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분의 요청으로 전내용 기재합니다. 오랜만에 포스타입을 써보는 군요. 사실 올릴 것들은 많은데...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대화를 훔쳐보는 기분이라 심장이 다 두근거렸습니다. 어딘가 초조한 감정이나 격해진 감정이 심장 한구석에서 피어나신다면 제가 바란 대로 된 것이니, 꽤 기쁠 것 같군요. 제목의 뜻은 대천사 미카엘이 말했다고 전해지는 Quis ut deus(누가 하나님 같으랴) 입니다. 악마들을 물리치며 한 대사인데, 이 글과는 관계없어 보이지만 미카엘이 언젠가는 루드비히에게 이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의 포스팅이라 말이 길어졌네요.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


루드비히 와일드의 오랜 불쾌감은 한 여자의 존재로부터 시작됐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가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있는가? 라고. 물론 그의 결벽에 가까운 예민함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지만. 루드비히 와일드가 미카엘 알렉산더에게 품는 감정은 오랫동안 그가 인간에게 가져왔던 혐오와는 다른 결을 가진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사냥감도 아닌 여자 따위를 생각하는 일은 일전에도,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루드비히는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결 좋은 머리칼이 그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다가도, 다시 본래의 자리를 찾아 이마 위로 흩어졌다.


그는 미카엘이 달갑지 않았다. 이름부터 하는 행동까지 모조리. 미카엘이란 이름은 영국에 널리고 널린 흔한 이름임에도, 사람들은 그 여자가 정말 미카엘의 화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었다. 정작 그 여자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고지식한 신념을 다하는 것뿐임에도. 분명히 자신의 존재가 그녀에게 위협적임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체하는 낯짝을 일그러뜨리고 싶었다. 그 여자를 마주할 때면 본능적인 불쾌함이 머리를 헤집었다. 뇌가 분노로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이성적 판단을 제어했다. 신중의 신중을 가해도 모자랄 전투의 실수는 실패로 돌아간다. 이전의 기습처럼.


검은 머리만 봐도 그 여자를 떠올렸다. 각인이라도 된 것처럼 언제나 사고의 언저리에 그녀가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열 받게 만드는 건 눈동자였다. 검은 머리칼과 대조되는, 은색 눈동자. 그 눈동자는 본질적으로 어둠과 닮은 면이 있었다. 그 무엇도 담겨있지 않은 공허, 루드비히는 처음 그녀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 여자는 건물의 그림자 속에 숨어든 자신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마치 본래 거기에 있던 걸 알고 있던 사람처럼. 형체를 단언할 수 없는 검은빛이 온몸을 기어오르는 환시가 그를 관통했다.


빛의 능력을 갖췄음에도 어둠에 숨어든 자신이 가엽다는 듯이 오른쪽 눈썹을 휙 들어 올렸으나 그뿐이었다. 루드비히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곧 죽을 여자에게 동정받을 정도로 자신은 나약하지 않았다. 그래, 알량한 죄책감에 기인하여 선이니 악이니 떠들어대는 치들이 나약하면 훨씬 나약했지. 루드비히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봤다. 아무리 추앙받아도 그 내면까지 완벽하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 완벽한 낯짝에 숨어있는 것이 욕망이건, 두려움이건, 뒤틀린 신념이건 상관없었다. 어떤 것이건 그 여자의 마지막 순간을 기념하며 한참이나 웃어주리라.


허나, 예상을 비웃듯이 사람의 얄팍한 감정쯤은 훤히 읽어내던 그가, 고작해야 손님을 환대하는(눈만은 그를 응시하고 있었으나) 여자에게서는 어떤 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확언할 수 있었다. 사람의 수는 보통 눈동자에서 드러난다. 눈도, 입꼬리 더 나아가 얼굴의 근육은 마음만 먹으면 쉬이 통제할 수 있으나 눈동자는 달랐다. 어떤 유려한 협상가도 의도를 눈에서 온전히 지워내지 못했다. 허나 알랙산더의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한참이나 노려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입술이 열리고 어떤 단어가 그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루드비히는 그 목소리가 분명히 미카엘의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유는 확언할 수 없었다. 환청이라고 하기에는 희미한 그 목소리가, 소름 끼치리만치 완벽한 발음이 너무나도 그 여자와 어울렸기 때문이라.


루드비히는 무거운 입꼬리를 간신히 끌어올렸다. 결국 승자는 자신이다. 그 여자는 처참하게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것이고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음부터 구원자는 없었다는 듯이 굴겠지. 만족스러운 결말이다. 결국 저 여자의 끝도, 남겨진 사람들의 절망도, 제 손으로 이뤄질 것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서 몸을 돌렸다. 평생, 이 순간을 후회할 것을 알지 못한 채로.


"쯧."


혀 차는 소리가 공간을 느릿하게 울려 퍼졌다. 또 그 생각이다. 처음 그 여자를 만났을 때의 기억. 더 정확하게는 쓰러진 미카엘을 머릿속으로 수십, 아니 수천 번 넘게 죽이는 공상에 불과했지만.


루드비히는 인정하기로 했다. 그 여자가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자신과 그 여자는 같은 과거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미래를 맞이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언젠가 그 여자를, 미카엘 알렉산더를 죽음으로 끌고 갈 거라는 것을. 알렉산더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웅얼거렸다. 깃털이 여린 살을 간지럽히듯 가볍고, 언제라도 흩어질 법한 목소리였다. 가히 천상의 목소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선율이었으나,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이명은 고대의 저주라고 해도 믿을 만큼 지독한 면이 있었다.


그는 충동적으로 엄지와 검지를 마주했다. 손가락 사이에서 난 가벼운 마찰음에 비견될 정도로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그를 비추던 전등이 픽 쓰러졌다. 고요한 어둠이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창문 하나 없는 실내를 차지하는 것이라곤 밀도 높은 어둠과 루드비히 뿐이었다. 루드비히가 푹 감긴 눈꺼풀을 드러내자 샛노란 안광이 어둠을 걷어냈다. 눈꺼풀 사이로 호박빛 홍채가 깜빡이자, 순식간에 그의 형체가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미카엘 알렉산더의 집무실, 명확하게는 집무실로 들어가는 통로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비서는 난처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히 제 상사는 오늘치의 업무를 끝마쳤다.


이 이상의 면담도 (사적인) 약속도 없음이 분명했다. 허나 제 눈앞의 남자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집무실의 문 앞에 서 있지 않은가. 자신은 약하지 않다. 물론 비서라는 직책에 걸맞게 사무가 현장에 나서는 일보다 적성에 맞았지만, 모르는 자가(그것도 누가 봐도 자신의 상관에게 적대적인) 앞에 나타날 때까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가능성을 굳이 꼽아보자면 그가 은신과 비슷한 이능을 지니고 있거나, 자신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실력의 소유자거나 둘 중 하나였다.


"사령관님의 일정은 끝입니다. 볼일이 있으시다면 다음을 기약해주시겠습니까."


티 내지 않으려 했으나, 부관의 목소리 끝이 미약하게 올라갔다. 주먹이 꽉 쥐어졌다. 손톱이 손바닥 사이를 파고들었으나, 나름의 기합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다음?"

"정식으로 약속을 잡은 뒤, 오시면 좋을 것 같군요. 용무가 급하신 거라면 아마 일주일 내로는 뵐 수, ..."


형체를 가늠할 틈도 없이, 침입자가 부관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는 부관이 아주 불쾌하다는 듯이 그를 훑었다. 두려웠다. 기척도, 움직임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정도라면, 자신이 모시는 상관과도 비슷할 정도의 능력자임이 분명했다. 이대로 최선을 다하더라도 고작 몇 초가 전부일 것이라.


포식자의 앞에 섰을 때처럼 온몸이 경직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발바닥이 땅에 붙은 것처럼, 어쩌면 온몸이 보이지 않은 철사로 칭칭 감긴 것 같았다. 이자에게 등을 돌린 자들의 최후가 어땠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극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음에도 부관은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제 상사를 존경했기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는 미카엘을 연모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떠나서, 모두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구하는 데 어떤 망설임도 없는 사람, 고결한 신념만큼이나 강한 힘을 가진 사람, 존재만으로 인류의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미카엘 알렉산더였으니까. 그녀보다도 한참이나 약한 도움이 되겠다는 것도 기만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사령관이 얻을 작은 상처를 자신이 덜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희생인가.


"네, 그래야 할 것.. 큭"


침입자의 금발이 일순 빛처럼 흐드러지더니, 부관의 몸이 공중을 부유했다. 고통스러웠다. 목이 잡힌 순간부터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눈의 초점이 몇 번이나 맞춰졌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어둡지도 않은데 시퍼런 안광이 호박색 눈동자에 담기지 못한 채 흘러내렸다. 꼴사나운 켁켁 거리는 소리가 자신의 귓가에서 들렸다. 죽기 직전이란 이런 것인가.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빛이 바랜 카메라 속 풍경 같기도, 별난 화가가 그려낸 곳곳이 왜곡된 화풍 같기도 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것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드나들 수 있었는지."


소름 돋게 낮은 목소리에는 묵은 분노가 자리해 있었다. 갈 곳 잃은 증오와 열등감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는 이런 사람을 가끔 마주하곤 했었다. 전쟁은 사람을 종종 괴물로 만들곤 했는데, 그중 제일가는 괴물이 있다면 아마 그와 같은 눈빛을 할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증오, 환멸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분노는 방향을 쉽게 잃곤 한다. 그렇게 갈 곳 잃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출하거나 놓아줄 방법을 알 리도 만무했다. 부관은 흐릿한 정신을 다잡으며 말을 꺼냈다. 폐에 애써 남아있는 공기가 빠져나갈 때마다 괴로움은 배가 되어 그의 통증을 증가시켰다.


"당, 신... 같은 사람을, 켁, 많이 봐, 왔습니다."

"나 같은 사람을 많이 봐왔다라."


호박색의 눈동자 너머의, 집무실에 있을 제 상관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무엇이건 유려하게 투과시키는 밝은 은빛의 눈동자와 한 번 더 마주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었을 텐데.


목소리가 몇 번이나 헛돌아도 그는 꾸역꾸역 말을 끝마쳤다. 침입자는 호박색 눈동자에 잔뜩 흥미감을 담은 채 부관을 바라봤다. 제 손에 그의 생사가 달린 감각이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몇 번이나 죽었습니까. 나 같은 사람이라면 딱 질색하는 타입이 당신 같은 사람이거든."


목을 죄는 힘이 한층 강해졌다.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들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하얗게 질려갔다. 곧 죽겠군. 살인자의 본능적인 직감이었다. 깔끔한 처리가 우선시됐기에 근래에는 자주 쓰지 않는 방법이었는데, 누군가의 목을 죄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특히,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머저리에게는 더더욱.


침입자, 아니 루드비히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차가운 미소 끝에서 엷은 희열이 묻어났다.


그때, 한참을 굳게 닫혀있던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의 안쪽에는 미카엘, 미카엘 알렉산더가 제 자리에서 서류를 훑고 있었다. 그의 자리와 문은 꽤 멀었는데, 자리에 앉은 그림자가 문까지 비저나온 것으로 보아 능력을 쓴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해 눈도 돌리지 않는 태도가 썩 고고해 보였기 때문인지, 미카엘을 마주해서인지 흥미로 얼룩졌던 루드비히의 눈동자가 불쾌함으로 물들었다. 보지도 않고 루드비히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알렉산더의 그림자가 곧장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그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그는 잡고 있던 남자의 목덜미를 놓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부관의 몸이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곧장 켈록거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손님이 찾아왔었나요. 늦게 눈치챈 것을 용서하시길."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가 썩 좋지는 않군요."


이런 시간에 손님이 찾아올 줄은 몰랐으니까요. 알렉산더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사, 령관님..."

"들어가도록 하세요. 퇴근 시간이 넘은 것, 알고 있어요. 부관."

"그렇지만."

"나를 믿도록 하세요. 그대가 내 말을 누구보다 잘 시행할 걸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부관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서류를 응시하던 알렉산더의 은빛 눈동자가 부관에게 닿았다 떨어졌다. 함께 공무를 집행하다 보면 수십 번, 수천 번도 넘게 마주쳤을 눈인데도 부관은 눈빛은 처음 그녀를 마주한 소년처럼 순수한 경애와 존경으로 가득 차올랐다. 절절하군. 역시 죽일 걸 그랬나. 정말 죽일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여지를 줄 틈도 없이 목뼈를 비틀 걸 그랬다. 이 여자를 알고 지낼수록 후회가 늘었다.


들어오세요. 종일 귓가에 웅웅거리던 목소리가 뚜렷한 파형을 머금은 채 그를 향했다. 루드비히는 그제서야 눈치챘다. 이 여자가 자신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는 것을. 애초에 그의 목뼈를 우그러뜨리기도 전에 저지당했겠지. 열기가 그의 뇌를 침투했다. 무엇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뻔하디뻔한 무대에 선 광대가 된 기분이었다.


"그럼 실례."


루드비히가 집무실로 발을 들이는 순간 문이 빠르게 닫혔다. 필요 이상의 싸움을 애초에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정말 지독히도 그녀다운 행동이었다. 그녀는 루드비히가 집무실의 중앙, 미카엘의 눈앞까지 온 뒤에서야 서류에서 눈을 뗀 뒤 그를 바라봤다. 그가 이런 행동 하나하나에 얼마나 열을 내건 미카엘은 태연했다. 서류를 내려놓고 그 옆에 놓인 레몬티를 들어 한 모금 들이키는 손짓이 더없이 유려했다.


그는 할 말을 다듬었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다. 얕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제 앞의 여자는 남을 함부로 얕보지 않는다. 아니면 의도한 바가 있어서? 아니, 오늘 그녀의 집무실에 찾은 건 지극히도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였다. 오직 미카엘의 앞이라서. 이 여자의 앞이라서 망설였고, 할 말을 다듬었다. 사냥감에겐 결코 하지 않던 행위에 루드비히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불쾌한 감각이 발끝부터 치밀어 올랐다. 마치 미카엘 알렉산더의 능력처럼. 통제하지 못할 감정은 짐이다. 그는 사냥꾼이었다. 사냥감을 사냥하는 순간도, 그 감정도 더 나아가 스스로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숙련된 사냥꾼.


그런 자신이 오직 이 여자가 얽힐 때마다 수 없는 변수에 놓이게 된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내가 무슨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는지 당신은 알 겁니다."


미카엘은 의도 모를 낯으로 (명확히는 무엇도 읽히지 않는 눈동자로 그대로 컵을 응시한 채) 숨을 내뱉었다. 차가 충분히 식었는지 어떤 열기도, 온기도 묻어나지 않는 숨이었다.


"무슨 목적인지, 말씀해주시지 않으면 모르지요. 마인드 리더가 아닌 이상 말이에요."


목소리의 기본적인 음조는 상냥하다. 아니 상냥함보다는 다정이라는 음이 올바를 것이다. 기복 없는 단단한 목소리였으나, 속의 다정마저 숨길 수 없다는 듯이 울림 하나 하나가 따스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과 그녀의 목소리를 비교했다. 고저 없고 울림이 많은 목소리는 같았지만, 자신의 목소리는 좋게 말해도 다정하다 할 수 없었다. 다정? 다정함이라. 다정한 제 목소리를 떠올리던 루드비히는 구역질이 치밀었다. 완치된 오른쪽 팔이 욱신거렸다. 자상, 관통상, 화상, 그 어떤 전장에서의 상처보다 미약한 통증이었으나 쉬이 무시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이미 경직된 미간이 구겨지듯 모였다.


미카엘은 천천히 찻잔을 받침 위에 내려놓았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라곤 들리지 않는 우아하고, 고상한 손놀림이었다. 그녀는 그의 표정이 얼마나 일그러지건, 자신에게 얼마나 화를 내고 있건, 더 나아가 그에게 자신이 어떤 의미를 가지건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을 가지고 열을 내는 사람은 그 이외에도 아주 많았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집무실에 침입하는 사람은(루드비히만한 능력을 갖춘 자도) 없었지만.


"그대가 저를 습격한 날, 왜 제가 그대를 살려 보냈는지....... 그것을 알고 싶어서 제게 찾아왔겠죠."


아닌가요? 미카엘이 덧붙였다. 루드비히의 눈썹이 휙 들렸다. 명백한 적의의 표식에도 그녀는 어떤 반응도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완벽한 발음으로 그의 역린을 무자비하게 후벼팠다. 말끔한 말들로, 더없이 다정한 어조로 사람을 절망케 할 수 있다면 아마 그녀가 뱉는 말과 같을 것이다.


"넓은 범위로 보자면 그대는 민간인입니다."


정설이다. 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그를 굳이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평범한 이들은 '헌터'라는 존재도 모르고 일생을 마감하는 일이 허다했으니.


"제게 그대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어린 소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민간인이죠."


그런 의도는 없었겠지만,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게 나는 거리의 사람과 별다를 차이가 없다고. 오직 너만이 나를 의식하는 관계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루드비히는 당장이라도 이 책상을 차버릴까 수천 번을 고민했으나 그녀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목숨을 걸어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는 군인이 아니라."


그는 그녀를 비웃고 싶었다. 당신을 따르는 군인의 10할은 나보다 약할 거라고, 방금 봤던 당신의 부관처럼 내 손짓 하나에 죽을 수 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당신도 거의 죽을 뻔하지 않았냐고. 당신은 나를 민간인이라, 밤거리를 걷는 소년이라 규정할 것인가. 당신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칠 수 있는가, 라고.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끓어오르는 화를 그녀에게 쏟아붓고 싶었다. 그래. 비웃는 것보다는 악을 쓰고 싶은 것일 테다.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이성의 틈에서도 판단 하나는 멀끔했다.


미군 수뇌부를 구성하는 수장들에 비하면 나이도 경험도 퍽 모자란 게 분명했으나, 미카엘은 퍽 날카로운 점이 있었다. 능구렁이 같은 언변도, 음흉한 속내나 즐겨 쓰는 가면도 없었다. 허나 이런 것들이 없어도 미카엘은 쉬이 흔들리거나 당황하지 않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그리고 대체로 그 말들은 모든 대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이어서 나이나 경험은 알렉산더에게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


방금 대화에서도 미카엘은 아주 노련하게, 군더더기 없이 루드비히의 속을 뒤집었다.


"저는."


긴장감이 방안을 맴돌았다. 루드비히는 주먹을 꾸욱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감각이 생생했다. 도리어 그편이 나았다. 이 비현실적인 공간을 이겨내는데, 도움이라도 될 테니까.


"살인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더라도, 없었던 감정적인 사연을 덧붙여서라도 막고 싶은 것이 죽음입니다. 특히 무분별한 희생 말입니다."


그녀는 말간 눈동자로 화려하다는 말이 초라할 정도의 찬연한 금빛 눈동자를 마주했다. 금빛 눈동자는 주변 모든 것을 태울 것처럼 그녀를 바라봤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분명 견디기 힘든 종류의 것임에도 미카엘은 담담했다. 부정함으로 물든 인간의 밑바닥이 아주 익숙한 것처럼.


"나는, 당신이....."

"정곡을 찌르자면 자신의 과거를 명분 삼아 인간 환멸을, 무분별한 살인을 몸소 실천하는 그대를 두고 하는 말이겠죠. 전 그런 그대가...."


루드비히가 입을 열려는 순간, 그의 입을 막으려는 듯이 미카엘이 말을 이었다. 허공에 흩어진 의미 없는 자음과 모음의 조각들이 허무했다. 말을 끊어냈다는 사실에 그다지 분노는 치밀지 않았다. 그보다 이제까지의 어떤 말과, 응대보다 온전히 자신에게 건네는 문장이라는 게 놀라웠다. 집무실까지 쳐들어와도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그녀가 아니던가. 허나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뒤에 올 단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거울처럼 말갛고 차분한 은빛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응시했다. 거기에는 그가 버렸다고 여겼던 과거가 서 있었다. 쫓기고 쫓기던 과거가, 두려움에 이름조차 버려야 했던 한심한 과거가 보였다. 그건 헌터 루드비히 와일드가 아니었다. 알렉산더의 눈동자에 서 있는 사내는, 이름 없는 남자였다. 이름조차 버려야 했던 남자였다. 불안함을 한가득 베어 문 채, 잔뜩 경직된 몸은 자신이 보기에서 허점 투성이었다.


"정말 싫군요."


주변에서 백합이 피어날 것 같은 미소였다. 그림처럼 단아하고, 죄인이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로 자애로웠다. 루드비히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비틀렸다. 차마 숨기지 못한 열등감이 눈꼬리를 타고 뚝 뚝 흘렀다.


그는 인간은 날 때부터 악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더 선하고, 윤리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부덕함을 잘 감추는 정도의 차이인 것이다. 헌터 일을 하면서, 지긋지긋하리만치 인간의 밑바닥을 보아왔기에 장담할 수 있다. 십자가를 등진 성직자도, 거짓된 맹세를 수천 번 하는 의사도, 자신의 업적에 취한 군인도. 찍어낸 것처럼 더럽고, 어리석고, 오직 죽음만을 두려워했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신이 무엇이기에 고결한 꽃처럼 이곳에 피어나있나? 나만큼이나 인간의 더러운 면은 넘치게 봐왔을 당신의 생각은 왜 꺾이지 않나? 힘도, 명예도, 가질 만큼 가진 자가 왜 낮고 낮은 곳에서 자신을 희생하나?


물릴 정도로 오랫동안 해온 생각임에도 답을 도출해낼 수 없었다. 분명 저 여자도 쫓기고 쫓긴 과거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도. 저 위치까지 도달하기 위해 수없이 마주한 게 음습한 욕망일 텐데도. 왜 자신과 이렇게 다른 것인지, 모조리 이해할 수 없었다. 태생부터 선한 사람이란 건 있을 수 없는 개념임이 분명한데도, 감히 자신과 미카엘 알렉산더의 다른 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아니, 명확하게는 같은 과거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달라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꼬이고 꼬인 부정적인 감정들이 목 아래 헤어볼처럼 엉켰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일반 사람보다 조금 서늘했던 그가 보편적인 인간의 체온을 상회할 정도로 말이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루드비히가 책상을 내리쳤다. 비정상적으로 꽉 쥐었던 주먹에서 피가 스멀스멀 배어 나왔다. 기어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을 것이라.


"이 정도면 충분한 이유가 되었겠죠. 원하는 걸 얻었으니 그만 돌아가세요. 그대가 저와 함께 이야기나 나눌 정도로 한가롭지 못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미카엘이 제 주머니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 루드비히의 손바닥 위에 얹었다. 고통보다도 제 손의 열기가 그녀에게 전해질 것이 두려웠다. 왜 그것이 두려웠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으나,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지혈을 위해 손수건을 살살 누를 때에도,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천 하나를 두고 느껴지는 미카엘 알렉산더의 체온이 아주 낯설 뿐.


"여자가 나를 만지는 건 없던 일입니다."


손수건은 아주 미카엘과 닮은 면이 있었다. 하얗고, 화려하지 않으나 섬세한 자수가 수 놓여 있었다. 루드비히는 자신의 피로 물드는 손수건을 바라봤다. 흰색은 아주 고루한 색이다. 조금만 다른 색이 묻어도, 존재가치가 없어지곤 하니까. 사람들이 미카엘 알렉산더에게 열광하는 것도 같은 원리일 테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고결한 신념까지 지닌 경우는 흔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이 여자를 아주 조금만 더럽힌다면, 한 발자국만 끌어내린다면, 사람들은 더는 미카엘을 구원자로 보지 않겠지.


결벽에 가까운 성정을 익히 알고 있던 미카엘이 그에게서 느릿하게 손을 떼어냈다. 손수건에 묻어있던 체온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방금까지 거의 맞닿아 있었던 사실은 없었던 것처럼.


"저는 '여자'가 아닙니다. 성별이나 종족을 떠나서....."


미카엘은 잠시 숨을 멈춘 뒤 제 앞의 사내를 바라봤다. 전능한 존재의 눈으로 본다면 자신이나 제 앞의 남자나 다를 것 없는 죄인일 터다. 물론 그는 기를 쓰고 아니라고 하겠지만. 살인이라는 건 그렇다. 어떤 핑계를 대도, 명분을 대도, 결코 용서해서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미카엘 알렉산더, 자신은 명백한 살인자였다.


"따지자면 죄인이겠죠. 원죄를 범한, 앞으로도 지을지도 모르는 그런 죄인이요……. 손수건은 가져가도 좋습니다."


입안이 썼다. 사람들이 아무리 추켜올려도, 감사하다 하더라도 그녀의 손에서는 희미한 피 냄새가 났었다. 다른 사람들은 맡지 못하는, 살인을 저지른 자만이 맡을 수 있는 피 냄새가 있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그 냄새가 정말, 지독히도 싫었다. 손바닥에 고개를 파묻을 때마다, 손을 모으고 기도할 때마다 희미한 피 냄새가 배어났다. 그녀는 인정하기로 했다. 자신이 엄연한 죄인임을, 앞으로도 영원히 죄인일 것임을.


샛노란, 짐승을 닮은 눈이 큼직하게 뜨였다. 일순 당혹감이 깃들었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 여자는 지금 자신이 살인자임을 인정하고 있다. 숨을 쉴 때마다, 묻어나는 분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예수가 한 수 물러줄 정도의 고결함이라 빈정대고 싶었다. 그래봤자 열을 내는 건 자신일 뿐이라도.


저 입술에서 피가 흐르던 날이 있었다. 독살이란 방식을 썩 선호하지는 않았으나 미카엘 알렉산더의 근처는 언제나 사람이 넘쳐났고, 기습에 당해줄 정도로 무른 여자가 아니었으니까.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해독제가 거의 없다시피 한 극약에 중독된 알렉산더가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미미했다. 허나 그 여자가 쓰러지지자마자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둘러싼 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두려움에, 당혹감에 벌벌 떠는 게 아니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카엘 알렉산더는 죽지 않았다. 마틴 챌피와 여러 능력자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다. 어떤 부작용도 없이. 사람들은 천운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이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모든 일이 미카엘에게 이롭게 흘러갔으니까. 누군가는 미카엘 알렉산더를 신이 돕는다느니, 절대 죽지 않는다느니, 떠들어댔다. 그들을 비웃으면서도 루드비히는 불안했다. 정말로 미카엘 알렉산더를 영원히 죽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아주 가끔 그는 자신이 미카엘 대신 극약을 먹고 쓰러졌을 때를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피를 토하고, 내장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몸부림쳐도 살 수 있는 방법은 존재치 않았다. 아마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스치듯 걱정 정도는 해줄 수도 있을 터다. 루드비히 와일드를 아는 자라면, 죽어가는 자신을 실컷 비웃겠지. 저지른 일의 업보라고 떠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미카엘 알렉산더가 쓰러진 장소에서라면 더더욱. 그는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속이 지끈거렸다. 독이 속에서 퍼지는 것도 아닌데 비틀리고 비틀려서, 온몸이 고통을 호소할 것 같았다. 비참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왜 이런 격렬한 감정을 느끼는지조차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 확언할 수 있는 건, 미카엘 알렉산더를 향한 감정이 아주 복합적이라는 것뿐이었다.


"지금 당장 당신에게 흠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것이든 드러나는 것으로."


소름 끼치게 낮은 목소리가 방안을 울려 퍼졌다. 스산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 문장 속 담긴 의미에서 음습한 의도가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미카엘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눈동자를 루드비히에게서 떼어내지 않았다. 더 말해보라는 듯이.


"옷을 칼로 찢어 드러난 살결에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희고 부드러운 피부에요."


칼이건, 이건, 내 빛이건. 루드비히가 덧붙였다. 잠시 그녀의 온기가 머물렀던 손바닥이 영 간지러웠다. 손톱을 세워서 피가 날 때까지 긁고 싶을 정도로. 누구도 미카엘 알렉산더에게 흠을 남기지 못했겠지. 루드비히는 꼭 자신이 미카엘의 추종자처럼 생각한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옷 사이에 감춰져 있을 미카엘의 목덜미를 훑었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자리에 제 자국이 남는 것을 생각하자 묘하게 입안이 바싹 말라왔다. 손수건에 피가 번지던 모습이 그녀의 피부 위로 덧그려졌다.


"죽을 각오는 되셨겠죠. 흔적을 남기는 건 그다음입니다."


한 마디도 지지를 않지. 그의 눈썹이 휙 들어 올려졌다. 이 여자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면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무너질 날을 더욱 고대하게 되는 거겠지. 그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음 같아선 한바탕하고 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곳은 오롯한 미카엘의 공간, 실력이 아주 비슷한 상태에선 공간과 거기 있는 물건의 이해도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날 수도 있었다. 덧붙여 그림자의 능력을 다루는 미카엘에게 한밤중에, 그것도 폐쇄된 공간에서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은 일이다. 몸을 일으키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그를 배웅했다.


"손님이라고 하더니, 썩 대접이 신경 쓴 것 같지는 않군요."


미카엘은 그의 타박에도 꿈쩍 않은 채 책상을 정리했다. 손님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처음 들어올 때처럼 문이 작은 소리와 함께 열렸다. 루드비히는 나가기 전, 잠시 고개를 돌려 미카엘을 바라봤다. 미카엘은 무엇도 담기지 않는 눈동자를 굴려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드비히와의 대화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그의 시선을 눈치챈 미카엘이 시선을 루드비히에게로 옮겼다. 몇 초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만 바라보던 중, 먼저 꼬리를 내린 건 루드비히였다.


"인사는 됐습니다."


그는 느릿하게 미카엘에게서 몸을 돌렸다. 금사같은 머리칼이 허공에 긴 곡선을 그렸다. 대화 중간중간에도 상처가 벌어졌는지 손바닥을 감싼 손수건에서 피가 뚝 뚝 떨어졌다. 루드비히가 이 공간에 머물렀다는 증거는 아마, 바닥에 떨어진 피뿐일 테다.


"다시 보지 않기를 바라지요. 루드비히."


집무실을 나설 때, 아주 작은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간질었다. 아주 가늘고 희미한 목소리이나, 미카엘의 것임이 분명했다. 루드비히의 입가가 비틀렸다. 아마, 당신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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