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장애등급을 받은 때는 2009년이었다. 심장장애인은 내부장애로 신설된지 얼마 되지 않은 장애였다.  심장장애는 3급부터 시작하는 장애로, 처음부터 중증장애이다. 심장이식을 받으면 심장장애 5급이라는 애매한 위치로 내려가긴 하지만 처음부터 심장장애 4,5,6급을 받는 일은 없다.

끔찍했던 수술후 받아낸 장애등금으로, 처음엔 재심사가 5년 텀이었다. 내 심장은 매일 안좋아졌으므로 내가 다시 심장장애를  재심 받아야하는2013년, 나는 그냥 서류만 제출했다. 당연히 나올꺼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머리가 하얗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냐하면 나는 교내 장애학생센터에서 지원을 해서 아직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게 없어진다면 나는 졸업을 못할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주치의 선생님은 너 같은 선천성 희귀난치병에 등급이 2등급이 나와도 모자란데 등급외란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다시 소견서를 써 주셨다. A4 네 페지이를 꽉꽉채워서 나는 탄원서를 썼다. 내가 얼마나 비장애인보다 기능할수 없는지. 내가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것이 내 심장이 다른사람과 같다는걸 의미하는건 아니라는것을, 그동안 부정맥으로 그리고 지금도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절절히 적었다.

이의신청 결과는 여전히: 등급 외 였다.

믿기지가 않았다. 무엇에서 탈락했는지 읽어보니 "심장으로 인한 8개월 내 입원 3회이상"을 충족시켜야 하는것이었다.

심장장애는 다른 장애들과 다르다. 만약 당신이 심장문제로 8개월동안 3번씩이나 입원해야 한다면 그건...그냥 당신은 곧 죽을것이라는 의미다.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는게 이 질환의 특성인데. 전혀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규정이었다. 나는 그 규정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단 하나만을 하면 되었다. 입원.

뛰었다. 거실을. 거리도 아닌 우리집 거실을. 그것만으로도 180을 상회하는 부정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므로. 119를 부르고 병원에 실려갔다. 나를 잠재우고 전기충격기로 맥을 잡았다. 정신을 차리고 나는 아직 떨리는 몸으로 병동으로 입원하겠다고 우겼다. (응급실 입원은 입원으로 쳐주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퇴원. 몇 개월 후 다시 또 뛰었다. 내가 발작을 일으켰다. 119. 응급실. 일반병동. 퇴원.마지막 한번이 남았고, 나는 해냈다. 8개월 내에 심장발작과 입원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나는 장애판정을 유지할 수 있었고 몇년뒤 재심사가 다시 다가왔다. 이번 재심사는 지난번처럼 5년 텀이 아닌 2년 텀이었다.  바보같이 저번처럼 등급을 넣기전에 입원 개월수를 계산했다. 등급외를 받을것이 뻔했다. 저 차력쑈 ㅡ를 또 했다. 이번엔 두번인가 했다.  그렇게 부러 심장에 무리를 준 것이 도화선이 되었는지 2018년에는 입원한 상태에서 무려 하루에 6번 전기충격을 해야하는 날이 오기도 했었다. 그때는 정말로 내가 죽을것 같았다. 마지막 재심사는 가볍게 통과했다. (재심사에서 3번연속 붙어야면 영구장애가 나온다. 한번이라도 등급외가 나오면 1회만 받은것이 된다.)  그렇게 영구장애인이 되었다.

저 과정중에 정말 많이 울었다. 울음...이라는 말로도 너무나 부족하다. 비명? 인간이 아닌 짐승이 울부짖는 비명같은 소리를 내었다. 엄마는 날 다독이며  같이 죽자고 했다. 정신이 나가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국가에 나의 아픔을 증명해야 한다는것이, 나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고 "병"으로 존재한다는것을 계속 스스로 에게 너무나 힘든 고통을 주면서 증명한다는게 너무 힘들었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병이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병이다. 그 말을 되새기며 뛰고 또 뛰어 빈맥으로 119에 실려갔다.

실제로 나는 저 기간 언저리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죽자하고 자살기도를 했던 것이다. 무엇이 왜 이렇게까지 해서 증명해야만 하는가....목숨을 걸고 내가 장애인임을 증명해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 얻은 영구장애는 결국 나에게 무엇을 안겨다 주었는가...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장애등급을 받기 위해서 억지로 빈맥을 발생시켜 심장에 심각한 무리가 가는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은 그나마 조금은 나은 심장을 가지고 살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잘된(?)케이스이다. 수술을 10번을 넘게 하고도 뭐가 기준이 안맞아 장애등급조차 받지 못하는 심장병환자들이 너무 많다. 왜 어떤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병"으로 존재해야 할까. 그들이 "병 덩어리"가 아닌 "사람"으로 보아주는게 그렇게 어려운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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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여자. 선천성 심장장애인으로의 삶을 기록합니다. 트위터: @kim_mem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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