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밤이 오면 갈기갈기 찢어지는

판옵티콘의 모양을 찾아

하늘에선 육각형이 내려오고

우리는 네개의 직선에 갇혀

종종 서로의 면회를 가곤 해

쭉 뻗어 날 찌르는 음성이

가끔은 곡선을 그리는 소리가

아크릴판에 부딪혀 스러질 때마다

우리는 육각형 상자에 갇혀

데굴데굴 구르지도 못하고

사는동안 부딪히기만 해


가끔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하나라는 생각을 해

칼바람의 흐느낌을 자장가삼아

끝내 평평한 땅에 키스하지

날이 밝아 검은 옷을 입은 조문객들이 오면

우린 상복을 벗고 호피옷을 입을거야


어쩌다 길가에 뭉쳐진 눈덩이를 봤어

눈사람도 자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우리는 사는동안 수많은 자살을 목격한 걸까


마침내 하나가 된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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