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디 약간의 후방주의 사진 있음다!





쿠로오의 눈앞에 들이밀어진 여주의 상체.

이건 불가항력이었음. 실시간으로 얼굴 뿐만 아니라 엉뚱한 곳까지 피가 쏠리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음. 그래도 아직 이성은 남아있었음. 냅다 티셔츠를 올려버린 여주의 팔을 부여잡고 다시 아래로 내렸음.


"내가 살펴보라고 하지 않았나! 왜 다시 가려버리는 거냐!"


영문도 모르는 여주는 당연히 어리둥절할 뿐이었음. 몸에 문제가 있으니 확인해달라고 하는 건데 얘는 왜 또 장미같이 붉어져 있는지 더더욱 의문에 불을 지필뿐이었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한담. 난감하기 짝이 없는 쿠로오였음. 아이들이 읽고 배우는 동화책이나 유아용 학습서를 사 와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여주를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였음.


"첫 번째, 아무 앞에서 그렇게 옷을 훌렁훌렁 들어 올리지 마. 진짜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나를 바라보면 되는 게 아니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아 약점이라고 했나. 그럼 나를 공격할 생각이 있나?"


"그런 건 아니지만... 약점이라기 보단... "


공격도 그런 공격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려주며 그것보다 더 개념적인 수치나 부끄러움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거지...? 안 그래도 여러 가지 시각적인 자극에 복잡한데 여주의 의문에 명쾌한 대답을 해줄 수 없으니 더더욱 복잡해져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음. 그러나 이 난관을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반복 될 논쟁이었음. 지금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혹여 나 말고 우리 애들이나 사람에게 저렇게 했다간... 상상만 해도 끔찍했음.


"그... 뭐... 그러니까... 어... 음... 아... 짝짓기... 같은 건 알지...?"


"짝짓기? 교미 말하는 거냐? 생식을 위한 행위를 말한다는 거면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단어... 가 리얼하네... 그래... 하여튼 그런 짝짓기를 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알아...?"


"준비...? 음... 뭐 보통은 발정기가 오면 준비가 된 거라고 볼 수 있지."


"큼... 그래... 그런데 그... 사람은 발정기라는 개념보단... 그... 생식의 의미도 있긴 하지만... 사랑을 하면... 서로를 그런 식으로... 원하게 되거든...? 그렇다면 그런 행위를 하기 위해선 서로의... 그런 알몸이..."


"뭐라 하는 거냐. 도통 모르겠다. 좀 더 쉽게 말을 해보아라."


쿠로오(18세) 무지의 존재의 앞에서 오지게 현타가 오다.

갑분 성교육이라니 이게 잘 될 리가 있나! 내가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하고 상대방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임을 깨달았음. 갑자기 학교에서 우리를 위해 애써주시는 선생님께 무한한 존경심과 경애의 마음이 절로 들었음.

아까까지는 이성의 몸에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여주를 앞에 두니 확실히 침착해지기 시작했음. 내가 쑥스럽고 부끄러워서 머뭇거리며 설명을 했지만 어차피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데 굳이 이렇게 까지 민망해 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음. 맞았음. 합리화였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머리가 진짜 어떻게 될 것 같았음.


"일단 네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야. 사람은 다 젖꼭지가 2개 거든."


"흠흠. 그렇군. 항상 옷이라는 것을 껴입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속 알맹이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비교군이 없어서 이게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한 개 더 궁금한 게 있다."


"그래그래. 이참에 다 물어봐."


"너는 여기가 판판한데, 나는 왜 불룩하지? 크기가 다른 것도 그런 이유인가?"


다시 돌고 돌아온 위기였음. 산 넘어 산이었음.


"여주가 궁금한 게 참 많았구나. 알았어."



쿠로오는 자신의 상체가 잘 보일 수 있도록 티셔츠를 올렸음. 비교군 이야기를 했으니 이것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었음.


"나는 남자라서 이렇게 생겼어. 여주는 여자니까 나랑 같지만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야. 하지만 가슴에 젖꼭지가 2개인 것, 배에 이런 배꼽이 있는 건 다 똑같아."



"오호라... 구조는 같지만 모양이 다른 거군. 생식기처럼 말이냐?"


"으... 응. 맞아. 그것 처럼 그런 거지. 어때? 좀 궁금증이 풀렸어?"


단어선택이 적나라한 것이 조금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상한 단어들은 아니었음. 충분히 다들 성교육 시간에 배우는 단어였잖아. 그렇잖아. 오히려 멍청한 아래가 주인의 의사에 반해 자기의 존재감을 알리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더더욱 힘이 들었음.


"음. 그렇군. 근데 생각보다 그렇게 판판하지 않군?"


여주의 손은 쿠로오의 가슴 위에 올라와 주물럭거리기 시작했음. 순진무구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었음. 다른 이유는 전혀 없었음.


"나만큼은 아니지만 불룩하기도 하고... 감촉도 내 것은 영 흐물흐물 거리던데 쿠로오 테츠로 네 것은 뭔가 단단하면서 부드럽고 탄력 있는 느낌이군. 아주 신기하군."


"하하... 그래?"


결심을 한번하고 다음 대화가 이어질 때마다 쿠로오는 폭탄을 떠안는 기분이었음. 기습적인 손길에 당황스러웠지만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서 무지막지한 노력을 해야만 했음. 앞에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사심이 없는 것이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나는 짐승이 아니다. 나는 짐승이 아니다.


"근데, 네 배는 왜 이렇게 쫙쫙 갈라져 있는 건가? 내 배는 아무것도 없던데?"


"나는 그 만큼 운동을 했으니까? 단련도 하고. 노력의 산물이지."


"...흠..."


발에 느껴지는 감촉이 아주 좋았음. 부드럽기도 했지만 탄력적인 느낌이 계속 만지고 싶게 만드는 마성이 있는 듯했음. 하지만 왜일까? 지금 내 몸보다 쿠로오 테츠로의 몸이 더 멋져 보이고 탐이 나는 것은 왜 그런 걸까? 나는 왜 저런 게 없는 거지? 괜히 심술이 나는 여주였음.

냅다 쿠로오 테츠로의 배를 후려쳤음.

찰싹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쿠로오 테츠로가 배를 가려왔음.


"아야. 이게 무슨 의미일까?"


"모른다. 그냥 좀 짜증이 났다. 너는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어서 뭔가 짜증이 난다."


"하하. 그래도 이렇게 때리면 안돼. 놀랐잖아."


"그럼 허락을 맡고 때려도 되는가? 다시 배를 내놓아라. 더 후려야겠다."


"아이... 때리는 것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거야. 사람끼린 때리면 안돼."


"...그러면 짜증 나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상대를 가만히 두어야 하는 건가? 앞발로 줘패는 것 만큼 정리하기 쉬운 일은 없다."


역시 인간들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사는 것 같았음. 마음에 안 들면 욕 한 사발 하고 맞짱을 떠서 내가 더 싸움을 잘하니 까불지 말라며 서열을 정리하면 그 뒤론 만사가 편한데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음.


"물론 그렇게 하면 쉽겠지만, 그래도 대화라는 것을 해 볼 수 있잖아. 대화로 풀어보고 손을 써도 늦지 않아. 아, 그리고 이건 '손'이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기다랗게 나온 것은 손가락. 발은 엉망이 된 네 이 발이 발이야."


손... 생소한 호칭이었음. 여주에겐 유연하고 늠름한 앞발과 튼튼하고 탄력적인 뒷발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긴 인간은 두 개의 발로 걸으니까 다르려나? 그건 그렇고...


여주는 냅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음. 그리곤 이리저리 배회를 하며 좋아 보이는 땅의 위치를 골라보기 시작했음. 그리곤,


땅을 파는 것에 열중하기 시작했음. 원래 내가 가지고 있었던 발로도 능숙하게 잘 팠지만 생각보다 사람의 손도 편했음. 크기가 커져서 그런가 더 깊고 넓은 범위가 파였음. 음. 이런 건 변해서 나쁘지 않네.


"근데 여주야, 지금 뭐 해?"


"그것도 모르는가. 잠시만 기다려라. 너는 주위나 잘 살펴라. 적으로 추정되는 놈이 나를 감시하고 있는지 잘 보고 있으란 말이다."


한참을 그렇게 구덩이를 파던 여주. 그리곤 자세를 잡는데... 흡사 모양새가...!


"아니야! 안돼!"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놓거라! 놓아라! 이 불손한 녀석 같으니라고! 놓지 못하겠느냐!"


사고를 치기 직전 간신히 여주를 붙잡아 말릴 수 있었음. 그대로 들고 다시 거실로 올라온 쿠로오는 재빠르게 화장실에 여주를 밀어 넣었음.


"여, 여기 앉아서... 사용하는 거야..."


"이 자식! 여기 물이 있다고! 이 멍청한 녀석아! 내가 물을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물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여기에 볼일을 보고 이렇게 버튼을 누르면 내려간다고. 그러니까 여길."


쿠로오 테츠로가 물이 있는 이상하게 생긴 의자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천둥 같은 소리를 내더니 물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음.


"물이 움직이질 않나! 나를 물에 넣어버리려는 네놈의 계략이었구나! 역시 나를 처치하려는 수작이렸다!"



이거 참... 순화해서 설명을 하려니까 퍽 난감하기 짝이 없었음. 우리 부모님들은 내가 어릴 때 어떻게 가르치신 거지...? 정말 부모님은 대단한 것 같았음. 쿠로오는 이때까지 부모님께 크게 작게 속상하게 하고 말썽을 부렸던 순간들을 반성하게 되었음.


"자, 이건 계략도 함정도 아니야. 여기 이렇게 동그란 곳에 엉덩이를 맞춰서 앉아봐. 그리고 볼일을 보고 나서 이렇게 휴지를 적당히 뜯어서 아래를 정리를 하고 옷을 정리하고, 이 변기 뚜껑을 내려서 닫고 물을 내리면 돼. 어때? 할 수 있겠지?"


쿠로오는 침착하게 변기의 사용법과 뒤처리 방법까지 몸소 보여주었음. 정말 지금, 이 순간 나와 여주가 단 둘이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음. 만약 다른 애들도 있었더라면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어졌음. 절대 나는 못해. 일단 쪽팔려. 시킨다면 절대로 리에프 시켰을 거야.



"귀찮구나. 그냥 마당에 가서 싸겠다."


그러나 생각보다 여주의 줏대도 강력했음. 하지만 더는 예전처럼 지낼 수 없음을 알아야 했음. 이것 뿐만 아니라 알아야 할 것도 많은데 하나를 봐주기 시작하면 다른 것도 양보해야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임이 분명했음. 이럴 땐 그냥 냉정하고, 단호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을 듯했음.


"응. 절대 안 돼. 볼일은 여기서 보는 거야."


"...내가 싸는 곳은 지정되어있다. 그곳에서 집중을 해야 나온다."


진짠데... 내가 항상 싸는 지정석이 있는데... 나 엄청 깔끔해서... 싸던 곳만 싸는데... 갑자기 낯선 곳에 싸려니까... 영 나올 것 같지 않은데...


"여주 네가 여기서 해결하고 올 때까지 못 나가는 거야. 난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혼자서 해봐. 만약 잊어버렸거나 모르겠다면 불러. 다시 천천히 알려줄게."


그렇게 화장실이라는 곳에 다시 꾹꾹 밀어 넣더니 쿠로오 테츠로가 문을 닫고 나를 혼자 두었음. 어쩌지...

낯선 물건... 저런 건 사용해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잖아...! 한참을 그렇게 화장실 안을 배회하던 여주. 그러나 생리적인 현상은 자의적으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이었음. 이제 정말로 오줌보가 한계까지 다 차올랐음. 빨리 배출하지 않으면 나오기 직전이었음. 한마디로 급했음.

아까 쿠로오 테츠로가 보여준 데로 조심스럽게 둥그런 부분에 엉덩이를 대자 차가운 감촉에 화들짝 놀랐음. 이런! 망할! 역시 나를 함정에 빠트린 것인가!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낯선 물건을 노려봤지만 움직임이 없었음.

아 어쩌지... 어쩌냐고...!




"여주? 아직 멀었어?"


여주가 마당을 맨발로 나갔기 때문에 엉망이 된 거실과 복도를 정리하곤 화장실 앞으로 갔음. 여전히 안에 있는지 나온 기색이 없었음. 처음 사용하는 물건이라 어려운 걸까? 아직 사용을 못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렇다고 내가 보는 앞에서 하라곤 할 수 없잖아. 들어간 지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조용했음. 노크를 해보아도 대답이 없으니 이걸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하나 찰나의 고민의 끝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기로 했음.


"여주야?"


다행이 변기 위에 여주가 앉아있지는 않았음. 그렇다면 얘는 어디에 간 거지? 문을 더 활짝 열자.




"안돼! 안돼!"


고양이 아니랄까 봐 사람으로 변해도 여전히 유연한 모양이었음. 모양새는 누가 봐도 볼일의 뒤처리를 위한 그루밍의 자세였음. 고양이일 때는 몰라도 사람일 때는 저래선 안되었음.


"아오! 이 자식! 진짜! 안된다는 게 왜 이렇게 많은건데에에에!"


"내가 이거, 휴지 뜯어서 사용하라고 했잖아."


"했다. 하지만 찝찝하다. 청결을 위해서 핥아줘야 한다."


"그,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된다고. 그리고 손 씻어."


"손도 핥으면 된다. 내 혀는 완벽하게 깨끗하다."


"이게 무슨 깨끗하단 거야! 보니까 엉망이잖아!"


꼬질꼬질.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 여주의 몰골은 정말 엉망이었음. 아까 학교에서 부터 맨발로 뛰어다니질 않나, 마당에 흙을 파헤치지 않나. 온통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엉망이었음.


"어쩔 수 없네. 씻어야겠다."


"씻는다고...?"


처음들어보는 단어였음. 근데 왜인지 모르게 어감이 좋지 않았음. 씻는다니? 그게 무슨 소린데. 불같은 불안감에 여주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음. 여기서 나가야 했음. 쿠로오 테츠로 뒤에 보이는 문으로 어떻게 도망을 가야 하지 생각하며 도주각을 재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문을 쾅 닫아버리는 쿠로오 테츠로 였음.


"씻자. 여주야."


"끼야아아아악! 여주 살려!!"





"여주야 화났어?"



"...말 걸지 마라. 너와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덩치차이가 나기에 힘의 차이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도 못한 채 여주는 그렇게 붙잡혀 버렸음. 어찌나 힘이 좋은지 빠져나가려고 하면 할 수록 붙잡고 있는 힘도 세지는 게 정말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을 정도였음. 어떤 것을 만지작만지작 거리자 끔찍할 정도로 물이 콸콸 쏟아지는데 기절 할 뻔했음. 어느 정도 물을 채우더니 내 뒤에 서서 나를 부여잡곤 그 속에 내 손을 잡아넣어 버리는 게 아니겠음?!

그리곤 거대한 손으로 내 손을 물속에서 첨벙거리는데 여간 불쾌한 게 아니었음. 그래도 고양이 일 때보단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었음. 한 평생 싫어하는 게 물이었는데 이게 쉽게 좋아질 리가 없지 않겠음?! 뭐, 그래도 차가운 물이 아니라 따뜻한 물이라는 것은 좀 신기하고 그나마 나쁘지 않은 점 중 하나였음.


"그래도 봐봐. 물이 이렇게 잔뜩 더러워졌잖아. 네 손에 지저분한 것들이 많이 묻었단 소리야. 이걸 입으로 통해서 먹게 되면 배가 아프거나 병이 날 수도 있어. 그러면 여주 너도 싫잖아?"


"... 말 걸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불손한 녀석."


정말 쿠로오 테츠로가 하는 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으니까 너무 짜증이 났음. 분명 투명하고 맑은 물이었는데 내 손이 들어갔다가 나오자 탁해지며 내가 봐도 더러운 물로 변해있었음. 그 물을 비워내고 다시 새 물을 받아 또 씻기는데 그 손길이 퍽 부드러워 마음이 풀어지는걸 다시 다 잡았음. 이런 거 한 번 봐주고 넘어가 주면 건방진 저 놈은 또 그럴게 분명하니 확실히 해둬야 했음.


"아이 깨끗해. 손은 이제 뽀득뽀득 해졌네? 그럼 발도 씻자."


"어차피 제 마음대로 할 거 면서. 건방진 녀석."


"네네, 쿠로오상은 건방지고 불손한 녀석이니까 그럼 계속 이렇게 하도록 할게요. 여기 앉아보시겠어요?"


뚜껑을 닫은 변기 위에 나를 앉으라고 하기에 그렇게 했더니 어디서 그릇 같은 것을 꺼내와 그곳에 뱀 처럼 긴 무엇을 끌고 와 물을 받기 시작했음. 물이 나오는 구멍이 참 많은 곳이네... 저기 주둥이가 짧은 것에서도 나오더니 뱀 같은 것에도 나오는 게 여간 신기했음. 인간들은 물을 참 좋아하는구나.

어느정도 물이 채워지자 내 발을 가져와 그 그릇에 조심스럽게 넣는데 물이 따뜻하니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음. 살랑살랑한 느낌에 좀...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발바닥에 생채기가 있어서 따가울 법도 한데, 잘 참네? 우리 여주."


"...말 걸지 말라니까. 그놈 참 말을 안 듣는 놈일세."


"맞아. 내가 좀 말을 잘 안 듣긴 해. 여주 만큼은 아니지만."


이 녀석은 어떻게 이런 것도 잘 하는지 모르겠음. 발을 조물조물 하며 씻기는데 솔직히 말해서 노곤해지는 기분에 자꾸 몸과 마음이 풀어지려는 게 아니겠음?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저 뱀 같은 게 궁금했음. 아무리 봐도 물이 있는 공간은 없는데 어디서 물을 가져오는 거지? 입으로 보이는 것도 안 보이는데...

내가 저 뱀 같은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인지 쿠로오 테츠로가 내 손에 쥐여주었음. 막상 손에 쥐여주자 폭발했던 궁금증에 이리저리 살펴보며 관찰을 했음. 역시 신통방통한 물건이었음. 쿠로오 테츠로가 여길 건들이니까 물이 나오던데...




"끼야아아아아악!!"


"아! 잡아야 해! 여주야. 잡아야 해!"


뱀같이 생겼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 미친 물건은 뱀보다 더 요상한 움직임으로 대가리를 흔들면서 온 사방에 물을 뱉어내기 시작했음. 쿠로오 테츠로가 잡아야 된다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음. 잡으라 치면 이리저리 대가리를 뒤흔드는데 그러면 그럴 수록 물을 더 심하게 뿌려대었음. 정신이 나갈 것 같았음.


"아, 이런. 다 젖어버렸네."


"미... 미안하다... 내가 실수를 했다..."


원하지 않는 물세례에 나도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지만 그것보단 나 때문에 쿠로오 테츠로도 쫄딱 젖게 되었으니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했음. 그리고 쿠로오 테츠로의 표정과 눈빛이... 평소와는 좀 다른 느낌에 약간 쫄게 되는 것도 있었음.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앞 머리맡을 쓸어올리는데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졌음. 쓸어진 털 사이사이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며 목선을 타고 내려와 입고 있는 옷을 적셔나가는데 왜 자꾸 눈이 그 쪽으로 돌아가게 되는지 모르겠음. 본능적인 느낌이었음.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도 자꾸 눈이 돌아가는 게 힘이 들었음. 아까 분명 자신의 맨 살결을 보여줬기에 실컷 봤었는데 그때와 느낌이 너무 달랐음. 물에 젖어 딱 붙은 옷 위로 보이는 라인들이 뭔가... 이상한 기분을 들게 했음.


자, 이제 어쩐다.

여주가 사심이 있어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님을 알고있음. 단지 지적인 호기심으로 인한 사고들이 자꾸 누적되고 있었음. 솔직히 말해서 쿠로오는 지금 한계 직전까지 내몰린 기분이었음. 잔뜩 젖어 몰골이 엉망이 되었는데도 눈앞의 여주의 모습 때문에 열기로 인해서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음.

여전히 여주는 내가 아까 입혀준 자신에겐 엄청 큰 까만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음. 물에 젖었으니 어떻게 되었겠는가? 몸에 달라붙을 때로 붙어 여주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음. 물기 어린 시선으로 내 눈치를 보며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자극적인지, 욕망에 져버린 짐승 새끼라 매도해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었음.

뭐 어차피 인간도 한낱 짐승일 뿐. 단지 이성이 조금 더 있어서 그런 것 뿐. 우리의 태초도 짐승이었고 지금의 우리도 그런 짐승 같은 모습을 잘 숨기고 있는 위선자들 일 뿐이었음. 그리고 여주에겐 좀 위기감이라는 것도 알려줄 필요성이 있었음.

나쁜놈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자꾸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게 여주였음.


"여주야. 정말로 알려 줄까?"


"무엇을 말이냐...?"


"왜 옷을 입어야 하고, 옷을 입지 않으면 어떤지 말이야."


"...!"


내 예리한 감각이 위험하다고 알려주고 있었음. 이 느낌은 분명했음. 뭔가 큰 게 올 거라는 신호였음. 도망을 가야 하는데 도망을 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음. 분위기가 무서운 건 아닌데... 찌릿찌릿한 느낌이 이상했음.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음.


내가 대답이 없자 쿠로오 테츠로가 손을 뻗어서 나의 몸 어딘가를 가리켰음. 그대로 시선을 내리자 쿠로오 테츠로와 다르게 생긴 내 불룩한 가슴이 보였음. 옷이 물에 젖어서 그런지 내 몸에 착 달라붙어 있어서 내 가슴의 모양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음. 그리고 아까와 약간 모양이 다른 것 같기도 한데... 왜 여기가 더 볼록해졌지?


쿠로오의 커다란 손가락이 내 가슴의 더 볼록한 부분에 살짝 손을 대어왔음.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쓸어내리는데 기분이 이상했음. 나도 모르게 내 가슴을 팔로 가리며 숨기게 되었음.


"무! 무엄한 놈!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내 몸에 손을 대다니!"



"어때? 느낌? 좀 위기감이 와?"


"이! 이! 비켜! 난 나가야겠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쿠로오 테츠로를 밀치고 지나갈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나가려고 하니 쉽게 길을 터주는 놈이었음. 그래도 안심을 할 수가 없었음. 이렇게 좁은 공간에 저 위험한 녀석과 둘이 있으면 안된다고 내 야성의 감이 외치고 있었음. 재빠르게 문을 밀고 나가 햇빛으로 환한 거실로 들어서자 고양되어있던 기분이 조금은 가라앉기 시작했음.

무섭고 두렵다는 감각은 절대 아니었으나 다른 의미로 위험하게 느껴지는 생소한 기분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이게 무슨 느낌인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웠음.

위기감? 쿠로오 테츠로는 나에게 위기감이라고 말을 했음. 이런 감각도 위기감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아직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쿠로오 테츠로. 보이지 않는 놈이었지만 있는 힘껏 노려보았음. 감히 나에게 이런 불안한 감정을 들게 하다니. 역시 건방지고 불손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었음. 그냥 이대로 나가버릴까 싶어 다시 거실 베란다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그대로 멈췄음.

내 모습이... 이런 내 모습을 다른 인간들이 보게 된다면... 나는 계속 그런 이상한 상황에 둘러싸이게 되는 것일까? 그건 좀 싫었음. 쿠로오 테츠로가 한 행동이 놀라긴 했지만... 이걸 다른 미천한 인간들이 한다고 생각하니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음.

그렇구나... 그럼 이것도 위기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음. 왜 그렇게 강요를 하고 강조를 했는지도 알 것 같았음.



어쩌지, 일 쳤네. 여주 얼굴 제대로 보지도 못하겠는걸. 그것도 그런데 이제 여주가 나를 미워하면 어쩌나 이게 가장 큰 걱정이었음. 미움받긴 싫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있는 여주를 보니 나답지 않게 욱하게 돼버렸음. 사과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하긴 한데, 그건 그렇고 눈치 없는 이 녀석은 가라앉을 생각이 없어 보였음.

그렇게 쿠로오는 한동안 화장실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음.




먹고싶은 맛이 있는데 아직 메뉴에 없다면 직접 조리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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