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K X 사냥꾼 소유현

*북큐브를 비롯, 리디북스, yse24, 미스터블루 등 다양한 인터넷 서점에 있습니다.

*작품의 대왕 스포일러로 넘쳐나는 글이니, 혹시나 읽을 마음이 있으시다면 (꼭!) 작품을 먼저 읽고난 뒤에 집필 후기를 읽으시길 권유드립니다.



으아아 드디어 이 작품의 후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네요.

제가 오랜만에 냈던, 그리고 제가 냈던 작품들 중 가장 긴~ 분량을 자랑하는 진짜 장편!

또 처음으로 마냥 잔잔하지 않고 사건이 빵빵 터지며 나름대로 스펙타클했던 작품! [에이지 오브 빌런]의 집필후기가 왔습니다~! 이야아~~


작품 쓰는 내내... 아 이건 후기에 쓸 말 진짜 많겠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후기를 쓰려고 하니 무슨 말이 그렇게 쓰고 싶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스포방지 차원에서) 포타에 업로드는 나중에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메모장에 미리 적어놓기라도 할까, 싶었는데.. 생각만큼 여유가 나지를 않더라구요. 제가 조금 급하게 원고를 마무리했고, 이후로는 교정고 보랴.. 다음 주인님X대표님 시리즈 작품 준비하랴.. 무엇보다 이 작품 출간 직전엔 너무 긴장하기도 해서ㅠㅠ 이런 후기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습니다.. (원고 마감하면 할 일이라고 트위터에 한번 적어놓기도 했던 것들도 다 못했네요^^;; 마라샹궈 먹기 같은 거...)

그래서 이제야! 출간된 지 2달 가까이가 지나고서야! 후기를 쓰러 왔네요.


나름 소재가 독특합니다. 공은 정말 '빌런'이고, 수는 빌런을 잡는 전문 수사관인 '사냥꾼'이라는... 가상의 직업(?)으로 등장하니까요....

처음 이 소재를 생각하게 된 건... "사귀지만 않는 사이"의 외전인 "함께할 미래"를 작업하던 때였는데요. 당시에 톱배우로 나오던 하진이가 촬영하던 액션 영화가 있었습니다. 하진이는 어떤 요원으로 나오고, 초능력을 가진 빌런을 상대하는 장면을 촬영했었는데요.. 네, 그때 떠올렸습니다..ㅋㅋㅋ 어, 주인공이 빌런이면 재밌겠는데?

그래서 사실 처음엔, 유현이를 빌런으로 만들어볼까 했었어요. "사귀지만 않는 사이"를 본 독자님이라면 느끼셨겠지만, 거기서 하진이는 정말 순애보적인 순정남에... 무지무지 착하게 나옵니다. 그리고 유현이는 그런 하진이를 꼬셔서 낼름 잡아먹은(?????)....

크흠, 무튼. 당시에는 유현이가 좀 더 악동 이미지에 가까웠기에 잠깐, 유현이를 빌런 시키고 하진이가 추격을 하자, 생각했는데... 금방 접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빌런 복장을 한 하진이를 제가 보고 싶었거든요.. 온통 검은색 옷에 가죽바지에... 검은색 복면까지 쓰고 멋지게 몸 날리는 모습을요...

하진이를 빌런, 그리고 유현이를 빌런 잡는 사냥꾼으로 설정한 뒤 대략적인 내용 정리도 하루이틀만에 다 했던 것 같아요. 그게 무려 "꿀 브라우니"를 집필하기도 전이었는데, 당시에는 스토리 라인이 굉장히 단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건 금방은 못 쓰겠다, 싶어서 미뤄두고 "꿀 브라우니"부터 썼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싯구싯구 동화"를 쓰게 됐고.. 또 "주인님X대표님" 단편 한번 썼다가 시리즈화를 하게 되고.. "꿀 뚝뚝 브라우니"까지 쓰면서 일정이 정말 많이 밀리게 됐죠...

제가 계속 미루고 싶어서 미뤘다기보다는... 처음 구축해놨던 스토리라인에 살을 붙이고 붙이고 또 붙이게 되면서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빌런들이 날뛰는, 나라가 거의 망해가는 세계관을 만들어놓고 났더니.. 이건 도저히 간단하고 가볍게만 갈 수는 없는 소재다, 싶어서 일부러 일을 더 키우고 본격화시켰거든요... (그래도 처음엔 5권이면 될 줄 알았습니다...)


약간 비하인드 스토리 느낌으로 처음에 만들어놨던 스토리를 슬쩍 말해보자면.. 처음엔 조각배 조직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제 글이 언제나 그러했듯 정말 이하진과 소유현 두 사람 중심의 이야기였고요..

둘이 함께 쫓는 적인 조각배 조직의 존재가 없으니, 스토리 역시 둘이 치고박고 배틀하다가 결국 몸맞고 마음맞는 연애사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맨 처음 계획으로는 2~3권 분량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 대략적인 스토리라인만 가지고 슬쩍 출판사 쪽에 '이런 소재도 bl에서 괜찮을까요?'라고 자문을 구했는데, 그때 출판사 쪽에서 굉장히 환영하면서 살짝 제안주셨던 아이디어가 '초능력'이라는 소재였습니다. 뭐라도 초능력이 있으면 재밌겠지 않을까요, 던져주신 걸 제가 덥석 물어서 '순간이동'으로 구체화시켰고요.

아, 그런데 하진이의 레드아이(ㅋㅋ)는 초능력이라는 설정을 붙이기 전에도 이미 있었습니다. 돌연변이로 그렇게 태어났다는 설정도, 그 때문에 유년시절을 괴롭게 보낸 설정 역시 그때부터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적대관계였던 두 사람이 결국 몸 맞고 마음 맞아서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도 좋기는 한데, 그 과정에서 둘이 함께 쫓아야 하는 공공의 적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세계관도 다크하게 만들어졌으니, 그래, 아주 무서운 테러 조직을 하나 만들어서 둘이 함께 쫓게 만들자!

라는 살을 붙이면서 일은 매우매우매우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머리를 매일같이 쥐어뜯었던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하진이의 가족, 유현이의 어두운 과거, 헤라의 존재, 유선우, 마스터..... 또 하진이가 펼쳤던 이중생활 연극까지 전부 그 단계에서 생겨났고요.. 그 전엔 모조리 없었습니다.(대체 뭔 얘기를 쓰려고 했던걸까?^^;)

심지어 하진이가 중간에 겪었던 절체절명의 위기마저도 없었어요. 예기치 못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바람에 유현이에게 본의 아니게 정체를 들키고, 그러다 몸맞고(?!), 그 심각한 부상 때문에 정체가 탄로나게 되어 자수를 결심하고.. 뭐 그런..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ㅋㅋ 전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전개를 버리고 이야기를 이렇게 확장시킨 걸,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붙인 살만큼 양 어깨와 손목이 온통 무겁기는 했지만요.....


하필 주인공이 서로 쫓고 쫓기는 이야기... 수사 과정이 약간이라도 첨가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K가 사고를 특히 많이 쳤던 초반 작업이 정-말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K는 또 하필... 사고도 그냥 안 치고 상당히 재기발랄하게 쳐서 여러 사람 골을 때리는 게 취미인 애라ㅠㅠ 그냥 평범한 폭파 사건으로는 안 될 것 같고... 뭔가 수위가 그리 높지 않으면서 귀엽고, 그러나 확실한 경고는 될 만한 사건들을 떠올리느라 또다시 머리털을 뜯뜯뜯.....

3권까지는 사건 위주라서 머리도 많이 뜯겼고 시간도 많이 들일 수밖에 없었으니, 둘이 본격적으로 엮이면서 감정 위주가 될 4,5권 이후로는 좀 빨리 쓸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그것은 아주 큰 오산^^! 둘 감정선도 과연 괜찮았는지. 자연스러웠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그 와중에 사건이 너무 뚝 멈춰있으면 안 되니까 또 조금씩이라도 진행도 시켜야 하고.. 허허.....


그래서 원래의 계획으로는 제가 첫 작품인 "수습기간"을 낸 지 딱 2년이 되는 달인 5월에 이 작품을 내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게 됐습니다..... 벌려둔 일들, 복잡해진 이야기 전부 제대로 수습하고 싶었고... 그 와중에 둘이 감정선도 잘 살았으면 하는,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으로 시간을 들이고, 들이고, 또 들였네요.

사실 중간중간 요 작품 집필을 멈추고 "주인님X대표님"을 틈틈이 썼던 것도 완성이 미뤄진 원인 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주인님X대표님"의 존재는 요 작품을 결국 완성시켰던 데에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벽만 보고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쓰다 보면 수시로 기운이 빠지고 뒤로 갈수록 지치게 될 수밖에 없는데... 달마다 단편 시리즈를 내면서 독자님들을 만나는 일이 정말정말 힘이 됐거든요. 비록 지금 씨름 중인 장편에 대한 반응은 전혀 아니더라도, 뭐가 됐든 독자님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할 수 있었던 게 확실히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작품은 생각보다 너무 늦게 나왔더라도, 그리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더라도... 이 결과가 최선의 결과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만약 "주인님X대표님" 시리즈를 진행시키지 않고 장편 작업을 했다면... 어쩌면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중간에 접었을 수도 있겠고, 만약 완성을 했더라도 지금의 이 퀄리티는 절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 보니,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네요. "주인님X대표님" 시리즈는 그 나름대로 전개가 잘 이어져 아직까지도 계속 쓰고 있고, 쓰면서도 너무 즐겁고.. "에이지 오브 빌런"은 흥행 여부를 떠나서 제 스스로에게는 꽤 만족스럽고 의미가 깊은 작품으로 남았거든요. 이 정도면 최고의 결과네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에오빌의 출간을 코앞에 둔 시점에 "주인님X대표님"을 두 달이나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ㅠ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새삼 아쉽습니다... 흑....


무튼. 비록 제가 혼자서 일을 키우고 키워서 내용을 복잡하게 만든 바람에 쓰는 데도 오래걸리고, 너무 내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내용을 짰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렵고 고통스러웠지만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 그땐 뭐가 그리 어려웠는지...) 에오빌의 결과물이 저는 꽤 마음에 듭니다. 후회 없는 작품으로 남았어요.

다만 아직 본편에 다루지 못한, 외전에 들어가야 할 이야기가 꽤 남았습니다. 이를테면 하진이를 키워줬던 집사 아저씨의 근황이라던가... 하진이의 친어머니나 유현이의 친부모 얘기라던가... 하진이가 붉은 눈동자를 지닌 채 태어나야 했던 이유라던가...(사실 이건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다룰지 말지 아직 고민중입니다. 만약 빼게 된다면 외전 후기글에 살짝 적어놓을게요~)

또한 사냥꾼 커플이 되어 콤비로 일하는 하진유현이의 모습... 정한철 과장과 셋이 맞추는 환상의 호흡... 유현이와 하진이네 남매들 사이에 생겨나는 케미.... 또 본편에는 영 부족했던 씬까지..... 외전에 들어갈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한권으로는 모자랄 것 같아요....

외전은 조금 천천히 올 수도 있겠습니다. 우선 올해 안으로는 어렵고요..ㅠㅠ 내년 상반기 내로 생각 중인데,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스읍 후기에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은데... 음....


아. 센터장인 강재영이라는 캐릭터는 본래... 나이 든 남자 캐릭터의 '강재하'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예정이었는데요. 내용에 살을 붙이고 이래저래 복잡해지면서 결국 성별도 바뀌고. 또 본래는 우리 편이 맞는지 아닌지 굉장히 의뭉스러운 역할이기도 했는데 그것 역시 빠졌습니다.

그러나.. 혹시 의심스럽지는 않으셨나요ㅋㅋㅋ 저는 쓰면서 얘... 조각배 조직의 스파이로 오해받기 딱 좋은 캐릭터다, 라고 느꼈는데...^^; 그래서 후반부에는 믿음직한 장면을 많이 넣어줬었고요...ㅋㅋㅋ


반면 유선우는 정말 스파이였는데 전혀 티가 안 났죠.(아닌가;) 사실 제가.. 밝혀지기 직전까지는 작은 암시조차 거의 흘리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티가 안 날 수밖에 없었는데, 나름 의도한 것이었습니다. 유선우에 관해서는 독자님들이 유현이와 같은 시선으로 보시기를 바랐어요. 그냥 친한 형. 친절한 형. 잘 챙겨주는 형으로만 보다가 어..? 좀 이상한데? 싶더니 결국!!

그러나 그 친구의 퇴장은 살짝 아리송했는데, 아마 에오빌 내에서 가장 복잡한 캐릭터가 된 듯합니다. 본인조차 본인의 속을 잘 모른 채 퇴장했어요. 동생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지만, 사실 본인도 모르지는 않았을 거예요. 자기가 유현이를 죽이는 데에 성공하더라도 동생이 살아날 수는 없을 거라는 걸.

그래서 내심, 하진이가 어떻게든 유현이를 구해 갈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K는 귀신같은 빌런이니까 뭔가 방법이 있겠지.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라는 식으로 운명에 그냥 맡겨뒀던 거예요. 네가 이따가 구해가라고 대놓고 말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동생을 정말 제 손으로 죽이는 꼴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럴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렇다면 결국 갑자기 나타나 유현이를 데리고 사라져버리는 하진이를 보면서 걔는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요. 마지막에 걘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요.


또 본래는 강재영과 정한철 사이에 꽤 긴밀한 연결고리도 하나 넣으려고 했습니다. 정한철은 사실, 유현이의 사냥꾼 적응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강재영이 슬며시 뿌려둔 믿음직한 인맥이었다! 라는 설정이었는데... 불필요할 것 같아서 뺐습니다. 유현이와 정한철은 정말 평범하게 만난 동료가 맞고요!

또한 하진이가 사냥꾼 특채(?)로 들어오게 되면서 등급 테스트를 거치는 장면도 넣으려 했어요. 유현이를 비롯한 사냥꾼들에게는 나름의 등급이 존재하는데(유현이는 최상위 A급 사냥꾼이죠!), 본래는 사냥꾼 시험의 결과와 연수 과정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첫 등급이 주어지는데, 하진이는 그 과정을 모조리 뛰어넘은 케이스니까.. 센터장이 일부러 간단한 테스트를 마련해서 등급을 정하는 장면이었습니다.(물론 A급이었겠죠ㅋㅋ)

그리고 그 테스트 현장에는 서울지부 소속 사냥꾼들이 잔뜩 구경을 오는데, 그 와중에 지금까지 K를 거쳐갔던, 유현이를 제외한 다섯 명의 사냥꾼들이 찾아와 눈을 부릅뜨고 테스트를 지켜보고ㅋㅋㅋ 하진이는 그 다섯 명의 선배들을 매우 반가워하며 능청스럽게 인사하는... 나름대로 가볍고 코믹스러운 장면이었는데.. 결국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7권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요^_ㅠ 풀려야 할 떡밥이 너무 많던 때라, 이런 걸 다룰 때가 아니겠다... 싶어 싹둑 잘랐습니다. 아쉬워라...


또 그밖에, 다루고 싶었지만 못 넣었던 내용들은 전부 외전에 넣을 생각이에요. 그러고도 넣지 못한 장면이 있다면 또 이곳에 찾아와 적어놓겠습니다.ㅋㅋㅋ 작품을 보신 분들께 소소한 재미나마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결국 또 주절주절 길어지고 만 후기글을 이만 줄이면서, 저는 곧 "주인님X대표님-허니문"의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에오빌은 내년 상반기 안에 외전으로 다시 만나요!!!

7권이나 되는 긴 글, 그리고 이 장황한 후기까지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BL작가 이하진입니다~ 달콤하고 행복한 글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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