 선희가 피식 웃었다. 어, 알지. 달고 비싼 과일.

일하기 싫어 생각하는 게 고작해야 저 정도라니. 더군다나 하늘에서 별 따다 달라는 말 빼고는 모두 다 해줄 수 있는 재벌 애인을 두고서는. 꿈이 소박해도 너무 소박했다. 이게 지금 누굴 놀려? 선희는 쓰고 있는 안경 너머로 태형을 보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 했다. 테이블에 널어놓았던 제 물건들을 가방에 집어넣던 태형이 의자에서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선희의 노트북 앞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왱? 뭐 할 말 있어? 제법 가까이 다가왔다고 생각했는지 선희는 키보드를 두들기던 손을 들어 태형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태형의 입에서 악! 소리가 터졌다. 

“아! 왜 때려!”
“꿈이 너무 소박해도 벌 받는 거야.”

별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꿀밤을 맞다니. 태형이 이마를 문지르며 선희를 째려봤다. 그러자 선희가 쓰읍 어? 어디 엄마를 그렇게 쳐다봐. 엉? 인상 안 풀지, 어? 하고 여봐란듯이 더 다그쳤다. 씨이… 진짜 우리 엄마도 아니면서. 한참을 씩씩대던 태형이 가방과 한쪽 벽에 조심스레 세워뒀던 가야금 케이스를 짊어지고 일어섰다. 

“나 간다.”
“우리 아들, 연습 잘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희가 밝은 얼굴로 힘차게 인사를 해주자 태형이 치, 하더니 금세 또 풀려서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다 작업실을 나갔다. 저 봐, 저 봐. 하, 우리 아들은 너무 쉽다니까. 저렇게 쉬워서는 어쩔꼬. 선희는 태형이 나가버린 문을 보며 정말 엄마라도 된 것처럼 쯧, 혀를 찼다. 능구렁이 같은 민윤기가 김태형을 어떻게 잡아먹을지는 안 봐도 훤했다. 우리 태형이한테는 오만한 재벌인간 민윤기 말고 착한 사람이 어울리는데. 그런 게이가 없네? 뭐 어쩌겠는가. 민윤기를 김태형에게 소개해준 이가 바로 자신인 것을. 그건 그렇고. 선배는 정말 새 매거진 준비하는 건가? 진짜 나 편집장 자리 주는 거 아냐? 선희는 이거나 먹고 태형이한테 떨어지라고 말하던 윤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참나, 내가 고작 그 정도로 떨어질… 수 있지. 아들아, 미안하다, 절교하자?

아무렇게나 머릿속을 뛰어다니는 엉뚱한 생각이 스스로도 좀 웃겼는지 선희가 맥빠진 웃음을 터뜨리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메시지 어플을 열어 한참 아래에서 윤기의 이름을 찾아 토독토독 타자를 쳐 메시지를 보냈다.

― 김태형 비싼 과일 좋아함.










*







오후 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 공식적인 연습 시간이었다. 풀 오케스트라는 아니었으나 구색은 맞추고 있는 공연인지라 모이는 연주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첫 연습에 참여해 연주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태형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가야금 실력도 아닌 비전공자라는 점이었다. 전공자들은 함께 공연에 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연주자들은 반갑게 태형을 맞아주었다. 아무래도 ‘가야금’이라는 국악기가 신선했던 모양이었다. 

연습에 참여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태형은 거의 완성에 가깝게 연주를 익혔다. 물론 한창때의 실력만 못했지만, 그래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춘미당에서 체험 교실을 한 덕분인지 감은 잃지 않고 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맞추고 음악을 느끼며 연주하는 일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전에는 이 줄 튕기는 게 하기 싫어서 울 때도 있었다. 근데 왜 지금은 싫지 않지? 태형은 이 모든 것이 윤기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연습이 끝나자 연주자들이 악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태형도 송진을 꺼내 농현 후 파인 부분을 찾아 바르고 안족을 당기고 풀며 음을 조율했다. 모든 악기가 그렇듯 연주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꼼꼼하게 악기를 점검한 태형이 손을 툭툭 털고 가야금을 케이스 안에 넣었다. 문 앞까지 걸어간 태형이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가벼운 걸음으로 건물을 나온 태형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오늘도 윤기씨는 바쁘려나.

“보고 싶은데… 오늘은 만나면 안 되나?”

아니, 만나자고 할까? 태형은 고민했다. 벌써 3일째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 윤기 씨 보고 싶은데. 물론 아무리 보고 싶다고 해도 태형은 그의 집만큼은 절대로 가지 않을 것이었다. 

연습실인 줄 알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윤기의 집에서 태형은 거의 감금당하다시피 침실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눈이 맞으면 무릎도 세우지 못할 정도로 섹스를 했다. 정액과 젤로 엉망이 된 몸을 씻다가도 눈이 맞았고, 그러면 또 욕실에서 섹스를 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밥을 먹고 그나마 몸에 힘이 돌면 또 섹스를 했다. 체위는 또 어찌나 다양했는지.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을 윤기는 했고, 태형은 당했다. 울고 느끼고, 싸고, 또 울고 느끼고 싸는 하루가 이틀이 되자 태형은 어쩐지 사기를 당한 기분까지 들었다. 아니, 섹스를 잘한다고만 했지, 이렇게 질릴 때까지 한다고 말 한 적은 없었는데. 겨우 조르고 졸라 침대 위에서 가야금을 튕기기는 했으나, 그마저도 가야금을 튕기는 태형의 고아한 자태에 흥분한 그가 가야금을 뒤로 물리고는 그대로 덮친 것이 지난주의 일이었다.

불같은 2박 3일을 보낸 후 윤기는 태형을 진짜 연습실에 데려다주었다. 이 사기꾼! 소리가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물론 그는 못 들은 척,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섹스는 공연 끝나면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응, 나 조금만 참아볼게. 우리 서방님도 참아야 해, 알았지? 공연 끝나면 내가 우리 서방님 가만 안 둘 거니까! 기대해줘!’

그 이후 얼굴을 더 보기는 했지만 정말 얼굴만 봤다. 윤기는 밤을 지새우며 일을 할 때도 아주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곧장 태형을 만났다. 그러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었고, 태형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연애는 연애, 공연은 공연이었다. 공연이 가까워져 오자 윤기는 얼굴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연락도 잘 안 되었다. 지독한 워커홀릭인 데다 완벽주의자라 일에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너그러움도 없다는 선희의 말을 들은 뒤로는 연락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 그래도 아예 연락을 안 할 수는 없었다. 보고 싶으니까.

태형은 넘치는 마음을 꾹 눌러 담고 담아 다섯 번 전화 걸 것을 두 번만 했다. 이 말을 들은 선희는 인상을 찡그리며 쌍욕을 해댔지만 태형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다. 화면에 들어와 있는 밀린 알람들을 하나씩 읽고 지운 태형이 전화 모양의 앱을 열 때였다. 저만치 앞에서 휘익, 하고 휘파람 소리가 살랑거리는 바람에 실려 왔지만 태형은 화면에만 열중했다.

“거기 비싼 과일 좋아하는 잘생긴 청년.”
“……!”
“시간 있으면 나랑 저녁 안 먹을래?”

비싼 과일이라는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가 곧장 들렸다. 조금의 틈도 없이 곧장 시선이 마주쳤다. 윤기였다. 그는 자신의 차 문에 기대 태형을 보며 한 손을 인사하듯 흔들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가 이내 환하게 웃어 보인 태형이 빠르게 걸어 윤기 앞에 섰다. 일하다 곧장 왔는지 옷차림이 반듯했다. 윤기는 인사를 하던 손을 내려 태형이 차고 있는 바지 벨트를 만지작대며 말했다.

“그쪽 완전 내 취향인데. 나 어때?”

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거지. 뭐, 역할극 그런 건가. 뭐, 서방님 소첩 어쩌구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것과 비슷한 거니까. 하여튼 정말 취향 이상해…. 태형은 이걸 맞춰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 윤기가 만지작대던 벨트를 강하게 움켜쥐고는 태형을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어엇! 하는 소리와 함께 길 한복판에서 윤기에게 안긴 태형이 팔을 버둥거리며 당황했다. 윤기는 태형의 목덜미를 감싸 안고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으면 나랑 저녁도 먹고, 섹스도 하자. 응? 한껏 해대는 유혹에 태형은 결국 아닌 척 새침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 애인 있는데요….”
“그럼 어때. 난 상관없는데. 놀자. 응?”
“…싫은데요.”
“왜 싫어? 내가 얼마나 섹스를 잘하는데.”
“허!”
“나랑 해보면 애인 생각 하나도 안 날걸? 응? 어때? 안 할래?”

그럼 그렇지. 윤기의 대화 속에서 식사는 자연스레 건너뛰고 어느새 섹스만이 남아 있었다. 가만히 윤기에게 안겨있던 태형은 할 얘기가 떠올랐는지 귀에 입술을 대고 작게 속삭였다.

“제 애인도 섹스 엄청 잘하거든요?”

고심 끝에 터진 말에 윤기가 고개를 젖히고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태형 역시 제가 뱉은 말이 부끄러웠는지 같이 따라 웃으며 윤기를 꼭 끌어안았다. 길어진 해는 등 뒤에서 이제 막 저물어가고, 불어오는 저녁의 바람 속에는 다가오는 계절의 냄새가 있었다. 태형이 좋아하는 계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태형은 지금 이 순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윤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던 그때였다. 얼굴을 살짝 떼어 낸 그가 그대로 입을 맞췄다. 









*







어느덧 공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윤기에게는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남은 건 연주자와 관객의 몫이었다. 물론 결과를 판단하는 건 송 회장이겠지만. 따지고보면 출판사에서 이 정도로 준비할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출판사는 일부분만 담당하고 공연 자체는 전문 업체에 맡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윤기가 나섰던 것은 출판사와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프로젝트로 송 회장이 자신의 역량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려는 속셈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뭐, 보고 싶다면 보여 줘야지. 윤기는 자신 있었다.

그는 태어나 사는 동안 자신이 선택한 과녁을 놓친 적이 ‘별로’ 없었다. 별로라는 건 간혹 그렇다는 거지 빗겨 맞춘 적은 손에 꼽힐 정도로 사실 많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건 탯줄이 금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타고난 본성과 능력 자체가 원래 그랬다. 원하는 게 있으면 주저 없이 도전해보는 담대함은 부친으로부터. 7전 8기, 안 되면 될 때까지 해보는 끈기와 고집은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았는데 이 두 성질이 어찌나 도드라졌는지 그를 낳아 준 부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어렸을 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 공부했다. 다만 공부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취미도 많았다. 책을 읽고 글을 끼적이는 것부터 시작해 활동성 높은 운동은 물론이거니와 더러는 위험한 스포츠까지. 여행도 남들은 잘 가지 않는 지역으로만 골라 다녔다. 송 회장이 눈을 부릅뜨고 뜯어말려도 그는 기어코 두바이 사막에서 지프를 몰았고, 푼타아레나스에서 남극을 건너갔다. 여장을 하는 것도 비슷한 의미였다. 그의 인생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궁금하거나 관심이 가는 것들은 모두 도전해 결과를 얻었고 그 결과로 오늘날 ‘민윤기’의 취향과 삶을 만들었다.

“진짜로 남극을 가봤다구요?”
“그렇다니까.”
“와, 진짜 대박!”

포크로 파스타 면을 돌돌 말며 말하는 태형의 목소리가 보다 더 커졌다. 생각보다 크게 터진 목소리에 스스로 놀랐는지 태형이 레스토랑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라 사람이 적었고, 멀찌감치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신의 큰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태형이 의자를 테이블에 바짝 당겨 앉아서는 윤기에게 전보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껏 신난 얼굴이었다.

“나 남극 가본 사람 처음 봐요!”
“그렇게 신기해?”
“그럼요, 신기하죠!”

남극에 가본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까지 기분 좋을 일인가. 그간 꽤 많은 이들에게 남극 여행담을 들려주었지만 태형처럼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반응이 뭐야, 대다수는 윤기의 다양한 경험을 믿지 않았다. 그저 그를 남부러울 것 없는 좋은 환경 속에서 잘 자란, 자연스레 높은 지위를 갖게 된 사내로 보거나 아니면 한선희처럼 과거를 다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단순히 돈이 차고 넘치는 재벌로 볼 뿐이었다. 가만 있어 봐, 한선희는 좀 재수 없는데?

단편적인 면모만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쉽기는 하나 윤기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송 회장의 재력과 지위를 오롯이 답습하지 않았고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윤기 스스로 수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어쨌든 금수저로 태어나 핏줄에게 받은 것은 분명히 있고 남들보다 쉬운 위치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 사람들 시선 따위, 알 게 뭐야. 그런 걸 굳이 따지고 또 고치려 하는 성격이었다면, 여장 같은 취향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극은 어때요? 많이 춥죠?”
“…그럼 춥지. 얼어 죽는 줄 알았어.”
“헉… 감기 걸리거나 아프고 그러진 않았죠?”
“…….”

헌데 태형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태형의 앞에서는 차고 넘치는 재력도, 직원을 호령하는 지위도, 다 무용지물이었다. 저를 보는 무해하고도 애정 넘치는 눈빛과 목소리, 윤기에게만큼은 쉽게 드러내고 또 보여주는 솔직한 감정들. 그것들이 절대 꾸며진 것이 아님을, 또 꾸며서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윤기는 알고 있다. 하, 어떻게 넌 그럴 수 있는 거지?

태형을 알면 알수록, 사랑하면 할수록 그는 자신은 존재하지 않던 태형의 과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너는 어떤 애였을까. 어떻게 자랐을까. 물론 이렇게 사랑 넘치는 사람으로 자란 이유를 모르지는 않았다. 춘미당에 가서 직접 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윤기는 그렇게 접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집착하게 됐다. 이를테면 가만히 있어도 한선희에게 화가 치솟는다거나, 얼굴도 모르는 태형의 지나간 애인들을 조져놓고 싶다거나 하는. 윤기만 모르는 태형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을 향한 시기, 질투, 분노… 뭐 그런 것들.

앞에 두고 이런 생각을 하는 윤기를 알 리 없는 태형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펭귄들은 많이 봤어요? 고래도 있었어요?”
“…….”
“남극은 가는 방법도 엄청 어렵다던데. 어떻게 갔어요?”

식사는 애저녁에 끝마친 윤기가 의자에 보다 편히 기대앉아 이것저것 물어보는 태형을 사랑스럽게 보며 물었다. 

“그런 게 궁금해?”
“그걸 말이라구요. 빨리 대답해 줘요.”
“갈 것도 아니면서 뭐가 그렇게 궁금해?”
“안 갈 거니까 궁금하죠. 윤기 씨는 다녀와서 모르는 거예요!”
“그런 거야? 그래서 그렇게 궁금하다는 거지?”
“…네!”
“그럼.”
“네?”
“궁금하면 500원.”

윤기가 개구쟁이 얼굴을 하고 태형의 앞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한껏 신이 난 얼굴이 빠르게 구겨졌다. 요새 윤기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손바닥을 내밀어서는 태형의 속을 바짝 태우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물론 태형에게 배운 장난이지만, 계속하다 보니 그는 왜 그렇게 태형이 조카에게 이 장난을 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 또! 또 시작이야!”

손에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은 태형이 윤기의 손바닥을 찰싹 내려쳤다. 몇 번 당하면 지겨워서 반응하지 않거나 진지하게 화를 낼 법도 한데. 태형은 지치는 기색 없이 매번 울상을 하거나, 아니면 고작해야 지금처럼 손바닥을 내려칠 뿐이었다. 이런 반응 때문에 그가 매번 저를 놀린다는 것을 태형은 아직도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손바닥을 아프게 맞아 놓고도 그는 또 손을 내밀었다. 하이씨, 진짜아…! 그만하라는 듯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면서 아랫입술을 작은 앞니로 꽉 깨무는 귀여운 얼굴에 푸흡, 하고 윤기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알았어, 안 할게.”
“그래놓고 또 할 거잖아요!”
“진짜, 진짜 그만할게.”
“……진짜 또 했단 봐….”
“하면 어떻게 할 건데? 입이라도 맞춰 주려고?”
“씨이, 진짜!”
“알았어, 진짜 안 할게. 대신에 나 손 잡아줘.”

눈을 흘기는 태형의 앞에 내민 손이 이번엔 다른 것을 원했다. 500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요구를 태형은 차라리 이게 더 낫다는 듯 재빨리 팔을 뻗어 윤기의 손을 잡아 쥐었다. 겁 많은 아이가 이럴 땐 또 묘하게 대범해서는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윤기의 손가락에 깍지를 꼈다.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윤기에게로 전해졌다. 순순히 손을 건네는 태도에 윤기는 기가 찼다. 이것 봐. 너에게는 물질적인 게 하나도 통하지가 않아.

떨리는 심장을 애써 숨긴 윤기가 깍지를 낀 엄지로 태형의 엄지를 부드럽게 쓸며 감탄하듯 말했다. 너무 좋다. 태형아.

“…나, 나두요.”
“…….”
“나두, 윤기 씨 좋아요.”
“…얼마큼 좋은데?”

얼마큼 좋냐고? 그걸 어떻게 말해! 부끄럽잖아! 콜라가 담긴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태형이 뭘 그런 걸 묻고 있냐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지만, 윤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을 채근했다.

“나 얼마큼 좋은데. 응? 이런 건 말로 해줘야 알지. 응?”

그는 원하는 말은 꼭 귀로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태형은 몇 번이고 침대에서 당해놓고도 아직도 학습이 덜 된 모양이었다. 아무렴 상관없었다. 어차피 공연은 내일모레고, 그 공연만 끝나면…. 태형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어떻게든 너를 잡아먹을 거라고. 아니, 어차피 할 섹스라면 태형은 차라리 모르고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다 말해주면 헉, 하고 겁을 먹는 얼굴도 예쁘기는 하지만…. 음흉한 생각을 뒤로한 그가 태형을 졸랐다. 아 왜. 빨리 말해줘. 응? 나 얼마나 좋은데. 응?

“윤기 씨를 많이 좋아해서…”
“…….”
“…공연을 아주 잘하고 싶어졌어요.”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한다, 혹은 미치게 좋아한다. 뭐 그런 진부하지만 마음만큼은 진짜로 봐줄 수 있는 그런 대답이 나오겠거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말에 윤기의 눈이 보다 크게 뜨였다. 태형은 자분자분 말을 이었다.

“좋아하는 곡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요. 윤기 씨가 나 포옥 안아주면서 그랬잖아요.”
“…….”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기 위해 과거를 헤집어 보니 온통 쓸쓸함과 무기력함 뿐이었다. 그곳에서 마지못해 숨을 내쉬던 스스로가 안타까워서 태형은 눈물을 흘렸고, 윤기는 우는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떠올릴 필요 없어.’
‘…흐윽, 흡…’
‘과거는 과거니까, 필요 없어. 어차피 그 속에 나도 없었잖아. 그때 내가 네 옆에 있었다면 넌 좋아하는 곡이 무엇이었는지 알았을 거야. 내가 깨닫게 해줬을 테니까.’
‘…흐으, 으…’
‘근데 이젠 내가 있잖아.’


지금부터라도 태형이 네가 좋아하는 거, 마음에 드는 거, 즐거운 거. 찾으면 돼. 그러면 돼. 우리 그렇게 하자. 응? 다정한 말투에, 따뜻한 토닥임에. 태형은 어쩐지 더 크게 울음이 터졌다. 그래도 될 것 같아서. 더 크게 울어도 다 끌어안아 줄 것만 같아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깊은 서글픔을 위로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태형은 처음으로 알게 됐다.

‘흐어엉, 흐윽…!’
‘내가 그렇게 하게 해줄게.’
‘…….’
‘나 믿어. 믿어도 돼.’


“…부끄럽지만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윤기 씨가 처음이었어요.”
“…….”
“할아버지도, 부모님, 형 내외도… 모두가 제가 가야금을 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
“물론 나도 그랬고요.”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가며 가야금을 킬 때에도. 고대하던 큰 상을 받고 웃을 때에도. 정작 자신이 무슨 곡을 좋아하고, 또 즐겁게 가야금을 켰는지를. 미처 돌아보지 않았다. 그때 스스로를 돌아볼 아주 조금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전공을 그만두지 않았을까. 모를 일이지만, 결국 다 지나간 일이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태형은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말할 수 있어요? 평소에는 모든 것에 골몰하지 않는 한량처럼 굴면서. 중요할 땐 죽을 때까지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될 사람이 되었다. 물론 이렇게 말을 꺼내면 그는 단번에 평소에도 죽을 때까지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다그칠 것이다. 뭐,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것도 같지만.

“내 인생의 고독을 헤아려주려고 한 사람은 윤기 씨 밖에 없어요.”
“…태형아. 그런 말은 안 해도 돼.”
“싫어요. 윤기 씨가 그랬잖아요. 말 하지 않으면 모른다고요.”
“…….”
“제가, 생각보다 많이 윤기 씨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수줍은 얼굴로 묵직한 마음을 건넨다. 윤기는 말없이 태형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평생토록 이 순간을 마음에 담고 태형과 사랑을 하고 싶어서. 그러기 위해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말, 표현도 필요 없었다.

“제가, 생각보다 많이 윤기 씨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

‘생각보다’라는 말에 윤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생각보다라… 윤기는 물어보고 싶어졌다. 허면 나는 널 얼마큼 사랑하는 것 같냐고. 평생 이렇게 옆에 끼고 살고 싶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싶고. 나만 보게 하고 싶은데. 이런 시커먼 속내도 나에게는 사랑인데 네게는 어떨 것 같냐고. 태형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던 그는 질문 하는 것 대신 그저 눈 끝을 접으며 스르르 웃어버렸다.

“사랑하니까… 잘하고 싶어요.”
“아니… 결혼해 달라는 말을 이렇게 예고도 없이 할 거야?”
“겨, 결혼이요?”
“방금 서방님이 결혼하자 그랬잖아.”
“아닌데! 절대 아닌데! 그냥, 사랑한다고만 한 건데!”
“그게 결혼하자는 거지 뭐. 반지도 없이 프러포즈 받으니까 모양이 안 사는데 그래도 어쩌겠어. 반지는 소첩이 준비해야지.”
“지금 또 나 놀리는 거죠…?”

금세 시무룩해지는 태형에게 당장에라도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은 곳인 데다 테이블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지라 그럴 수 없었다. 후끈 달아오르는 몸을 어쩔 줄을 몰라 결국 그는 하아…! 하고 긴 숨을 터뜨렸다. 씨발, 그냥 집으로 데리고 갈 걸, 여기로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안타까운 마음에 잡고 있는 태형의 손가락을 느릿하게 쓰다듬을 때였다.

“민윤기 신났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우아한 여성의 목소리에 태형의 시선이 돌아갔다. 누구신데, 윤기 씨 이름을 부르는 거지? 태형이 의아한 얼굴로 윤기와 여자를 번갈아 봤지만 윤기는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이미 누구인지 눈치를 챘는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냅다 얼굴부터 구겼다. 하필이면 여기서 만나다니. 아니, 만난 게 아니라, 찾아온 거겠지만.

여자가 신고 있는 힐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둘에게 다가왔다. 동그란 눈에 물음표를 잔뜩 달고 있는 태형을 향해 고개를 돌린 여자가 씽긋, 눈인사를 하더니 아직도 잡고 있는 둘의 손으로 시선이 내려갔다. 본능적으로 시선을 따라가던 태형이 헉! 소리를 내며 손을 빼려고 하자, 가만히 있던 윤기가 오히려 더 보란 듯 잡은 손에 힘을 주어 풀지 않았다. 아, 윤기 씨. 손 좀 잠깐만요…. 태형이 다급하게 다른 손으로 잡힌 손을 풀어 보려고 할 때였다. 요상한 반발심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린 여자가 이번엔 고개를 돌려 윤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쭈, 민윤기. 인사 안 하지?”

태형은 그녀가 누구인지를 직감했다. 그녀는 바로,

“세상 어떤 싹바가지 없는 아들이 엄마를 이렇게 무시하지?”

송 회장이었다. 






*




그러니까, 좋은 식당이라고 막 오는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가족과 함께 왔던 곳이라면 더. 이럴 줄 알았으면 태형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점을 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만나버린 것을. 무를 수는 없었다. 기다리고 있으면 어련히 보여줄 텐데.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욱신거리는 미간을 엄지와 검지로 꾹꾹 누르던 윤기는 저와 태형 사이에 기어코 착석하는 명혜를 보며 어후, 소리를 냈다. 이러려고 왔구만, 이러려고. 하는 수 없이 그는 태형에게 명혜를 소개했다. 평소였다면 그녀가 가진 기업의 이름이라던가, 아니면 직함을 꺼냈겠지만 태형에게 그런 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윤기는 제 식대로 말했다.

“인사해 태형아. 나 낳아준 사람이야.”
“엄마라는 좋은 단어도 있는데. 굳이 생물학적으로 표현하는 것 좀 봐.”
“난 대학 졸업 이후로 그 단어로 회장님 불러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 아들은 참 버릇이 없어.”
“…아, 안녕하세요, 어, 어머니?”

자리에서 일어선 태형이 두 손을 모으고 바르게 인사를 했다.

“어, 어머니? 어머, 어머니라니…! 세상에… 이름이 뭐였지?”

뒷조사를 시켜 태형의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면서, 아무렇지 않게 내숭을 떠는 명혜의 모습에 윤기가 경멸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나 아들의 표정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그녀는 태형을 보며 연신 감탄할 뿐이었다. 왜 이렇게 잘 생겼어? 응? 예의는 또 왜 이렇게 바르지? 예쁘고 귀엽게 생겼네. 누구 닮은 거야, 응? 쉬지 않고 칭찬하는 말솜씨가 꼭 윤기 같았다. 아, 윤기 씨가 어머니를 닮은 거구나. 윤기가 들으면 기함하고 남을 생각을 하며 태형이 제 이름을 말했다.

“태형, 김태형입니다.”
“그래요, 태형 씨. 나도 안녕해요!”

직원들에게는 사나운 호랑이 내지는 보기만 해도 몸을 덜덜 떨게 하는 서릿발처럼 차갑게 굴면서 태형에게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한껏 꾸리는 말투와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윤기는 기가 막혔다. 그는 모친에게 대놓고 비아냥거리고 싶었지만, 명혜를 우러러보는 태형을 생각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아끼는 애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뻔한 곳에 데려올 수가 있어?”
“…그러게 말입니다.”

식당 예약까지 명혜의 귀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 그저 애인하고 밥 한 끼 먹는 것뿐인데. 이런 것까지 사람을 붙여 캐낼 줄, 누군들 알았겠는가. 우리 회장님. 그 정도의 체면은 가지고 있는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내가 우리 회장님을 너무 좋게 봤네요? 말을 흘린 윤기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명혜와 눈을 마주쳤다. 이 상황에 대해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뭐, 그러던가 말던가. 명혜는 초지일관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다.

“근데 저…어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누구? 어머, 나? 난 여기 식사하러 온 거 아니야.”

너 보러 왔지. 물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은 자체 생략했다.

“식사하러 오신 거 아니면 이만 가시죠?”

언뜻 들으면 배려하는 목소리였으나 문장의 진짜 뜻을 이해한 명혜는 코웃음을 쳤다.

“윤기 너 정말  애인 앞에서 이렇게 싸가지없이 굴 거야? 난 너 이렇게 안 키웠다?”
“…키운 건 회장님 아니고, 이모님들이라니까요.”
“태형 씨, 어떻게 이런 애랑 사귈 생각을 했어요? 응?”
“회장님, 이제 그만하시지?”
“못됐다, 정말! ”

명혜가 태형 쪽으로 고개를 획 틀며 말했다. 삽시에 눈이 마주쳤다. 예리한 눈매를 견디지 못한 태형이 지레 먼저 눈웃음을 지어 보이자 무표정으로 잘생긴 얼굴을 관찰하던 명혜가 한참이 지나서야 태형을 따라 웃어 보였다. 눈은 분명 웃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무섭지? 어째서 이렇게 눈매가 매서웁냐고!

태형은 애써 시선을 외면하며 윤기를 봤다. 다행히도 그는 명혜는 신경 쓰지 않고 줄곧 태형을 보고 있었다. 태형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윤기에게 소곤댔다. 윤기 씨, 저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기는. 나 그냥 구경하는 건데?”

입 모양을 용케도 알아들은 명혜가 먼저 말하자, 태형에게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던 윤기는 먼저 선수 친 명혜를 보며 기어코 빡치는 표정을 지었다. 어? 야, 너 표정 안 풀어? 사람 좋은 척 웃음만 짓고 있던 여자도 태도가 좋지 않은 아들에게 인내심이 바닥이 난 모양인지 평소의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후우…. 깊은 한숨을 터뜨린 그가 찡그렸던 미간을 풀고 다정한 목소리로 태형에게 말했다.  

“서방님 미안해, 우리 집이 좀 콩가루야.”
“야, 민윤기. 너 자꾸 그렇게 지랄 할 거야?”

결국 송 회장의 목소리가 크게 터졌다. 도저히 모자 관계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에 태형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이를 눈치챈 윤기가 얼이 빠져 있는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 내리며 말했다. 

“봤지? 회장님 원래 이런 성격이야. 그래도 우리 착한 서방님이 이해해줘야 해. 알았지?”



















하핫... 하핫... (늦게 와서 눈치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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