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미리 말씀드리는 점. 요즘 중학교 어떤 지 안 다녀봐서 모르고... 중학생들 스케쥴 ? 같은 것도 모르기 때문에 약 10년 전 쯤 중학교 다녔던 바이브로 썼습니당




굴려굴려 초코볼



이동혁이랑 김여주는 중학교 1,2학년 땐 서로 모르고 살다가 3학년 때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됨. 솔직히 김여주는 그 나이 대 남자애들이 까불기나 하고 별로 이렇다 할 도움도 안 돼서 같은 학년 친구들은 고사하고 같은 반 애들한테도 딱히 관심 없었을 거 같다. 그래서 처음에 이동혁한테도 관심 없다가 쟤는 왜 저렇게 나대나 싶어서 가끔 까부는 거 보고 있으면 김여주 안 웃고 싶은데 자기도 모르게 자꾸 웃고 있을 듯.

 

1학기 중간고사 끝날 즈음해서 이동혁이랑 김여주가 음악 수행평가의 같은 조로 묶이게 되었음. 김여주 평소에 이동혁이 나대는 것만 봤지 한 번도 진지한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음악 수행평가 할 때는 또 세상 진지하게 굴어서 신기했을 것 같다. 여주가 피아노는 좀 칠 줄 알아서 그 조의 반주 담당을 맡게 되었는데, 이동혁이 막 전문적인 지식은 없어도 타고난 게 있어서 절대음감인데다가 화음 맞출 때마다 대충 건반 눌러서 다 알아내는 거. 김여주 피아노는 칠 수 있지만 딱히 감각이 있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화음 따거나 박자 맞추는 건 어려워했는데, 그럴 때마다 이동혁이 옆에서 엄청 도와줬겠지. 진지하다가도 장난스럽게 굴고, 장난 치다가도 금방 진지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김여주는 이동혁이 의외라고 생각할거다. 반에서 애들이랑 모여서 까불거리며 노래 부르는 건 종종 봤으니까 원래 노래 잘 부르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음악 자체에 관심이 많은 지는 처음 알았음.

 

그렇게 김여주와 이동혁은 같은 반이다 보니 당연히 이래저래 얽히게 되고, 금방 친해지겠지. 동혁이 성격에 누구랑 어색하고 이런 거 못 버티니까 여주한테 까불다 맞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덧 서로가 편해질 거다. 그리고 여주는 어느 순간 동혁이에게 무작정 사랑에 빠졌을 거 같다. 처음엔 엄청 부정하겠지. 자기 취향도 아닌데 자꾸 눈에 밟히고 생각나니까 짜증도 나고. 좋아하기 전엔 둘이서 실없는 장난도 많이 치고 애들 다 같이 놀러간다 그러면 같이 가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거 깨닫고 나서는 자꾸 이동혁 앞에서 뚝딱거리게 되고, 막 가끔 얼굴 붉어지고, 별로 짜증도 안 났으면서 괜히 틱틱대게 되는 거야. 정작 이동혁은 신경도 안 쓰고 오늘 예민한가보다 하고 넘어갈 듯.

 

한 번은 시험 끝나서 되는 애들끼리 피시방 간다고 하는데 이동혁이랑 친한 애들은 다 시간 안 된다고 내빼고 결국 여자애들 두 명이랑 이동혁이랑 셋이 가게 된 거. 김여주 그거 내심 신경 쓰이고 어차피 학원 안 가는 날이라 자기도 같이 가고 싶긴 했는데, 가서 이동혁이 다른 여자애들이랑 막 친하게 굴면서 게임하는 것도 못 보겠고, 같이 있으면 마음 더 커질 거 같아서 그냥 안 간다고 한다. 근데 이동혁은 여주 속도 모르고 계속 김여주한테 너 안가면 나도 안 갈 거라면서 자기 쟤네들이랑 안 친하다고, 친한 애 너밖에 없다고 같이 가자면서 계속 치대겠지.


근데 김여주가 이동혁 그러는 걸 어떻게 이겨. 가뜩이나 좋아하는데. 그래서 결국 같이 가주긴 하는데 예상대로 이동혁 자기가 친구 없다고 같이 오자고 해놓고서는 여주보다 더 열심히 놀고, 여자애들이랑 또 금방 친해져갖고 막 신나게 게임하는데 김여주는 그거 보면서 자꾸 소외감 드는 거. 사실 게임은 안 질 자신 있었지만 옆에 이동혁이 앉아있으니까 신경쓰여서 원래 하던 것만큼도 잘 안되겠지.

 

그러고 좀 있다가 아무래도 기분이 너무 안 좋고 여기 계속 있어봤자 우울하기밖에 더 하겠나 싶어서 김여주 먼저 간다하고 나오는데, 이동혁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모니터만 보다가 김여주 일어나는 거 잠깐 흘낏 보고 잘 가라 할 듯. 이동혁 게임에 정신 팔려가지고 성의 없이 인사하고 그냥 계속 옆에 있는 캔 콜라 마시면서 자판 두드릴 거 같다. 김여주 가는데 다른 애들한테 자기 아이템 주라는 얘기나 하고.





그거 보고 있는 김여주 진짜 속상해서 그대로 가방 챙겨서 피시방 나와서 터덜터덜 집 쪽으로 걸어가. 아무래도 너무 속상하고, 이동혁은 나한테 관심도 없는데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서 진짜 슬퍼.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살짝 눈물 나와서 교복 마이로 대충 눈물 나오는 거 닦으면서 집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구 뛰어오는 소리 들린다.


뭐지 싶어서 뒤돌아보는데 이동혁 헉헉거리면서 뛰어오고 있어. 김여주 그거 보고 깜짝 놀라서 왜 왔냐고 물어보려는데, 가뜩이나 감정 상해 있고 이동혁이 자기 따라온 거 좋아하는 척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가서 게임이나 더하지 왜 따라오냐는 식으로 쏘아 붙이겠지.


 

“뭐야. 누가 따라오래.”

 


이동혁 거기다 대고 씩 웃으면서, 김여주 정수리에 손 올리고 숨 고른다.


 

"아니 내가 놀자 해놓고서 너 그러고 보낸 게 신경 쓰여서. 아 미안. 나 아까 좀 별로였다 그치."

"... 됐어 짜증나 너. 친구 명단에서 제외시킬 거야."

"아 왜 그르냐... 한 번만 봐주라. 나 친구 몇 명 없는 거 알자네..."

"뭐래 진짜."

"... 김여주 근데 너 솔직히 나한테만 유독 차가운 거 알지? 나 좀 서운해."

"뭐라는 거야."

"나한테도 좀 웃어주라. 웃는 게 예쁜데 엉?"


 

김여주 얼굴 빨개져가지고 쳐다보던 얼굴 휙 돌리고 앞장서서 걷는다. 그러면 이동혁 김여주 뒤로 따라서 걸으면서 계속 화 풀라고 징징대겠지.


 

"여주야아아아아아..."

"..."

"화 풀어어어어어어..."

"아씨 알겠으니까 그만 좀 해."

"나 용서해줄 거야?"

"알겠다고."

"용서 한다고 했다? 낼 급식 먹고 매점 가는 거 빼기 없음."

"그건 왜?"

"용서의 증표야."

"진짜 뭐래."

"어 웃었다. 오케. 다섯 시 이십칠 분, 용서 완."


 

그 이후로 김여주랑 이동혁 전보다 더 친해지고, 김여주는 그냥 좋아하는 마음 잘 숨겨 가면서, 덜 힘들이면서 좋아하려고 노력한다. 이동혁이 자기를 진짜 친구로서 좋아하는 게 느껴졌거든. 그래서 이동혁에게 좋은 친구나 되어줘야겠다 싶은 거지. 어차피 올해가 중학교 마지막 학년이고, 고등학교는 바로 옆에 있는 여고 갈 거니까 고등학교 때 볼 일은 없잖아. 들어보니까 이동혁은 예고 가고 싶어 하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안 볼 거라 생각하면 그냥 끝까지 친구나 해줘야겠다 싶겠지.



 


여름 방학 끝나고 하반기 들어서는 이제 곧 진짜 고등학생이니까 공부한다고 학교 끝나고 자주 독서실도 같이 가고, 주말에는 만나서 도서관도 자주 갈듯. 만나면 당연히 대부분 공부하는데 이동혁이 수학을 너무 싫어하고 못해서 김여주가 많이 알려줄 거 같다.


김여주 자기도 거북목이면서 이동혁한테 똑바로 앉으라고 맨날 잔소리하면, 이동혁 툴툴대면서 말 듣기 싫어하면서도 꼭 결국엔 하라는 대로 다 할 듯. 가끔 둘이 공부하다 싸우는데 김여주가 이동혁거 채점할 때 틀린 거에 별표 안치고 작대기 그어가지고 이동혁 삐질 거 같다.


 

"아니 왜 찍 긋냐고."

"틀렸는데 뭘 잘했다고 예쁜 걸 그려줘. 하트라도 그려줘야 돼?"

"아니 별 정도는 그려줄 수 있잖아."

"헛소리야. 다시 풀기나 해."

"개치사해... 공부 좀 한다고 맨날..."

"기말 망치고 싶으면 계속 떠들고."

"... 너 진짜 짜증나..."

 


이동혁 그러고도 금방 풀려서 모르는 거 다시 물어보고 그런다. 그러고 같이 있다가 이동혁 잠깐 어디 나갔다 온다고 하고 한 10분을 안 들어와서 김여주는 왜 이렇게 안 돌아오나 싶겠지. 전화 해보려고 하는데 마침 이동혁 바깥 추위 잔뜩 묻히고 와서는 김여주한테 허쉬 초코 드링크 내밀듯. 미운 놈 떡하나 더 준다면서.


그런데 이동혁이 너무 추워하길래 왜 그러냐 물었더니 밑에 씨유에 허쉬 초코드링크 파는 줄 알고 외투 안 입고 나갔는데 없어서 건너편 지에스까지 뛰어갔다 왔다는 거. 이동혁 오들오들 떨면서 아무렇지 않게 김여주가 덮고 있는 담요 속으로 자기도 파고들어서 같이 덮을 듯. 김여주 깜짝 놀라서 뭐하는 거냐고 뭐라 하면 신경도 안 쓰고 담요 덮은 채로 자기 공부 할 것 같다.

 

대망의 졸업식 날. 애들 다 자기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 찍는데, 김여주는 이동혁이랑 이번에 사진 찍으면 진짜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니까 눈물 나서 먼저 사진 찍자고 말 못 할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이동혁 주변 서성거리면서 다른 여자 친구들이랑 사진 찍고,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김민수 박철수 이동수 이런 애들이랑 어색하게 사진 찍겠지. 그러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김여주 정수리 꾹 눌러.


뒤돌아보니까 코트 입은 이동혁이 씩 웃으면서 같이 사진찍자는 거. 이동혁 지나가던 아는 여자애 아무나 잡고 우리 사진 찍어달라고 그러겠지. 김여주는 멋쩍게 두 손으로 꽃다발 들고 굳어 있는데, 이동혁은 김여주 어깨 자연스럽게 감싸면서 자기 옆으로 붙여 오겠지. 그리고 카메라 보면서 그대로 말한다.

 


"넌 웃는게 예쁘대도."


 

사진 찍은 거 같이 보는데 김여주 결국 못 웃고 굳은 채로 사진 찍혔을 듯. 둘이서 그거 보고 빵 터져서 이동혁은 계속 놀리고 김여주는 계속 때리겠지. 언제까지 거기서 티격 대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이제 마지막으로 인사는 해야 되고. 둘이서 마주보고 서로 잘 지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동혁이 김여주한테 줄 거 있다면서 쇼핑백 건넨다.


 

"이거. 집에 가서 봐. 별건 아니고."

"고마워. 근데 난 줄 거 없는데."

"됐어. 그냥 내가 주고 싶어서 챙겨온 거야."

"..."

"김여주 졸업 축하해.“

"너도 졸업 축하해."

"... 잘 지내고. 연락 할게. 너도 연락해야 된다. 오빠 까먹지 말고."


 

이동혁 마지막까지 장난스럽게 손 흔들면서 인사하겠지. 김여주 저것도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하니까 마음이 이상해.

 

김여주 인사하고 집에 오자마자 이동혁이 준 선물 열어보는데 쇼핑백 안에 두꺼운 털 담요 하나랑 인형, 허쉬 초코 드링크 다섯 개, 그리고 편지 들어 있을 듯. 근데 선물마다 포스트잇 붙여져 있어서 보면,

 


털담요에는,


'너 담요 너무 커. 나 말고 다른 애랑 둘이 덮지 말고 그냥 너 혼자 이거 써.'





인형에는,


'이거 저번에 인형뽑기 내가 너 다 이겼을 때 너 안 주고 두 개 다 내가 가져서 너 삐졌었잖아. 하나 줄게. 대신 그거 볼 때마다 내가 너보다 인형뽑기는 한 수 위라는 걸 잊지 말거라 ㅋㅋ'



허쉬초코드링크에는,


'너 이거 너 돈 주고 사 먹긴 아까운데 누가 이거 사주면 그렇게 기분 좋다며. 이제 내가 매번 못 사주니까 이거 진짜 먹고싶을 때만 먹어. 더 넣어주고 싶은데 무거울까봐 이만큼만 ㅜㅜ'


이동혁 글씨는 잘 쓰지도 못하면서 꾸물꾸물 열심히도 편지 썼겠지. 샤프로 써가지고 군데군데 번진 흔적 있는데 그것도 너무 이동혁다웠을 것 같다.





김여주 안녕ㅋㅋ 나 이동혁.

 

너한테 편지는 처음이네. 근데 나 졸업편지 너한테만 쓰는 거야. 애들 아무한테도 안 씀. 영광으로 생각해주길 ㅋㅋ 장난이고. 그냥 돌아보니까 너랑 함께 했던 추억이 좀 많았어야 말이지. 나 원래 사진 잘 안 찍는 거 너도 알지. 근데 내가 맨날 너한테 장난친다고 네 사진을 하도 찍어서 내 휴대폰엔 이제 네 사진이 제일 많아. 나중에 중학교 때를 돌아보면 네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네. 내 소중한 추억이 되어주어서 고마워. (아 내가 썼는데 존나 오글거린다... 미안)

 

여주야 이건 진짜 말로 못하겠어서. 넌 알고 있으려나? 아마 모를 거 같은데 넌 무슨 애가 눈치라곤 아주 쥐꼬리만큼도 없어갖고. 암튼.

 

나 사실 너 좋아했어. 언제부턴진 안 알려줄 거지만 좀 오래 됐음. 근데 네가 날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서 말 못했다. 어차피 고등학교는 서로 멀리 다닐 텐데 괜히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보다 그냥 좋은 친구로 남아주는 게 너한테 좋을 거 같아갖고. 근데 이거 읽었다고 제발 날 부담스러워하고 그런 짓은 하지 말아주라.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ㅋㅋ

 

졸업 축하하고. 이제 고작 열일곱이지만 솔직히 우리 열심히 살았음. 특히 넌 내가 인정해줄게. 졸업을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이제 슬슬 마음을 접어보려 해. 안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음 그런 의미에서 연락은 언젠가 내가 먼저 할게. 그때까진 내 마음 접는 시간으로 알아주고... 이 오빠 보고 싶어도 연락 자제 요망 ㅋ

 

일 년 동안 고마웠다. 아마 넌 공부 잘하니까 삼년 빡세게 하면 대학도 잘 가겠지 ㅋㅋ 서울에서 상봉하자. 인서울 뿌셔야지. 안녕 김여주. 잘 지내!!

 



 

김여주 편지 보고 하루 종일 울었을 거 같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같았는데, 배려하는 방법도 너무 똑같아서. 그냥 서로 좋은 친구로 지내주기로 결심하고 모르는 사이에 같은 마음으로 앓았다는 게 슬퍼서 엉엉 울었겠지. 그러면서도 친구 이동혁을 잃고 싶지 않아서 먼저 연락 안 할 거 같다. 그리고 이동혁도 자기가 먼저 마음 접으면 연락 하겠다고 했으면서 쉽게 먼저 연락 못 했을 거 같음.

 

 




ㅋㅋㅋㅋㅋㅋㅋ실친 왈... 


아 중학생 이동혁 진짜 생각만해도 쌉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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