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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이 흔해 빠진 곳이었다. 차에서 내려 평화로운 마을 정경을 눈에 담던 용선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디로 시선을 두나 바쁜 걸음의 사람이 가득했던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곳이었다. 낯선 공기가 폐 깊숙이 박혔다. 생소한 풍경 속 묘하게 깔려있는 정감이 느껴졌다. 새 출발을 기념해서 대대적으로 세차를 마친 차가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어쩐지 소박하고 따뜻한 시골길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물같이 느껴져 살짝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트렁크 안에 얌전히 놓인 짐가방은 제법 묵직했다. 언젠간 쓰겠지, 하고 쉽사리 물건을 정리하지 못했던 옛날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한동안 미니멀리즘 열풍이 분 탓인지, 그냥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바뀐 가치관 때문인지. 바득바득 모았던 물건을 하나둘 정리하게 된 덕에 한결 가벼워진 짐이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았던 서울에서의 일상이 벌써 까마득한 옛날 일 같았다. 트렁크에서 짐가방을 꺼낸 용선이 어후, 하고 한숨 섞인 목소리를 내며 팔에 힘을 실었다.


“왔어?”

“내가 들어도 되는데.”



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생김새였다. 하얀 얼굴을 한 별이는 머리 위로 한 손을 뻗어 휘휘 저으며 가뜩이나 빠르게 옮기던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금세 용선의 앞까지 다가온 별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용선의 손에 들린 짐가방을 받아들었다. 씨익 웃는 얼굴에 덩달아 입꼬리를 올린 용선이 손을 탁탁 털며 트렁크를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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