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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0분.

눈 밑의 다크써클이 어깨까지 내려왔다는 아침인사로 이제는 무릎까지 내려왔네, 로 끝나는 퇴근인사가 드디어 칼퇴를 외쳤다. 살짝 흐트러진 넥타이를 고쳐매던 사와무라의 손이 느려졌다. 어차피 퇴근인데 하지말까. 안색도 파리하니 좋지 않은데 옷이라도 단정하면 그나마 깔끔해 보일것 같았다. 이미 부서사람들은 퇴근한건지 자리가 비어있었다. 중요 프로젝트에 착오가 생겨 3일은 집에서 잠만 자고 이틀은 회사에서 거의 지새다시피 했다. 덕분에 서류더미 가득이었던 책상들이었는데 돌아보니 휑하다. 완전 전쟁터였지.


♬♪♩~


"여보세요?"

-어디야?

"회사. 이제 나가는 길이야."

-..빨리 나와


정시 퇴근이라고 말은 해뒀었는데 미리 와서 기다렸던지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가방을 챙긴 사와무라는 서둘러 건물을 나왔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승용차가 사와무라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미안. 기다렸어?"

"아니. 전화했을때 도착했었어."

"저녁은 먹었어?"

"같이 먹으려고 아직 안먹었어. 뭐 먹으러 갈까? 칼퇴 기념으로."


걱정이 기우였는지 여느때와 같은 말투였다. 부드러운 운전도 여전했고 마주 보는 시선도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검정이다. 배는 고프지만 그보다는 잠이었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금방이라도 꿈나라 행 기차를 탈 것만 같아 눈에 힘을 줬다. 그래도 충혈된 눈은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다. 피곤하면 의자 뒤로 젖히고 누워. 고개를 저으면서도 안정감있는 진동에 까무룩 고개가 숙여졌다.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쿠로오가 다가왔다. 잠든 사와무라가 놀랄까봐 등받이를 잡고서 천천히 의자를 눕혀주었다. 금방 잠들었는데도 깨지 않고 새근거리며 자는 사와무라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던 쿠로오는 초록불에 천천히 출발했다. 분명 요 일주일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테니 집에 가면 든든한 밥부터 챙겨줘야겠다.


*


안정적으로 울리던 진동이 멈추고 차가 섰다. 얼마나 곤히 잠이 들었는지 가벼운 터치에는 깨지도 않았다. 가만히 사와무라를 바라보다 쿠로오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업어가도 모를 정도라는게 참 무서운 말임을 확실히 실감했다. 잠든 사와무라를 업고 친히 방 침대에 눕혀주었는데도 사와무라는 뒤척임 한번 없이 조용히 잠들어있다. 평소에는 잠귀가 밝아서 곧잘 깨기도 했는데 그간 쌓인 피로가 만만치 않았나보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에 밥이라도 먹고 자지. 식탁 위에 놓인 케이크는 나중에 먹게 생겼다. 조용히 사와무라의 이마에 키스를 해준 쿠로오는 방문을 살며시 받아주었다. 조그맣게 한숨을 내쉰 쿠로오는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쿠로오 테츠로로 예약을 했는데요. 죄송합니다."


사정이 생겨서 취소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철야한 저희 남편 잠부터 재워야 하거든요.

주 본진 하이큐 쿄타나, 쿠로다이 타나카 류노스케, 쿄타니 켄타로 그 외 입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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