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오키카구는 왕자와 공주(배다른)로 태어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전생이었음. 법도에 어긋나기 때문에 왕의 부하들에게 쫓겨 바다가 보이는 낭떠러지까지 도망친 둘. 아래를 보고 잔뜩 겁먹은 표정의 카구라가 울먹이자 소고가 안아주면서 “다음 생엔 이렇게 서로 안아줄 수 있을 거야.” 하는 거 보고 싶다.

근현대사회 비슷한 배경의 현재로 환생한 오키카구.

구세대적인 사고방식에 갇힌 정부와 적대관계인 연합군 시위 대장 오키타. 그리고 현 정부 고위 간부의 딸인 카구라.

카구라 또한 정부에 불만이 많았고 남몰래 연합군을 돕고 있었음. 비밀리에 지정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한 연합군. 오키타와 카구라는 처음 마주하게 됐고 둘은 운명적인 느낌을 받았는지 서로에게 시선을 떼지 못함. 하지만 소고는 카구라가 그렇게 혐오하는 간부의 딸인지는 모름. 사랑을 확인한 후 몇 주가 흘렀고 드디어 간부 암살 작전을 시행함. 소고는 어렵사리 구한 총으로 간부가 사는 저택이 보이는 옥상에 올라갔는데 창문 너머로 익숙한 사람이 보임.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카구라였음. 그때 처음으로 당황하는 표정 지었으면 좋겠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한 소고는 총을 챙겨 들고 내려감. 처음으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연합군들에게 한 소리를 들었지만 소고에겐 들리지 않겠지. 온통 카구라에 대한 생각뿐. 연합군에 들어온 스파이인지, 아군인지. 카구라가 모임에 오는 날 물어보려 했는데 웬일인지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걱정 반, 의심 반을 하던 소고는 다시 간부의 저택으로 감.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가 이상해 높은 건물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는데 불도 켜져 있지 않았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는 후다닥 내려가더니 저택의 큰 문을 두들겼고 쉽게 열리는 문에 더욱 안 좋은 예감이 듦. 넓은 집안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계단 위로 성큼성큼 올라가니 비린내가 강하게 나기 시작했음. 어쩐지 아까부터 코끝을 찌르더라니. 냄새의 근원지에 도착한 소고는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의 간부를 발견함. 그리고 황급히 카구라를 찾겠지. 이 방 저 방 다 들어가다가 마지막에 화장실 문을 열자 구석에 쪼그린 인영이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니 벌벌 떠는 카구라였음. 소고는 대충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됐는지 수척해진 그녀를 안아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아주는 그 때문에 그만 엉엉 울어버리는 카구라. 진작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알게 되면 소고가 내 곁을 떠나갈 줄 알았다고, 내 나라가 너무 좋고 제 연인을 너무 사랑해서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며 우는데 소고는 마음이 아픔. 먼저 눈치채서 그녀의 손에 피를 묻혔으면 안 됐는데, 오해했으면 안 됐는데 하고 자책함. 카구라는 소리 내어 울고 오키타는 마음으로 울겠지. 하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음. 며칠째 간부가 보이지 않으니 정부에선 저택에 사람을 보냈고 이를 알 턱이 없는 둘은 무방비 상태로 포위당함.

소고가 어떻게든 카구라와 탈출하려 했지만 등 뒤로 날아온 총알은 피할 수 없었음. 심장에 정확히 박힌 총알에 자신은 여기까지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소고는 쓰러지려는 몸을 겨우 지탱하더니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냄. 그리고 카구라의 목에 칼을 겨누며 작게 소곤거림.

“이렇게 하면 너는 살 수 있어.”

카구라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곧 큰 소리로 “간부의 딸은 살아야 형씨들 체면이 서지 않겠어?” 하면서 씩 웃음. 물론 생명의 불씨는 꺼져가겠지. 세게 안은 탓에 카구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면서 몸만 버둥거림. “빌어먹을 영감은 이 내 손으로 죽였으니까, 이 꼬마 아가씨는―”이라 말하는 도중 한 군인이 소고를 향해 총을 쏨. 총알은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났지만 소고는 살짝 휘청일 뿐, 절대 쓰러지지 않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이 아가씨는.” 하면서 카구라를 슬쩍 쳐다본 후 미소짓더니 군인들을 향해 이어 말함. “살려야 하지 않겠어?”하고 카구라를 밀어내려 하지만 카구라는 소고의 옷깃을 잡더니 뭐 하는 짓이냐며 눈물을 흘림.

‘이러면 내 작전이 틀어지잖아.’

소고는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떨어뜨리려 했고 카구라는 놓지 않음. 결국 그녀는 군인들을 향해 자기가 죽였다고, 이 나라는 썩었다며 울분을 토해냄. 소고는 일났다는 표정이었으나 이내 카구라의 성격을 떠올리며 크게 웃음.

‘그래, 잠깐 잊고 있었네. 내 사람이었지―.’

점점 흐릿해지는 시야에 곧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던 소고. 그런 상태를 눈치챈 카구라는 그가 들고 있던 칼을 뺏더니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손목을 그었음. 그리고 뒤돌아 소고를 껴안으며 “네가 있어야 삶을 살고, 숨을 쉴 수 있다는 걸 잊은 거야?” 그리고 예쁜 미소를 짓겠지. 오키타도 그녀를 향해 웃었고 바로 뒤에 있는 창문으로 몸을 던짐. 와장창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지만 군인들이 손 쓸 틈도 없이 소고는 카구라를 품에 안은 채 아래로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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