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집사: 북 오브 서커스

때는 바야흐로 2020년 10월 29일. 


흑집사 1기가 방영된 지로부터 어연 11년, 2기가 방영된 지로부터 10년, 3기가 방영된 지로부터 6년, 극장판이 상연된 지로부터 3년이 지났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1기와 2기 사이의 간격이 1년, 2기와 3기 사이의 간격이 4년, 3기와 극장판 사이의 간격이 3년으로, 극장판이 나온 지 4년이 되는 내년에는 4기가 나올 쿨타임이 찬다는 뜻입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1. 흑집사 애니를 반드시 제작하는 이유: 대내적 요인 

 

애니메이션 제작은 결국 돈입니다. A-1(흑집사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땅파서 애니 만들지 않습니다.


그럼 흑집사 애니가 돈이 되는가? 


답은 "그렇다"입니다. 제가 오타쿠라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고 판매량이 숫자로 말합니다. 


흑집사 1기는 1권 초동 판매량이 13,235장이었으며, 2기는 13,198장(8,107 + 박스5,091), 3기는 9204장, 극장판은 11,850장으로 판매량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만 장 넘기면 대박인데, 흑집사가 이걸 3번이나 해냈습니다. A-1이 상당히 돈맛을 봤을 겁니다. 게다가 애니를 한번 냈다하면 사골국마냥 굿즈를 3년내내 팔아먹으니 가성비가 최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악마 장르라 그런지 굿즈 가격도 양심도 없어서 한번 내놨다 하면 기본이 십만단위입니다. 어제도 이십만원 가량의 극장판 테마 만년필이 나왔습니다. 퀄리티가 구리면 그냥 안 사고 말텐데 매번 대기업이랑 콜라보해서 또 예쁜 게 문제입니다. 통장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아무튼 흑집사는 A-1의 황금알 낳는 거위, 효자상품 같은 존재기 때문에 후속작을 안 낼 수가 없습니다. 


2. 흑집사 애니를 반드시 제작하는 이유: 대외적 요인 


과거의 영광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는 오타쿠 시장 덕분입니다. 특히 2000년대부터 2010년대의 애니들이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요즘, 한때 서코를 온리전으로 만들었던 장르 흑집사가 빠질 수 없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새로운 대통합장르로 떠오르고 있는 디즈니게임,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제작으로 흑집사 작가님이 바쁜 건 사실이지만 저는 믿고 있습니다. 애니가 곧 나올 거란 사실을요... 재능이 너무 많아 죄 많은 토보소 야나가 하루빨리 사악하고 잘생긴 악마 집사의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중입니다. 


(트위스테는 죄가 없습니다. 재밌습니다.) 


3. 애니메이션 제작 텀을 통해 예측하는 흑집사 4기
흑집사 2기 오프닝 中

먼저 구체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시기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흑집사 애니메이션별 방영(상영) 시기


[1기 TVA] 2008. 10. 03. ~ 2009. 03. 27. 방영

[2기 TVA] 2010. 07. 02. ~ 2010. 09. 17. 방영

[3기 TVA] (북 오브 서커스) 2014. 07. 11. ~ 2014. 09. 12. 방영

[3기 OVA] (북 오브 머더) 선행상영: 2014. 10. / 발매: 상편-2015. 1. 28. 하편- 2015. 2. 25.

[극장판] (북 오브 아틀란틱) 2017. 1. 21. 개봉


1기와 2기 사이의 간격은 1년가량으로 짧은 것에 비해 3기부터는 최소 3년으로 간격이 길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게 된 걸까요?


이유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과 원작의 관계에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오리지널로 가득한 1기와 2기

흑집사 애니메이션 1기 인터미션

2006년 6월, 월간잡지 G판타지에 연재를 시작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흑집사는 드라마CD 제작 등 메이저장르의 왕도를 거쳐, 연재 후 2년만인 2008년에 애니메이션 1기 제작을 결정하게 됩니다. 


인기작의 애니화에 오노디, 스와베, 후쿠쥰, 마아야, 카지 등등 호화로운 성우진으로 도배된 캐스팅.


여기까지는 좋았으나 월간연재의 특성상 1기 제작당시 원작전개가 아직 커리대결편이었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연재가 덜 됐으니 분량이 더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면 좋았겠지만 애니팀은 참지 않았습니다. 

1기 오리지널 캐릭터 애쉬 랜더슨

애니메이션 1, 2기는 수많은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며 스토리를 날조하기 시작합니다. 특별히 흑집사만 이랬던 건 아니고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풍조가 그랬습니다. 1쿨(12편)짜리 애니도 많은 요즘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1기부터 2쿨 애니를 제작한 스케일부터가 다릅니다. 동시대에 오타쿠 대통합장르로 명성을 날린 가히리도 비슷한 운명을 거쳤습니다. 저는 이때 흑집사 안 보고 가히리 팠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2기 오리지널 캐릭터 알로이스 트란쉬 (갓캐)

결국 흑집사 1기는 약 60%, 2기는 100% 오리지널 내용로 제작하게 됩니다. 


※ 원작 내용이 포함된 흑집사 1기 회차

1화: 그 집사, 계약 / 2화: 그 집사, 최강 / 3화: 그 집사, 만능 / 4화: 그 집사, 취광 / 5화: 그 집사, 해후 / 6화: 그 집사, 장송 / 13화: 그 집사, 식객 / 14화: 그 집사, 이능 / 15화: 그 집사, 경쟁

세바스찬이 아닙니다. 작붕스찬입니다.

촉박한 제작시간 때문에 작붕이 많은 점, 원작과의 설정 차이로 인해 호불호가 갈렸지만 그만큼 원작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보면 재밌습니다. 

정정당당하게 돈 벌기를 포기한 제작진

특히 1기의 속편 격인 흑집사 2기는 한층 강화된 성우진(클로드: 사쿠라이 타카히로, 알로이스: 미즈키 나나)과 작화 곳곳에 담겨 있는 제작진의 사심 덕분에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즐겁습니다. 


② 원작대로 제작한 "Book of 시리즈"

i) 3기가 아닌 서커스편 

넷플릭스의 만행으로 서배스천이 된 세바스찬입니다.

사실 서커스편은 3기가 아닙니다. 1기와 2기는 이어지지만 오리지널 내용인 2기와 원작 내용인 서커스편은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번 서커스편이라 부르긴 번거롭기 때문에 저도 편의상 3기라 부르고 있습니다. 흑집사 애니 제작팀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어, 서커스편 이후로는 꾸준히 Book of Circus, Book of Murder, Book of the Atlantic 등 "Book of 시리즈" 타이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Book of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완전히 원작 100%냐 하면 그건 아니고 원작 내용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조금씩 가미되어 있습니다. 원작과 애니화의 차이점을 찾는 즐거움을 위해 어느 부분인지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ii) 원작을 모두 애니화시킬 가능성 


1, 2기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제작이었기 때문에 원작의 연재 상황과 상관없이 빠른 제작이 가능했지만, 3기 서커스편부터는 원작의 내용을 따라가기 시작하면서 제작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기다리는 독자 입장에서는 괴로운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애니팀은 원작의 내용을 빠짐없이, 착실하게, 순서대로 애니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예로, 원작 에피소드 중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았던 저택살인건편이 OVA의 형태지만 서커스편 이후 극장판 사이에 Book of Murder(머더편)으로 제작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음 편은 기숙학교편인 Book of the Western이 아닐까요? 


2021년에는 흑집사 애니메이션 제작 결정이라는 희망찬 소식을 접하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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