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집사 29권 이전 내용 스포주의

※ 시엘은 도련님입니다


@@흑집사 극장판 및 만화책 대형 스포주의@@


얼굴이 이미 돌았음

흑장판을 보신 분은 누구나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더테이커가 악마와 사신 사이에서 3:1로 맞짱뜨며 초록마법을 쓰던 모습을요. 그 모습은 마치... 

1. 언더테이커마법소녀인가?

언더테이커
마법소녀
변신을 하는가?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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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정체를 숨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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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봉을 쓰는가?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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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굴당해도 이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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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평화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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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주인공인 악마도 밥 먹던 포크로 싸우는데 언더테이커한테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인 무기가 있습니다.

최종보스인듯 아닌듯 마법소녀 같은 언더테이커

다른 사신들이 잔디깎이, 전기톱, 가위 같은 일상용품을 들고 다닐 때 언더테이커는 간지나는 사신의 낫을 X라에몽마냥 꺼내서 씁니다. 이 무기는 변신기능도 있어서 평소에는 소토바*로 보이고, 언더테이커의 손끝을 거쳐야만 낫 모양의 데스사이즈로 변합니다. 비번 누르면 열리는 비밀일기처럼 두근두근한 감성마저 마법소녀 같습니다.


언더테이커는 어쩌다 마법소녀가 된 걸까요?


*소토바(卒塔婆): 일본에서 고인의 성불, 조상에 대한 공양을 위해 세우는 판때기 소바. 이따토바(板塔婆)라고도 한다. 불교의 오륜탑이 간소화된 형태.


2. 언더테이커 마력의 근원


예로부터 전해지는 낭설 중 이런 것이 있습니다.


서른 살이 넘도록 동정이면 마법사가 된다.


사신의 생식능력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바가 없으나, 사신이 되기 전 금욕 생활을 하며 마력을 얻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마침 언더테이커의 외형은 서른 살 이상. 합리적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언더테이커 동정설성력(聖) 혹은 성력(性)

i) 동정설1 - 언더테이커 사제설

언더테이커 설정화 中

언더테이커가 생전에 사제였다면? 끝내주는 미남이 서른 되도록 동정을 지킨 것이 설명이 됩니다. 그의 의상은 사제복을 연상시키는 면이 많습니다. 묵주를 닮은 목걸이를 달고 있는가 하면 단추 많고 치렁치렁한 검은옷을 입고 있습니다. 


<사제복과 언더테이커>


① 영국의 기독교

i) 영국의 종교갈등: 가톨릭과 성공회

간략하게 영국의 종교갈등 역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세유럽가톨릭 구교의 폐해가 심해짐
헨리 8세성공회 수립, 잉글랜드 종교개혁(1534) 
: 캐서린 왕비의 결혼무효소송을 반대하는 가톨릭 구교에 반기
메리 1세가톨릭 지지, 반대파인 신교도와 성공회 탄압
엘리자베스 1세성공회 지지
제임스 1세성공회 지지, 가이폭스데이 지정(1605)
: 가톨릭신자 가이폭스가 국회의사당 폭파시도

제임스 1세 이후로는 성공회가 완전히 자리잡습니다. 작중 시점 (1889)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언더테이커가 사제였다면 과거 종교 탄압을 받은 가톨릭 신자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자살한 계기 및 여왕을 싫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ii) 작가님의 가이폭스(Guy Fawkes) 언급

https://twitter.com/toboso_official/status/1324192935307436032?s=20

애니메이션 2기 오리지널 캐릭터 알로이스의 생일이 11월 5일로 가이폭스데이와 일치하는 것은 애니메이션 스탭이 의도했다고 합니다. 


② 사제복 

검은색 사제복이 가지는 의미는 슬픔, 속죄, 죽음이며 위령미사나 장례미사때 입습니다.


가톨릭 예수회 조학균 신부: “검정색은 ‘죽음’을 뜻한다. ‘수단’이라 부르는 검정옷은 신부들에겐 일종의 상복(喪服)이다. 사제는 그걸 입고서 자기자신의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래서 검정 수단은 이 땅에서의 죽음, 세속에서의 죽음을 뜻한다. 더불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포기도 의미한다.”


사제는 처음 서품 때 받은 제의를 죽을 때까지 착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수의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정장을 입는 다른 사신들과 달리 사제복과 닮은 의상을 입고 있는 언더테이커는 혹시 생전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ii) 동정설2 - 언더테이커 GOJA설 

캐릭터의 존엄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② 언더테이커 각성설 : 신력(神)

흑집사 세계관에서 사신은 신과 인간 사이의 중립적인 존재, 반신(半神)입니다.

흑집사 2권 中

원래대로라면 죽어서 육체의 힘을 잃고 영혼으로 돌아갔을 인간이 오히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부활했다는 건, 다시 말해 사신이 신의 권능을 나누어받은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앞서 사신협회의 근무조건에서 알아봤듯 사신은 신이라기엔 현대의 직장인과 닮은 점이 많고 대단히 인간적이죠.

 

강한 힘에는 제약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사신들은 죽은 뒤 부활하여 탁월한 신체능력을 얻은 대가로 안경이라는 족쇄를 차고, 협회의 규칙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언더테이커가 안경 없이 ‘눈’에 의존하지 않는 것은 사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신으로 각성하여, 신의 권능을 직접 사용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3. [신 : 사신][언더테이커 : 비자르돌] 일대일대응

 

작중에서 아직까지 천사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그와 상응하는 존재가 이미 등장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천사가 영혼을 인도하듯 사신도 죽은 영혼을 회수하죠. 역할이 비슷합니다.

  

※ 여기서 말하는 신은 특정 종교의 신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판타지는 판타지로 읽어주세요. 


① 사신의 징표, 황록색 눈동자가 가지는 의미

흑집사 극장판 中, 자막은 연둣빛으로 나왔는데 만화책 번역은 황록색입니다.

사신은 뚜렷한 외형적 특징은 눈동자입니다. 왜 날개도 아니고 천사링도 아닌 눈동자를 공통적인 특징으로 가지고 있을까요? 저는 사신이 한번 죽었던 인간의 몸을 ‘재활용’했다는 사실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구’를 교체했기 때문입니다.

 

언더테이커가 시체로 만든 양산형 비자르돌도 모두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일부 고성능 비자르돌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다루어보겠습니다.) 아마 눈이 빨리 부패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는 사신의 눈동자는 그가 인간일 때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안구를 갈아끼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구 파츠를 바꾸는 구체관절인형처럼요. 박제된 동물과도 비슷합니다. 안구는 모형으로 교체합니다.

 

의문점은 이미 죽은 자의 신체도 강화하여 살리는 신이 왜 유독 눈만 교체했는가입니다. 부패해도 충분히 재생할 수 있었을 텐데요.


② 눈동자 교체: CCTV기능 및 자유의지 박탈

흑집사에서 눈은 즉, 자유의지*를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흑집사 29권 中

눈은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릴 자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사신은 이러한 눈을 잃어, 자유의지를 박탈당했습니다. 대신 신의 눈이 되어 행동합니다. 직접 세계에 관여하지 않는 신은 사신의 눈을 통해 세계를 바라봅니다. 


자유의지를 통제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는 엄격한 규율이 있습니다. 영혼 심사 시에도 감정없이 상부가 작성한 리스트를 따라야 합니다. '자살한 죄'로 사신이 되었기 때문에, 사신으로 일하는 것은 속죄를 위한 '형벌'이며, 이는 신에게 '용서'받을 때까지 지속됩니다. 


따라서 이런 규율을 지키던 언더테이커가 자발적으로 사신을 그만두고, 눈의 통제를 벗어난 것은 자유의지를 회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유의지(의지의 자유): 행동에 대한 도덕적 책임의 근거를 말합니다. 사신의 영혼회수는 사형집행관의 업무와 비슷하기 때문에 여기서 쓰기에 적확한 용어는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이 직접 만든 법으로 인간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달리 신의 심판으로 인간의 영혼을 회수하는 것은 규범의 영역을 넘어선 도덕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용했습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양립가능주의가 다수설이고, 저는 편의를 위해 양립불가능주의적 관점에서 적었습니다.

*인광: 물체에 빛을 쬔 후 빛을 제거하여도 장시간 빛을 내는 현상 또는 그 빛


대략 비유를 하자면 이런 관계입니다.


[신: 프로그래머]

[세계: 프로그램]

[인간영혼: 데이터]

[사신: (데이터 최적화) 백신]

[언더테이커: 버그] [악마: 바이러스]


③ 눈동자의 활용 기출변형1: 악마와 계약자의 경우 

악마는 사신에 필적하는 힘을 지닙니다. 하지만 신의 권능을 나누어받은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훔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에게 신들의 불을 가져온 프로메테우스처럼요.


흑집사 27권 中

시엘이 세바스찬과 계약인을 새긴 장소도 눈입니다. 안대로 가린 한쪽은 계약이 새겨져있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죠. 사신의 눈의 절충형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악마와의 계약서는 좌표 역할을 합니다. 악마는 계약서를 통해 계약자를 추적할 수 있으며 계약자는 계약을 이행하기 전까지 영원히 악마에게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흑집사 2권 中

두 번째로, 통제 기능을 합니다. 시엘은 입버릇처럼 세바스찬은 그의 장기말이고, 판단은 '자신'이 한다고 말합니다. 자유의지의 표현입니다. 양쪽 눈을 잃은 사신과 달리 눈동자 한쪽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에, 자유의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④ 눈동자의 활용 기출변형2: 신의 손의 경우

흑집사 4권, 29권 中

형태가 다소 이질적이지만 '신의 손'도 눈을 사용합니다. 신의 손 계승자가 능력을 각성하거나 사마디* 상태에 돌입하면 눈에서 피를 흘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칼리 여신을 향한 신앙의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초반에 서술되었으나, 첫 번째 능력자인 아그니와 능력을 계승한 소마의 각성 계기가 다르기 때문에 (아그니는 신을 수호, 소마는 신을 저주) 사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마디(삼매): 불교 수행의 한 방법으로 심일경성이라 하여,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소토바 https://zlab.jp/334, https://blog.naver.com/angel5338/221345133756

김지훈,「성품성사 예식을 통해 바라본 사제 정체성에 대한 고찰 : 사제 서품예식을 중심으로」

백성호, “신부님 옷은 왜 검은가요”, <중앙일보>

김효명, 「결정론과 자유」

National Geographic Channel, Biography of a corpse 

류시완, 「천사론 연구 : 칼빈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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