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 갈릴 수 있습니다.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오늘 꾼 꿈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조잡할수도 있어요ㅠㅠ)


로맨스 소설 작가 이와이즈미는 오늘도(뚠뚠 열심히 글을 쓴다. (뚠뚠

다소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만든 작중 인물을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 남자는 오이카와 토오루. 갈색머리에 미형의 남자. 여자는 사토 노조미. 검정 머리의 큰 눈. 내용은 소꿉친구인 남자와 여자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으레 커플들이 그렇듯 약간의 삽질 끝에 결국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축 커플 성사! 가 되는 이야기이다. 이와이즈미는 자신이 만드는 이야기 대부분에 애정을 쏟는 사람이었고 주인공 둘이 행복한 이야기로 완결을 냈을 때 마치 자식들을 결혼시켜 떠나보내는 것처럼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글을 쓰면 쓸수록 작중 인물인 오이카와가 점점 좋아지는 것이었다.

처음 작중 인물을 만들 때 다양한 요소가 가미되지만 이번에는 특히 이와이즈미가 좋아하는 점들을 잔뜩 집어넣었기 때문일까, 공교롭게도 이와이즈미는 이야기를 풀어낼수록 작중 상대역인 사토에게 점점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치 오이카와가 제 연인인 듯 오이카와의 행동 하나하나에 설렘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오이카와는 사토에게 더욱 다정하고 더욱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원고를 하던 이와이즈미는 잘 쓰던 글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내가 사토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다 문득 피곤해져 책상에 그대로 엎어져 잠이 들었다.


오이카와 토오루x이와이즈미 하지메

어느 소설가

-파란


*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곳에 앉아있었다. 분명 책상에 엎드려서 눈 좀 붙이려고 했을 텐데?라고 생각한 이와이즈미는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자신이 하다 만 원고가 생각났다.

“뭐야, 마감 얼마 안 남았는데?! 여기 어디야? 뭐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 남자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오고 있었다.

“하지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와이즈미는 미간을 모으고 뛰어오는 남자를 쳐다봤다. 모르는 사람 같은데...?
헉헉거리면서 뛰어온 남자는 이마에 난 땀을 훔치곤 이와이즈미의 미간을 검지로 살짝 누르며 말했다.

“또 못생긴 표정! 이와쨩 그러다 미간에 계곡 생기겠어!”

처음 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이상한 애칭을 부르며 자신의 미간을 누르니 이와이즈미는 얼떨떨했다. 그래서 미간을 살살 펴는 남자의 손을 떼어내고 말했다.

“실례지만.. 누구세요?”

그 말에 남자는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볼을 부풀리며 삐친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이와쨩! 아무리 오이카와씨가 좀 늦었어도 모르는 사람인척 행동하는 게 어딨어?”
“네?”

전혀 모르는 표정을 짓는 이와이즈미를 보자 남자는 잠시 멈칫하다 씨익 웃었다.

“흐응, 그런 플레이란 말이지? 그럼 자기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안녕하세요, 이와이즈미 하지메의 남자 친구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이와이즈미가 장난한다고 생각한 남자는 능청스럽게 자신을 오이카와라고 소개했다. 그런 남자를 보고 이와이즈미는 어안이 벙벙했다. 오이카와라고? 내 소설 속...? 근데 왜 내 남자 친구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는 이와이즈미를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더 말을 이었다.

“지금 이와쨩이랑 사귀고 있고요~. 원래는 소꿉친구였는데 제가 고백해서 사귀게 됐습니다. 늦어서 정말 미안하니까 모르는 척 그만해주었으면 좋겠는데요, 사랑하는 하지메 씨?”

사랑하는 하지메라는 말을 듣자 이와이즈미의 볼이 확 붉어졌다. 붉어진 이와이즈미를 귀엽다는 듯 껴안고 볼을 살살 어루만지는 오이카와였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상상한 오이카와의 모습 그대로의 남자였다. 갈색 머리의 잘생긴 얼굴, 웃는 모습과 상대를 애정을 담아 바라보는 모습까지. 자신이 상상한 그대로였다. 정말 자신이 만든 소설 속 그 오이카와라니, 게다가 남자친구라니 이와이즈미는 꿈인가 싶어 자신의 뺨을 한대 때렸다.

“아프네..?”
“앗! 이와쨩!! 이게 뭐하는 짓이야?!”

오이카와는 마치 자신의 뺨을 때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고 이와이즈미의 붉어진 뺨을 문지르면서 이런 행동 하지 말라고 툴툴거렸다. 그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이 그토록 꿈꿔왔던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 준다는 것은 마치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설레었기 때문이었다.

“이와쨩, 우리 오늘 뭐할래?”

아, 물어오는 얼굴에 사랑이 가득하다. 그 눈동자에 내가 담겨있다. 이와이즈미는 맨날 쓸 줄만 알았지 막상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보니 사랑을 한다는 것은 이토록 행복한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오이카와와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영화도 보고 걸을 때 손을 잡았다. 손도 이와이즈미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따뜻하고 큰 손. 손을 잡고 오이카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이와이즈미는 문득 깨달았다.
지금 자신의 소설 속 일부분이라는 것을.
지금 이 상황은 자신의 소설 속에서 오이카와와 사토가 사귀고 첫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와이즈미가 글을 썼던 곳으로 오이카와는 사토가 아닌 이와이즈미를 데려갔고 사토에게 했던 스킨십을 그대로 이와이즈미에게 했다. 데이트를 마치고 어둑어둑해졌을 무렵 집 앞에서 사토와 했던 것처럼 이와이즈미와 첫 키스를 했다.
그렇다면 사토는 어디에? 라고 이와이즈미는 생각했다. 오이카와가 데려다준 집은 사토의 집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토의 어머니는 이와이즈미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집안을 온통 뒤져봐도 사토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사토 대신 내가...?”

찝찝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오이카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와이즈미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다음 날 오이카와와 함께 점심을 먹다가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사토에 대해 물어봤다.

“사토 노조미?”
“응.”
“음... 모르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야. 왜? 알아야 하는 사람이야?”

소설의 내용이 바뀌고 있었다.

그 이후로 소설은 이와이즈미가 썼던 방향이 아닌 전혀 모르는 전개로 흘러갔다. 그대로인 것은 오이카와와 자신뿐이었다. 사토를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오이카와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이즈미는 사토를 찾았지만 마치 소설 속에서 사토 노조미 대신 이와이즈미 하지메가 들어간 것처럼 모든 사토의 자리에는 이와이즈미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만나보고 싶었던 오이카와와 만나고 오이카와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게 사토가 아닌 자신이라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 세계에 있자 라고 생각하는 이와이즈미였다.

점점 이와이즈미가 쓴 것과는 다른 내용이 되어가는 소설은 마치 하루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진짜’ 인생 같았다.


*


오이카와와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문을 열자 문 앞에서 오이카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자신을 기다리는 오이카와를 보며 이 세계가 어쩌면 진짜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은 진짜이길 바랐다.

하지만 오이카와와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사토를 지나쳤을 때, 서로를 완전 모르는 사람처럼 그냥 지나치는 오이카와와 사토를 보았을 때 이와이즈미는 죄책감을 느꼈다.

 그날 밤 이와이즈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


밤을 꼴딱 새우고 새벽 산책이라도 하자 싶어 문을 열고 나서자 사토가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대로 얼어붙은 이와이즈미와는 다르게 사토는 남의 집을 지나가듯 그냥 이와이즈미의 앞을 지나쳤다.

“저, 저기요!”

자신도 모르게 사토를 부른 이와이즈미는 손으로 급하게 입을 막았지만 이미 사토가 돌아본 뒤였다.

“네? 저요?”

이와이즈미는 입을 가리던 손을 내리고 사토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집... 모르시나요...?”

사토는 이와이즈미 너머에 있는 집을 잠깐 보고는 고개를 살짝 젓고는 말했다.

“음... 죄송하지만 모르겠네요, 제가 알아야 하는 집인가요?”

처음 보는 듯한 얼굴에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오. 실례했습니다.”

사토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다시 제 갈길을 갔다. 이와이즈미는 그대로 집으로 뛰어들어가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신의 욕심으로 내용이 완전 뒤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

얼마 안 있어 이와이즈미는 사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사토 노조미와는 전혀 다른 사토 노조미였다.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막고 그런 사람이더라고, 게다가 요즘에는 완전 나이 많은 아저씨랑 만나고 있더라는 소문도 있어. 듣고 있어, 이와이즈미?”
“... 아, 응... 고마워, 아야메.”

소설 속 사토의 또 다른 절친한 친구였던 아야메는 이와이즈미 앞에서 사토의 험담을 하고 있었다. 아야메의 말에도 자신의 소설 속 사토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 이와이즈미는 처음에 믿지 않았지만 오이카와와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사토는 눈앞에서 암만 봐도 아버지뻘인 남자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한 걸음도 걷지 못했다.

“왜 그래, 이와쨩?”
“아, 아니...”
“어디 아픈 거야?”

걱정을 담은 얼굴. 원래대로 였으면 걱정을 하는 이 눈에 담기는 건 내가 아니라 너였겠지.

이제는 전혀 다른 내용의 소설 속에서 이와이즈미는 행복감 보단 죄책감이 느껴졌다.


*

우편으로 온 아야메의 결혼 소식. 자신의 쓴 전개 그대로 아야메는 결혼을 한다는 청첩장을 보내왔다. 청첩장 속 내용도 이와이즈미가 그때 썼던 그대로라 이와이즈미는 아직 모든 게 바뀌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빠듯한 시간에 오이카와와 택시를 타기로 했다. 차에 오르기 전, 맞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낯익은 얼굴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 어린년이 남의 남편을 꼬드겨?!”
“너 고소당하고 싶어?!”
“뭐야? 무슨 일이야?”
“저 여자가 꽃뱀이래....”
“어머,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수군거리고 윽박지르고 욕하는 사람들 속에서 사토는 의연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슬퍼서, 너는 그런 아이가 아닌데, 나 때문에. 이와이즈미가 홀린 듯 맞은편으로 걸어가려 하자, 사토는 고개를 돌려 이와이즈미를 바라봤다. 마주친 눈에 이와이즈미가 입을 벙긋했지만 사토는 그저 웃어주었다. 걱정 말라는 듯 웃는 그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돌처럼 얼어붙었다.

“이와쨩, 어디가?”

자신을 붙잡은 손을 따라 올라가자 오이카와가 서 있었다. 오이카와의 얼굴은 사토를 한 번 보고 사태를 파악했다는 듯 인상을 썼다. 그 모습을 사토가 봤을까 이와이즈미는 서둘러 사토를 바라봤지만 사토는 그저 시끄러운 사람들 속에서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오이카와가 이끄는 대로 멍하니 택시를 타자 오이카와는 조금 찌푸린 인상으로 이와이즈미에게 툴툴거렸다.

“이와쨩이 뭐하러 그런 여자를 신경 써? 인과응보라고. 난 그런 여자는 딱 질색이야. 하여튼 이와쨩은 너무 착해서 문제라니까.”

아무렇지 않게 사토를 욕하는 오이카와를 보며 이와이즈미는 눈을 감았다. 너는 그러면 안돼, 오이카와. 내가 너희를 그렇게 만들었구나. 내 욕심이.

“이와쨩, 자?”
“... 오이카와.”

이와이즈미는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나 때문이야...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내 욕심이 다 망쳐버렸어.”

너희 모두는 나에게 소중한 아이들인데.
아직 기회가 있다면, 돌아갈 수 있다면.

“미안해.”

용서해줘.

눈을 감고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말하는 이와이즈미를 바라보던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해. 내가 제일 사랑하는 게 이와쨩인데, 이와쨩이 하는 그 무엇도 내가 용서 못할 이유는 없어.”

눈을 뜨자 오이카와가 미소를 띤 채 마주 보고 있었다. 다시 눈을 스르륵 감자 오이카와가 다가왔고 입술이 닿기 전, 이와이즈미는 속으로 말했다. 이제 됐다고. 그 말이면 충분해.



“저기요.”

문득 들리는 소리에 눈을 뜨자 자신은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가만히 서 있는 이와이즈미를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고 이와이즈미는 깜빡거리는 신호에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넜다. 다 건너자마자 빨간 불로 바뀐 신호에 차들은 쌩쌩 달리기 시작했고 이와이즈미 뒤로 낯익은 택시 하나가 지나갔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느낌에 뒤를 돌아본 이와이즈미는 택시 뒷 자석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남녀를 보았다. 자신이 아주 좋아하는 남자가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 여자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반대 방향으로 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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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잠 자다 꾼 꿈을 기반으로 급하게 쓴 내용입니다. 덧붙이자면,

사토는 유일하게 이와이즈미의 자리가 원래 자신의 자리임을 알고 있지만 이와이즈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자신도 자신을 만들어준 이와이즈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모른척 하고 있었던 거고, 그게 이와이즈미가 결정적으로 모든걸 되돌리는데 크게 작용하게 됩니다.

사토가 그런 역할로 나온 이유는 우선 1. 제 꿈에서 상대방역이 그렇게 나왔기 때문이고 2. 소설 속 모두가 자신의 자리가 있지만 사토만 이와이즈미가 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가 사라진 사토가 억지로 만든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폰으로, 급하게 써서 내용이 조잡해도 이해부탁드려요ㅠㅠ찌통물입니다.(나름ㅎㅎ) 항상 재미있게 봐주셔서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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