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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거 알아? 여기 사장, 로또 일등 당첨자래.”

“진심?”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던 혜진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조잘거림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더니, 옛말엔 다 이유가 있다니까. 딱히 요란한 삶을 사는 것 같지도 않은 이 카페 사장님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들 듣고 오는 건지 종종 저렇게 쑥덕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번에는 사장님을 꼭 보고 가겠다며 진을 치고 있었던 웬 이상한 무리에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었다. ‘아니, 사장님 오늘 출근 안 하신다니까요?’ 난처함과 짜증이 한데 섞인 제 목소리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블루베리 스무디를 추가 주문하던 그 인간들은, 꼭 로또 일등 당첨자의 실물을 보고 그 기운을 받아가야겠다며 진상 아닌 진상을 부려댔다. 그나마 마감 시간에 가까웠던 터라 다른 손님이 많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정리 안 하고 뭐 해?’ 딸랑 소리를 내며 들어온 그 자태에 넙죽 절이라도 할 뻔했던 혜진이 울기 직전의 얼굴을 한 채 ‘사장님!’ 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어시장에 널려있는 꼴뚜기들 마냥 축 늘어져 있던 인간들이 단숨에 자리에서 일어나 웅성댔던 그 날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 아이스티 한 잔만.”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오늘 오전 수업 취소돼서 시간이 떴어. 손님 많네?”

“점심시간인데 그럼 이 정도는 돼야죠, 안 그럼 카페 접어야지.”



그날처럼 딸랑 소리와 함께 등장한 용선이 손부채질을 하며 곧장 카운터로 걸어왔다. 쑥덕대던 고등학생 무리의 시선이 꽂히는 걸 확인한 혜진이 작게 고개를 저으며 빠른 손놀림을 했다. 부에 그렇게 관심 있는 것 같지 않은 여유로운 이 카페 사장님이자 5년 전 로또 일등 당첨의 주인공은 제법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게 확실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카페에서 일한 지 꽤 됐구나. 뜨거운 물에 아이스티를 녹여내던 혜진이 익숙한 손길로 얼음을 가득 부었다. 확실히 행운이었다.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시급을 자랑하는 카페의 구인광고가 그렇게 딱, 타이밍 좋게 내 눈에 띈 건. 게다가 시급적인 부분도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매사 인심이 후한 고용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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