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쓸어버릴 듯한

억센 장마비가 쏟아지면

땅은 그저 묵묵히 그 총알을 받아낸다.


곧 끝나겠지. 어쩌면 다음 주에, 어쩌면 다음 해에.

막연한 기다림을 희망이라 포장 할 때면

스스로 비참함을 못 견디어 눈을 감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언젠가 가장 밝은 여름해가

수줍어하면서도 물러서는 일 없이 다가와주길 바란다.

하늘을 지배하던 무채색이 꼬리를 말고 도망가기를 바란다.


그 긴 장마는 모두 하짓날의 꿈이었으니

이제 두려워할 필요 없다며 맑게 웃어주면

땅은 비웅덩이를 뒤로 한 채 해를 마주하겠지.


온 세상을 쓸어버릴 듯한

억센 장마비가 지나가면

땅은 여름 햇빛에 유난히 반짝인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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